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19(토) 그레이 마우스 – 호키티카 – 프란츠 요셉
아침 7시에 일어나서 어제 남은 반찬과 밥을 먹는다. 우리와 똑같은 쥬시가 차 위에 텐트를 폈다. 예뻐서 우리도 한번 펴 보고 싶다. 사다리가 없으니 교대로 올라가야 한다. 커피를 내려서 담고 9시에 떠난다. 팬케이크 록에 단다. 간단하게 보고 나오는 곳인가 했는데 대단했다. 20분 정도 돈다. 팬케이크처럼 생긴 바위들과 바람, 파도가 만나서 만든 다양한 모습들이다. 현대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느낌이다. 좁은 바위를 통과하는 파도가 천둥 같은 소리가 들리는 곳도 있다. 사람의 옆얼굴 같은 형상부터 상상이 가능한 다양한 바위가 있다. 아주 신기해서 나오려다가 거꾸로 다시 한번 돌았다. 인상적이고 멋진 곳이었다. 남편이 공중전화를 이용하여 무료로 쥬시에 사고 접수를 했다. 접수비가 들긴 하지만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니 마음이 편해졌다.
10시 반에 그레이 마우스로 간다. 11시 반에 도착한다. 약국에서 샌드 플라이 약을 사고 60분 무료 주차에 세운다. Ali’s eating&drinking에 간다. 맛집으로 책에서 소개한 곳이다. 피시 앤 칩스와 소고기 햄버거를 시켰다. 양이 어찌나 많은지 절반 정도 먹고 생선튀김 하나와 엄청난 감자 칩을 거의 다 통에 담았다. 손님이 많다. 나와서 시계탑을 지나 그레이 강의 둑에 올라간다. 예전에는 홍수가 많이 났다고 한다. 높은 둑을 쌓았다. 금광으로 개발이 된 곳이다. 지금은 크리이스트 처치에서 횡단 열차가 오기 때문에 발전되기 시작했단다. 배낭이 오기를 포기했기 때문에 12시 반에 웨어하우스에 간다. 내 수영복과 남편의 긴팔 티 등 필요한 물품 등을 산다. 옆의 카운트 다운에 간다. 먹을 것이 거의 떨어져서 여러 가지를 산다. 남섬 맥주 몬티스도 많이 산다. 돌다 보니 2시 반이 되었다.
3시 40분에 호키티카에 온다. 비가 오기 시작한다. 인포에서 정보를 보고 건너편의 제이드 가게에 간다. 거대한 돌 형태의 옥부터 각종 목걸이로 만든 것들이 있었다. 직접 작업을 하는 곳도 있다. 포키 테이크 아웃이라는 곳에서 여기의 특산물인 화이트 베이트 패티를 시킨다. 그런데 겨우 달걀에 지진 뱅어전 작은 것 한 장 뿐이다. 8천원이라니 놀랍다. 생 뱅어 40g을 넣어 만들었다니까 무척 귀한 것이라는 말이다. 비가 꽤 내리기 시작해서 관광이 어렵다.
4시 40분에 호키티카 고르게라는 곳에 간다. 출렁다리 아래에 옥색 물빛이 보기 좋다는 곳이다. 산지로 갈수록 비가 점점 심해진다. 왕복 50킬로는 되는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간다. 빗길에 차가 죽죽 미끄러진다. 주차장에 와서도 비가 많이 쏟아져서 누워서 자려고 시도한다. 수영복을 입고 위에 잠바만 입고 가보기로 한다. 그런데 웨어하우스에서 슬리퍼 산 것을 그냥 두고 왔다. 정말 대단한 정신이다. 나가서 비가 퍼부으니 화장실에서 잠시 쉬었다. 다시 안내문이 있는 곳으로 뛰어가 비를 피한다. 이곳이 푄 현상으로 엄청난 비가 내리는 곳이라는 설명이다. 벌써 잠바가 다 젖어서 도저히 더 갈 수가 없다. 가면 걸어 돌아오는 길까지 총 40분 거리이다. 포기하고 차로 돌아온다.
