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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18뉴질랜드일주

1.24~25 인버카길~테아나우, 키 서밋 트렉

by Anakii 2019. 2. 13.

2019. 1.24(목) 인버카길 – 테 아나우

간밤에 커튼을 치고 잤더니 포근하고 좋았다. 물론 온도가 낮으니까 더 추웠을 텐데도 편안했다. 아침 7시에 일어나 밥과 어제 만든 것을 먹고 나머지는 모두 볶아서 도시락을 싼다. 블러프 캠핑장은 지금까지 다닌 곳 중 제일 마음에 들었다. 장소도 좋지만 주방에서 바라보는 바다와 하늘의 변화무쌍한 풍경이 좋다. 나중에 다시 와서 스튜어트 섬에 가보고 싶다, 키위새가 있다고 한다. 아무 생각도 없이 더 있고 싶은 마음도 있는 곳이다.

9시 10분에 떠난다. 인버카길은 멀지 않다. 9시에 문을 연다는 씨푸드를 파는 로컬 가게에 간다. 물건들이 맘에 들어서 시푸드 챠우더, 훈제 홍합류와 연어, 연어 지느러미살 모음, 스튜어트 산 생홍합을 산다. 섬에 못 들어가는 대신 홍합이나 맛보자 싶었다. 퀸즈 파크에 간다. 

스템퍼리라는 조형물을 보았다. 나무와 나무뿌리 등을 서로 연결하거나 배열하여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조형물을 만든다. 보기 좋았다. 걸어서 장미 정원에 간다. 냄새를 맡고 구경한다. 현대 미술관은 문을 닫았다. 비가 많이 쏟아져서 서둘러 차로 돌아온다. 이곳 사람들은 그냥 비를 맞고 다닌다. 바람이 세서 우산을 쓰는 사람도 거의 없다. 도시는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다. 파크 앤 세이브에 세우고 ‘타이 타이’라는 식당에 간다. 똠얌꿍 누들과 비프 누들, 스프링 롤을 시킨다. 맛은 약간 부족했지만 먹을 만하다, 마트에서 옥수수와 그램으로 달아 파는 간식을 사고 떠난다. 99번 웨스트 코스트 길을 택한다. 내륙으로 가는 것보다 30km 돌아도 남해안을 더 볼 수 있다.

12시 10분이 되었다. 광활한 풍경을 보며 달린다. 남편은 살포시 졸고 있다. 남해안의 끝자락 젬 스톤 비치에 온다. 내려서 홍합이나 삶을까 싶었다. 그런데 바람이 너무 세다. 날아갈 것 같다. 할아버지가 해변으로 열심히 내려가시길래 따라간다. 할머니와 손녀가 뭔가를 줍고 있다. 혹시 젬 스톤이라는 이름이라 뭔가 그런 걸 줍는가 싶어서 열심히 본다. 신기한 절벽 지형에 세찬 바다도 참 멋지다. 그런데 모래가 굳어져 만들어진 절벽의 흙 사이에 작고 동그란 돌들이 박혀있다. 예쁜 돌로 아주 작은 것 세 개를 챙긴다. 비스듬한 절벽 지형에 올라가 땅을 파보는 남자도 있다. 이름이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열심히 살피고 다닌다. 남극에서 부는 바람이라 그럴까. 참 거칠다. 다시 달린다. 마지막으로 남해안이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고 내륙으로 들어간다.

클리프덴 히스토릭 브리지에 온다. 100년 전에 만든 목조 다리이다. 최근에 보수했다. 아직도 아주 튼튼하고 멋지다. 강은 어두운 갈색이다. 피크닉 사이트에서 남편이 홍합을 손질하고 삶아 먹었다. 화장실도 깨끗했다. 무료 캠핑 사이트인데도 다들 보고 가버렸다. 산지를 넘어간다. 아래에는 산 사이에 유난하게 납작하고 넓게 펼쳐진 지형이 나타난다. 처음 보는 지형이다. ‘Wet land’란 표지판을 보고 들어간다. 

비포장도로를 따라가다가 주차하고 들어간다. 15분짜리 룩아웃에 간다. 이곳은 특이하게도 습지를 이용하여 사람들이 자연 관찰용 프로젝트로 조성한 곳이다. 전 세계적으로 습지가 사라지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뉴질랜드도 쓸모없는 땅이라 생각하고 90% 이상 매립했다고 한다. 그래서 습지를 조성하고 앞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관찰하는 곳이다. 

초지와 호수 같은 곳을 만들어 두었다. 흑조와 새들이 많다. 화장실은 너무나 깨끗하다. 심지어 물로 내린다. 주변을 몇 시간 도는 코스도 있다. 나오면서 길가에 이상하게 생긴 흰 버섯을 보았다. 큰 건 아기 머리만 하다. 공처럼 둥근 형태이다가 윗부분이 익은 빵처럼 갈라지는데 어떻게 포자를 날리는지 알 수가 없다. 길가의 습한 곳에서 자라고 소나무 숲이 가까웠다. 나중에 이름을 찾아봐야겠다.

