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RAVEL/18뉴질랜드일주

1.17~18 넬슨, 아벨타스만 국립공원, 푸나카이키(서해안)

by Anakii 2019. 2. 13.

2019. 1.17(목) 픽턴 - 넬슨

아침 6시에 일어나 화장실에 다녀온다. 남편은 어제 접속이 잘 안되어서 고생했다고 한다. 인터넷 환경이 안 좋다. 양쪽 학교에 메일도 보냈다고 한다. 주방에서 일기를 친다. 모서리 창이 있는 식당의 자리가 마음에 든다. 오늘 넬슨 가는 길은 아름답기로도 유명하지만 무척 구불구불하고 운전하기 어려운 길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아침은 면을 끓여서 나머지 밥과 함께 먹었다. 이 캠핑장은 장미꽃도 많이 피어 있고 주방도 예쁜 멋진 곳이었다.

아침 10시에 출발한다. 항구가 조망되는 능선을 따라 차로 올라간다. 내려서 걸어가려고 하다가 길이 땡볕이라 포기한다. 다시 밥스 베이라는 산책길에 간다. 오솔길은 작고 걷기 좋았다. 시원하다. 그런데 한참 가도 바다 조망도 안 되고 별다른 풍경이 나오지 않는다. 우리나라 까마중 같은 애를 따서 먹어본다. 맛은 훨씬 더 달다. 스테비아 같은 맛이 나서 뱉었다. 바다가 잘 안 보인다. 그냥 돌아간다. 왕복 1시간 정도는 걸어갔다.

차로 퀸 샬롯 드라이브에 간다. 워낙 길이 좁고 산길로 이어져 있어서 서서 풍경을 조망하고 싶어도 멈출 곳이 없다. 바다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다도해와 파란 물이 펼쳐진 풍경이다. 하와이 마우이의 하나 가는 길과 비슷하다. 하와이가 더 아기자기하고 예쁘다. 모랑기 베이에 온다. DOC가 운영하는 캠프사이트이다. 주변 풍광이 좋고 잔잔한 바다가 아름다워서 머물고 싶은 곳이다. 바닷가의 화장실이 캠프장이 운영하는 것이라 아주 좋았다. 배가 3일째 계속 아프다. 장염 일 수도 있다. 필요할 때 잘 이용했다. DOC가 운영하는 곳은 믿을 만하다. 바다를 끼고 가다가 다시 산지를 오른다. 두 물길이 마주하여 내려오는 지형이다. 이곳을 볼 수 있는 쿨렌 포인트 룩아웃에 오른다. 꽤 덥게 올라간다. 해가 쨍하고 구름 한점 없다. 주변 풍광은 멋지다. 다만 나무들에 가려서 룩아웃이 안되는 꼭대기 전망이 어이없다. 덥게 올랐다가 내려왔다. 

홍합으로 유명한 헤블록이라는 마을을 지난다. 전망대에서 멀리 보이던 마을이다. 배가 고프지 않아서 홍합을 먹을 수는 없었다. 이곳을 지나 시원한 나무들이 자란 곳에 차들이 많이 서 있다. 사람들이 수영복 차림으로 왔다 갔다 한다. 무슨 공원인가 싶었다. 그런데 펠로루스 다리를 지날 때 아래에 넓고 잔잔한 물이 담긴 계곡에서 사람들이 수영을 하는 거다. 연녹색 빛의 깊어 보이는 물이다. 가다가 차를 돌려 입구에 운이 좋게 주차를 한다. 꼭 물에 들어가야 할만한 풍경이다. 간단하게 입고 수건을 챙겨 아래로 내려간다. 이미 수영을 하거나 바위에서 점핑하는 사람들이 있다. 들어가면 좀 차다. 남편이 수온은 19도 정도 된다고 한다. 깊이는 3~4m 될 듯하다. 물이 시원해서 정신이 번쩍 든다. 물속에서 눈을 떠도 보이지는 않는다. 30분 정도 신나게 돌아다니며 놀았다. 상류에서 작은 새끼 오리 세 마리가 내려온다. 가까이 보러 간다. 다시 몸을 돌려서 피하다가 총알같이 빠른 속도로 아래로 내려갔다. 엄마는 어디에 가고 따로 다니는가 싶다. 아주 귀여웠다. 오리와 헤엄치는 계곡이라니 신기하다. 상쾌하고 기분이 좋았다. 오늘의 최고 행운이다.

