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들 떨림 문제
한참을 다니다 보니 핸들 떨리는 문제가 계속 신경이 쓰인다. 100km를 넘을 때 심하게 핸들이 떨리는 데다, 핸들은 항상 우측으로 편향되어 있고 브레이크 밟을 때 느껴지는 불쾌한 떨림.
이 문제를 잡을 수 없을까 며칠 고민하다가 결국 현대 시화 사업소에 예약했다. 만약 아침 수리를 예약하면 그 전날 차를 입고 시키면 된다 하여 일주일 후 목요일 아침 시간으로 예약을 마쳤다.
수요일 저녁, 처음가는 시화 사업소는 너무나도 멀다. 지도상에는 가까운 것처럼 되어 있지만 우린 사업소를 찾느라 시화공단 안을 너무나도 헤맸다. 낮이라면 그나마 찾을 수도 있었겠지만, 퇴근 후 너무나도 빨리 어두워지는 탓에 차를 세우고 길 물어보기를 세번째. 어떤 공사 자재를 나르던 운전기사님으로부터 현대사업소를 본적이 있다는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을 따라 결국 찾아냈다.
남들은 내비게이션으로 쉽게 찾아 가겠지만, 나나 경아씨나 그런 문명의 이기는 그다지 반갑지 않다. 노래방이 사람들의 노래 외우는 능력을 빼앗아 갔듯이, 내비게이션은 사람들의 길찾는 능력을 빼앗아 가기 때문. 나중엔 어쩔 수 없이 첨단 기술을 따라 가야겠지만 지금까지는 헤매더라도 내 느낌을 따라, 가끔씩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찾아가는 것이 더 좋다.
외국을 여행하는 경우에도 그렇지 않은가. 여행정보를 잔뜩 가지고 여행을 시작하면 내가 정한 루트만을 따라 가는 것에 불과하겠지만 오히려 여행 정보가 없으면 현지 사람들의 도움을 갈구하게 되며, 때로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정보를 현지인에게서 듣게 되니, 결과적으로는 더 여행을 즐겁게 하는 것이 아닐까.
어쨌든,
찾아온 시화 사업소. 다들 퇴근했지만 경비실에서 반갑게 맞아 주면서 차를 맡기고 경비실의 조언에 따라 시내버스로 안산역으로 왔다. 오랜만에 타보는 시내버스에는 공업지역인 시화의 특성에 맞게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도 탄다. 버스를 타고 있노라니, 이곳이 러시아인지 한국인지 아리까리한데?
러시아에서도 한국 버스를 그대로 수입하는 탓에 버스 안 한글을 쉽게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이곳, 시화에서도 느낌이 연장된다. 들리는 말은 외국어, 버스는 한국 버스. 러시아에서와 큰 차이가 없다. 게다가 차창 풍경은 난생 처음 와본 시화 공단 풍경이니...
퇴근 시간이라 교통이 막혀 조불조불 잠 자다가 안산역에 도착했다.
안산외국인거리
안산역 앞길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거리인 "국경 없는 거리" 다. 매번 차이나 고량주를 사러 들르는 곳이지만 이번엔 새로 생긴 태국 음식점을 발견하고는 들어가니 태국 여행 가이드인 여성을 알게 되어 몇년간 집요하게 구애한 끝에 결혼하고 한국에서 신부에게 음식점을 차려 주었다는 주인 남편분의 이야기가 살갑다.
팟타이와 솜땀(파파야 샐러드)을 시켰는데 사실, 솜땀은 몇 번의 태국 여행 중에서도 먹어보지 못한 음식이다. 맛은? 당혹스런 한국의 무채무침맛. 이게 과연 파파야일까? 하지만 이곳의 팟타이(태국식 볶음국수)는 조금 달긴 하지만 정통 태국식이다.
솜땀에 대해 남편분께 물어 보니 파파야 맞댄다. Dole 에서 생산한 파파야 박스를 보여 주시는데, 우린, 파파야가 정말 이런 맛도 낼 수 있다는 데 놀람. 또 놀람. 정말, 솜땀의 맛은 무채 젓갈 무침이다.
다음 날, 차가 수리되었다는 이야기에 경아씨랑 정왕 역에서 현대자동차 셔틀버스를 기다렸다.
어제 돌아오는 길이 너무나도 힘들었기 때문에 다시 안산역에서 버스를 타는 일은 엄두를 못내고, 정왕역에서 4시 30분에 출발하는 셔틀을 타기로 한 것. (그때문에 난 수업 마치고 잽싸게 조퇴를 해야 했지만)
작은 미니버스인 셔틀버스엔 우리 밖에 없다. 이 셔틀버스는 현대에서 렌트카로 빌리는 것인데, 버스 안에는 "다른 길을 원할 때는 기사님에게 문의하면 편의를 봐 드립니다" 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뭐, 우린 그럴 것도 없어 그냥 몸을 실었다.