테 아나우 입구의 버드 보호구역에 온다. 마땅히 볼 만한 새는 없다. 앵무 정도이다. 나무 밑에 키위 모형을 두다니 안쓰럽다. 6시가 넘어서 테 아나우 키위 홀리데이 파크에 온다. 중심부 옆이라 별로 들어가고 싶지 않지만 다른 선택이 없다. 나름 아이들이 노는 놀이터나 장미 등을 잘 가꾸어 놓았다. 주방과 쉬는 공간이 크다. 시내는 밀포드 사운드를 위한 전진 기지라 별로 볼 것이 없다. 수퍼에 들렀다가 온다. 주방에 사람이 많다. 일단 차에서 쉰다. 8시 40분에 생선 크로켓과 치즈볼을 오븐에 굽는다. 남편이 오븐 안의 판을 꺼내다가 데었다. 누가 오븐을 켜 놓은 채로 두고 갔다. 옥수수를 삶고 저녁을 차려 먹는다. 일기를 치고 있다. 씻고 자야겠다. 남편은 생선 크로켓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샤워하고 잔다.


씨푸드 로컬 가게 57, 타이 타이 점심 29, 파크 앤 세이브 58, 후레시 초이스 수퍼 34, 테 아나우 키위 홀리데이 파크 41.8

2019. 1.25(금) 테 아나우 – 밀포드 사운드(키 서밋 트렉)

오늘은 늦잠을 잤다. 아침 8시 20분에 일어난다. 어제 안 먹은 볶음밥을 다시 볶고 치즈 너겟과 생선 커틀렛도 데운다. 일부 먹고 도시락을 싼다. 화장실 가고 뒷정리를 하다 보니 10시 10분이 되었다. 파이즈에 가서 고기 파이 2개를 산다. 남편이 뉴질랜드 김밥이라며 맛있게 먹는다. 할머니가 만들어 주는 풋풋한 아침 식사 같다. 따끈하다. 나는 키드니 파이를 먹었다. 어렸을 때 많이 먹던 맛이라 좋았다. 아침을 먹고 바로 먹으니 배가 터질 듯하다. 밀포드 사운드 국립공원에 들어온다. 앞으로 캠핑장에서 지내야 하기에 캠핑장 마다 들어가서 순례하며 간다. DOC에서 운영하는 것들이다. 아주 작고 단순한 곳부터 개울을 끼고 있는 괜찮은 곳까지 점수를 매기며 다 둘러 본다. 

꼬불꼬불한 산길을 넘어 갑자기 개활지가 나타난다. 차들이 일제히 선다. 넓고 광활한 초지는 절로 춤이라도 추어야 할 듯 멋지다. 남편이 춤을 추었다. 자연의 규모가 이 정도로 큰 것인지 놀라운 풍경의 연속이다. 높고 가파른 산 위에 푸른 빙하가 보이고 U자곡이 사방에 나타난다. 이런 곳에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감탄의 연속이었다. 미러 레이크에 간다. 차들이 잔뜩 서 있다. 날이 흐려서 깊은 곳이 맑게 보이지는 않는다. 사람에 치일 정도로 많다. 놉이라는 곳은 제법 모든 시설을 갖추고 있어서 여기에 다시 오겠다고 하고 간다. 마지막은 캐스캐이드 크릭에 있는 캠핑장이다. 옆에 물도 흐르고 우수를 받아서 설거지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오늘은 여기서 자야겠다. 개인당 13이다.