계속 달려서 넬슨에 온다. 물이 빠진 습지가 아주 넓게 펼쳐져 있었다. 너무 광활하여 한 눈에 안 들어온다. 습지의 규모가 놀랍다. 내려서 사진 한 장 찍고 운전을 내가 한다. 남편이 졸립고 힘들다고 한다. 3시 반에 책에서 소개한 보트 셰드 카페에 간다. 해녀 아줌마 집처럼 바다 쪽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바닷가에 주차는 자리가 없다. 반대편 길가에 세우고 들어갔다. 차분하고 깨끗한 카페다. 바다 쪽 테라스는 비닐로 막을 쳐서 바람이 부는 것을 조절할 수 있게 해 놓았다. 여행책에서 양이 적은 것이 흠일 뿐 메뉴가 모두 아주 맛있다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허영만의 책에도 나온 곳이다. 작은 접시 17짜리 두 개를 시킨다. 홍합 치즈 구이와 연어를 시켰다. 브리즈번에서 먹은 점심은 1인분이 너무 많았기에 어느 정도의 양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맛은 그럭저럭 이고 양이 따빠스 수준의 간식이었다. 총알같이 먹고 나왔다. 작은 홍합 겨우 8개 위에 치즈를 뿌려 구웠다. 크기도 작다. 연어도 아주 조금 준다. 실망이다. 그래도 바다 전망으로 앉아 쉴 수 있었다. 결국 점심을 못 먹은 셈이 되었다. 이곳의 수퍼인 뉴월드에 간다. 생연어와 양고기 패티를 산다. 넬슨 사과와 직원이 추천해 준 넬슨 화이트 와인과 피노 누아를 산다. 이 지역은 일조량이 풍부하여 과일, 와인 산지로 유명하다. 오늘도 구름 한 점 없이 해가 뜨거웠다.

벌써 5시가 넘었다. 아벨 타즈만 국립공원으로 간다. 넬슨을 빠져 나가는데 한참 걸린다. 교통 체증이 심했다. 한 시간은 더 가야 한다. 70km지만 가는 길이 험한 곳이다. 그리고 다시 나와야 다음 지역으로 이동한다. 넬슨 사과는 별로 안 달다. 단단하고 물이 많다. 옛날 사과 맛이다. 크기가 작다. 한참 달리다가 과일 아이스크림 가게를 발견했다. 생크림을 잔뜩 넣은 믹스 베리 아이스크림이 4이다. 크기가 커서 두 명이 먹어야 한다. 양고기의 누린내 향이 나서 혹시 양젖으로 만든 생크림을 넣나 싶었다. 남편이 커다란 생크림을 잘라서 통째로 넣어 만든다고 한다. 맛은 진하고 좋다. 소프트 아이스크림처럼 높게 뽑아서 맨 위에 체리를 얹어 준다. 시원한 바람을 맞고 먹으며 정신을 차린다. 옆 가게에서 자두를 샀다. 맛이 맹맹한 물자두다. 1kg에 겨우 2달러다. 가게 뒤에는 사과 과수원이 있다. 주변이 온통 와이너리에 과수 농장들이다.

