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RAVEL/19 노르웨이-핀란드

에스푸 - 헬싱키 (8.11 일)

by Anakii 2019. 8. 23.

13. 에스푸 - 헬싱키 (8.11 )

 

아침 7시에 일어난다. 어제 TV에서 하는 외계인이 침공하는 미국 영화를 보다 잘 잤다. 저녁에 세면대 아래 쪽에 피가 한줄기 길게 흘러서 굳어 있는 것을 발견해서 남편이 닦았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마음이 찜찜하여 악몽을 꿀까 걱정했었다. 물론 그냥 코피같은 것일 수 있으나 기분은 나빴다. 어제 산 샐러드와 라자냐를 약간 먹다가 라자냐가 짜서 다 도시락 통에 담는다. 천도를 다 잘라 두 통을 만들었다. 빵과 음료 등 먹을 것이 많다.

9시에 숙소를 나와 누크시오 국립공원으로 떠난다. 30분 정도 오다가 비포장도로를 만난다. 설마 국립공원 비지터 센터로 가는 곳이 이럴까 싶어 남편이 다시 검색한다. 맞다. 맨 안쪽 주차장에 다행히 자리가 두어개 있다. 비지터 센터는 없고 안내판이 전부다. 이곳을 기점으로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구간을 걸으면 된다. 우리는 두 곳을 걷기로 한다. 주차장의 바깥 쪽 도로 변에 세워진 차에는 안타깝게도 60유로 짜리 주차위반 딱지가 붙었다. 유럽은 이 가격으로 통일 했나 보다. 딱지 모양도 똑같다. 먹을 것을 정리하여 배낭하나를 매고 3,7km 구간을 선택하여 간다. 11시에 비가 온다고 해서 비옷과 우산도 챙겼다. 입구 쪽에 사우나가 있다. 가까운 호수로 가서 수영도 할 수 있다. 물은 탁했다. 흐린 하늘과 물풀들의 모습이 어우러져 풍경이 좋다. 아침인데도 먹을 것을 챙겨 온 가족들이 많다. 물 가에서 간단히 피크닉을 하려는 것 같다. 생태 화장실에 들렀다가 출발한다. 오늘의 목표는 꾀꼬리 버섯을 따는 것이다. 날이 흐리고 어제 약간 비가 온 듯 하니 딱 버섯이 올라 올 타이밍이다. ‘카모메 식당에서 버섯을 따는 장면도 여기서 찍었다. 작은 호수가 나타나면 오른쪽 방향으로 돈다.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해서 우산을 쓴다. 침엽수림 밑에는 폭신한 이끼가 가득하고 길은 이파리가 오래 쌓여 폭신거린다. 아주 걷기 좋다. 게다가 산책 수준의 산길에는 사람도 거의 없다. 벌써 잎이 노랗게 물들며 가을색이 나타나고 있다. 사본린나에서도 노란 단풍이 들고 있었다. 침엽수 밑에는 키가 작고도 작은 블루베리 나무가 가득하다. 끝물의 앙증맞은 열매들도 아주 드물게 달려있다. 따 먹으며 간다. 붉은 베리는 시큼하다. 보기에 예쁘다. 작은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서 잠시 쉰다. 비가 내리며 우리들 만의 숲과 호수가 된다. 장작이 쪼개진 채 떨어져 있다. 비가 안온다면 불을 피울 수도 있겠다. 블루베리를 피트모스 토양에 심어야 하는 이유도 알겠다. 숲의 땅이 그런 질감이다. 비가 점점 더 내리다가 나무가 많은 곳으로 가면 덜 떨어진다. 은방울꽃이 지고 열매가 맺힌 모습도 보았다. 나무 밑에 비가 덜 내린 곳에 앉아 빵을 먹는다. 다 먹을 즈음 또 비가 흩뿌린다. 꾀꼬리 버섯은 못찾고 말똥버섯 작은 것 하나 따고 희게 돋은 버섯만 찍었다. 아쉽게도 2시간 만에 출발 장소에 도착한다. 차에 가보니 오른쪽 창을 열어 놓은 채 갔다. 다행히 잃어버린 물건은 없었고 비바람 치며 심하게 내린 게 아니라서 시트는 괜찮았다. 화장실에 갔다가 다시 호수를 한번 더 보고 떠난다. 참 좋은 곳이었다.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간다. 꽤 비가 오기 시작한다. 네이처 패스 트랙을 더 돌려고 했다가 포기해서 다행이다. 음식을 먹으며 간다.

에스포의 현대미술관 엠마에 간다. 주차비를 내야 한다고 해서 길가 2시간 짜리에 세운다. 실버 세공과 시계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전시를 본다. 예전 시계들의 정교한 부품이 참 아름답다. 어제 노동자 박물관에서 거대 기계의 아름다움을 보았다면 오늘은 작고도 작은 부품의 아름다움을 본다. 기계들은 균형과 조화가 있다. 엠마관에서 현대 미술 작품들을 본다. 직물, 도자기, 그림, 비디오를 활용한 작품들이 있었다. 사방을 거울로 볼 수 있는 공간에서 뒷모습을 처음 보았다. 낯설고 신기하다. 보통 옆모습까지는 볼 수 있지만 자기의 뒷모습은 평생 살면서 볼 일이 없다. 얼마나 신기한 일인가. 끊임없이 평형을 유지하려는 액체가 담긴 작품도 본다. 카뮈관은 에스포의 과거를 보여주는 곳이다. 애들이 배 모형에서 생선 인형을 낚아 배의 함에 넣을 수 있게 해 놓은 것이 신기했다. 호수 화면을 보고 피크닉 의자에 누워 있게 한다던다 VR 기기를 이용하여 내가 물 속에 있게 느낄 수 있는 것도 있었다. 하늘을 보면 물 밖으로 나온다. 레스토랑에서 커피를 마시며 쉬었다. 2시쯤 나온다.

