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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18뉴질랜드일주

1.26~27 마리안호 트렉, 밀포드 크루즈, 거트루드새들 트렉

by Anakii 2019. 2. 13.

2019. 1.26(토) 마리안 호수 - 밀포드 사운드

아침 8시 20분에 일어난다. 늦잠을 잤다. 어제 만든 차우더를 데워서 빵과 먹는다. 10시 10분에 나간다. 마리안 호수 가는 길 주차장에 세운다. 세 시간짜리 트랙이다. 바람이 세다. 물을 끓여 커피를 내린다. 

11시 20분에 출발한다. 하늘색 물빛의 계곡 위에 있는 출렁다리를 건너 작은 숲길을 오른다. 계곡을 따라 오르다가 너덜지대를 지나고 계속 올라가는 길이 나온다. 곳곳에 축축한 습지 땅을 지나야 한다. 어제 길보다는 가파르지만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도의 경사이다. 사람이 유난히 없다. 푹 자서 컨디션이 좋다. 꽤 쌀쌀하다. 비가 안 와서 좋았다. 11시에 마리안 호수에 온다. 완전히 천상의 풍경이다. 겨우 이만큼 올라와서 볼 수 있는 빙하호가 있다는 것이 놀랍다. ‘천국보다 아름다운’이라는 영화에나 나올 법한 놀라운 경치였다. 옥빛 물에 눈이 덮힌 산이 있는 호수라니.. 사진을 찍고 30분 정도 쉰다. 해가 나기도 하고 날씨가 좋았다가 약간의 빗방울이 비쳐서 출발한다.

내려오는 길이 쉬울 줄 알았는데 발을 조심해야 해서 시간이 걸린다. 사람들이 이제야 많이 올라온다. 조금씩 비가 내려서 옷을 잘 챙겨 입었다. 풍경과 시원함을 즐기며 3시에 내려왔다. 총 3시간 10분 걸린다. 아래는 비가 좀 내린다. 바람이 덜한 곳을 찾아 출발한다.

오늘은 비가 와서 더 이상의 일정을 할 수 없을 듯하다. 풍경이 멋진 곳에 세우고 물을 끓여 컵라면과 컵 쌀국수를 먹는다. 비가 오는데 이렇게 먹을 수 있다니 좋다. 대형버스의 관광객들이 우르르 내려서 잠깐 만에 물병을 하나씩 들고 탄다. 물을 받는 곳이 있나 보다. 또 작은 버스가 서서 중국 사람들이 내린다. 큰 물통을 들고 따라간다. 어제 내가 손을 씻던 그 계곡에서 다들 그냥 물을 받는다. 먹을 수 있는거냐고 물었다. 빙하가 녹은 물이라고 한다. 우리도 큰 통에 가득 받았다. 그냥 마셔도 물맛이 좋다.

호머 터널 옆에는 비가 내려서 16개 정도의 긴 폭포 물줄기가 생긴다. 아주 멋지다. 혹시 트랙이 있나 살폈지만 못 찼겠다. 20분짜리가 있다고 했는데 말이다. 키아 세 마리가 누가 주고 간 건지 키위를 먹고 있다. 안내문에는 얘들은 새대가리가 아니라고 한다. 영리하고 사람이 가진 걸 뺏기도 한다. 키아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고 사방에 써 있다. 그런데 어제 밀포드 사운드에서 올 때 호머 터널 앞에 키아 한 마리가 있었다. 첫 번째 차부터 순례하듯 차분히 내려가며 먹이를 주기를 기다렸다. 앵무새가 예쁘기는 하다.

결국 비가 많이 내려서 오늘 일정은 접고 5시에 밀포드 사운드 롯지 캠핑장에 온다. 만석이다. 우리도 미리 테 아나우에서 지불해 놓았다. 리셉션에 줄지어 기다린다. 화장실 시설이 고급 호텔같다. 차에서 침대 펴고 누워 지금까지 친 일기 오타를 수정한다. 어제는 북섬, 오늘은 남섬을 다 봤다. 숨 가쁘게 여기까지 참 열심히 왔다. 해가 길어서 6시 반에 뜨고 9시 반에 진다. 밤 10시까지 운전이 가능하다. 매번 일정이 길고 피곤할 수밖에 없다. 정말 여유가 없었다. 여기 밀포드 사운드에서 트레킹을 하며 여유롭게 있는 것이 좋다. 잠깐 산에 올라서 그런 경치를 볼 수 있는 곳은 없다. 오늘 일기를 친다. 주방이 한가해지면 파스타를 해 먹으려고 한다. 비가 많이 내린다.

