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미재김밥 #따뜻한 백담계곡 #대진1리 민폐객들 #가진항 물회 #방동약수 #홍천전통시장
동해안과 계곡 스노클링을 해 보려는 계획이었다. 월요일 11시 경 백담계곡을 목적지 삼아 출발했다. 가는 길, 일산의 여미재김밥에서 우여곡절 끝에 김밥 두 개 싸 들었다. 고속도로는 휴가철이라 그런지 월요일인데도 양양고속도로 서울 진입구간이 많이 막혔다. 인제 백담계곡까지 가는 데 4시간 30분 걸렸다. 가평 설악면의 부손 항마리막국수에서 순메밀 막국수 두 그릇 잽싸게 먹고 백담계곡에 도착하니 4시. 공영주차장에 주차했다. (주차료 3천원/3시간)
백담계곡에서 스노클링 / 부흥식당, 전통적인 황태정식집
물이 의외로 차지 않다. 22도 정도? 사람들로 붐비고 부유물,유기물이 조금 많아 보이고 물고기 역시 많다. 시계는 그리 맑지 않았다. 수영, 잠수 연습 좀 하며 40여분 있다 나왔다.
(반다나,습식타월,물안경,스노클,래시가드,숏팬츠,드라이백,수중카메라. 수모와 귀/코마개 있었으면 더 좋았을 듯)
유명한 부흥식당에서 황태정식 먹고 진부령 넘어 가는 길의 용소계곡에서 간단히 몸을 씻었다. 이상하게 이곳도 물이 안 차다.
고성으로 넘어와 거진농협하나로마트에 갔다. 고성쌀로 빚은 막걸리가 좋았다. 거진 해맞이봉앞 전망대 다리가 완공되어 백섬까지 가서 동해안을 조망할 수 있다. 파도가 세고 물이 두려울 정도로 푸르다. 해안을 따라 올라가는데 해무가 끼고 파도가 센 편이다. 낚시꾼들이 해안도롯가에 차를 세우고 좌판을 벌여 낚시하는 모습은 조금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할 것 같다.
대진1리 주차장, 민폐객들.
대진1리 해수욕장에 어둑할 때쯤 도착했다. 옆쪽엔 차 두 대를 놓고 사이에 천막을 쳐 노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고성방가... 노래는 조금 하는 것 같지만 주차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 후엔 다들 BB탄 총을 쏘며 놀고 있다. 이런 일은 처음 본다.
이걸 불편해 하는 내가 문제인건가 주차장에서 고성방가하고 BB탄 총을 쏘며 노는 사람들이 문제인건가. 밤에는 시동을 계속 켜 놓아서 결국 주차된 옆 차를 소리 방패 삼으려고 이동 주차했다. 호젓함을 즐기려 최북단까지 왔는데 이곳마저 저렇게 자신의 존재감을 주변에 강권하는 이들이 장악하니 한숨 나온다.
계곡이나 경치 예쁜 곳 다니다 보면 계곡에 반려견을 데려와 목욕시키는 사람, 쓰레기를 오롯이(!) 모아 계곡 한 켠에 두고 가는 사람, 주차장에 텐트를 치고 한 수 더 떠서 불멍까지 하는 사람, 대형 배기량의 오토바이나 머플러 개조한 차량으로 엄청난 소음을 내며 도로를 달리는 사람 등등을 자주 보게 된다. 공공의 규칙보다 제 좋을 대로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이런 일들이 불편한 내가 꼰대인건가?
서로 합의된 엄격한 규칙이 절실한 상황. 코로나로 인해 캠핑이 흔해진 요즘 전국 곳곳을 다니면서 더더욱 피부로 느끼는 중이다.
올 해 처음으로 모기장 치고 뒷 문 열고 풀벌레소리 들으며 잤다. 베게가 없어선지 잠을 설쳤다. 아침이 되니 매연 냄새가 들어오는 것 같다. 그 차는 밤 새 시동을 걸고 있었다. 차량의 팬 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려서 나는 해안에 경보 사이렌이 울리는 줄 알았다.
