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11(금) 무리와이 비치
아침 7시까지 일기를 다 쳤다. 피곤하다. 사람들이 많아졌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남편은 옆에서 잔다. 공항 밖에 나와 쥬시와 연락을 시도한다. 남편은 이 사람들의 영어 발음이 특이하여 통화 내용을 알아듣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다행히도 8시가 되자 시간 맞춰 주시 셔틀이 도착했다. 3팀 정도를 태우고 사무실로 데려간다. 직원의 설명을 듣고 테이블과 의자를 추가한다. 우리가 선택한 차종은 도요타 봉고 위에 텐드가 펼쳐지는 형태의 차량이다. 남자 직원이 사용법을 알려준다. 텐트는 펼치기가 쉽지 않고 꽤 큰 사다리를 가지고 다녀야 해서 아예 쓰지 않기로 한다. 간이 화장실과 싱크대, 냉장고가 있다. 외관이 밝은 녹색이라 요란하다. 그래도 우리 차는 몸체가 하얘서 그나마 낫다. 쥬시 차량들은 밝은 녹색이라 느낌이 젊고 상큼하다. 남편이 우선 살살 몰고 파크앤세이브에 간다. 코스트코 형식의 대형 수퍼이다. 과일, 옥수수, 고기, 맥주 등을 산다. 대충 정리하여 넣고 이번에는 내가 운전한다.
오클랜드 서쪽의 무리와이 비치로 간다. 남편은 몹시 피곤해 한다. 밤새 춥고 불편해서 둘 다 꽤 뒤척이고 잠을 못 잤다. 주변 풍경이나 길 모습이 캐나다 같다. 차는 운전하기 편하다. 반대로 운전대가 있지만 할만하다. 남편이 계속 안내를 하고 옆에서 주의를 준다. 길을 알려주어서 어렵지는 않았다. 넓은 초원이 펼쳐진 지형에 소와 양들이 많다. 보라색의 수국과 구근류의 파란 덩어리 꽃이 사방에 탐스럽게 피어 있다. 오클랜드 주변도 높은 건물이 없이 단층이다. 시골스럽다.
아래로 좁은 길을 따라 내려와 10시 반에 캠핑장에 온다. 아침이라 차가 별로 없다. 45분 정도 걸렸다. 큰 나무 밑에 주차한다. 차 높이를 신경 안 쓰고 나무 밑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걸리지는 않았는데 정말 주의해야 한다. 테이블을 편다. 화장실, 샤워실, 주방이 쾌적하고 멋진 캠핑장이다. 주방에는 사람들이 두고 간 ‘필요하면 가져가세요’ 코너가 있다. 여기서 포도주, 스파게티, 유기농 에스프레소 커피, 휴지들을 챙겼다. 나중에 꼭 필요한 나무 주걱도 가져왔다. 참 좋은 곳이다. 남편은 샤워를 하고 세탁실에서 자기 옷을 빨아 널었다. 해가 강하다. 일단 스테이크를 구워서 야채와 함께 먹는다. 올리브 오일 남겨놓은 것을 써서 고기를 굽는다. 소고기가 약간 질긴 편이다,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대충 판만 펼쳐서 잠자리를 만들고 바로 잔다. 쉬는 걸 목적으로 온 곳이다. 정신없이 잤다.
5시에 일어난다. 짐 때문에 전화를 한다. 아직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고 한다. 캐세이에서 콴타스로 책임이 넘어왔다. 다행히도 내 가방 안에 양념, 세제 로션 등이 다 들어 있었다. 그 가방에는 옷 종류와 물안경, 래시가드, 슬리퍼, 충전 장비들이 있었다, 남편은 의욕이 확 꺾였다.피로가 겹쳐서 더 힘이 없다. 짐이 없어도 크게 치명적이지는 않아 다행이다. 그래도 여행은 차질없이 계속되어야 한다.
해변에 간다. 검은 모래 해변이다. 바로 아래 피하 비치에서 피아노라는 영화를 찍었다. 신발이 불편해서 물 가까이 접근할 수가 없다. 사람들이 많다. 일광욕을 하거나 바다에 들어가 있다. 파도가 세서 수영을 할 수는 없다. 멀리 물안개가 뿌옇게 서리고 그림 속의 풍경 같다.