쏟아지는 빗속에서 주방으로 달려간다. 양파, 사과, 당근, 마늘을 넣은 쌀 파스타를 만든다. 야채가 거의 없어서 아껴야 한다. 장 볼 곳은 며칠 동안 없다. 훈제 연어 핀을 잘게 넣어서 연어 파스타를 만들었다. 맛은 짜지만 스튜어트 산 최고급 핀이라 괜찮은 파스타가 된다. 잘 먹고 샤워한다. 내가 요리하는 동안 남편이 먼저 했다. 핀란드처럼 난방기가 봉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속옷은 빨아 걸어두었다. 시설이 좋다. 심한 폭우가 내려서 거대한 바위산에서 큰 폭포가 만들어져 쏟아진다. 갈 수가 없다. 최대한 여기서 버티다가 자러 가려고 한다. 만화를 한참 보다가 재빠르게 뛰어들어가서 다시 12시 15분까지 본다. 일찍 자야 하는데 안 졸립다. 내일은 6시에 일어나서 아침 먹고 나가야 한다.

밀포드 사운드 롯지 캠핑장 60

2019. 1.27(일) 밀포드 사운드 - 놉 캠핑장

간밤에 엄청난 폭우가 내렸다. 물난리가 날 것 같은 상태였다. 아침 5시 45분에 일어난다. 잔돌이 깔린 길이 깨끗하다. 언제 비가 왔는가 싶을 정도다. 주방에 가서 남은 우리 쌀과 새 타이 쌀로 두 가지 밥을 한다. 주방에 도구가 많아서 가능하다. 다 해서 우리 냄비에 다 퍼 담아 놓고 누룽지를 끓였다. 훈제 연어 핀은 모두 발라서 담았다. 연어와 홍합으로 밥을 먹고 뽕잎 차와 커피를 내렸다.

7시 50분에 나간다. 유람선 선착장 주차장에 차를 두고 걸어간다. 8시 10분에 와서 표를 끊었다. 아침이라 가격이 싸다. 게다가 아침 배에는 간단한 요깃거리도 준다. 

샌드 플라이 출몰지역이라 조심해야 한다. 계속 움직여야 물리지 않는다. 게으른 자들을 응징하기 위한 신의 뜻이라고 한다. 설명에는 밀포드 사운드 협곡을 만든 여신이 너무 아름다워서 인간이 머무를까 걱정이 되어 만들었다고 적혀 있다. 제임스 쿡도 1800년대 여행자들도 가장 괴로워했던 곤충이다. 미리 줄을 서서 9시에 두 번째로 들어간다. 충전이 가능한 자리를 먼저 차지하여 짐을 두고 아침을 가져다 먹는다. 작은 감자 야채 케잌이라고 해야 할까. 꽤 괜찮다. 차와 주스도 먹는다. 이미 아름다운 풍경을 많이 봐서 협곡을 구경하는 것이 그리 신기하지는 않다. 다행히 아침에는 구름이 약간 끼고 맑았다. 물은 시커멓다. 이런 곳을 카약킹하면 꽤 무섭겠다. 사람들은 위에 올라가 사진을 찍는다. 실 줄기처럼 내려오는 폭포부터 큰 것까지 본다. 가까이 가서도 보여준다. 물개가 상주하는 바위도 있다. 10여 마리가 있다. 수평선이 펼쳐진 넓은 바다가 보이는 곳까지 갔다가 돌아온다. 

날이 개고 해가 난다. 약간의 구름이 끼어 더 신비롭다.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라고 뉴질랜드에서는 이곳을 엄청 자랑한다. 해가 나고 구름이 걷혀서 빙하가 있는 설산이 다 드러난다. 풍경이 장엄하고 멋지다. 반대편으로 돌아오면서 또 다른 물개 바위를 본다. 두 마리가 헤엄쳐 내려간다. 카약킹을 하는 사람들이 돌아다닌다. 배가 지나가면 카약이 출렁거린다. 타는 가격이 너무 비싸다. 유람선을 타고 나면 굳이 카약킹을 할 필요가 없겠다. 

2시간을 돌고 11시에 내린다. 밀포드 사운드 룩아웃에 간다. 이미 다 돌아서 특별히 크게 풍경을 볼 것은 없다.

밀포드 사운드의 모든 일정을 끝내고 이제 떠난다. 날이 맑아서 풍경들이 멋지다. 호머 터널 앞은 바위가 반짝이고 웅장했다. 