핀란드의 가옥이 전시되어 있는 세우라사리 야외박물관에 간다. 그런데 가는 길에 비가 엄청 퍼붓는다. 비바람이 친다. 20여 분 가는 동안에 음식을 먹는다. 놀랍게도 이곳 사람들은 이 비를 다 맞으며 걷거나 운동으로 뛰거나 태연하게 할일을 한다. 섬에 들어가기 전 다리 입구의 바닷가에 주차장이 있다. 비가 그칠 때까지 쉬기로 한다. 그러다가 남편이 안에 주차장이 있다니까 더 가보자고 한다. 좁은 나무다리를 차로 살살 건너가서 매표하는 곳을 지나 들어가본다. 네비에는 들어가서 주차장이 있다고 나온다. 그런데 사람들이 모두 걸어다니고 있고 차를 세울 곳은 없다. 다시 다리를 건너 나가서 입구의 주차장에 세운다. 놀랍게도 그 사이에 거짓말같이 비가 그쳤다. 다시 내려서 나무다리를 건너 걸어간다. 매표소 직원도 별 신경을 안쓰고 사람들도 자유롭게 산책하고 걸어다닌다. 우리도 그냥 들어가서 집들을 외관만 대충 본다. 아마 집 내부를 보면 입장료 확인하는 사람이 있었을 것 같다. 잠깐 보다가 남편이 헬싱키 숙소와 연락이 닿았다. 다행히도 오늘은 일요일이라 길가에 차를 세우고 짐을 넣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20여분을 돌다 바로 나왔다. 물가에는 하얀 백조 2마리가 짙은 회색털을 가진 중짜 아기오리 셋을 데리고 물가에 나와 있다. 그런데 아기 오리는 영판 옆에 있는 오리들과 똑같이 생겼다. 남편이 저렇게 생겨서 미운 아기오리 동화가 생겼구나!” 한다. 가까이 가도 그대로 있다. 이곳 동물들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리와 꼭같은 모습의 새끼들이 신기했다. 목 만 약간 길다. 우아한 부모와는 전혀 닮지 않았다. 그리고 백조들은 꼭 짝을 지어 같이 다닌다. 차에 와서 짐을 정리하여 배낭을 꾸려 놓는다.

4시가 넘어서 헬싱키 숙소로 간다. 시내를 들어가다니 참 조심스러운 일이다. 다행히 일요일이라 한산한 편이다. 숙소 뒤에 딱 한자리 빠져나가는 차가 있어서 세운다. 카운터에서 서류를 작성하고 5층에 올라가서 짐을 놓고 나간다. 다시 조심스럽게 도심을 빠져나간다. 남편이 실수로 전차를 따라가며 전차길로 접어들었다가 화들짝 놀라 빠져나온다. 다행히도 조금 따라가다가 나갈 곳이 있었다. 정신 바짝 차리고 조심스레 시내를 나간다. 고속도로를 통해 터미널 2의 차를 처음 대여받았던 곳에 온다. 마지막으로 주유한다. 그런데 다 차서 기계가 딸깍거리며 멈추는데 아무리 억지로 넣어 보아도 게이지가 3/4 밖에 안 올라간다. 다행히 렌터카 업체 직원이 나와 있다. 반납하고 직원과 함께 남편이 기름을 더 넣으러 갔지만 역시 꽉 찬 상태임을 확인하고 돌아온다. 직원은 눈금 게이지가 망가진 것 같다고 한다. 반납하고 나니 마음이 너무나 홀가분 했다. 5시 반이 되었다. 그런데 왜 우리가 빌린 차는 어딘가 망가지는 걸까.

시내로 돌아오는 열차표를 끊고 탄다. 가다가 생각해보니 저녁 때 별로 갈 곳도 없는데 내일 가려던 린난마키 놀이동산에 가기로 한다. 우리가 내리기로 한 전 정거장인 파실라에 내린다. 사람들에게 물어 가며 걸어간다. 바람이 차다. 그래도 공원 산책길 같은 곳을 20여분 걷는 것이어서 꽤 쾌적했다. 입장은 무료다. 탐페레보다 재밌어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도 파노라마가 무료다. 타면 높은 곳으로 360도 회전하며 올라갔다가 내려온다. 헬싱키 시내 전체가 높은 곳에서 보인다. 아주 볼만하다. 다시 걸어서 시내로 가기로 한다. 다행히 아름답고 멋진 산책길을 걸으면 된다. 처음에는 좀 피곤했으나 길이 아름답고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아주 좋았다. 잠시 비가 퍼붓는 듯 해서 깜짝 놀랐다. 우산도 없고 어디로 피해야 할까 했는데 다행히 금방 멈춘다. 편안하게 걸을 수 있었다. 호수를 지나고 카약타는 사람들, 조깅하거나 아이들과 놀이터에서 노는 사람들을 보며 우리도 헬싱키 주민 같은 상태가 된다. 넓고 시원하면서 좋은 곳이었다. 새롭게 생긴 거대 도서관도 있다. 8시가 되어서 K마트에서 장을 보고 들어온다. 8시가 넘으면 30% 할인이 60%가 된다. 쨈빵과 소시지, 과일, 라면을 사고 온다. 9시에 온다. 씻고 먹고 치우고 나니 10시가 넘는다. 일기치고 확인하면서 12시가 되었다.

 

핀 호텔 숙비 2191, 현대미술 박물관 12*2=24, 박물관 커피 5, 기름 57, 전철 9.8, K마트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