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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2010/07/20 서울 구경

by Anakii 2010. 7. 21.

올 여름엔 해외로 나가지 않는다. 왜일까. 아무래도 진이 빠진 것 같다. 여행을 그리도 좋아하던 경아씨, 김포 교직생활 6개월 만에 여행 이야기를 접다, 왜일까.

대신 국내 뚜벅이 여행을 준비해 본다. 서울/부산/경기 등등등. 오늘 고른 코스는 서울 광화문과 정동 주변.

 

말로만 듣던 조계사에 들러 보니 봉은사 못지 않게 4대강 반대의 목소리가 높은데, 대웅전에는 유달리 기도하고 절하는 아주머니들이 많다. 잠깐 불상께 인사드리러 들어가다 기둥에 붙은 글귀를 보고 이내 돌아 나왔다.

그렇다. 이건 수능 합격 기도다. 조계사의 선지식들과는 달리 난 생각이 짧아 전혀 알지 못한다. 저 모습들에 어떤 불심이 있는지를.



조계사의 불교 박물관은 재기넘치는 불상들로 유쾌하다. 탑을 쌓을 때 그 안에 발원문이나 불상을 넣는구나. 아, 그래서 탑 하나를 절 한채라고 하는구나. 박물관을 나와 바로 옆엔 갑신정변의 그 장소, 우정총국이 있었다. 인증샷만 찍고 퇴장했다. 무척 덥다

저녁식사차 들른 곳은 남도식당. 연탄삼겹이 유명하대고, 선지국이 무제한 리필이며 간단한 정식(5천원)이 있다더니, 정식과 선지국은 사라졌다. 경아씨, 나 두명이 연탄삼겹2인분(1인분은 불가)과 김치찌개 1인분을 시켜 그 깔끔한 맛에 놀라며 맛있게 먹고 나왔다. 정말 깔끔 담백하다.

이집 김치찌개는 나도 한번 집에서 끓여보고싶을 정도다. 양파,김치,파,생돼지고기몇 점, 두부, 물 이렇게 풍덩 빠뜨려 놓고 냄비에 걍 끓인다. 그러면 심심하지만 원초적인 맛을 끌어내는 김치찌개가 만들어진다. 잡다구리들로 맛을 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하지만, 물론! 저 물이 그냥 물은 아니겠지... 어찌 만들었을꼬.

배를 채우고 나니 좀 힘이 난다. 광화문 앞길에선 이순신 장군이 분수 사이를 천방지축 뛰어노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계셨다. 광화문 중앙 도로를 이렇게 시민에게 개방한 건 참 좋다!!! 만, 길 가운데 이런 삭막한 콘크리트 바닥이 다 무얼까. 나무를 심었더라면...

덕수궁 가는 길엔 성공회 서울교구 성당이 있다. 들어가 볼 수 있냐고 관리자분께 물으니 대성당은 문을 닫았고 지하성당을 안내해 주셨다. 아무 장식이 없는 돌기둥의 깔끔한 교회당. 자그마한 파이프오르갠. 이거다. 교회당은 이래야한다. 뭔 장엄구니 금박이니 요란뻑적지근하게 장식을 한단 말인가. 단순하고도 성스러운 분위기에 취해 잠깐 쉬다 나왔다.

 덕수궁 중화전은 대한제국이 황제국임을 나타내듯 노란색이 많다. 천정의 용은 역시나 오조룡. 황제국임을 나타내려는 거였겠지. 제후가 없는 황제국이라 코웃음이 나지만 열강에 둘러싸인 망해가는 나라의 마지막 키잡이였던 고종께서 내린 결단은 지금 우리가 재단하기엔 너무나 큰 고뇌를 가진 것일게다.


난 우리 궁궐에서 두 가지가 무척 좋다.

하나는 추녀의 라인. 중국 이하 동남아시아의 그것들처럼 발랑 까지지도 않고 직선도 아닌 은은한 들림. 은근한 뽐냄을 좋아한다.

은 어수룩하고 익살스러운 서수들의 모습. 궁궐을 지킨답시고 계단마다 조각되어 있는 상서로운 동물들. 북경 자금성의 동물들이 한껏 험상궂은 인상으로 내방자를 노려보는 반면, 저런 익살스런 얼굴로 뭘 지키겠나 싶지만 그게 바로 내재적인 힘이다.

난 이렇게 익살스런 서수들과 100% 동일한 서수를 앙카라의 아나톨리아 박물관에서 본 적이 있다. 그 유적의 주인공은 바로 철기시대 최강의 민족 힛타이트다.

워낙 강대하니 인상을 쓸 필요가 없는 여유로움이 넘치는 서수들. 그들과 동일한 표정의 동물들이 유일하게 우리 궁궐에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덕수궁을 나오니 7시가 훨 넘었다. 종로길로 걸어 와서 신촌행 버스를 타고 신촌에서 강화행 3000번 버스를 탔다. 이 버스의 대박인 점은 바로...우등버스란 점이다. 넓찍한 좌석 시원한 내부. 그리고 경이적인 가격 2000원. 크하하~ 집까지는 2시간 남짓의 시간이지만 내 차 안타고 넘이 운전하는 차를 평생동지와 함께 잡담하며 오는 길은 전혀 피곤하지 않다.


오늘의 앨범 (폰카로 찍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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