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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둔대2기(06-08)

2007-05-05 만두만들기를 시작한 날

by Anakii 2007. 5. 5.

난, 만두를 좋아한다.

내 기억 속 최고의 만두는 고등학교때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만두.
김치와 몇 안되는 속만을 넣었음에도, 
손바닥 반만하게 큼지막하게 쪄진 만두를 참기름 발라 가며 한 자리에 세접시씩 비웠었다.

그 추억을 따라 만두를 먹은지 20여년. 
어머니 돌아가신 이후로 딱 두 번 그 맛을내는  만두를 먹어봤다. 
한번은 후레쉬마트 쥔장네 어머님께서 만드신 만두.
냉동되어 보관돼 있길래 파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쥔장 언니는 파는 게 아니라면서 그냥 선선히 한 통 싸주셔서 맛봤던 그 맛.
또 한번은 명균형네에서 먹었던 만두. 큰 맛은 없지만 놓이는 대로 손이가는 그 맛. 그건 어머니가 해주셨던 만두 맛이었다.
명균형네 집안 고향이 북쪽이라 아마도 강원도식 만두 맛과 비슷한 것일게다.

그 외, 냉동만두도 많이 사먹었고, 우리집에서도 많이 만들어 봤지만, 그건 추억의 맛을 연상하며 먹은 것일 뿐, 
요 1년 들어 냉동만두는 입에도 못댄다. 몸이 피폐해진 건지, 민감해진 건지
냉동만두의 그 심한 조미료맛에는 몸이 먼저 거부하게 된다.

일주일 전, 병원 갔다 오는 길.
고양시장에서 만두피와 두부, 부추를 사다가 두었었다. 일.주.일.전.
오늘에야 재료를 꺼내고 숙주랑 당면이랑 돼지고기와 비계 사다가 만두를 만들었다.

만두 만들다 보면 항상 속이 너무 많아진다. 부추 데치고 당면 삶고 하다 보면 각각의 재료가 적은 것 같아 조금씩 더 많이 넣게 되기 때문. 게다가 후레시마트에서 돼지 뒷다리랑 비계 좀 넣어 달라 말씀드렸더니, 이런... 뒷다리 450g에 비계 역시 그만큼을 주셔서 엄청난 고기양이 나온다.
그래도 만두 속은 남더라도 또 해 먹을 수 있으니 부담이 덜하긴 하다.

고기만두와 김치 만두 이렇게 두가지를 만들었는데, 이번엔 어머니 손맛에 많이 근접해 간다는 느낌이다. 역시나 엄청나게 만든 만두소는 절반정도가 남아서, 내일 병원 갔다 오는 길에 또 만두피를 사야하는 실정이지만.

고기만두는 이번에도 약간 못하다.

물론, 맛은 파는 만두에 비할 바 아니지만 너무 많은 비계 때문에 마치 중화만두를 먹는 듯, 아니, 티벳식 고기모모(만두)를 먹는 것 같다. 뭐, 고기모모를 그리워하면서 먹으면 되겠지만.

그래도 일단 만족이다. 음식 맛이야 만들 수록 점점 느는 게 아니겠나?


오늘의 만두 레시피


준비물 : 김치(넉넉하게), 당면, 숙주,두부(넉넉하게), 부추, 돼지고기뒷다리+비계, 청양고추, 새우가루, 다시마가루, 치킨파우더(또는 소금 또는 까나리액젓), 후추, 들기름, 다진마늘

만두속 만들기

1. 숙주나물 냄비에 넣어 가열하고(물 없이. 숙주에서 물 나오니까), 동시에 당면 삶고

2. 숙주는 물기를 꼭 짜서 두고, 삶은 당면은 찬물에 헹궈 체에 받혀 물기를 빼 두고,

3. 당면 삶은 물에 부추 데친뒤 역시나 물기 빼서 옆에 두고,

4. 돼지고기에 후추를 뿌려 볶는 동안 한쪽에서 삶은 당면 잘게 썰고, 숙주 잘게 썰고, 부추 잘게 썰어 두고

5. 숙주와 부추는 따로 들기름과 소금간 하여 조근조근 무쳐 두고 (숙주는 주로 김치만두용, 부추는 주로 고기만두용)

6-1. 고기만두속) 보울에 볶은 돼지고기 넣고 두부 조금 으깨 넣고 다진마늘 좀 많이 넣고 무쳐 놓은 숙주 약간과 부추 좀 많이 넣고 다시마가루 조금 치고 치킨파우더나 소금으로 간하고 조물거리기

6-2. 김치만두속) 보울에 김치 꼭 짜서 잘게 썰어 넣고, 두부 조금 많이 으깨 넣고, 다진마늘 조금, 부추 약간, 숙주 많이 넣어 청양고추 잘게 썬 것 핟고 새우가루 뿌려 넣어 간하여 조물거리기.

각 분량은 스스로 먹는 입맛 따라 맘대로 하면 됩니다요.


하지만, 오늘 만든 만두에서 고칠 점.

고기만두의 경우 비계가 너무 많이 들어가서 느끼하다. 영락없이 정통(?) 지르르한 중화만두.
부추를 더 넣고 비계를 줄이는 게 좋겠다. 또한 치킨 파우더 보다 소금간이 나을 것 같다. 비계와 고기의 비율은 고기 3,  비계 1 이 좋을 것 같음. 오늘의 경우 고기4,  비계3의 비율이었음.
마늘과, 특히 부추를 더 넣으면 양은 많아지겠지만 맛은 더 좋아질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