저녁은 아까 주방에서 챙겨 둔 납작한 스파게티를 쓴다. 남편이 양소시지와 면을 삶았다. 주방이 크고 좋다, 야채와 면을 볶는다. 딱딱한 망고 하나를 남이 버린 게 있다. 채 쳐서 넣었다. 간장과 어묵 스프를 넣으니 중국식 볶음면이 되었다. 삶은 양소시지는 맛이 밋밋하다. 망고가 화룡점정이 되어 상큼하고 맛있게 되었다. 뉴질랜드 체리는 맛이 캐나다 것과 비슷하다. 싱싱하고 달다.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해가 진다. 노을 지는 하늘이 아름답다. 샤워를 하며 옷을 빨아서 의자에 걸쳐 놓는다. 판을 펼쳐서 침구를 놓는다. 4인용이라 베게를 4개 쓸 수 있어서 좋다. 타올도 4개가 있다. 불빛이 있는 주방 앞에서 일기를 쓰고 내일 일정을 짠다. 남편은 가방을 찾으로 공항에 들르기 위해 북쪽으로 한번 올라가자고 한다. 캠핑장에는 토끼가 돌아다닌다. 작은 놈을 세 마리나 보았다. 겁 없다. 해안이 생일이라 한참 통화를 했다. 밝은 주방에 들어왔다. 누가 남기고 간 알루미늄 호일로 깔때기 모양을 만들었다. 우리 주전자에 걸치고 거름망을 놓은 뒤 아까 챙긴 오클랜드에서 볶은 유기농 커피를 내린다. 잘 내려지고 맛도 아주 좋다. 커피를 내릴 수 있다니 다행이다. 커피를 마시니까 남편은 정신이 좀 든다고 한다. 가방 잃은 충격에서 좀 벗어나는 듯하다고 한다. 계속 마시니 나도 정신이 든다. 오늘이 첫날인데도 아주 편하고 오래된 느낌이다. 여기는 주스도 싸고 질이 좋다. 짐 때문에 북쪽으로 괜히 가는 것은 포기한다. 내일 코로만델 반도로 가서 바닷가 모래를 파고 온천에 앉아 있을 거다. 12시가 넘어서 잔다.
테이블 의자 추가 40, 파크앤세이브 장보기 131, 무리와이 캠핑장 40,
2019. 1.12(토) 코로만델 반도
아침 6시에 일어난다. 아침 저녁은 꽤 쌀쌀하다. 간밤에 화장실 다녀올 때 하늘에 오리온과 은하수가 환했다. 별똥이 떨어지는 것도 보았다. 정말 멋진 장소다. 차들이 가득 들어왔다. 우리는 일찍 온 덕분에 주방이 가까운 가장 좋은 자리를 잡았다. 나 빵과 소시지류를 먹고 나머지를 통에 담는다. 8시 반에 출발한다. 해가 뜨면 온통 자글거린다. 뜨겁다. 그래도 아침에 상쾌한 바람을 쏘이며 달리는 기분이 좋다. 넓은 들판에 양과 소가 펼쳐져서 풀을 뜯는다. 차도 적다. 곳곳에 푸른 꽃 덩어리들이 멋지다. 풍경은 캐나다, 하와이 빅아일랜드. 몽골, 러시아 비슷하다. 교통 표지판이 아주 합리적으로 되어 있어서 길마다 적정 속도를 알려준다. 출구와 번호 표시도 정확하고 편하다. 시내의 실비아 파크 웨어하우스에 간다. 속옷이 들어 있는 운동용 반바지 2개, 환전, 필요한 충전 물품을 샤오미에서 산다. 환전은 200달러와 호주 달러 100을 했다. 빠르게 꼭 필요한 최소한의 물품만을 보충했다.
차로 오타라 전통시장에 간다. 토요일 7시에서 12시 까지만 열린다. 운이 좋다. 딱 그날이다. 10시 반에 왔다. 주자창이 복잡에서 맥도날드 앞에 슬쩍 세웠다. 괜히 매장에 들어가 구경하고 나와 시장에 간다. 사실 벼룩시장은 아니었다. 전통시장이다. 자기 농산물을 가져오기도 하고 각종 공산품들, 먹거리 등이 많다.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가격은 파크앤세이브보다 아주 약간 싼 정도이다. 물건들이 싱싱하다. 집에서 키운 듯한 모양이 예쁘지 않은 귤을 잔뜩 담아도 4천원 대, 그 집 옥수수가 8개에 5달러다. 4천원이다. 재미있는 곳이었다. 우리나라 전통 장의 형태와 아주 똑같은 곳이었다. 다행히도 환전을 해서 현금을 쓸 수 있었다. 귤을 고르고 옥수수를 까고 있으니까 뉴질랜드 주부들과 똑같은 모습이 된다. 가방에 모두 묵직하게 담는다. 해가 뜨겁다.