산지 입구에서 신호등에 대기한다. 공사 구간이다. 시동을 끄고도 10여 분 이상 기다려야 했다. 뒤로 차들이 줄지어 선다. 각자 과자를 먹거나 책을 읽으며 기다린다. 산지는 꽤 구불거린다. 나중에는 무시무시한 높이의 위로 올라가서 아찔했다. 빅아일랜드의 누나 집 이후에 이런 광활한 산 위 조망은 처음이다. 어지러울 정도다. 산지로 좁은 길이 나 있고 바로 옆으로 가파른 지형이다. 꽤 무서웠다. 위에서 운전을 바꾼다. 다시 남편이 운전한다. 산지를 내려온다. 정말 아찔한 곳이다. 산 아래의 랜지해아타에 왔다. 평지로 한참 달린다. 1시간이 훨씬 넘게 걸린다.

7시 10분에 테 와이코로푸푸 스프링에 왔다. 해가 바로 산 위에 있어서 넘어가면 어두워진다. 부리나케 걸어간다. 댄싱 샌즈 스프링을 지나 맑다는 그곳이 있다. 마오리족이 신성하게 생각한 장소인 듯하다. 뭔가 맑고 깊은 느낌이다. 멋있다. 물을 만지거나 떠 가도 안 된다. 넘어가는 해라서 깊이를 잘 알 수는 없지만 가운데서 물이 올라오고 있다. 꽤 맑다. 남편이 뭔가가 다리를 문다고 한다. 검게 생긴 놈이다. 샌드 플라이인가 싶기도 하다. 돌아오는 길에 댄싱 샌즈 스프링을 다시 본다. 모래가 아래에서 소용돌이 치면서 대 여섯 군데에서 동그랗게 올라온다. 신기하다.

나와서 다리를 건널 때 보았던 무료 캠핑장에 온다. 와이타푸 리버 캠퍼밴 파크이다. 강을 끼고 있어서 수영을 할 수도 있다. 이미 차들이 많이 와 있었지만 괜찮은 곳에 한 자리 차지하고 테이블은 편다. 점심도 부실해서 바로 옥수수 2개를 먹고 연어를 지진다. 마지막에 닭 염통 양념을 같이 곁들여서 졸인다. 남편이 아주 맛있게 먹었다. 사 온 화이트 와인도 맛이 좋다. 유기농인데 값도 싸다. 만원 정도 한다. 강물 가에 의자를 놓고 앉아 10시가 되어도 환한 하늘과 산 그림자가 비친 강을 보며 앉아 있었다. 마그리트의 그림 같다. 달이 환하게 떠서 달그림자를 만든다. 뭔가가 다리를 물기는 한다. 좀 앉아 있으니 춥다. 이 시간에도 물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 온 사람들은 강에서 낚시를 하기도 한다. 노래를 멋지게 부르는 청년, 불쇼 연습하는 언니도 있다. 역시 크게 음악을 틀기도 한다. 그래도 11시가 되자 일제히 조용해진다. 화장실에 다녀와서 일기를 치고 자려고 한다. 남편도 아까 스프링에서 뭔가에 물렸는데 나도 작은 모기 같은 것에 좀 물렸다. 낮에 열을 받아서인지 차 안에 아주 따뜻하다. 내일은 라휘티 케이브에 갈까 생각 중이다.

보트 셰드 카페 연어 샐러드 17, 홍합 치즈구이 17, 맥주 IPA 7, 총 41, 마트 55 아이스크림 5, 자두 1.6 와이타푸 리버 캠퍼밴 파크(무료)


2019. 1.18(금) 아벨 타즈만 국립공원 – 푸나카이키

아침 7시에 일어나 어제 일기를 정리하여 친다. 면을 삶아 어제 남은 양념에 볶았다. 먹고 남은 양념은 빵으로 닦아 먹는다.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화장실을 깨끗하게 잘 유지하는 편이다. 아침에는 좀 지저분했다. 간단하게 정리하고 짐을 싼다. 강에 간다. 씻을 겸 들어가 수영을 한다. 물이 15도 정도로 차다. 춥지만 상쾌하다. 신기하게 물이 맑다. 남편은 발이 저려서 들어오지 않았다. 옷 갈아입고 9시 반에 떠난다. 어제 오후에 갔던 그 푸른 스프링에 간다. 깨끗한 화장실을 이용한다. 오늘은 물이 더 깊고 맑게 보였다. 주차장에서 수국차를 끓여서 담는다.

