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15(화) 통가리로 – 황가누이 – 마나카우 지역 와이카와 캠핑 사이트
8시 반까지 늦잠을 잤다. 간밤에 춥기도 하고 자는 방향이 나쁜 건지 악몽을 두 개나 꾸었다. 처음에는 도둑이 내 옆에 누워서 남편의 잠바를 입고 가만히 있는 거다. 남편에게 “잠바는 그냥 줘 버리자!” 하고 소리를 지르는데 도둑이 내손 안쪽을 손톱으로 꾹 누른다. 가위에 눌린 느낌이다. 겨우 일어났다. 남편은 내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고 한다. 다시 잔다. 이번에는 아는 지인에게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다 얘기했다. 그러니까 내 앞에서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내가 힘들어하도록 자기 얼굴 양쪽에 펜으로 선을 긋더니 그대로 자해를 하는 거다. 참 끔찍한 꿈이다. 겨우 일어났다. 남편에게 악몽을 꾼다고 하고 방향을 차 안쪽으로 반대로 하고 누웠다. 다행히도 궁금했던 문제들이 해결되는 꿈을 꾸었다.
주방에 가서 라면을 끓이고 빵을 버터에 구웠다. 라면 한 개로도 충분히 배가 부르다. 빵으로 도시락을 싼다. 어제 늦게 와서 지불하지 못한 숙비를 내고 빠르게 침구를 정리하고 짐을 꾸린다. 차 바닥을 치운다.
10시 40분에 비지터 센터에 간다. 통가리로의 분출, 예전의 스키 타는 사람들 모습, 자연경관 등을 잘 정리해 놓았다. 어제 뭘 잘못 먹었는지 계속 화장실을 간다. 남편은 통가리로 산을 한번 올라가 보고 싶을 만큼 멋있다고 한다.
11시 40분에 통가리로에서 가장 간단한 코스인 1시간 구간을 간다. 정글 같은 숲을 지나면 나대지에 오르게 된다. 달랑 테이블 하나 있는 곳이 끝이다. 20분 만에 왔다. 사람들이 올라간 듯한 좁은 소로를 따라 오르다가 길이 끊겨서 내려온다. 배가 계속 아프다.
12시 40분에 내려와서 차로를 따라 계속 산을 오른다. 분출이 일어난 지형들을 볼 수 있다. 바람이 몹시 불고 춥다. 길의 끝에는 여름이라 운영하지 않는 스키장이 있었다. 세워 놓은 차가 너무 심하게 바람에 흔들려서 무섭다.
1시 40분에 산을 내려간다. 왕가누이까지 가는 길은 산을 넘어서 웰링턴 가는 길과 갈라진다. 길은 산지가 펼쳐지고 구불구불 간다. 가파른 산지는 초지로 되어 있어서 하얀 양들이 점점이 박혀있다. 이 같다. 멋진 광경이다. 오른쪽으로 누런 물이 흘러내려 가는 협곡이다. 중간에 수량이 많은 누런 색 폭포도 나온다. 내려서 구경한다. 가파른 길 아래로 붉은 열매가 잔뜩 보인다. 내려가서 따고 싶은데 남편이 말린다. 높은 곳에 달려 있고 길이 위험하다. 그래도 길 가에 자라는 야생의 붉은 자두를 하나 따 먹었다. 달다. 아까 그것도 자두였던 가보다. 아무데나 열리다니 신기하다. 차는 계속 아래로 내려가다가 다시 오르기를 반복한다. 차들이 많지 않다. 중간에 멈춰서 잠시 차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는다.
다시 한참을 내려와서 왕가누이 인포에 4시 20분에 도착했다. 화장실이 급해서 또 간다. 배에 통증이 심하다. 큰 병이 나면 안 된다. 정신 바짝 차리고 위생에 신경을 써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쥬시에 연락하여 내일 남섬으로 넘어갈 페리를 예약했다.
