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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둔대2기(06-08)

2007-10-13 도봉산 갔다 왔어요

by Anakii 2007. 10. 13.

2007년 가을. 도봉산 탐방하기

원문 http://anakii.anakii.net/india.anakii.net/CoreaTour/200710_dobong.htm

Album : http://anakii.anakii.net/india.anakii.net/CoreaTour/album01/200710_dobong.html


산행?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갑자기 산에 가고 싶었다. 그것도 험하기로 이름났다는 도봉산의 포대능선길. 장인어른 살아 생전에 자주 가셨다고 하는 곳인데 위험하고 험준한 산의 대명사처럼 말씀하셨던 그곳. 예전에 도봉의 맞은편에 있는 수락산에 동료들과 같이 갔다가 절벽의 바위에서 살짝 미끄러져 한마디로 '죽음의 공포'를 느껴 본 적도 있어서 그보다 더하다는 포대능선은 엄두도 못냈었다.

하지만 조금만 위험하면 바로 "금지" 를 달아버리는 지나치게 안전한 나라 한국에서, 어떤 곳이든 위험할 리 있으랴 하고 마음을 먹게 된 거다.

도봉산에 대해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었던지라, 나는 예의 여행할 때 처럼 등산로나 가는 교통수단이 뭔지 인터넷을 뒤졌고 경아씨는 역시나 아무 걱정이 없다. 우리나란데 뭐 걱정이야? 사람들에게 물어 보면 되지. 하는 게 경아씨 생각. 산에 대한 정보는 OK Mountain이라는 사이트 에서 찾았고, 등산로라든가 주의사항 같은 것은 다음의 토요북한산카페의 수도권 등산안내란에 등산로에 대한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어 일단 준비는 마쳤다. 조금 조사해 보니 도봉의 포대능선에는 몇 군데 위험한 곳이 있단다. 하지만 위험한 곳마다 와이어가 설치되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통에 휴일이면 정체현상이 생길 지경이라는 말 까지 보인다. 한 마디로 큰 문제는 없다는 이야기다.

인터넷에서 찾은 정보에는 2003년자 조선일보에 북한산 소개가 전면으로 나와 있었고 그 PDF파일을 구하려면 300원의 돈을 주고 사야 한댄다. 하지만 우리가 누군가? 어딘가있겠지...하여, 찾아낸 덩치 큰 PDF파일. 지나치리만큼 상세한 정보가 가득해서 등산하기에는 이것만 있으면 될 것 같았다. (등산로 부분에 약간 수정된 사항이 있지만 유용하기에 인포메이션 자료실에 올려놓았습니다)

망월사 매표소로

일단, 등산로는 아래와 같이 잡았다. 예상 시간은 5시간. 오는 길에 황학동에 들러 유명한 막창구이를 먹자 하니 해안이도 선선히 따라 나선다.

망월사역 - 망월사 - 포대능선 - 능선따라 자운봉 - 보문능선을 따라 도봉산 주입장구로 나오기

조금 늦은 시간인 9시에 4호선을 타고 종점 부근인 창동까지 간 뒤 1호선으로 갈아타 망월사 역에 내렸다. 바로 전의 도봉산역이 서울인데 반해 이곳은 의정부라서 사람들이 덜 찾는 곳이라 한다. 54km의 상당히 긴 기차여행이다. 대략 1시간 40분이 걸렸다. 창동에서는 도봉산으로 가는 사람이 꽤 많은 것 같다. 모두들 예의 그 뻔한 등산복(^^) 을 입고 차에 올라타니.

역에서 가는 곳을 물어 망월사 매표소까지 약 2km를 걸었다. 혹시 매점이 없을까봐 역 앞에서 주섬주섬 주전부리꺼리를 샀건만, 매표소 가는 길엔 등산용품 파는 곳도 있고, 큰 슈퍼도 있었다. 경아씨는 배낭에 아침식사용 볶음밥과 음료수등을 바리바리 챙겼기에 되게 무거운 배낭이다. 무거워서 어찌 올라가? 하니 다 자기가 든댄다. 어..제법 무거운데 말이다.


매표소로 올라가는 길 곳곳에 작은 사찰들이 보이고 오르는 사람들은 없어 고즈넉한 데다가 구름이 햇빛을 가려 주어서 쾌적하다. 조금 늦은 시간인 10시 50분정도여서 그런지 이미 아침에 산에 갔다가 내려오는 사람들도 여럿 보였다. 망월사는 원도봉 계곡을 따라 올라가야 하는데, 예전엔 이 계곡에 사람들도 살고 음식점도 많아서 자연훼손이 심했었는데, 국립공원 지정과 더불어 싹 정리하고 나니 다시 자연이 회복되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중간중간 계곡을 조망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고, 사람들이 계곡 물 안에 출입하는 게 금지되어 있다.

망월사에서

가는 길은 제법 긴 편이지만 험하지는 않다. 산책 겸해서 올라가기에 아주 좋은 정도. 중간에 벤치에서 아침식사를 하느라 좀 지체되긴 했지만 한 시간 반 올라갔을까? 망월사가 보였다. 바위 위에 세워져 있고 지형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배치된 가람이 한가로운 곳이다.

그런데, 아쁠싸. 가지고 간 펜탁스의 배터리가 방전되고 있었다.이 높은 산 구석에서 배터리를 살데도 없는데 어쩌나? 하지만 우리에겐 경아씨가 챙겨 온 콘탁스 똑딱이가 있다. 날씨에 따라 표현력이 극과 극으로 변하는 콘탁스. 오늘같이 흐린 날은 이게 쥐약인데, 망월사를 지나 포대능선 올라가는 길 부터는 감사하게도 구름이 개이고 햇빛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예 콘탁스를 내 바지 주머니에 넣고 그걸로만 찍기로 했다.

