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먹거리에 대한 오해와 새로운 이해.

TRAVEL/국내여행 2021. 2. 7. 21:58    Print Friendly Version of this pagePrint Get a PDF version of this webpagePDF

'경상도 음식은 맛없다' 라는 편견. 나도 갖고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맛집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그런데...

풍기 하나로 마트 맞은편 황토골 인삼불고기에서 육개장(8.0)과 함흥 물냉(7.0)을 시켰다. 약간 짜지만 정갈한 반찬 몇 가지 나왔는데 특시 반찬 중 가자미가 발효된 듯 내 입맛에 안 맞는다. 경아씨는 잘 먹는다.

냉면과 육개장이 나왔다. 그런데 아니! 물냉에 고명으로 올라가는 고기 두께가 1cm는 된다. 다른 냉면집의 서너 배 두께다. 육수는 짐짐~하고 육향이 짙은 정통육수. 면은 정통함흥면. 고명으로 올라간 달걀도 맛이 뛰어나다. 육개장도 푸짐하게 들어간 고기의 맛이 혀를 때리고 육개장의 육수는 기본 베이스가 냉면과 일맥상통한다. 무슨 조선시대 양반댁에서 만들어 접대하는 냉면과 육개장같아서 감동했다. 식당에서 음식 먹고 감동한 건 흔치 않은 일.

하지만 나와 비슷한 평양냉면 매니아인 경아씨는 냉면 육수의 육향을 잘 못 느끼겠다고 했고 육개장은 허브인 방아가 살짝 들어간 것 같다고 입맛에 안 맞는다 한다. 나는 인생 육개장,냉면을 먹게 되었다고 먹으러 가자고 한 경아씨에게 고맙다고 했다.

영주의 막걸리

부석사 내려 와 풍기읍 하나로마트에서 구입한 영주 지역 브랜드 막걸리 두 병 맛을 봤다. 영주 생탁과 선비주. 둘 다 정말로 깨끗한 맛에 단맛이 적다. 품위가 있네. 잡향 하나도 없다. 영주가 양반의 고장이라 음식들이 다 이런 것일까?

봉화 시장의 사계절 식당. 봉화 시내에는 리뷰가 인상적인 식당 하나 없다. 그나마 리뷰가 있는 강원반점에 가려다가 시장을 둘러보던 중 맛있어 보이는 사계절 식당에 갔다. 소머리국밥(한우,7.0) 과 뼈해장국 (국내산,7.0)을 주문했다. 김치 깍두기가 시원한 맛이고 국밥 맛이 깨끗하다. 뼈해장국도 담백한 맛이어서 놀람. 보통 진하고 걸쭉한 맛을 내는데 이곳의 뼈해장국은 담배하고 고소하다. 품위 있네.

해저 만회 고택에서 웰컴간식으로 내 주신 구운 밤. 냄비에 구웠는데 밤을 싫어해서 먹지 않는 내가 경아씨가 까 주는 밤을 덥썩덥썩 먹을 만큼 맛있다.마치 앙금같은 맛이다. 이런 맛의 밤은 처음 먹어 본다. 경북의 음식 첫 인상은 원더풀! 경북에서도 최북단이라서 그런지 강원도출신인 내 입맛에 완전 딱이다. 오히려 관광지인 강원도에 비해 경북은 전통에 더 접근해 있다는 느낌! 아침에 여쭤 보니 집 뒤 토종 밤나무에서 딴 밤이라고 하신다. 

고택의 관리자분께서 추천하신 봉화송이식당. 10시20분에 들어가 송이소고기국밥(8.0) 두 개를 주문했다. 여섯가지의 담백, 정갈한 반찬이 나왔다. 국밥은 소머리국밥 기본에 송이버섯이 두 조각 쯤 들어가 있다. 국물에도 송이 향이 무척 진하고 베어 물면 진한 송이 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국의 배추를 건져 먹는 것도 별미. 배추만 먹다가 소고기 머릿고기를 먹고 감탄했다. 진하게 혀를 때리는 소고기다. 밥과 반찬, 국밥을 천천히 먹으며 음미했다. 이곳 역시 봉화 스타일 맛집.

영주 랜떡

랜드로바 매장 앞의 떡볶이집이라고 랜떡이라 부른단다. 말랑말랑한 가래떡 떡볶이 3개 천원. 어묵 3개 천원. 튀김과 떡, 어묵을 양념에 무쳐 4천원어치 주문했더니 푸짐하게 슥슥 더 담아 그릇에 가득 주셨다. 양배추가 양념으로 많아 달달하고 매콤. 떡 퀄리티 최상이다. 맛집이네~~

안동국시

안동국시를 먹었다. 허영만님의 백반기행에 나온 정통 국시집(옥동손국수)인데, 날콩가루 섞어 반죽하여 우리 입맛에는 잘 적응이 안되었다. 손국수를 주문하면 먼저 쌈밥처럼 쌈과 공기밥, 돼지고기를 포함한 기본찬이 나오고 국수가 이어져 나온다. 백반만으로도 충분히 맛있는 집이다. 모든 반찬이 담백하고 맛난다. 하지만 국수. 뭔가 이질적인 향이 계속 나는데 우린 그걸 생밀가루 냄새라 생각했다. 알고 보니 날콩가루가 면반죽에 쓰여져 나는 냄새. 

쌈밥과 국수를 다 먹으려니 도저히 배가 불러서 못먹겠다. 부득이하게 남겼는데 옆 테이블 분들은 밥, 국수를 다 드시고 파전까지 주문해 드신다. 다른 지역주민들도 모두 주문하는 것이 손국수. 우리와 같다. 지역주민들은 무척 즐겨 드신다. 

한국음식문화 페이지에 보니 안동 지역의 귀한 손님접대음식인 국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내 입맛에 안 맞는 건 내 입맛의 문제로구나. 정통 안동국시 식당에 잘 다녀 왔군.

안동의 성전식당

허영만의 백반기행, 백종원 3대천왕에 나왔다. 직접 담은 된장으로 만든 된장찌개 백반(8.0)가 탁월했다. 고소한 고등어구이는 된장찌개의 기본 찬이다. 김치찌개는 돼지고기 김치찌개다. 지역 맛집인데 꽤 푸짐한 고등어구이를 너무 많이 먹어서 한참 고등어 냄새로 힘들었지만 맛집임엔 분명. 최소 주문 2인분인데 고등어 한 마리를 주시기 때문인 것 같다.

경북 여행에서 느낀 건, 음식점들이 제 고장 맛을 제대로 지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울,경기 사람들 취향의 달고 감칠맛, 전리 취향의 짙고 풍부한 맛에 지친 내게는 최고의 선물이다. 재료의 맛을 최대한 살리며 간을 적게 하여 슴슴하게 편안하게 몸에 스며드는 맛. 

이게 경북의 맛이구나. 

(여행 말미에 수정) 아니, 이게 맛집의 맛이구나. 

여행 말미에 벌교 보성식당의 삼겹살백반, 담양 우리식당의 죽순된장찌개 정식 둘 다 그랬다.  경북이든 전남이든 진짜 맛집은 간을 적게 하여 최대한 재료 맛 살리고 속 편하게 음식을 만들어 내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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