10시 반에 라휘티 케이브에 간다. 사유지를 지나기 때문에 문을 열고 닫으며 가야 한다. 입구에 주차하고 건천을 지나 천변을 따라서 아열대 숲 같은 좁은 길을 한참 간다. 건너편 산이 직벽에 가깝다. 산길을 오르기 시작하면 꽤 가파르다. 땀도 많이 나고 힘들다. 중간에 쉬면서 계속 간다. 1시간을 올랐다. 동굴은 볼 만 했다. 땅속이 아니라 바깥으로 드러나 연결된 곳이다. 화강암 위에 석회 성분이 빗물과 함께 오랜 시간 흘러서 만들어졌다. 물은 흐르지 않는다. 

더위를 다 식힐 만큼 서늘해서 간식을 먹으며 한참 앉아 있었다. 물이 많이 필요한 곳이다. 내려올 때는 30분 정도 걸린다. 밖은 더워서 숲에 앉아 점심을 먹는다. 홍합초 샐러드가 제법 빵과 잘 어울린다. 남편이 맛있다고 한다. 올라갈 때는 힘들었지만 제법 특이한 지형이었다. 점심 먹고 12시 반에 떠난다. 산지를 넘다가 작은 가촌에 도착했다. 편의점 구경을 하자고 해서 들어간다. 아이스크림을 먹을까 하다가 그냥 출발한다. 차를 뒤로 빼서 오른편으로 나가려다가 왼쪽에 주차해 놓은 트레일러에서 튀어나온 날카로운 것에 차의 왼쪽 후면부가 긁혔다. 마음이 심란하다. 주유하고 계속 달린다.

서해안에 온다. 바다가 거칠고 날이 어둡다. 오지에 온 듯한 느낌이다. 바다가 넓고 파도가 세다. 야생의 느낌을 황량미라고 해야 할까. 날이 흐려서인지 더 쓸쓸한 느낌이다. 영화 피아노에서 처음에 도착한 해변 같은 풍경이다. 해안을 따라 달리다가 해안가 바위 사이에 굴이 뚫려 있어서 내린다. 서퍼들이 수트를 챙겨 입고 있다. 도저히 물에 들어갈 생각이 안 나는 날씨인데도 대단하다. 오후에 파도가 세지면 보통 서퍼들은 바다에 나간다. 파도가 얼마나 센 곳이면 해변에 널린 나무 조각들이 마치 깎아 놓은 듯 둥글둥글 예쁘다. 국수 방망이도 여러 개 구할 듯하다. 수저 모양도 있다. 신기하기는 하나 이 모든 것은 해변에 속한 것이기에 가져가면 안 된다.

해변을 따라 오르락내리락 달리다가 푸나카이키 비치 캠핑장에 8시쯤 왔다. 차 긁어먹은 것 때문에 속이 쓰리다. 더 조심하라는 교훈으로 생각해야겠다. 주변의 바다는 물안개가 끼여서 뿌옇다. 이 캠핑장도 길가에 있고 주변에는 별 것 없다. 저녁으로는 양고기 패티를 굽고 야채를 같이 볶았다. 밥이랑 먹고 남편과 남섬의 어디를 갈지 일정을 짠다. 일단 프란츠 요셉 빙하와 폭스 빙하를 직접 걸어서 접근해 보기로 한다. 11시가 넘어서 자고 남편은 자료를 더 찾고 있다가 들어 온다. 오늘은 먼 거리를 와서 진짜 피곤하다.

주유 55, 푸나카이키 비치 캠핑장 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