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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흥진(04-05)

2005-11-13 [체험학습지도자과정] 부여 정림사지 5층석탑

by Anakii 2005. 11. 13.
박물관에서 조금 이동하여 도착한 곳은 정림사처에 있는 5층 석탑.
정림사는 목조 건물로 모두 불타 버렸지만, 석탑은 돌로 만든 것이라서 유구한 세월을 딛고 우뚝 서 있다.

강사님은 석탑을 바라 보는 위치를 강조하신다. 현 상태로서는 널찍하 빈 터에 탑 하나 세워져 있는 것이라 이 탑의 느낌을 못 낸다고 하시면서 가까이 오라고 하셨다.

원래 있었던 절의 건물을 상상하며, 상상의 문을 지나  탑을 처음 마주하는  위치에 서니 이제서야 탑의 느낌이 살아난다.
아, 바로 이렇게 보는 사람을 압도하는 형태로 서 있었구나!

탑의 높이는 약 8.3m 로 절 문을 들어서면 들어 오는 사람을 압도하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뒤는 대웅전이었을 것인데, 이 탑 때문에 대웅전이 가려서 보이지 않을 정도다. 
탑이 있는 곳은 부처님의 절대적인 공간을 상징하는 것인데, 이처럼 높은 탑이 우뚯 솟아 있으면 그만큼 부처님에 대한 경외감을 품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나 보다.


참고로, 화강암으로 만들어져 있는 탑은 보존을 위해 실내에 두면 안된다고 한다. 
실내에 두면 박락 현상이 생겨 겉 표면이 가루처럼 부스러지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요즘 문제가 되는 것은 산성비다.
산성비 때문에 실외에 있는 것은, 겉만 단단해지고 속은 부식되어 결국 무너진다고 하는데 이래저래 문제다.

아무래도, 옛 유적은 자연스럽게 사그라지는 것이 자연의 이치가 되는 것일까.



사진으로는 역시 느낌이 잘 살지 않는군요


탑을 만든 사상이 재미있다. 층층이 쌓인 돌 어느 하나 획일적인 것이 없으며 같은 층을 이루고 있는
돌들 조차 규격이 같지 않다. 
쌓은 돌은 3개,5개,3개,4개로 변화를 주었으며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윗단의 돌은 두개다. 그것도 2:1의 폭 비율로 쌓았는데, 얼핏 보면 정형화된 탑 같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 보면 뭐 하나 정형화 된 것이 없다. 이것은 꽉 짜인 틀을 싫어하는 우리 민족의 습성일텐데, 한옥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는 현상이다.
또한 탑의 기단 부분은 목조건물을 흉내낸 것으로 기둥은 민흘림법으로 만들어 위로 갈 수록 좁아지는 형태를 보이며, 벽면은 기둥보다 약간 안으로 들어가 있다.

게다가 기둥의 위치는 건물 안 쪽으로 휘어지는 안쓸림법을 따르고 있는 것도 독특하다.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탑의 층이 되는 지붕 또한 한옥의 지붕처럼 끝이 약간 올라가 있는 기솟음법을 따르고 있다.
한옥에서는 지붕의 양쪽 끝이 평평하면 오히려 힘이 없어 보인다 하여 꼭 양쪽 끝 추녀 부분을 위로 치켜 올리고 있다.
아래 사진과 탑을 비교해 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