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4-14 용산 갔다 온날

LOG/둔대2기(06-08) 2007. 4. 14. 17:32    Print Friendly Version of this pagePrint Get a PDF version of this webpagePDF
한 3년만의 일인가 보다. 용산에 간 건.

에블린이 사기까와 결혼하기 전에 쓸만한 노트북을 사고 싶다고 했다. 게다가 사기까의 동생이 탄자니아에서 작은 비즈니스를 할 수 있게 해킹된 엑스박스(Xbox)도 사고 싶다고.
해킹된 엑스박스는 쓸모가 많다. 디빅 파일도 돌릴 수 있고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게임도 한다. 음악도 들을 수 있는 멀티미디어 플레이어가 되기 때문이다. DVD로 영화를 시청하는 것 보다 엑박을 이용해 디빅 파일로 보는 게 더욱 간편하고 용량도 적다.
이 모든 게 다 "불법" 이지만 일단 그 문제는 차치하기로.
영상 기기가 거의 보급되지 않은 탄자니아에서 해킹된 엑박과 TV한 대는 사업 자산이 된다. 게임을 하는 데 돈을 받을 수 있고, DVD를 시청하는 데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

에블린은 이 모든 일을 도와 달라 한다. 덕분에 놀토를 꼼짝없이 다 써버린 나. 12시에 출발해서 9시에 왔으니.
나도 속셈은 있었다. 적당한 서브노트북을 알아보고 싶었던 것. 노트북의 경우 직접 만져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일이기에 한 번 가서 만져 보면 좋지 않을 까 해서 선선히 따라나선 거다.

하지만 워낙에 깐깐하고 알뜰한 에블린은 노트북 사는 데 거의 3-4시간을 보낸다. 나는 옆에서 통역하랴 적당한 물품을 제시하랴 하다 정작 내가 원하는 일은 거의 못한 결과가 나와 버렸다. 결국 우리는 럭셔리한 컴팩 노트북(듀얼코어, 120GB하드)제품을 135만원에 구입하긴 했다. 

정말 싸다. 내가 첨 노트북 구입했을 때 386SX흑백 삼테크 노트북을 123만원에 구입했으니까. 
지금은 내 집 PC보다 빠른 노트북이 135만원이라니. 싸도 정말 싸다.

엑박 역시 해킹되어 용산에서 매장용으로 쓰던 것을 15만원에 구했다. 120GB하드 부착에다 이미 게임도 35종 정도 들어 있는 제품이다. 이정도면 사기까의 동생이 스몰 비즈니스를 시작하기에 충분하지 싶다.

에블린과 헤어진 게 6시. 잠깐 주변 회사(넥슨이다. 잘나가는 겜 회사)에 근무하는 처제를 불러 저녁을 먹으려 하고 둘러 본 용산. 

변해도 너무 많이 변했다. 용산역엔 대규모 아이파크 백화점과 이마트가 들어섰고, 그 규모가 너무 커서 길을 잃을 정도다. 이건 이곳이 과연 어느 나라인지 구별도 안될 것 같다. 내가 싱가폴의 쇼핑센터에 와 있는지, 방콕의 신설 쇼핑 컴프렉스에 와 있는지 구별이 안간다. 이게 과연 세계화라면 정말 멋 없는 세계화로군. 우리나라는 왜 이리 새로운 건축 양식에 집착하는지. 신설 건물은 도무지 한국적인 부분이 없고 무조건 거대하기만 하다.

용산에 머무른지 대략 7시간이 되면서 난 점점 어지러워졌다. 푸름이 전혀 보이지 않는 도시, 밤인데도 어둠이 없는 도시, 보이는 거라곤 화려한 광고불빛과 가로등과 챠량의 불빛과 사람의 물결들. 이런 곳에 산다면 난 아무래도 미쳐버리지 않을까. 용산역에 대형 컴플렉스가 세워지기 전까지는 그나마 풍경이 정감있었는데 지금은 위압감밖에 들지 않는다.

바삐 서둘러 신용산역에 들어섰다. 이 지하 터널을 50분정도 지나면 사람 살 수 있는 곳인 대야미로 연결되는 거다. 회색의 메갈로 폴리스와 사람사는 푸름의 고장 대야미를 연결시켜 주는 지하철이라는 존재가 있는 게 다행스럽다. 50분이라는 잠깐의 지연 후에 도착한 대야미는 회색의 지옥과 대별되어 더욱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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