밤 새 시원했지만 7시쯤 되니 해가 뜨면서 더워진다. 곧바로 이동했다. 북쪽으로 이동해 명파해수욕장에 갔는데, 작년엔 을씨년스럽던 주차장이 정식 오토캠핑장으로 활용된다. 잘 된 일이다. 그늘이 없어 아쉽긴 한 곳이지만 최북단 오토캠핑장으로서 가 볼 만한 곳이다.
동해안 해수욕장 포기, 쏘 핫. 엄청난 가진항 물회
해안 따라 내려오며 스노클링 포인트를 찾아봤다. 파도가 어제와 마찬가지로 거세다. 화진포-거진해수욕장 지나 아침식사 식당을 찾다가 가진항까지 흘러들어갔다. 화장실에 들렀다가 식당을 검색했더니 가진항이 동해안 최고의 물회로 유명하다네?
8시20분경 가진항 회타운에 리얼깽티비라는 유튜버의 현수막이 걸려 있는 강릉횟집에서 엄청난 물회 먹다 먹다 남겨 용기에 포장해 왔다. 동해안 원산지 물회에 폭격 맞은 듯. 잡아온 잡어들 중 상품가지 없는 생선을 회 떠서 왕창 넣고, 초장물에 말아 먹는 원초적인 맛. 제주도의 된장물회와 일맥상통하겠구나. 진짜배기 문화체험이었다. 앞으로 물회의 기준은 가진항 물회다.
고성 계곡 검색해 도원계곡으로 향했다. 진입로부터 마을관광지 폐쇄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지만 일단 가 봤는데 역시 초입에서 차단. 돌아나와 미시령 예길 꼭대기의 탐방센터에 갔다. 지날 때마다 웅장한 울산바위. 조망 포인트가 미시령 옛길 오르는 절반쯤에 있었지만 지나쳐버렸다. 탐방센터에는 주차 금지다. 길가에 다들 주차해 있다. 해발 770미터라 역시나 시원하다. 11시 경, 포장한 물회로 간단한 점심을 먹고 조금 쉬려 했는데 해가 나자 이곳도 더워진다. 미시령이 덥다니... 더위의 맹공이구나.
인제군 진동계곡
미시령길 따라 인제로 내려오는 길 중간 도적폭포 포인트에 갔지만 계곡 물이 별로 없었고, 완전히 내려 와 용대리 지나 용대대교 옆 계곡을 살펴봤더니 난민촌 같이 장박하는 텐트가 가득이다. 물은 그리 깊지 않다.
진동계곡으로 목적지 정하고 이동했다. 내린천 길 따라 가다가 순메밀로 면을 만든다는 오류동막국수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내 입맛에는 그 집 백김치가 최고였는데 경아는 백김치는 별로, 열무김치가 더 좋았다네. 내 입맛과 완전 반대다. 입맛이란 이리도 다른 거구나.
진동 계곡 가는 길 옆 방동약수터를 찾아서 들어와 보니 카카오 네비는 다른 길을 알려주고 네이버 지도에서 폐업했다고 나온다. 이상하다. 하지만 방동약수터는 원래 있던 곳에 있다. 전통적으로 유명한 이곳 약수 물맛은 철분맛의 톡 쏘는 물맛. 아직도 그 유니크함을 유지하고 있구나. 바가지로 퍼서 담는 방식인데, 물 뜨는 사람들 대부분이 소박하게 페트 병 하나 정도만 가져오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약수터 옆 계곡은 너무 시원하고 좋았다. 방동약수의 계곡은 방태산 자락이고 물이 차다. 백담계곡과 진부령 용소계곡은 물이 차지 않아 의아했는데. 설악산이 바위산이라서 그런가?
