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1일 자해.
'악!'
점심 준비하려 양파를 토막내던 순간, 톱니칼이 엄지로 깊숙히 들어왔다. 약0.5cm정도?
피가 솟구치기 전에 꽉 부여잡았다.
아프다는 생각보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에 지장이 을까 걱정이 먼저다.
꽉 부여잡고 있는데, 집에 약품이랄 게 없네. 포비돈 정도 바르고 밴드로 테이핑한 뒤 계속 음식을 만들었다.
점심 먹고 식곤증에 잠 자다 일어난 게 5시반.
아무래도 걱정이다. 이게 그대로 아물어 붙으면 다행이지만 그게 아니면 한참을 고생해야 한다.
약국 찾는 앱 설치하고 마송에 있는 약국 중 새천년약국을 찾아 전화했다. 1월1일이라 아무래도... 하면서.
"새천년약국입니다!"
다행히도 시원스레 받는 전화.
곧바로 차를 몰고 찾아가서 칼에 깊게 베였다 말했다. 그러자,
"그냥 아물리면 잘 붙지 않아 고생합니다. 어서 병원에 가서 꿰메세요. 저기 JS병원 가시면 됩니다."
JS병원 응급실. 수술대에 누웠다.
"좀 따끔합니다."
불주사처럼 아픈 마취 주사 두 방이 들어온다.
그리고 바늘이... 마취를 했는데도 통증이 엄습한다.
세 바늘을 꿰멨다.
"열흘 쯤 뒤에 실밥을 풀고요, 그 안에도 계속 소독하셔야 합니다."
어쩌나, 네팔에 가야 하는데...
"소독은 어떻게 하나요? 그리고 실밥을 제가 풀면 안되나요?"
"안됩니다. 감염이 올 수 있어요"
병원을 나와 새천년 약국에 와서 처방전을 드리며 어찌해야 하냐고 물었다.
"실밥은 직접 뽑으셔도 되어요.
단, 완전 아물어서 안 아플 때 뽑으셔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아프면 염증이 있는 거거든요. 소독은 포비돈 같은 걸로 하세요."
2015년 1월 6일 포카라
오늘 트레킹 들어 가야 하는데, 손가락은 별 무리는 없는 상태다. 이틀마다 포비돈 소독하고 거즈 붙이고 붕대로 감아 보호하는 중.
2015년 1월 12일 포카라
트레킹도 다녀왔고 꿰멘 지 12일 지났다. 눌러 봐도 아프지 않길래 호텔 옥상 밝은 곳에서 실밥을 풀었다. 실밥 매듭 한쪽을 자르고 세 바늘 중 가장 안쪽 실밥을 먼저 뽑았는데 욱신 한다. 나머지 두 개는 그냥 뽑힌다. 두 개가 있는 부분은 이미 굳은 살이 박혔다.
아물긴 했는데 깊이 패인 건 여전하다.
"이거 어쩌지?"
"굳은 살이 붙지는 않아, 그냥 두면 돼"
다시 이틀에 한번 꼴로 포비돈 소독하고 거즈 붙이고 주름밴드로 뭉쳐서 보호했다.
2015년 1월 19일 반디푸르
아문 것도 꽤나 진척된 것 같지만 여전히 패인 자국은 그대로다. 이젠 포비돈 소독 후 플라스터 밴드를 이용해 X자로 돌려붙이고 장갑을 꼈다. 한자플라스터 실버밴드가 유용하다.
2015년 1월 22일 카트만두
밴드를 풀어 보니 때 같은 찌꺼기가 많이 나온다.
굳은살이 삭았나? 물기를 묻히지 않고 에뮤오일을 바르면서 버텨 보다 보니 죽은 살이 때처럼 밀려 나오나 보다. 조금 밀어 내니 새 살이 보인다.
2015년 1월 25일 한국
밴드를 풀어 봤다. 굳은살은 사라지고 연약한 새살이 돋았다. 부드러운 살 보호를 위해 밴드를 다시 붙였다. 포비돈 소독 없이 에뮤 오일만 발라서. 대략 25일 만에 0.5cm의 자상이 치유되고 있구나.
새천년약국 약사님의 조언이 고마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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