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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2010/08/11 무안,목포

by Anakii 2010. 8. 20.

11:00 부안 계화회관도착 (백합죽*2 + 백합전) ▶ 13:20 목포대 도착 승달산 등산 예정-더워서 포기 ▶
14:10 무안 백련지 도착 ▶ 15:20 백련브로이 (맥주) ▶ 16:20 두암식당 (짚불돼지고기 *2 + 게장비빔밥) 칠게를 갈은 게장의 맛이 일품! ▶ 18:00 목포 유달산 등산 ▶ 19:50 코롬방제과 (팥빙수) ▶ 20:30 만화슈퍼에서 옛 동네 어른분들 만남 ▶
21:00 강진으로 출발, 강진 가필드 모텔 도착 (인터넷 등 모든 시설 완비됨)




 아침 8시, 교통체증을 피하려고 출근 직후로 잡은 출발 시간, 과연 정체로 악명 높은 외곽순환 중동도 슬쩍 통과하고 서해안 고속도로로 접어들어 줄곧 120km 로 내달려 11시에 부안IC를 통과했다. 서해안고속도로를 찰스(14살된 우리 애마, 아토즈)로 가는 데 좋은 점이라면, 무리없이 속도를 내기만 하면 과속 카메라 스트레스가 없다는 것. 어차피 130km를 넘어서면 찰스에 조금 무리가 느껴지니까.

 

첫 도착지는 계화회관. 백합요리로 유명한 곳이다. 부안에서 채석강 가는 방향으로 읍내를 빠져나오면 바로 보인다. 도착한 시간엔 손님이 별로 없었는데 조금 지나니 여러 가족들이 이곳을 찾는다. 특히 연세 지긋한 어르신과 자식들이 함께 차로 와서 백합죽만 시켜 드시고는 가시는 걸 봤는데, 음식으로 지역에서 확실하게 인정을 받고 있다는 증거다. 늦은 아침 식사로 백합죽(7천원) 두그릇과 백합파전(8천원)하나를 시켰다. 큼직한 파전은 백합을 듬뿍 넣었고, 반죽을 백합 우린물로 했는지 살짝 쓴 맛이 느껴질 정도로 무척 진했다. 크림같은 느낌의 뽀얀 백합죽도 진하지만 뒷맛은 깔끔했다. 식사를 마치고 주변의 작은 가게에 들러 부안 생막걸리를 하나 사서 부안을 떴다.

 

다음 목적지는 무안의 백련지, 승달산, 두암식당이다. 동선으로는 가장 북쪽의 두암식당이 먼저지만, 배가 너무 많이 불러 먼저 승달산을 등산하기로 했다.

등산길로는 목포대학 정문이 좋다길래 일단 목포대로 향했다. 목포대로 가는 1번국도는 고속도로처럼 쫙 뻗어 있다. 서울-목포간이 1번 국도가 된 건, 일제강점기때인데 당시의 목포는 지금의 부산보다 더욱 중요한 도시였기 때문. 전라도의 풍부한 쌀을 효과적으로 징발하려는 목적이었다지.

목포대 정문앞 교차로에 서니 "◀ 승달산 3km" 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하지만 좌회전하면 바로 대학 정문인데???

"에라 모르겠다 표지판이 있으니 들어가나 보자"

무작정 들어가 보니 이 대학 신기하다. 대학 구내라는 느낌이 안들고 원래 도로가 있던 곳에 길 따라 건물을 세운 대학 같다. 완전 개방형 구조다.


등산로는 대학 건물이 끝나는 지점쯤 있었다. 차를 그늘에 잘 맞추어 세우고 등산, 아니 산책을 시작했지만 15분도 안되어 되돌아왔다. 32도를 넘나드는 날, 오후 1시 반에 둘이서 딸랑 우산하나 가지고 고무신 신고 산을 오르는 건 완전 무리. 잠깐 걸었는데도 진이 빠지려고 한다. 목포대를 나서며 차 안 에어컨 바람을 쐬니 그리도 시원할 수가 없다.

 

백련지로 가는 길 바닥엔 연꽃↑ 이라는 표지가 매번 보였다. 도로표지로는 의외인 예쁜 발상인데?


백련지에 도착하니 입이 떡 벌어졌다.  일제강점기에 조성한 방죽에 주민들이 하나 둘 연을 심으면서 만들어졌다고. 그래서 역사도 깊다. 97년부터는 연꽃 축제를 시작했다 한다. 매표소에서는 지난주에 축제가 끝났다고 아쉬움을 표하지만, 우리는 사람들이 북적이는 것보다 이렇게 한적한 것이 좋다. 방죽 가득이 연,연,연... 연꽃 사이로 다닐 수 있도록 무척 예쁜 탐방로가 있어서 드넓은 곳을 한시간 너머 걸었지만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다. 희고도 큼직한 백련꽃에 계속 감탄만 나온다. 군데 군데 쉼터도 잘 되어 있고 세계각지의 연꽃을 기르고 있는 온실은 덤이다. 특히, 표를 구입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백련지 자체를 즐기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는 점이 신선했다. 물론 표를 구입하고 입장하면  좀 더 가까이 연꽃을 즐길 수 있지만.