11시 쯤 코로만델 반도로 간다. 동쪽의 바닷가를 낀 구불구불한 길이다. 산지를 오른다. 강원도와 비슷하다. 곳곳에 고사리가 나무처럼 자라는 걸 빼면 거의 비슷하다. 뒷차들이 줄지어 따라오니 부담스럽다. 캠핑카는 높고 커서 오르막길에서 둔하다. 잠깐 쉬며 점심을 먹는다. 차 안에서 빵과 고기를 먹고 유기농 우유를 마셨다. 여기는 우유 값이 싼 편이다. 달리다가 정상에 서서 잠깐 쉬다가 내려간다. 빅아일랜드 누나 집에 가던 그 언덕 위는 광활하고 멋졌으나 여기는 별 전망은 없다. 내려오면 평지의 평화로운 마을이 나타난다. 좁은 다리를 건너면 얕은 하천이 바다와 만나는 지형이 나온다. 사람들이 물에 들어가 논다. 아이들도 안전하게 놀 만큼 잔잔하게 흐른다. 우리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잠시 쉬었다. 휴양하기에 적합한 참 좋은 곳이다. 퇴적 지형에서는 조개도 잡을 수 있겠다. 기름을 보충하고 다시 산지로 오른다. 바닷가의 카테드랄 코브 근처 캠핑장에 5시 반에 온다. 완전 피곤하다. 입구부터 사람들이 많고 정신이 없다. 남편이 수속을 밟는 동안 차에서 잠깐 졸았다. 2일에 130이나 한다. 우리 자리를 찾아 들어간다. 그런데 완전히 바글바글한 난민촌이다. 이웃끼리 바짝 붙어서 촘촘하게 빈틈없이 들어가 있다. 도저히 들어갈 마음이 안 생긴다. 그냥 이곳을 뜨더라도 일단 나가기로 한다. 아이들 뛰고 사람 많고 정말 북새통이다. 차라리 우리 집 마당에 텐트를 치는 게 100배는 낫겠다. 너무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환불하여 현금으로 돈을 받았다. 카드깡이 되었다. 핫 워터 쪽의 캠핑장에 한번 들러 보고 없으면 그냥 로토루아로 달리기로 한다. 카테드랄 코브는 구경도 포기한다. 물고기들을 들여다 보거나 동굴처럼 생긴 지형을 보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도 많이 경험했다.
핫 워터 탑10 홀리데이 파크에 온다. 다행히 이곳은 자리가 있었다. 그것도 주방 가까이에 잡았다. 로키산맥 부근 같은 캠핑장이다. 물론 사람들은 많다. 그래도 아까와 비교하면 지옥과 천국 같은 차이이다. 게다가 더 싸다!
6시 반에 차를 두고 간단한 차림으로 바다에 간다. 8시 반에 물이 들어온다. 모두들 4달러를 내고 빌린 삽을 들고 가지만 우리는 빌리거나 남이 파 놓은 곳을 이용할 생각이다. 10분 거리이다. 바닷가는 북새통이다. 파 놓은 곳들이 다 따뜻하지는 않다. 뜨거운 물이 흐르는 줄기가 있다. 체크 하면서 다닌다. 가장 뜨거운 곳 근처에서 서성인다, 점잖은 인도 할아버지가 눈짓으로 바로 옆에 앉으라고 한다. 파 놓고 가버린 곳이 있다. 참 감사하다. 뜨거워서 엉덩이를 오래 댈 수가 없다. 누워서 엉덩이를 들고 발로 쭉쭉 밀며 크기를 넓힌다. 위는 시원하고 아래는 뜨겁다. 위에서 프랑스인들이 구덩이를 파 주니까 물이 살살 아래로 내려온다. 우리 아래에서 깊이 파고 있으니 살살 내려간다. 가만히 있으면 된다. 진짜 편하고 따뜻하고 좋다. 하늘에는 구름이 흐르고 갈매기가 날아다닌다. 아예 누워 있었다. 아까 지옥 같던 캠핑장에서 벗어날 때는 이런 행운은 상상도 못했다. 인생이 참 신기하다. 무슨 일이 펼쳐질지 알 수 없다. 사람들이 양동이를 들고 온 이유는 시원한 바닷물을 퍼서 섞을 요량이었다. 없으면 비닐을 이용해 퍼 넣기도 한다. 모래 파고 있는 전 세계 사람들의 모습이 재밌다. 여기에서 이러고 있다니 참 우습고 신기하다. 사방에서 다양한 나라의 말들이 들린다, 우리 아래에는 러시아 가족들이 왔다. 정말 신기하고 좋은 장소였다. 편안하게 오래 쉬고 돌아간다. 옷이 잔뜩 젖어서 추울까 걱정했지만 의외로 걸어올 만했다. 아주 즐거웠다.
7시 반에 가족실에서 샤워를 한다. 노래 공연을 하고 있어서 시끄럽다. 양고기를 구워 먹었다. 어두운 곳에 앉아 작은 불빛을 의지하며 먹는다. 양고기는 맛이 소고기보다 낫다. 남편은 이제 고기가 싫다고 한다. 뭘 먹을까 싶단다. 10시 반에 나는 뻗어서 잔다, 진짜 피곤하다. 장시간 운전에 산을 두 개 넘어 오는게 힘들었다. 남편은 좀 더 있다가 잤다.
달러 환전 호주 100, 달러 200, 샤오미 16.5*2=38.4, 운동용 반바지 2개 35, 전통시장 귤 4,5. 옥수수 8개 5, 핫 워터 탑10 홀리데이 파크 53(1인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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