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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고창(09-12)

2009/05/23 고려산 산행, 화개포구

by Anakii 2009. 5. 24.


이사 온 후 네번째 산행. 문수산,마니산,길상산 오늘은 고려산.

마니산(작은 도봉)과 길상산(포근하기가 어머니 품속)에 매료된 나는 어디 가 볼 만한 곳 없나 하다 이번엔 고려산을 찍었다. 그냥, 찍었다. 그리곤 일단 등산로부터 확인하자고 인터넷 검색.

대략 백련사, 청련사, 적석사 코스가 있다 하나 적석사는 너무 멀고, 백련사 코스는 시멘트 포장이라 하여 그 중 만만한 청련사로 올랐다.

청련사 가는 길은 48번 국도를 살짝 빠져 나온 한적한 시골 지방도다. 강화는 시내만 조금 벗어나도 이렇게 길이 예쁘다.

국화저수지를 지나니 표지판이 나온다. 그곳부터 약간의 자동차등산(!)코스. 국화저수지에서 걸어서도 10분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다.

청련사에 들어 서니 일주문 대신 입구부터 300여년이 지난 고목들이 늘어서 있고 콸콸 흘러나오는 꼭지 셋의 약수터가 반갑다. 마니산행때 물이 없어서 얼마나 힘들었던지.

대웅전의 현판은 '큰법당'이며 기둥의 글씨도 모두 우리글인 것이 특이하다. 길목을 지키는 백구도 한가롭기 그지 없고.

잠깐 휴식 후 등산을 시작했다.

 

청련사의 오른쪽에서 시작된 가파른 산길을 조금 올라 가니 백련사와 정상쪽 갈림길이 나온다. 초장부터 너무 힘들어 잠깐 쉬며 군것질을 했다. 사실 몸에 좋지는 않지만, 이럴 때 먹는 초코바의 맛은 환상이다.

비가 온 탓인지 산의 분위기는 포근하고 생기넘쳤지만, 습기가 가득하고 등산로는 왜 그리 계속 가파른지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다만 가파른 대신 정상에 오르는 데 시간은 많이 걸리지 않았다. 정상은 해병부대의 차지라서 정상 부근부터는 재미없는 시멘트 포장길이 나온다는 결정적인 문제가 있긴 하지만 정상에서 이어지는 진달래 산행길은 무척 여유롭다. 진달래 군락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도록 나무로 길게 탐방로를 만들어 놓아 경관이 이채롭기까지 하다.

진달래는 이미 다 지고 없지만 탐방로 중간의 전망대에 발을 걸치고 앉아 참외를 먹으며 커피 한 잔을 즐기고 있자니 내려가기 싫을 지경이다. 잠깐 늘어지기로 한다.

비록 발 아래 진달래 군락이 아니라도 강화 전체가 조망되듯이 탁 트이니 마음이 이리도 시원할 수가 없다. 전망대 아래로 이어지는 밧줄 묶인 길은 '이쪽으로 내려와!'하고 낙조봉 쪽으로 이어지는 탐방로도 '여기 와 보지 않을래?' 나를 자꾸 부른다. 청련사에 차를 두고 오지 않았다면 부르는 대로 따라 갈 수 있으련만. 잠깐 등산하여 이처럼 시원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이 고려산. 오길 정말 잘 했다.

청련사로 내려 오다 보니 '이렇게 계속 오르막인 길을 어찌 왔을까' 싶다. 이러니 경아씨가 힘들다고 푸념했겠지.  도착한 청련사 약숫물이 반갑다. 집에서 싸간 커피를 싹 비우고 약숫물 한 통 떴다.

 

도로 돌아가기엔 너무 일러 무작정 강화 안쪽 으로 48번 국도를 따라 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말로만 듣던(사진으로만 보던) 강화 고인돌 유적에 다다른다. 넓찍한 벌판 가운데 고인돌이 덩그러니. 벌판은 산책로 이외엔 잔디를 깔아 근접하지 못하게 한다. 2001년 고창,화순과 함께 세계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고인돌 군 중 대표적인 고인돌인데 엄청난 크기다.


다시 강화 안쪽으로 진입한다. 끝 쯤 가면 포구가 있겠지. 바다 구경이나 하고 가자 싶어 길을 따라 가니 화개 포구다. 교동도로 가는 연락선 터미널이기도 하고 싱싱한 횟감을 사 가는 곳이기도 한데 횟집촌 아짐씨들이 어째 호객을 안한다. 맘씨 좋게 생긴 아줌니가 계시는 한 가게에 들러 보니 갓 죽은 자연산 광어가 kg에 1,5000원, 산 숭어는 1,2000원, 농어는 25000원이란다. 갓 죽은 큼직한 광어 한 마리를 회쳐 달래니 석석 썰어 주시는데 두께가 1.5cm는 되 보이나 보다. 둘이서 아무 반찬 없이 회만 잔뜩 먹었는데 2/3가 남아서 싸 왔다. 아짐씨가 매운탕 거리를 챙겨 주시면서 전어도 일고여덟마리 싸 주신다.

 

이곳은 한 상을 내오는 곳이 아니라 생선만 파는 곳이다. (물론 회쳐 달라 하면 회 쳐 주시지만) 관광지화 된 다른 포구와는 달리 풋풋한 시골마을의 느낌이 그대로 남아 있다. 광어는 비싸니 숭어정도로 하면 배불리 회 먹기엔  최고가 아닐지?

 

7시3분에 화개를 출발하며 집에 오니 7시 40분이다. 외딴 곳에 사는 즐거움!

 

다음 고려산행 때는 아래 지도처럼 백련사를 거쳐서 올라 가야겠다. 앞으로 몇 번 더 강화 산 기행을 해야 할 것 같다. 갈 때마다 특이한 경험을 하게 되니.

 

* 고려산 등산 지도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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