마지막 포대능선으로 오르는 구간은 조금 힘든 것 같기도 한데 이상하게 오늘 내 다리가 가볍다. 아까 식사를 해서 조금 가벼워졌긴 해도 여전히 무거운 배낭을 짊어진 경아씨도 성큼성큼 잘도 간다. 매일 운동으로 다져진 몸이라 거침 없다.


능선길은 시작 지점 부터 와이어가 등장하는 게 심상찮다 싶었지만 명성에 걸맞지 않게 그리 험하지 않았다. 조금 재미있는 정도? 사람들도 많이 지나다니고 있으니 뭐 걱정될 게 있을까.

제법 위험하다고 여겨지는 곳 한군데에 도착하니 우회로가 설정되어 있고 우회로가 아닌 곳은 도저히 지나갈 수 없다고 여겨지는 암릉이다. 물론 그곳으로 가는 것을 시도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개는 그곳은 우회했다 그 외 조금 위험하다 싶은 곳에는 어김없이 와이어가 설치되어 있어 잡고 내려가거나 올라가기만 하면 된다. 등산에 주로 손이 쓰인 건 처음이다.


조금 더 가다 보니 Y계곡이란 말과 함께 두번째 우회로 표식이 보였다. 하지만 이 Y계곡은 빼놓지 말아야 할 재미있는계곡. 역시나 사람들 모두가 우회로로 가지 않고 그냥 오른다. 우리도 같이 패스했다.

오르는 길이 놀이공원 모험시설물을 타는 것 같이 흥미진진하다. 물론 발을 헛디디거나 미끄러지면 큰일 나겠지만 이런 곳일 수록 다들 긴장하는지 큰 위험은 없어 보였다.


여기서부터 유명한 Y계곡이 시작된다. 물론 굵직한 철줄이 설치되어 있긴 하지만 바위 사이사이로 난 홈을 밟고 디뎌서 줄을 잡고 오르내리는 길. 사람들이 이미 많이 오가고 있어 중간중간 정체되기도 했지만 오늘은 그나마 사람이 적은 거라고 전한다. 몇몇은 정체를 피해 보호장구도 없이 가파른 암릉길을 지나가기도 한다. 한 명이 딛는 곳을 가르쳐 주고 두명은 지도에 따라서 록 클라이밍을 시도하는 건데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물론 그들은 익숙한 전문가의 지도에 따른다 하지만 보호장구가 없는데, 한 번 발을 잘 못 디디기라도 하면 어쩔 것인가? 만약 실족 사고가 났을 경우 애꿎은 산악구조대만 상당히 골탕먹일 것이다.

해안이는 이 지점에서는 무서움이 더한가 보다. 뒤에 사람들이 계속 따라오니까 가기는 가는데 쩔쩔 매는 모습이다. 예전 바이칼에서는 400m 절벽길을 현지인 따라 성큼성큼 내려가서 내 간담을 서늘하게 하더니만, 그때는 아무 것도 몰라서 그랬댄다. ^^

Y계곡을 지나고 나니 포대능선 정상 바위로 오르는 와이어가 또 있다. 이곳은 더 아득한 곳인데 등짝이 시큰거릴 정도의 절벽을 와이어만 잡고 기어오른다. 바이칼에서 고소공포증을 거의 극복한 나도 이곳에서는 섬찟섬찟했다.


이곳을 지나고 나니 도봉산 정상인 자운봉 가는 길이다. 자운봉을 오르는 데도 물론 와이어가 있지만, 아까의 계곡을 지나온지라 훨씬 쉽게 느껴진다. 사람 마음이란 게 참...


정상에 올라선 시간이 3시30분이다. 처음의 일정과는 달리 이까지 오는데만 5시간이 걸린 셈이다. 어두워지기 전에 내려가야겠기에 사람들에게 도봉산 매표소 가는 길을 물어 길을 잡았다. 정상에서 한참 동안을 가파른 돌길로 내려 오는데 올라오는 사람들 중 누군가가 "300m가 왜 이리 멀어?" 라는 말을 하는 게 들렸다. 내려 가는 데도 길이 가팔라 이리 힘든데 오르는 사람들은 오죽하랴. 한참을 더 내려가다가 아까의 그사람이 왜 그런 불평을 했는지 알게 됐다. 분명 한참을 내려온 건데 그 표지판에는 자운봉 0.3km 라고 씌여 있는 게 아닌가?

"사람 여럿 죽이겠군...-_-;"

내려 오는 길

올라온 길과 다른 새로운 길이어선지 내려오는 길은 참 멀다. 일단 가파른 길은 지났지만 또다시 한참을 걸어내려가서 반가운 건물(경찰 산악 구조대)을 만났지만, 지도상으로는 아직 1/5 밖에 안내려온 상태다. 처음 오를 때부터 이쪽으로 올라왔었다면 고생 제대로 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아무리 먼 길에도 끝은 있는 법. 5시20분 경에 도봉산 매표소를 통과했다. 매표소라고는 하지만 그 이름이 탐방지원센터로 바뀌어 있고 표는 안파는 눈치다. 자세히 살펴 봐도 대피소이용료라든가 다른 시설물 이용료는 적혀 있지만 개인등산객 입산료는 없다.


매표소를 지나니 등산의류를 파격세일해서 팔고 있다. 제법 질이 좋아 잠바와 트레이닝 복 바지를 각각 만원씩 주고 샀다. 이곳부터 전철 도봉산역까지는 유명한 먹자골목이 만들어져 있는데다 없는 게 없다. 만약 황학동에 곱창 먹으러 가는 계획이 없었다면 이곳에서 피로도 풀 겸 식사를 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