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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공부/IDEA

2002-03-29 적재적소에 배치된 거북이 컴퓨터

by Anakii 2002. 3. 29.
5교시라 아이들을 보내고 난 뒤 오랫만에 찾아온 여유,....
(하지만 어차피 땡땡이의 여유일 뿐. 찾아보면 해야 할 일도 몇 가지 있지만 지금은 그냥 미루고 싶어~~)

낡고 느려서 치워두었던 컴퓨터에서 글을 써 본다.

여긴 정보실이다. 여기 정보실엔 소위 말하는 빵빵한 컴퓨터가 많다. 솔라리스서버, 대우서버, 펜티엄3 웹 서버 파일서버 등등...
하지만 막상 내가 쓸 컴터가 없었다. 컴퓨터를 이리저리 배분하다 보니 정보실에 올 녀석이 없었던 것. 리눅스나 유닉스는 강력하긴 하지만 일반적인 작업을 하기엔 아직 불편하다. 그래도 지금까진 웹 서버에서 인터넷 서핑도 했었지만, 아무래도 ...

결국 선택된 것이 이넘이었다.

이넘은 펜티엄 200 이다. 학교에서 가장 느린 컴터. 그것도 학교 선생님 댁에서 발로 차여 고장이 나 버려진 뒤 이곳에 와서 메모리와 하드디스크 수술을 받고 겨우 살아난 넘이다.
이넘에 윈도 2000을 깔았더니 제법 잘 돈다. 소위말하는 MS최소사양... 혹자는 최소사양 가지고는 컴터를 제대로 못 쓴다 했지만, 난 이넘으로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
그래픽 할 게 아닌다음에야, 이걸로 충분하다. 느리긴 하지만 교무업무지원도 이넘으로 되고, 서버관리하는데도 짱이다.

거의 1년정도 치워져 있다가 이제서야 진가를 발휘하는 이넘..
집에서도 이 정도면 컴퓨터 작업을 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최고사양의 펜티엄 4를 고집하는 걸까?

이유는 간단한데.. 게임인 거다. 게임? 물론 이넘으로서는 벅차다. 쓰리디 겜은 슬라이드쇼로 변환해 보여주고, 투디에서도 화면이 물결친다..-_-;;
겜만 아니면 좋은 피씬데, 겜 때문에 고물이 된다.

가난할 때는 모든 것을 적재적소에 둠으로서 절약을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물질적 풍요는 그런 절약정신을 몰아내어 버렸다. 절약할 필요가 없게 만드는 거다.
하지만 또다른 문제가 있는데, 폐기물 문제다.
절약할 필요가 없으므로 버린다. 곧 폐기물이 된다. 이 폐기물들은 어디로 갈 것인가?

자본주의는 스스로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있는 주의인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