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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18 북유럽, 발리

2018발리 9.울루와뚜 비치 탐방(8.12)

by Anakii 2018. 8. 16.

8.12(일) 울루와뚜

아침 7시 반에 일어난다. 아저씨가 밖에서 보스락거린다. 누워서 만화를 보다가 장비를 챙겨서 8시 반에 나간다. 오늘은 서쪽의 해안들을 돌아 보려고 한다. 울루와뚜 사원 쪽 길로 돌아서 올라간다. 이 길이 한적하다. 아침이라 시원하다. 어디에서 밥을 먹을까 계속 살피면서 간다. 어젯 밤에 먹던 식당은 문을 닫았다. 오늘이 일요일이라 이슬람 식당은 쉬는가 싶다.

좀 더 달리다가 막 반찬을 만들어 놓은 와룽(하피드자 와룽)을 발견했다. 아침식사로 나시 짬뿌르를 먹는다. 영어도 잘 못하신다. 일단 먹고 싶은 것을 손으로 짚는다. 남편은 큰 메기 튀김 위주로 나는 작은 고등어 조린 것을 중심으로 골랐다. 나물도 생선도 아주 맛있었다. 커피가 안된다고 해서 이곳 사람들이 많이 먹는 아이스 티를 시킨다. 맛이 달달하다. 정말 푸짐하게 잘 먹었다. 총 5만이다.

▲ 하피드자 와룽의 메뉴판

 

든든하게 먹고 달린다. 길은 아침부터 늘 막히고 복잡하다. 울루와뚜의 대형 수퍼인 니르말라 슈퍼마켓에 간다. 물건 값들이 이제 현지 수준이다. 배가 아파서 화장실에 다녀왔다. 머리끈을 사고 대충 가격들을 살핀다. 우리나라에 가기 전에 여기서 필요한 것들을 사야겠다.

다시 부지런히 달린다. 날이 덥고 쨍하다. 뒷자리에서 내가 네비를 하면서 가야 한다. 네비는 대로를 벗어나 동네길, 공터 사이의 작은 길까지 참 다양하게 안내한다.

테갈 왕기 비치(Tegal Wanggi beach)는 길가에 적당히 오토바이를 세우고 작은 소로로 들어가면 된다.  금새 엄청난 벼랑이 나온다. 조심하지 않으면 옆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벼랑 옆에  안전한 바도 없이 그냥 길이 나 있다. 해변으로 내려가 수영을 하지말라는 경고만 붙어있다. 물이 들어와서 해변이랄 것이 보이지 않는다. 작은 길로 내려가면 파도가 크게 밀려오는 곳에 작은 공간이 있다. 구경하다가 올라온다.

▲ 테갈 왕기 비치

다시 달린다. 해가 뜨겁다. 해변에 다다를 무렵 니르말라 슈퍼에 간다. 제법 크다. 여기에는 다양한 머리끈이 많았다. 맥주와 트라왕안에서 먹던 정글쥬스, 머리끈을 산다. 수퍼 앞 의자에 앉아 쥬스와 맥주, 가지고 간 과자를 먹는다. 더운 날이다.

발랑간 비치(Balangan beach)에 왔다. 서퍼들이 많다. 모래도 곱다. 작은 해변이다. 나무 그늘 밑에 자리를 잡는다. 파도가 높아서 들어갈까 고민한다. 더우니까 몸을 시원하게 하려면 들어가는 게 낫다. 파도가 높고 바다가 금방 깊어지기 때문에 조심해서 멀리 가지 않도록 수영한다. 파도에 둥실 둥실 떠다닌다. 사실 상 수영을 하기는 어렵다. 물도 차다. 잠깐 수영해 보다가 나온다. 다시 떠난다. 길을 찾지 못해 우왕좌왕한다. 한참 나갔다가 다시 되돌아 오기도 하다가 거의 길이 파이고 엉망인 도로로 접어든다. 그러다가 갑자기 대형 골프 파크가 조성한 넓은 길이 나온다. 고급 호텔들도 많다.

▲ 발랑간 비치

약간 헤멨지만 드림랜드 비치에 온다. 주차료를 내고 세운다. 여기는 입구부터 작은 관광지 분위기이다. 바다로 연결되지 못한, 그래서 정말 다행인 흑갈색의 오물스러운 하천이 있다. 물속이 아예 보이지 않는다. 똥강이다. 상가 입구에서 버터구이 옥수수를 사서 먹는다. 바다에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발랑간보다 파도는 더 세다. 해안까지 동그랗게 말리며 들어오다가 부서진다. 사람들이 거대 포말 밑으로 기어 들어가며 잠시 놀다가 나온다. 바다에서 버티는 자들은 서퍼들 뿐이다. 보기에는 멋진 파도지만 들어갈 생각이 안난다. 잠시 파도 구경만 하다가 나온다. 약간 피곤해졌다.

▲ 드림랜드 비치

이번에는 임파서블 비치라는 곳에 온다. 길이 우리 숙소와 점점 가까워진다. 뭐가 임파서블인지 궁금하기는 하다. 주차하고 좁은 건천 옆을 지나면 바로 내리막 벼랑이다. 작은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믿기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물은 충분히 사람들이 들어갈 만큼 얕다. 해변은 한적하고 좋았다. 바위 그늘 밑의 작은 공간에 짐을 두고 바다에 들어가 본다. 그런데 가도 가도 무릎 정도도 안되는 바다가 계속 펼쳐진다. 이런 게 임파서블하다는 건가보다. 수영을 할 수가 없다. 얇고 넓게만 펼쳐진 바다다. 서퍼들도 파도가 멀어서 접근할 수 없다. 보기만 예쁘다. 그래서 사람이 없다. 여러가지로 임파서블이었다.

