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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13~15 네팔

2~3일차. 의외의 눈밭. 촘롱-츄일레-데우랄리

by Anakii 2015. 2. 1.

■  1/7일 촘롱에서 츄일레 - 때 아닌 눈, 비, 우박.


[이동]
촘롱마을 (→1시간→) 힐탑 찻집 (→2시간→) 킴롱콜라의 티하우스 (→1시간→) 츄일레

[트레킹복장]
쿨셔츠,바람막이 / 얇은 트레킹 바지
2천 미터 이하의 트레킹 길은 덥다. 하지만 조금만 쉬면 서늘해지니 감기에 조심. 바람막이로 배를 덮고 다녔다.

[취침 :: 츄일레 2310m]
위엔 플리스자켓입고 아래엔 내복 입고 침낭을 폈다. 이불까지 덮으니 900g 침낭이 좀 과한 듯하다. 이불만 덮으면 조금 서늘하다.


아침엔 날씨가 개었지만 금세 구름이 몰려온다. 어젯밤 내내 비가 왔는데 위쪽은 그만큼 눈이 왔다고 한다. 안 그래도 허리까지 눈이 내려서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며칠간 못 갔다는데 이만큼 또 눈이 내렸으니 어쩔까.

일단 가자고 맘먹고 촘롱마을을 출발해 시누와로 향하는데 아침부터 되돌아오는 무리들이 많다.

"히말라야호텔부터 내려오고 있어요." 내려오는 포터의 말.

포터인 삼바가 걱정스런 얼굴을 했다. 그러면서도 "It's up to you." 란다.  하긴, 포터라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위치는 아니니까.


▲ 시누와 쪽의 짙은 구름 (by anakii)


이번에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는 포기하고 돌아가기로 정했다. ABC경로상에서 불시의 눈사태 이야기도 있었고, 얼마 전 대형사고가 났었던 안나푸르나 라운딩 코스의 사례도 있고... 아무래도 내려오는 사람들의 얼굴빛이 좋지 않다. 

촘롱에서 타다파니로 이동하는 길. 1시간 쯤 걸어 힐탑 찻집에서 보니 날씨가 점점 개여서 그냥 무작정 올라가 볼 걸 하고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킴롱콜라(콜라: 개울)까지는 산 중턱을 휘감고 가는 편한 길이다. 2천여미터의 고산인데도 이곳은 영농지다. 산을 깎아 만든 계단식 밭이 산 아래부터 꼭대기까지 이어진다.

킴롱콜라 지나 언덕 올라 로지에서 점심 먹고 쉬는데 우박이 내리다 장대비로 변한다. 한참 기다려도 비가 그칠 기미가 없다. 깜산에게서 빌린 귀한 우비를 쓰고 출발했다. 조금 개는가 싶더니 언덕배기 올라가며 비가 점점 굵어진다. 비옷,판쵸입었지만 바지가 졸락젖었다. 몸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할 쯤에 로지가 나왔다.

3시 밖에 되지 않아서 쉴지 그냥 갈지 고민하다 쉬기로 한다. 역시 이번에도 삼바는 "It's up to you."란다. 그런데 조금 있다 한 번 더 말한다. 아무래도 안 된다는 판단이겠지.

조금 있다 보니 비는 눈보라로 변하고 마구 몰아친다. 쉬기 잘 했다 싶다. 삼바에게 말했다 "Samba You win!“


▲ 츄일레 디스커버리 롯지에서 눈보라를 보다 (by anakii)


날이 추워지니 식당에 난로를 피웠고, 모든 숙박객과 동네사람들이 난로에 옹기종기 모였다. 난로는 이곳의 필수 난방용품이다.  난 잠이 밀려와 구석에서 코까지 골며 잘 잤다.



▲ 아침의 마차푸차레 (by anakii)


■  1/8일 츄일레에서 데우랄리 - 눈밭을 헤치며, 고산증.


[이동]
츄일레 (→1.5시간→) 타다파니 (→1시간→) 절벽 위 로지 (→20분→) 반탄티 (→2시간→) 랄리구라스 호텔 (→15분→) 데우랄리

[트레킹복장]
눈, 쿨셔츠+바람막이+우비 / 얇은 트레킹 바지 / 스패츠와 아이젠
눈이 계속 온다. 길이 미끄러워 아이젠이 없는 등산객들은 계속 미끄러진다. 스패츠와 아이젠을 하니 완전무결.

[취침 :: 데우랄리 3100m]
플리스자켓입고 아래엔 내복 입고 침낭 없이 이불만 덮고 잤더니 조금 추웠나 보다. 고산증으로 인한 두통이 잠을 자고 나서도 멎지 않는다. 침낭 펴고 핫팩 두 개 넣고 잔 경아씨는 만족스럽다고 한다.


기온이 급강하하여 눈이 녹지 않는다. 고드름도 있다. 고도 2500m면 산 아래 포카라와는 10도 차이밖에 안 나는데 바깥은 영하의 기온인가 보다. 윈드스토퍼 장갑을 꼈지만 손이 시리다.혹시나 하여 우비를 입고 출발했다. 츄일레부터 타다파니까지는 계속되는 오르막 1시간 반이다. 숲길이라서 지루하지는 않다.  날씨가 맑았지만 가끔씩 나무에 쌓인 눈이 폭탄 되어 떨어지기 때문에 우비가 유용했다.


타다파니에 도착해 차 한 잔 마시며 쉬다가 출발했다. 타다파니에서 시작되는 절벽 계단 길을 끝까지 내려와 물을 건넌 뒤 그만큼의 절벽 계단 길을 오르면 절벽위에 롯지에 이른다. 한 시간 반의 오르막내리막 구간.

롯지에서 쉬며 점심을 먹고 다시 20분간 완만한 오르막을 올라 롯지가 모여 있는 반탄티에 도착했다. 눈이 많이 쌓여서 미끄럽다. 베이스캠프 부근에서 착용할까 하고 준비했던 아이젠과 스패츠가 유용해지는 시간. 반탄티에서부터 아이젠을 착용하고 올랐다.

맞은편에서 내려오는 등산객들은 대부분 아이젠이 없어서 많이 미끄러진다. 계속 되는 가파른 내리막이라서 더욱 그럴 것이다.

눈이 흩날려 우비를 계속 입고 있다. 경아는 고어자켓 안에 플리스자켓을 껴입었다.


▲ 랄리구라스 호텔 오르는 길 (by anakii)


절벽을 옆으로 두고 계속되는 계단과 가파른 오르막 끝에 랄리구라스호텔이 있다. 머리가 많이 아파 롯지에 들어서자마자 생강차를 주문했다. 약간 옷이 얇았던 듯 하다.

호텔에서 15분 정도 더 오르막 올라가면 데우랄리. 도저히 진행할 수 없는 컨디션이라 쉬기로 했다. 오늘도 촘롱에서부터 만난 선생님 부자, 삼남매들과 함께 한다.

저녁, 동네사람들까지 모두 모인 난롯가에서 삼남매 팀의 포터 아저씨가 따끈하게 데운 전통소주 럭시를 권해 마셨다. 기름을 띄워 구수하고 취기가 확 돈다. 오늘은 아무래도 고산증이 오나 보다. 랄리구라스 호텔에서부터 두통이 심해진다. 술까지 먹고 따뜻한 난롯가에 앉으니 얼굴이 확 달아오른다. 이게 감기인지 고산증인지 애매하다.

오늘 하루는 전적으로 아이젠의 승리. 없었으면 몇 배로 힘이 들었을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