진동계곡 주차장은 만차라서 길 가에 세웠다. 어린이와 함께 놀 수 있을 만한 너르고 얕은 계곡이다. 비가 안 와서 수량은 적었다. 수온도 높다. 물놀이 하기엔 좋았다. 30여분 놀았다. 조금 더 상류로 올라갔다. 진동리 국민여가캠핑장 지나 곰배령 펜션 휴림부근 포인트가 깊었다. 내려가 보니 텐트 치고 상주하시는 안전요원이 그 부근을 통제한다. 어린이와 함께 물놀이하는 곳이라는 성격의 장소라 그런지 안전 유지에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이 보였다. 무릎 정도 오는 얕은 물에서 잠시 쉬다가 집으로 방향을 돌렸다. 6시 출발.
기린면 편의점에서의 대화.
"부근에 시장이 있나요? 메밀 전병을 사고 싶은데.."
"인제에도 없구요, 홍천 가면 중앙시장에 먹을 만한 곳이 있습니다. 요즘 전병이 입맛에 좀 안 맞기는 하지만. 예전엔 두부도 넣고 내용물이 좋았는데..."
사장님 조언에 따라 홍천 중앙시장에 들렀다. 메밀전병, 동태전, 동부콩전, 수제약과 모두 와우~~ 그 엄청난 편안한 맛이란. 홍천에서 집까지는 두 시간 40분 걸렸다.
음식
여미재김밥(일산 가로수길 상가 B동 225호) - 김밥 두 개 전화 주문해서 찾으러 가는데 매장을 못 찾아 헤멨다. 일단 지하주차장 들어가서 노랑21번 기둥 옆으로 올라가면 된다고 사장님이 알려줬다. 주차는 30분 무료다. 이곳은 모든 재료가 유기농이고 말이 안나오게 예쁜데다 만족스럽게 건강한 맛이다. 손님 대접 용으로도 좋겠다.
부손 항아리막국수 (가평 설악면) 순메밀 막국수 두 그릇 잽싸게 먹고 먹었다. 슴슴한 육수, 공들인 양념. 아주 괜찮은 집이다.
부흥식당 (용대리) 황태정식. 찬이 무척 많고 뼈를 손질한 황태와 더덕을 철판에 차려나온다. 황태국도 전통적인 맛으로서 아주 잘 하는 집이었다. 남은 황태,더덕은 가져간 작은용기에 싸 왔다. 하루 지나고 먹었는데 아주 맛있었다. 이 집 최고다.
강릉횟집 (가진항 회타운) 물회 1인 15천원. 2인부터. 물회 양 실화? 도다리 세꼬시와 해삼 멍게들로 보울을 가득 채웠다. 세꼬시는 마치 생선국수같은 느낌. 국수 다섯 덩이 주셔서 말아 먹었다. 먹다먹다 배불러 남겨 포장했는데 점심으로 또 배불리 먹었다.
홍천시장의 발견
기린면 마트 사장님이 추천해주신 메밀전병 파는 홍천중앙시장. 동문으로 들어갔더니 한 집이 파장했다. 좌판 할머니께사 알려 주신 다른 집. 8개만원. (홍천 시장 보니 수입메밀은 8개, 국산 메밀은 5개로 파신다) 배추/동태전 합해 2만원어치 주문했더니 동부통전 두 장을 덤으로 주신다. 동부콩전은 목 메일 줄 알았는데 깔끔.
집에 와서 명태전 먹었는데 놀람. 포삭한 느낌 전무하고 탱글함. 메밀전병이 압권. 평창이나 영월에 비해 소박한 내용물, 하지만 계속 먹어도 질리지 않는 기본기 탄탄한 맛. 평창 것은 만원어치 먹는데도 조금 질렸었다. 속편함으로 최고인 곳이다. 홍천.
북문으로 나가면 신축시장이 또 있다. 메밀전집은 그쪽에 많았다. 써니네에서 만두와 감자떡 사고 돌아오는 코너에서 우리밀 약과를 샀다. 약과 맛 환상. 만두는 맛있지만 메밀전병 속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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