5시 46분에 떠난다. 남편이 운전한다. 프란츠 요셉으로 나가는 샛길이 있어서 다행히 호키티카까지 다시 가지 않았다. 졸립다고 해서 운전을 바꾼다. 비가 정신없이 퍼부어서 최고 속도로 와이퍼를 돌리며 간다. 아름답지만 좀 겁이 난다. 다리를 건널 때마다 내려가는 수량과 속도가 무시무시하다. 다리가 무너지고 차가 떠내려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리 하리라는 곳에서 남편이 빗속에서 주유를 한다. 꾸준히 달린다. 차 안에서 온갖 간식을 다 먹고 세끼도 먹으니 살이 계속 찐다. 댜행히 남편이 오늘은 음악을 틀어 주어서 덜 피곤했다, 무료 캠핑장 인가 싶은 곳도 들렀다. 강가에 있다. 그런데 유료다. 점점 해가 나고 환해진다. 아름다운 호수에서 사진을 찍는다. 송어는 4마리, 연어는 2마리를 정해진 규정의 크기에 맞게 잡으라고 적혀 있다.
날이 환해져서 멀리 빙하가 보인다. 사진을 계속 찍으며 캠핑장에 온다. 만석이다. 바로 옆의 프란츠 요셉 캠퍼밴 파크에 온다. 8시 40분인데 환하다. 9시에 저녁 준비를 해서 소고기와 라면을 부리나케 먹는다. 10시에 무료 반딧불이 투어를 한다고 남편이 말했다. 그런데 서둘러서 가보니 10시 반이었다.
세수하고 이를 닦은 후 10시 반에 갔다. 세 가족이다. 가이드는 도저히 영어를 알아들을 수 없게 빠르고 발음이 이상하다. 골드러시 시대의 상황과 별자리, 주변 반딧불이 서식지에 대한 설명을 한 후 바로 옆 어두운 곳으로 데려가더니 보라고 한다. 어두운 숲에서 파란 불을 반짝이며 정말 멋지다. 호주팀과 우리는 가이드 없이 20분은 더 올라간다. 살면서 언제 이런 어둠 속에 있소 보겠나 싶다. 보다가 내려와서 많은 곳에서 앉아 가만히 본다. 동그란 천장 같은 작은 곳에 별자리처럼 붙어 있어서 마치 작은 우주를 보는 것 같다. 환상적이었다. 이런 행운이 있다니 놀랍다. 오늘은 날이 밝아져서 둥근 달과 밝은 별, 반딧불이까지 빛의 3종 세트다. 돌아와서 게스트 라운지에서 일기를 친다. 12시 46분이 되었다. 가서 자야 한다. 졸립지는 않고 정신이 말똥거린다.
사고 접수비 75, 하리하리 주유 62 Ali’s eating&drinking 피쉬 앤 칩스 24, 소고기 햄버거 24, 웨어하우스 55, 카운트 다운 68, 뱅어전 10, 프란츠 요셉 캠퍼밴 파크 42
2019. 1.20(일) 프란츠 요셉 빙하 – 폭스 빙하
아침 7시에 일어난다. 졸립지만 샤워를 먼저 한다. 주방에 화구가 2개 뿐이라서 먼저 쓰려면 일찍 서둘러야 한다. 그래도 씻고 나니 정신이 든다. 가지, 양파와 남은 소고기, 생선튀김, 감자칩 등을 한꺼번에 다 볶았다. 밥을 해서 먹고 도시락을 싼다. 뽕잎차와 커피를 내리며 빙하를 바라본다. 최고의 전망이다. 햇살이 좋아서 수건과 양말들을 널었다. 그릇들도 햇볕을 쐰다.
9시 20분에 출발한다. 회색의 물이 세차게 흘러내리는 풍경이 장관이다. 연회색의 신기한 빛깔이다. 빙하 아래 주차장에 온다. 벌써 차들이 잔뜩 와 있다. 옷을 잔뜩 껴입고 모자를 쓰고 출발이다. 서늘한 기운이 빙하 쪽에서 확확 온다. 100년 전부터 빙하가 있던 자리는 꾸준히 뒤로 후퇴하여 조그맣게 남았다. 최근 10년 사이에 급격하게 사라졌다. 그 과정을 표시하는 설명문을 지점 지점에 세워 두었다.