백련지를 나와 연 맥주를 만드는 백련브로이에 들렀다. 3천원짜리 맥주 두잔을 시켜 시원한 홀에서 마셨다. 쌉싸름하면서도 깔끔한 이 맥주의 맛이 여행의 맛이려니.
 

배도 쫌 부르고, 북쪽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와야 하지만 무안 소개책자에도 나온 두암식당을 빼놓을 수 없어 그곳에서 점저를 해결하기로 했다. 1인분에 한 석쇠분의 짚불삼겹살이 푸짐한 이곳은 곁들이 반찬 중 칠게장이 으뜸이다. 칠게장에 삼겹살을 푹 찍어 고추와 양파김치를 곁들인 쌈에 싸서 한 입 가득 넣으면 행복하다. 다 먹고 나서 삼천원하는 게장비빔밥을 시켰다. 국그릇에 밥과 더불어 앞서의 칠게장과 각종 야채, 참기름, 생계란이 담겨 나온다 썩썩 밥을 비비니 칠게장의 맛과 다른 재료의 맛이 절묘하게 조화된 최고급 비빔밥이 되었다. 남도 갯벌에 흔한 작은 칠게. 이것을 통채 갈아 놓으니 키토산은 물론이고, 게의 모든 영양분이 고스란히 몸으로 들어올테지.

식사 후 배도 꺼뜨릴 겸, 경아의 오래 된 추억도 되새길 겸 목포 유달산 등산에 나섰다. 노적봉이 있는 유달공원에서부터 등산이 시작되는데, 정상인 일등바위까지 계단으로 되어 있다. 이 등산로는 일제강점기때부터 있었다나. 무더운 날이지만 더위가 한 풀 꺾인 6시라 군데군데 있는 수돗가에서 손수건을 물에 축이며 올라가니 등산할 만 했다. 30여분 쯤 지났나? 최고봉인 일등바위에 올랐다. 서남해가 모두 조망되는 곳이라 멀리 아기자기한 다도해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마 우리나라의 여러 산 중에서도 정상에서의 풍광이 몇손가락 낄 산이 아닐런지. 아니, 조금의 노력으로 이런 경치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노력 대 만족감은 최고가 아닐까.
 


산을 내려와 코롬방 제과에 들러 팥빙수로 몸을 추스린 뒤 경아 외할머니댁이 있었던 골목에 가 봤다. 외할머니와 더불어 큰삼촌과 이모님들이 함께 산 곳인데 경아가 어릴 적 자주가던 만화슈퍼도 골목길에 그대로 있었고, 주인도 예전 그대로인데다경아네 집안을 기억하는 동네 아주머니 한 분도 계셔서 경아는 그분들과 한참 동안 추억을 나눴다. 

 

원래 오늘 숙소로 점찍은 곳은 해남 대흥사의 유선관이다. 그러나 유달산 등산 후 땀에 절은 온 몸을 쉬기에는 부족하지 않을까 싶어 목포에서 잘까 하다, 완도에 유명한 중국집에 가보고 싶어서 완도 방면으로 길을 잡고 2번 국도를 탔다. 한참을 국도 타고 가는데 내가 핸드폰 구글지도에서 봐두었던 해남가는 819번 지방도로 접어드는 표지판은 아무리가도 뵈지 않고 시커먼 어둠 속으로 쫙 뻗은 국도만 보인다. 직진 방향으로 강진,보성이라고. 이렇게 되면 그냥 지나치는 건 아닐까? 하는데 완도 방향 직진 표지판이 나왔다. 조금 안심하고 다시 가는데 아무리 가도 완도방향 우측으로 빠지는 길이 없고 계속 보성, 강진 직진만 나온다.  이게 뭔 일이냐.

나중에 보니 강진 다 와서 완도로 빠지는 곧은 길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땐 쫙 뻗은 국도에 질렸는지 그냥 강진에 숙소를 정하기로 맘을 돌려버렸다. 게다가 강진 근처의 주유소에서 강진에 대한 관광정보를 얻은 게 결정적이었다. 마침 청자 축제중이라네.

강진에 도착해 보니 청자축제를 실감할 수 있었다. 한산한 강진읍이지만 숙소는 꽤 붐벼서 약간 튕기는 집이 있는걸? 일반실을 특실이라 뻥~치고 현금만 받는다는 모텔을 나와 모텔이 조금 많은 곳의 가필드란 모텔에 숙소를 정했다. 급하게 에듀넷 자료분석팀 업무를 조정해야 하는데 인터넷이 잘 안되어 약간의 마찰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깨끗하고 모든 시설이 만족스런 곳이다.

 

오늘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바뀌는 여정. 우연 속의 경험. 무작정 여행의 참맛이 이런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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