터널을 지나 입구에 풍경이 멋진 빙하 앞에 차를 세우고 점심을 먹는다. 최고의 전망이다. 침구와 타올도 좀 말린다. 호머 터널 트랙은 아마 위험해서 폐쇄된 듯하다. 어제 비가 올 때 풍경이 정말 장관이었다. 16개의 폭포가 만들어지다니 말이다. 오늘은 그보다 평범하지만 그래도 이곳이 가장 멋있는 장소이다.

거트루드 새들에 도착한다. 6시간짜리 트랙이다. 우리는 갈 수 있는 곳까지만 가려고 한다. 벌써 차들이 많다. 겨우 주차를 하고 12시 40분에 출발한다. 

해가 뜨겁다. 맑은 하늘색 하천을 지나면 풀이 우거진 곳을 걷는다. 아주 좁아서 혼자 겨우 빠져나갈 수 있을 정도의 폭이다. 계속 다리에 풀이 스친다. 용감한 언니들은 반바지를 입고 다닌다. 우리는 용자라고 부른다. 호연지기가 있다. 풀 섶을 지나 작은 숲을 가고 하천이 흐르던 돌 더미를 지난다. 첫날 키 서밋이 초급자였다면 마리안 호수 트랙이 초, 중급 수준이다. 오늘은 제대로 표시되지 않은 길에서 붉은 막대를 찾으며 가야 한다. 

벌판은 걷기 힘들지 않았다. 곳곳에서 작은 폭포들이 떨어지고 앞에는 빙하가 있는 산이 있다. ABC 정상 근처에 가야 볼 수 있는 풍경을 이렇게 쉽게 보게 되니 감격스럽다. 아주 기분 좋게 트랙을 걸었다. 빙하 바로 아래쪽부터는 오르막길이다. 장비와 충분한 준비가 된 사람만 오르라고 경고문이 있다. 그래도 한번 가보기로 한다. 이미 벌판을 한 시간 동안 걸어왔다. 가파른 길을 약간 올라가자 재색 비구름이 위에서부터 아래로 쭉쭉 밀려 내려온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위의 풍경도 잘 보이지도 않는다. 우리는 옷을 부실하게 입고 와서 가야 한다. 출발할 때 날이 맑아서 남편은 방수가 되는 잠바도 안 가져왔다. 바위 아래에서 올라갈까 망설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는 돌아가야 한다. 해가 나서 더울 지경이었는데 그새 급변하는 날씨가 참 대단하다. 

배낭이 젖지 않게 잠바로 잘 감싸고 걷는다. 1시간을 걸어야 한다. 그래도 옥수수를 먹으며 즐겁게 간다. 바닥의 돌이 미끄럽다. 우거진 풀들은 다리를 더 적셔준다. 하천의 물이 불어 버릴까 봐 남편은 걱정한다. 열심히 걸어서 1시간 만에 다 내려왔다. 옷과 신이 많이 젖었다. 신발 안에서 비에 젖은 양말이 서걱거린다. 국립공원 DOC 직원 언니가 공원 이용 상태를 묻는 설문 조사를 남편에게 해달라고 한다. 양말은 짜서 대충 두고 젖은 옷은 입어서 말리려고 한다. 2시 40분이 되었다. 오늘 어디로 갈까 고민을 한다. 여기서 더 해야 할 일정은 없다. 그렇지만 이곳을 벗어나도 딱히 더 갈 곳이 없다. 일단 놉 플랫 캠핑장으로 가서 결정하기로 한다.

3시에 캠핑장에 도착했다. 남편이 신발도 젖고 갈 곳도 없으니 오늘은 여기에 있자고 한다. 이 시간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살펴보고 주방과 가까운 좋은 자리를 차지했다. 넓은 잔디가 있고 피크닉 의자도 있다. 길가에 넓게 펼쳐진 초지 근처에 산책길이 있나 나가 본다. 살펴보아도 없다. 샤워하며 젖은 옷과 양말을 빨고 신발과 함께 널었다. 의자 곁에 빨래 건조대도 있다. 잔디는 맨발로 걸어 다닌다. 주방에서 쌀 파스타를 삶고 나머지 야채를 다 볶아서 섞었다. 치즈도 많이 넣었다. 피크닉 의자에서 먹는다. 아주 맛있다. 남은 밥과도 섞어 먹는다. 일기를 치려고 하는데 비가 내린다. 다 걷고 들어와서 일기를 친다. 벌써 6시가 넘었다. 이제 계속 비가 온다. 참 변화무쌍한 날씨다. 적절한 시간에 들어와서 모든 걸 다 했으니 비가 와도 편안하다. 쉬면 된다.

쥬시 유람선 8시 40분 주시운전자 할인 22 + 일반45=67, 놉 캠핑장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