▲ 임파서블 비치

그냥 우리 동네의 술루반에서 놀기로 한다. 이제 익숙한 동네 길이다. 달리다가 작은 와룽을 본다. 아침에도 와룽이 워낙 맛있었다. 그리고 기다리지 않아도 금방 먹을 수 있다. 늦은 점심이 되었다. 나시 짬뿌르 2개를 먹는다. 새우, 참치, 전갱어, 닭과 각종 반찬들이 다 너무 맛있다. 완전 우리 입맛이다. 저녁에 해산물 스페셜 구이를 먹으려고 했느데 이걸로 충분하다. 이 분들은 영어도 모르셨다. 옆에 있는 현지인을 통해 물어서 아침 9시에 열어서 오후 3시에 닫는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가 맛있다고 하니까 좋아하신다. 겨우 2인분이 40이다. 내일 아침도 먹으러 올거다. 숙소와 가깝다.

든든하게 먹고 술루반에 온다. 주차하고 내려간다. 사람들이 정말 많다. 어제보다 물이 약간 더 높이 들어오긴 했지만 역시 거대 수영장이 생겼다. 날이 너무 맑아서 남편은 물이 더 탁해 보인다고 한다. 바닥을 손으로 짚다가 뭔가 따끔하게 박혔다. 여기 올 때마다 우리 둘 다 유리질에 찔렸다. 손가락에 하얗고 얇은 것이 박혔다. 뽑으려다가 살에 박힌 곳의 윗 부분이 부러진다. 남편도 발에 뭔가가 박혔다. 짐을 두고 물에 들어간다. 어제는 날이 흐리고 물이 따뜻했다. 오늘은 빠진지 얼마 안된 때문인지 아주  차갑다. 몸을 안 움직이고 있으면 추워서 있을 수가 없다. 몇번 헤엄쳐 보다가 물 속의 물고기도 어제와 거의 비슷하고 너무 추워서 나온다. 자꾸 찔리는게 있어서 내일은 수영을 안할거다.

▲ 슬루반 비치

이제 바다는 볼 만큼 봤다. 5시에 숙소에 와서 샤워하며  모든 걸 씻고 밖에 넌다. 내일은 짐을 싸야 한다. 나는 한숨자고 남편은 만화를 본다.

6시 반에 나간다. 선셋 포인트까지 걸어가 본다. 제법 바닷가 쪽으로 한참 간다. 벌써 해는 졌지만 하늘이 불그스름하게 보기 좋다. 차와 오토바이들이 많이 들고 난다. 우리가 울루와뚜 사원의 공연장인 줄  알았던 곳은 식장이었다. 그 옆에 선셋 바에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정말 대단한 포인트다. 절벽 아래에 양 옆으로 멋진 바다 전경이 광활하게 펼쳐진다. 최고의 포인트다. 낮에 와도 멋지겠다. 구경하다가 다시 걸어 나온다. 완전히 어두워서 희끄므레한 길을 따라 조심히 걸어 나왔다. 수리야에 가서 똠얌꿍과 소고기밥을 시킨다. 맥주도 마신다. 똠얌꿍은 완전 묵은지를 넣은 김치국 맛이다. 소고기 밥도 좋았다. 아이스크림 하나 사먹고 온다.

▲ 저녁의 선셋 포인트

숙소의 썬베드에 누워 별을 보았다. 남편은 화성이 각별하다고 한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읽은 '화성의 공주'라는 소설 때문에 화성이 뭔지 궁금했었다고 한다. 하늘에서 화성을 볼 수 있는 이곳이 그래서 더 신기했나 보다. 전갈자리와 남두육성, 목성, 토성, 금성, 악투루스, 스피라, 남삽자성 등 참 많은 별자리를 새로 보았다. 길리섬에서 볼 때와 하늘은 같은데 누구는 죽고 누구는 살았다. 지진 난 저녁 나대지에 누워 하늘을 보던 때가 생각난다. 땅은 계속 흔들리고 하늘에 별은 많고. 새벽에는 오리온과 달과 북두칠성의 일부가 보였다. 샤먼 아저씨는 괜찮으신지, 길리섬의 그 사람들은 다 어떻게 되었나 싶다. 쓰나미의 공포에 떨던 아저씨와 사람들 모습도 떠오른다. 낮에 수퍼에서 정글쥬스를 살 때도 트라왕안의 그 가게가 생각났다.우리는 인도네시아 쓰나미도 난지 며칠 후에 갔었다. 네팔 지진도 다녀온 지 몇달 후에 났고 하와이 화산 분출도 마찬가지다. 이번에는 어쩌다 지진의 중심에 있었다. 모든 게 꿈같다. 내일 모레 간다는 것도 실감이 안난다. 내일은 오전에 울루와뚜에 가고 점심에는 시내 맛집에 갔다가 대형 수퍼에서 살 것을 챙길거다. 짐을 싸야 한다.

아침 50(나시 짬뿌르 46, 아이스티 4), 머리끈 10,
수퍼 52, 드림랜드 비치 주차 5, 옥수수 10, 점심 나시 짬뿌르 2개 40, 술루반 주차 3, 저녁 수리야 110(소고기 밥 49, 똠얌꿍 30, 맥주 32), 아이스크림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