다리를 건너 100년 된 엘리베이터를 탄다. 신기하다. 1인 2달러다. 아래에서 콜을 누르면 아주머니가 내려와서 돈을 받고 태워준다. 5시 까지 인데 겨우 5시에 탔다. 언덕 위에는 왕가누이 주민의 1차 대전 참전을 기리는 탑이 서 있다. 돈을 내지는 않는다. 그러나 문을 닫는 시간이 있다. 175개의 계단을 오른다. 사방으로 왕가누이의 전경이 펼쳐진다. 멀리 강줄기와 서해, 마을의 전경들도 시원스레 잘 보인다. 우리가 갈 카운트 다운 마트도 확인했다. 멋진 전망이다. 탑을 내려와 계단으로 다리까지 내려간다. 집들과 정원을 구경할 수 있다. 여기의 집들은 색이 어둡고 단층이라 별로 예쁘지 않다. 겨우 30분 만에 다녀왔다. 카운트 다운에 가서 가장 기본적인 장을 보았다. 오늘은 무료 캠핑장에 갈 거라서 복잡한 조리가 불가능하다. 갈비 양념 된 돼지고기를 샀다. 카운트의 나이 드신 언니가 아주 친절하게 오늘은 즐거웠냐고 묻기도 하고 일본 말로 인사도 하신다. 참 다정한 분이었다.
6시 넘어 출발한다. 도시를 벗어나면 광활한 벌판이 펼쳐진다. 양과 소들이 많다. 날이 점점 밝아져서 환해졌다. 마음도 환하다. 전형적인 뉴질랜드의 모습이 펼쳐진다. 파란 하늘에 많은 구름, 들판에 펼쳐진 양들, 피곤이 싹 가신다. 가다가 작은 호수가 있는 캠핑장에 들어가 본다. 가는 길에 양과 들판을 찍었다. 멋진 광경에 서쪽으로 기우는 햇살이 좋았다. 작은 호수도 예쁘고 가격은 20 밖에 안되는 캠핑장이다. 남편이 웰링턴에서 너무 멀어서 가자고 한다. 다음 캠핑장은 바닷가에 있는 평이 좋은 곳이었다. 바로 앞이 바다라면 한번 가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 들어갔다. 그런데 마을 안에 있고 작다. 바다에 차로 간다. 모래 위를 달릴 수 있는 검은 해변이다. 차가 들어가 있어서 우리도 모래사장에 가본다. 얇은 검은 모래가 바람에 흩날리는 풍광이 멋지다. 바다는 서핑 정도가 가능하겠다. 다시 출발한다. 중간에 사고 구간이 있어서 차가 아예 멈췄다. 먹을 걸 챙겨 먹고 기다린다.
다시 국립공원이 운영하는 무료 캠핑장으로 달린다. 작은 마을을 지나 산지 아래에 8시 10분에 도착한다. 15대 정도가 가능한 곳이다. 7대가 있다. 적당한 장소에 세우고 먼저 화장실을 확인했다. 푸는 화장실이지만 앉게 되어 있고 다행히 깔끔하다. 오늘은 속이 안 좋아서 밥을 한다. 남편이 양파를 곁들인 갈비를 구웠다. 온갖 과일을 다 사왔다. 천도, 살구, 복숭아 등을 먹었다. 다행히 만든 고기는 우리 갈비 맛이다, 밥과 함께 맛있게 먹었다. 무료 캠핑장에 와서야 제대로 음식을 먹게 되다니 아이러니다. 설거지가 어려우니 깨끗이 먹는다. 나머지도 밥 비벼서 먹고 약간의 물과 휴지로 닦았다. 물을 끓여서 쓴다. 사 온 와인도 맛이 좋다. 등을 켜고 일기를 친다. 남편은 남섬 일정을 짠다. 주변에 가족과 오기도 했는데 모두 일찍 잔다. 청소년 몇이 좀 떨어진 곳에서 음악을 틀어 놓고 논다. 밤새 저럴 모양이다. 어제 꿈도 그렇고 해서 처음에는 약간 걱정스러웠다. 그런데 보니엠 노래를 듣고 기타치고 노는 품이 참 우리나라 옛날 애들 같다. 11시가 다 되었다. 침구를 만들어야 한다. 대충 이 닦고 자야겠다. 웰링턴은 90km 정도 거리이다. 배 타러 1시 반까지 가야 한다. 주변 사람들은 일찍 다 잠이 들었다. 절반 정도 차오른 달이 밝아서 남편과 산책을 간다. 주변에 불빛이 없어 달이 더 환하다. 빛을 따라 캠핑장을 벗어난다. 달이 환한데도 동시에 별들도 밝다. 달이 아스팔트를 비추고 나무들, 구름, 희뿌연 풍경들이 북유럽 미술관에서 본 그림과 같다. 아주 멋지고 보기 어려운 광경이다. 빛이 없는 곳을 찾는 것은 지금은 거의 불가능하다. 간단한 산책을 마치고 차로 돌아와서 11시 넘어서 잔다.
