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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둔대2기(06-08)

2007-05-17 정말 간만에 갔다온 하이킹

by Anakii 2007. 5. 17.
며칠 전에 집앞에 노상 자전거 수리아저씨가 왔길래 3년을 지하주차장에서 쳐박아 뒀던 자전거 두대를 손 봤다.
자물통을 거꾸로 끼우는 바람에 쇠톱으로 잘라내야만 하는 상태가 되어 방치되었던 자전거. 척 보기에도 녹이 빨갛게 슬어서 누가 가져가래도 안 가져갈 상태였다. 게다가 지하주차장에서 묵느라 뽀얗게 앉아버린 시멘트먼지.
덕분에 다른 자전거는 손을 좀 탄 것 같았는데 내 자전거들은 이상무네.

수리아저씨께 가지고 가서 녹을 닦아내고 기름을 치고 브레이크 손 보니 어라? 버릴것 같았던 자전거 두대가 그럴싸하게 되었잖아?

오늘은 퇴근 후에 경아씨랑 반월 저수지로 하이킹을 다녀왔다. 퇴근 후엔 집에만 방콕한지 몇년짼가. 사실, 이렇게 하이킹 간 게 대야미 이사오고 나서 6년만에 처음이다.  자전거 타고 나가다 만나는 아이들이 반갑게 인사하는데, 이제야 진짜 이곳 주민이 된 걸까. 

반월저수지까지는 걷기엔 먼 거리지만 자전거로는 15분 정도 걸렸다. 딱 좋은 거리라 생각했는데, 반면 조금 가깝다 싶기도 해서 내친김에 반월 바로 앞에서 대야미로 들어오는 길까지 갔다 오자고 하여 반월가는 시골길을 달렸다. 찻길로 가면 재미없는 길이지만 이렇게 저수지를 돌아 반월가는 길은 무척 정겹다. 물론 차로도 몇 번 와 보긴 했지만 차로 달리는 것과 자전거로 지나치는 건 질이 다르다. 차 몰 땐 뵈지 않았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너무 빨리가면 길가에 핀 들꽃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듯이 전혀 새로운 느낌을 받게 된다.

반월 시내 가기전 좌회전해서 새로 난 길 (자동차가 거의 안다니는 길. 주로 가을에 고추말린 것 널어놓는 용도로 쓰인다 -_-;;)을 달리는데 내 자전거 바퀴가 심상찮다. 소리가 좌르르 나더니 이내 덜컥거리는게, 펑크가 났네. 
후후후... 집까지는 꽤 먼 거린데 내쳐 걸어보자 하고 자전거를 내려 걸었다. 이 길가 풍경은 반월역 건너 보이는 살풍경한 아파트를 제외하고는 꽤 목가적이다. 어디 먼 시골에 간 느낌도 나고.

길을 걷다가, 반월역 앞에는 혹시 자전거포가 있지 않을까 해서 지나가는 어르신께 물어보니, 역전엔 없고 농협 앞에 있다 하신다. 바로 건너편에 반월역이 보이길래 물어 봤다.

"혹시 저쪽으로 바로 넘어가는 길이 있나요?"
"저기 넘어가면 브릿지가 나와. 역으로 바로 갈 수 있어"

잘됬다. 이참에 한창 시골스러운 길을 걷게 되네. 산길을 따라 올라가는데, 나무에 가려 아파트가 보이지 않게 되자 영락없는 시골이다. 우리 집 주변에 이런 풍경이 있었다니.... 6년을 살면서 이런 것도 모르고 살았단 말야?

자전거포까지는 멀었다. 펑크난 자전거 끌고 털럭털럭 가는 길이라 더 그럴 것이다. 아마 자전거포 가는 대신 집으로 왔다면 학교까지는 왔었을 것 같다. ㅋㅋㅋ. 하체 운동 오지게 하는 군.

수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데 경아씨가 헉헉댄다.  나보다는 자전거를 잘 못타는 지라, 그리고 기어변속도 오늘 처음 해 본 거고 하니 오르막 내리막을 아무래도 좀 더 힘들게 오지 않았겠나. 집에 도달하니 8시30분. 6시30분에 출발해서 꼬박 두시간 걸렸다.
경아씨는 다리가 내 다리같지 않다고 툴툴댔지만, 재미있는 경험을 한 눈치다.

운동을 해야 해.

그리스여행 초기에 오히려 더욱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뚜벅이로만 다녔으니. 첫 3일 정도는 왜 여행을 왔나, 과연 일정을 마칠 수 있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지만 막상 시간이 지날 수록 적응되어서 오히려 마지막날에 가장 팔팔했었던 기억이 났다.

그래. 운동을 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