친절한 현대 사업소
20분쯤 뒤에 도착한 현대사업소. 우리 차를 정비했던 기사님은 무척 친절하게 문제를 말씀해 주셨다.
핸들 우측 쏠림과 100km이상시의 핸들 떨림은 휠 밸런스와 타이어 편마모 때문이라 한다. 아토스의 경우 엔진에 비해 차체가 무거워 앞 바퀴가 자주 마모된다나. 게다가 우리차는 휠 밸런스를 맞추어 주는 납덩이가 아예 떨어져 나간 엽기적인 상태였다는 것.
또, 브레이크 제동시 핸들 떨림은 브레이크 패드의 문제라고 말하신다. 우리차의 경우, 바퀴에 연결된 브레이크 드럼을 해체하는 순간 브레이크 패드가 덜컥 빠져나오더라고. 이게 그렇게 쉽게 떨어져 나오면 안되는 것인데 말이다.
그래서 앞 타이어를 교체하고 두 타이어에 붙은 드럼 유니트와 브레이크 패드를 교체하셨다고 한다. 총 19만원.
타이어 두 개 교체에 타이어 드럼교체, 패드 교체 비용 치고는 적은 비용이다.
마침, 기사분 역시 우리 차와 비슷한 98년에 아토스를 구입해서 지금까지 잘 몰고 다닌다는 말씀이다. 주행 거리 12만km.
남들에게 너무 뽕을(?)빼는 게 아니냐는 핀잔도 들으신다고. 그래도 차가 잘 나가니 바꿀 생각이 없다 하신다. 우리 차와 마찬가지로 몇 번 접촉사고는 있었지만 끄덕 없었다고.
우리 차의 경우에도 지금까지 차선을 넘어 우리 차를 접촉했던 중소형차들이 몇 대 있었지만 항상 우리 차는 별 이상이 없고, 오히려 그쪽 차의 문짝이 망가지거나 사이드측 펜더가 망가졌었던 부분을 이야기하면서 웃었다.
또, 우린 9년이 넘었기 때문에 앞으로 100km이상은 무리가 아니겠냐고 했는데, 자신의 차는 12만km를 달렸어도 120km까지는 문제 없으니 걱정 말고 다니라고 전한다.
아토스는 경차 치고는 정말 단단한 차다.
친절한 설명을 듣고 나서 사업소를 나오는데 정문 앞에서 배기가스를 점검해 준다고 여러 분들이 나선다. 점검 결과는 CO2 1.5% 정상 기준으로 우리 차는 0%. 완벽하다. 그분들께 차 상태가 참 좋다는 덕담을 들으며 나왔다.
아토스 구입 9년만에 처음으로 들른 현대 사업소. 참 인상이 좋다. 경아씨는 처음엔 이렇게 먼 곳까지 와야 하냐며 조금은 투덜거렸지만, 막상 오늘, 서비스 기사의 친절함에 뽕 갔다. 나 역시.
아무래도, 사업소에 근무하는 정비 기사들의 프로 근성에서 오는 친절함이 그 원인인듯 싶다. 우리 차를 정비하셨던 정비기사는 작업 내용에 관해 무척 자신감이 넘쳤고, 그만큼 친절했었다. 아무래도 정식 직원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듯. 신분이 불안정한 계약직이라면 그만큼 자신 넘치는 태도를 보일 수는 없었을 것 아닐까... 이건 내 생각일 뿐이지만.
며칠 후, 바로 오늘. 수지 지구에 있는 어머니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제대로 테스트할 기회가 생겼다. 수리 후 지금까지 100km이상을 낼 곳이 없었기 때문. 시화에서 오는 길엔 영동고속도로가 너무 막혀서 테스트 불가였었다.
수지 갔다 돌아오는 길에 영동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를 넘어가는데, 아무런 변화가 없는 핸들! 감동이다! 또한 브레이크 가동시에도 핸들 변화 없이 스무드한 제동. 만 9살인 우리 아토스. 정비기사님 말 대로 전혀 무리 없이 110km를 넘어드는데?
마치 차를 처음 샀을 때 느낌이다. 겨우 19만원 들여서 새차로 바꾼 느낌이 이럴까?
앞으로 몇 년 더 갈 지는 모르겠지만, 고질적인 핸들 떨림 문제를 해결했으니 최대한 조심스럽게, 정비를 잘 하면서 몰아 볼 참이다.
9살된 우리 아토스 찰리!(우리 차 이름^^), 힘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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