엘리베이터 2인 4, 카운트 다운 68, 디젤 42, 마나카우 지역 와이카와 캠핑 사이트(DOC 운영 국립공원 관리 무료)
2019. 1.16(수) 웰링턴 – 픽턴
아침 7시 반에 일어난다. 다들 자고 있다. 남편과 주변 산책을 한다. 환경보전국에서 관리하는 이 캠핑장은 꽤 쾌적하고 좋았다. 밤에 쌀쌀했던지 감기 기운이 있다. 화장실에 먼저 다녀오고 주변을 살핀다. 넓은 개울이 흐르고 있었다. 여기서 씻으면 되니 여러 가지가 해결되는 곳이다. 낮에는 물놀이하는 사람들이 있겠다. 개울을 건너서 산에 오른다. 수종이 바뀌었다. 소나무류가 보인다. 모양이 잣나무 종류인 듯하다. 30분 정도 오른다. 블랙베리도 따 먹고 시원한 산바람도 맞는다. 제법 땀이 날 정도의 기울기로 오른다. 다시 내려와서 20분 정도 갈 수 있는 동그란 형태의 트랙을 따라 걷는다. 좁은 산길, 침엽수림, 작은 나대지가 조금씩 펼쳐진 멋진 산책로였다. 자루가 긴 넝쿨 형태의 꽃도 예뻤다. 오늘은 날씨가 아주 좋다.
아침은 니신 라면 한 개에 고춧가루와 양배추를 넣어 끓인다. 나머지 국물에 밥을 말아서 햄과 먹었다. 남편이 라면 맛이 좋다고 한다. 어제 산 복숭아를 먹고 짐을 챙겨서 10시에 떠난다. 다른 사람들도 이미 서둘러 떠났다. 멋진 곳이었다.
웰링턴 가는 길은 차가 많다. 빨리 속도를 내지 못하고 줄지어 간다. 시간이 많이 남아서 수퍼에 간다. 결국 너무 먹어서 자제하려던 옥수수를 샀다. 제일 맛있다. 잃어버린 식도를 사려고 주방 기구점에 갔으나 35달러다. 결국 웨어하우스에서 가장 싼 칼을 세일까지 해서 3.5에 산다. 칼을 구해서 다행이다.
페리 터미널에 12시 30분에 온다. 맨 앞에 섰다. 남편은 만화를 보고 나는 두통 때문에 자리를 펴고 잔다. 계속 기다리다가 빵도 먹고 3시에 배에 오른다. 배가 연착이 되었다. 위로 올라와서 일등석 같은 편한 자리를 차지했다. 인터아일랜더라는 배가 조용히 남섬으로 가고 있다. 파도는 별로 없다. 남편은 배가 아파서 잔다. 남섬 일주 계획을 대충 코스만 만들고 빵을 먹었다. 3시 반에 출발한 배는 6시 40분에 도착했다. 바다는 잔잔하고 오후의 햇살이 찬란했다. 북섬의 거친 지형에 비해 이곳은 산지가 부드러운 편이다. 내려서 먼저 장을 보고 해양박물관에 가본다. 당연히 문을 닫았다. 평화롭게 아이들이 노는 바닷가 놀이터에서 잠깐 있다가 온다.
7시 50분에 와이카와 베이 홀리데이 파크에 온다. 아직도 햇살이 화사하다. 남편은 주방 가까운 곳을 골랐다. 각 사이트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고 곳곳에 장미꽃이 예쁘게 피어 있다. 별 세 개 반짜리 사이트다. 픽턴과 넬슨은 일조량이 가장 많은 곳이다. 마음까지 화사해지는 날씨다. 북섬의 비 내리는 구질구질한 날씨와 극 대비가 된다. 우선 캠프장을 둘러 보고 저녁을 하러 간다. 주방이 작고 옛스럽지만 꽤 깔끔하고 좋다. 주방기구가 없어서 우리 것을 쓴다. 데포짓하면 빌려준다고 한다. 그래도 무쇠 냄비가 있어서 옥수수를 다 삶았다, 시간이 지나면 당도가 떨어진다. 닭 염통을 야채와 볶는다. 남편은 염통을 처음 먹는다고 한다. 닭 심장이다. 그럭저럭 먹을 만하다. 훈제 대구는 약간 짰다. 밥이 약간 남았다. 옥수수를 2개 먹었다. 샤워하고 온다. 남편은 연말 정산하러 식당에 가고 나는 잔다.
인터아일랜더 144(1인 72)+210(차량)=354, 카운트다운 옥수수 4, 웨어하우스 식칼 3.5, 과일 수퍼 5.5(골드 키위 2개, 달걀 6개 3.5), 수퍼 17, 와이카와 베이 홀리데이 파크 32.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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