절벽에서 쏟아져 내리는 폭포들, 멀리 보이는 빙하, 오랜 시간 동안 이끼가 낀 돌들이 모두 아름답지만 마음이 착찹하다. 설명문에 보면 예전에는 빙하 덩어리를 잘라 수 킬로 이동하여 가져가고는 했었단다. 그러나 지금은 빙하 근처까지 걸어가는 트레킹 말고는 가이드 투어도 사라졌다. 헬리콥터를 타는 것 말고는 이제 다른 관광이 없어졌다. 회색으로 빠르게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빙하가 녹은 물이다. 수량이 엄청나다. 빠지면 건질 수 없을 정도이다.
11시에 빙하 근처에 도착한다. 제법 추워서 남편은 손이 차갑다. 잡아줘도 빨리 녹지 않는다. 여기까지 와도 더 이상 갈 수 없지만 아직도 빙하가 멀리 떨어져 있다. 그래도 인간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빙하이다. 양치식물 고사리가 자라면서 그 옆에 에델바이스 종류가 동시에 자라는 곳이 있을까 싶다.
12시에 주차장에 온다. 신과 양말을 햇볕에 말리고 점심으로 밥과 반찬을 먹는다. 많이 걸어서 맛이 좋다. 내려와서 핫 풀에 간다. 수영복을 입고 들어가면 36도, 38도, 40도 풀이 있다. 어이없게도 소독약 냄새가 많이 나는 따뜻한 풀이었다. 여기는 온천지대는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왔으니 잘 쉬어야 한다. 40도와 36도를 오고 가면서 잘 쉬었다. 거의 2시간 정도 있었다.
수퍼에 가서 간단한 장을 보고 3시 넘어서 떠난다. 이제 비가 오기 시작한다. 폭스 빙하는 멀지 않다. 산을 넘어왔다. 탑 텐 홀팍에 먼저 가본다. 핫 스파가 있지만 나대지에 그냥 차를 세우는 구조다.
중심부에 있는 폭스 글래시어 캠퍼밴 파크에 온다. 겨우 4시여서 자리가 좀 있다. 뒤에 나무를 두고 차를 세운다. 빨랫줄이 있어서 수영복도 널었다. 그런데 남편이 입었던 수영복이 없다. 어디에 떨어뜨린 건지 사라졌다. 물건을 계속 잃어버린다. 남편 바지와 양말을 빤다. 비가 오니 수건에 밟아서 양말은 차 안에 놓고 바지는 물이 더 빠지라고 비가 잘 안 맞는 나뭇가지에 넌다. 빵을 먹고 주방에 가서 일기를 친다. 잠시 비가 멈춰서 동네에 가본다. 겨우 200m 정도가 끝이다. 식당 몇 개와 작은 수퍼, 숙소, 주유소 정도다. 참 작은 마을이다. 내일은 하스트를 거쳐서 와나카에 간다. 비가 와서 차에서 일기를 치고 남편은 검색을 한다. 일단 한숨 잔다. 남편도 같이 잤다. 8시 넘어 일어나서 모든 걸 챙겨 주방에 간다. 비가 꽤 온다. 양고기를 지지고 쇠고기 소시지와 토마토를 졸인 면 스파게티를 만든다. 치즈를 넣어 맛이 더 낫다. 백포도주를 다 마시고 비를 맞으며 차로 돌아온다. 뒷문만 열고 그릇을 정리한 후 침대를 만든다. 내일 아침에는 갠다니까 정말 다행이다. 뛰어가서 화장실 들르고 이를 닦고 들어온다. 벌써 10시가 넘었다.
핫 풀 28*2=56, 라커 2, 티셔츠 10, 수퍼 28, 폭스 글래시어 캠퍼밴 파크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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