12시 20분에 디바이드에 도착한다. 간단한 간식과 커피, 주스를 챙겨 간다. 키 서밋에 올라갈 준비를 한다. 좁고 시원한 산길을 산책하듯 간다. 거대한 나무들이 넘어져 이끼가 끼어 있다. 처음에는 서늘하더니 오를수록 더워진다. 그래도 물이 졸졸 흐른 곳이 많다. 작은 폭포도 보고 계속 올라간다. 루트번 트랙과의 갈림길에서 우리는 키 서밋 방향으로 올라간다. 키가 작은 관목들이 있는 지역이 나타난다. 아래로 멀리 계곡이 보인다. 주변 산들은 높고 가파르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 선뜩하게 추워진다. 몽골에서 보이던 하얀 색의 쓴풀이 보인다. 900미터가 넘는 높이의 정상 부근에 공공 화장실이 있었다. 이걸 여기까지 가져온 분의 수고가 놀랍다. 고마운 일이다. 자연에 볼일을 보지 않게 하려는 뉴질랜드의 간절한 열망이 보인다. 네팔과 몽골은 사방천지에 동물 똥인데 뭐가 더 나은 것일까. 몽골은 모든 곳이 화장실이었다. 참 좋았다. 이곳은 집착을 가질 만큼 일정한 거리에 화장실을 두고 철저히 관리한다. 오를수록 옷을 벗으면 목이 서늘하다. 13도 정도의 기온이다. 사람들이 많이 오른다. 정상 근처에는 아름다운 습지가 있었다. 귀한 것을 잘 보존하기 위해 사람들이 루트를 벗어나 옆길로 새지 않도록 신경 쓰고 나무 트랙을 따라 걷도록 유도한다. 가는 길과 오는 길을 다르게 하여 지루하지 않도록 배려한다. 키 서밋 정상을 지나 마리안 호수가 보이는 룩아웃까지 간다. 주변이 멋져서 추워도 좋았다. 다행히 비는 오지 않고 날이 적당히 흐려서 걷기 좋다. 마리안 호수는 멀리서 보아도 아름답다. 앉아서 옥수수와 간식을 먹고 내려간다. 추워서 오래 있을 수가 없다. 내려가는 길도 멋지다. 공공 화장실에 가본다. 무섭게도 화장실이 바람에 심하게 흔들린다. 밖에 쇠줄로 사방을 고정시켜 놓은 이유를 알겠다.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이야기하면서 천천히 내려온다. 3시 반이 되었다. 총 3시간 10분이 걸린다. 빨리 다녀온 편이다.

다시 달려서 사방에 산지로 높게 에워 쌓인 지형에 내려서 사진을 찍는다. 흐르는 물도 아주 맑다. 호머 터널로 간다. 입구에는 빙하가 보이는 산이 있다. 5분 정도 대기하면 반대편 차들이 다 나온다. 푸른 신호를 받고 우리 차가 간다. 1950년대에 사람들이 손으로 뚫은 터널이다. 손으로 작업한 거친 모습이 그대로 있다. 1.3 킬로 정도 가면 더 거칠고 가파른 지형이 나타난다. 사람을 압도할 듯 무섭다. 

캐즘에 간다. 잔잔하게 보통 계곡처럼 흐르다가 좁고 깊은 틈으로 물이 떨어진다. 그 물들이 곳곳에 깊은 구멍을 남겨 희한한 형상이 되었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만들었을까 싶다. 신기하고 멋진 지형이었다.

밀포드 사운드에 온다. 우선 주유를 한다. 비싸지만 여기가 아니면 테 아나우로 다시 나가야 하는데 120킬로다. 고마운 곳이다. 유람선 터미널의 쥬시에 간다. 아침에 배를 타는 건 예약이 필요 없다고 한다. 다행이다. 다시 되돌아간다. 내가 운전을 한다. 밀포드 사운드 길이 험하다더니 별로 어려운 건 아니었다. 아벨 타즈만이 더 무서웠다.

캐스케이드 캠핑장에 7시에 온다. 시푸드 차우더와 치즈 너겟을 데워서 빵과 먹는다. 작은 날벌레들이 따끔하게 물어서 뒷문을 오래 열기가 힘들다. 간단하게 세수하고 이를 닦았다. 7시 반에 건 호수로 산책간다. 45분짜리 짧은 트랙이다. 숲은 나무들이 크고 이끼가 많아서 아름다웠다. 거대한 나무들이 넘어져서 이끼가 덮인 모습은 멋있었다. 건 호수를 구경할 수 있도록 작은 소로를 물가까지 연결해 놓았다. 맑고 아름다웠다. 돌아가는 길은 다르다. 길이 점점 더 좁아지고 건 호수의 출구인 건 호수 아울렛으로 간다. 빠르게 흘러가면서도 참 맑다. 길은 습지로 변하여 작은 우회로들을 찾아가며 모험처럼 되었다. 계속 흐르는 물 곁을 따라간다. 숲을 벗어나니 거대한 캠핑장이 더 안쪽에 넓게 펼쳐져 있었다. 곳곳에 주방과 화장실이 있다. 이렇게 규모가 클 줄 몰랐다. 숲에서 흘러나오는 시냇물이 흐르는 곳이 마음에 든다. 

주변에 불을 피우는 장소도 있다. 벌써 사람들이 차지했다. 남편이 멀리까지 걸어가서 차를 가져온다. 여기는 날벌레도 덜한 편이다. 물에서 발도 씻고 의자를 펴 놓고 앉아서 애플 시더도 마신다. 맛이 좋다. 날이 어둑해진다. 차 안에서 일기를 친다. 10시 반이 되었다. 모두 잔다. 화장실 다녀와서 자야겠다. 내일은 마리온 호수까지 가는 트랙을 걸을 예정이다.

고기 파이 2개(비프 앤 치즈, 키드니 앤 비프) 14, 기름 60, 캐스케이트 캠핑장 13*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