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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둔대2기(06-08)

2007-05-20 교사대회 다녀왔습니다.

by Anakii 2007. 5. 20.

 

▼ 이 사진부터는 제가 찍은 것이 아닙니다. 다른 선생님이 찍으신 사진을 인터넷에서 구했죠.

한미FTA협상 타결과 FTA체결로 인해 가장 피해를 보는 분야가 농업. 우리나라 최대 농업지역이라 하면 아마도 영산강 유역의 전남지역일 것이죠. 그래서 이번 18주년 전국교사대회는 전라도 농민들의 FTA반대 투쟁에 힘을 같이 하고자 나주에서 치러졌습니다.
덕분에 왕복 9시간의 버스여행을 해야 했지만 서울에서 치러지던 교사대회때마다 차를 전세내서 힘들게 올라오시던 지방 선생님들의 모습을 봐 왔던 지라 이번엔 우리가 힘들게 내려가는 것도 당연하지 않나 하는 마음이 들었죠. 

전라도는 혁명의 고장 답게 진보적인 성향이 강한 곳이고 전교조 활동도 활발한 곳이어서 마음이 저절로 편해졌답니다. 나주는 꽤 작고 평온한 고장입니다. 거리를 조금 둘러 봐도 별 볼 것 없는 작은 소도시. 전형적인 농촌도시네요.아마 전국차원의 이런 큰 행사는 처음이 아니었겠나 싶습니다. 
도착하자 우리를 반겨 주는 건 전교조 전남지부와 나주지회에서 걸어놓은 환영 현수막이었습니다. 조금 일찍 도착해 점심을 먹고 나니 속속 다른 지역의 선생님들이 버스를 타고 도착하십니다. 한적한 시가지가 전국에서 오신 선생님들로 북적댑니다. 아마 이곳 식당들 대목 잡았을 거예요.

점심식사는 6천원짜리 백반이었지만 정식모냥 한 상 가득이 차려옵니다. 참게장 같이 비싼 반찬도 더달라고 하니 두말않고 더 주십니다. 이게 바로 푸짐한 전라도의 식문화겠지만 모든 음식을 다 먹을 수 없어 음식이 많이 남게 되는 건 아깝다는 생각입니다.
밥을 먹고 나서도 시간이 남아 한옥인 식당 마루에 차분히 앉아 있었습니다. 이곳 남도는 장미도 엄청나게 크네요. 거의 대접사발만합니다. 환경이 좋으니 이리도 커지나 봅니다.

교사대회는 영산강 둔치 운동장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교사대회의 슬로건은 "교육양극화 해소", "농어촌교육 정상화", "한미FTA반대"의 세가지로 압축됩니다. 모두들 농촌의 실정과 맞닿아 있는 내용들이어서 이렇게 남도 나주에까지 가서 치르게 되었군요.
먼저 전남교육주체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길래 잠시 관중석에서 쉬고 있노라니, 따가운 햇살이 사정없네요. 
조금 있다 교사대회가 시작되고 모두 자리를 이동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참가한 것 같네요. 나중에 인터넷에서 확인해 보니 7천명이었다 합니다. 물론 전남지부 선생님들이 전체 지부중 가장 많이 참석하셨구요. 처음으로 지방에서 열리는 교사대회라 1달 전부터 준비하느라 고생이 많으셨을 텐데, 제법 짜임새 있게 진행 되었습니다. 각 지부를 소개할 때 마다 단상 위에서는 해당 지부 조합원들을 환영하는 문구가 바뀌었는데, 한글자 한글자 직접 사람이 들고 바꾸는 거라서 소개하는 속도랑 잘 맞지 않아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이번 교사대회. 제 입장으로는 힘을 좀 받아보자 하고 참여한 거랍니다. 명품선호, 부동산 투기가 판치는 대한민국. 노력해서 차근차근 꿈을 이루어나가는 것이 바보같이 되어 버리는 황금만능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아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전해주어야 좋을지 모르게 되는 아노미 현상을 절감하고 있었거든요. 

민중의례 중 묵상을 하는데, 제 이런 마음을 대변이라도 해 주듯 '빙산과 같이 나아가자' 란 글귀가 나오더군요. 제아무리 폭풍이 치고 바다가 험해도 대부분을 바다 깊은 곳에 담그고, 오로지 거대한 해류의 흐름에 스스로를 맡기면서 진로를 바꾸지 않는 빙산처럼, 세태가 어떻게 바뀌고 현실이 어떻게 바뀔지라도 꿋꿋이 민족,민주,인간화교육의 기본 이념에만 전념하고 나아가라! 고요.
그리고 우리는 진정 근본적인 고민을 하고 있지만 고민만 할 뿐 스스로 실천하고 있느냐? 라는 준엄한 질책 또한 나옵니다. 

맞는 말입니다. 세태를 비관하느라고, 세상을 원망하는 마음이 앞서 마음이 흐려졌던 부분이 제게도 분명 있었습니다. 울컥, 눈물이 나오려고 했지만 가까스로 참았습니다. 창피해서였지요.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다가 본질을 놓쳐 버린 것도 많았구나... 란 생각에.

교사대회 자체는 다소 지루하게 전개되었습니다. 18년동안 거의 바뀐 것이 없네요. 문화공연, 내빈 소개, 축사, 연대사, 연대공연, 상징행사(살풀이,길놀이)로 진행되는 같은 틀입니다. 
이런 지루함에도, 따가운 햇볕 아래에도 선생님들은 자리를 꿋꿋하게 지키고 있었습니다. 불평도 거의 없구요. 전국의 동지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이 모든 불편을 상쇄해 주고 마냥 즐겁게 하는 것 같긴 하지만, 아무래도 진행 방식이 좀 바뀌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은 드네요. 

교사 대회 끝나고 차를 타러 주차장에 와 보니, 엄청난 수의 버스가 운집해 있었습니다. 앞 차가 빠지지 않으면 나가지도 못하는 상황. 게다가 우리 차 앞엔 장내정리를 다 하고 빠져나갈 예정인 전남지부의 차가 떡 하니 서 있었죠. 오노!!
마침 경기지부에 근무하시는 이성 선생님께서 홍어무침을 한 박스 사 오셨길래 지회장 강수형이, 앞 차 빠지는 거 신경쓰지 말고 홍어무침이나 먹자 하여 다 내려서 근처의 풀밭에서 먹는 홍어무침. 아직 삭지 않아 밋밋했지만 다들 종이컵에 담아 맛있게 드셨습니다. 
한참 먹다 보니 차는 하나 둘 빠졌는데, 그러다 보니 우리 차가 경남지부 차를 막고 있었죠. 빼 줘야 되지 않을까고 물어 보니 강수형은 
"경기가 아직 안가는데 가까운 경남이 갈 수 있냐?" 하면서 웃네요. 결국 경남지부 차는 다른 차들이 빠진 틈으로 후진해서 출발했죠.

다들 갈 길이 바쁘겠건만, 복잡함으로 인한 신경질은 어디에도 없더군요. 
우리 군포지회가 거의 가장 늦게 출발했기에 안 사실인데 그렇게 버스들이 나갈 통로도 없이 주차장을 꽉 메웠건만 경적 소리 하나 들리지 않으면서 차례차례 신속하게 빠져 나갔습니다.

역시, 

일부러 시간을 내어 남도의 끝자락 나주교사대회에 참여할 정도라면 서로간에 느끼는 동지애는 남다를 듯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