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RAVEL/18뉴질랜드일주

1.22~23 와나카, 더니든, 땅끝 블러프

by Anakii 2019. 2. 13.

2019. 1.22(화) 와나카 – 더니든

아침 8시 반에 일어난다. 호수로 아침 산책을 나가서 앉아 있었다. 남편이 일어나서 나온다. 우리 짐이 홍콩에서 태그가 없어진 채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누가 훔치려고 했었는지 신기한 일이다. 별 것 없어서 그냥 버려두었나 보다. 어디에서 짐을 받을까 고민하다가 우리나라 공항에서 받기로 한다. 아침으로 야채와 달걀을 넣은 라면 두 개를 먹는다. 커피를 내리고 침구를 새로 바꾼다. 차를 다시 청소하고 정리한다. 잃어버린 줄 알았던 남편의 바지가 차 안쪽으로 떨어져 있었다. 안 보이던 행주 두 개도 찾았다. 없어진 물건 3종을 찾았다. 다행이다.

10시 10분에 출발한다. 나가는 길의 호수 풍경도 예술이다. 날씨가 좋다. 길에서 먼지가 많이 일어난다. 와나카 가는 길은 척박해 보이는 산지가 꼭 몽골 같다. 호숫가의 펼쳐진 전망을 찍으려는 차들이 많다. 하웨아 마을에 들어가 본다. 완전 바람골이다. 분리수거만 하고 와나카에 온다. 

퍼즐링 월드의 착각의 방에 들어간다. 틸트된 방, 각종 신기한 물건들, 착시로 보는 것들이 있다. 재밌었다. 화장실에도 로마식 화장실 그림, 다양하고 재미난 변기 커버 등이 특이했다.

웨이스트 버스터즈에 간다. 와나카에서 운영하는 재활용품점이다. 티, 웃옷, 빗, 차 내림 도자기, 머리띠, 싹싹이를 총 10에 샀다. 언니가 가방이 필요하냐고 하면서 공짜로 꽃무늬의 탄탄한 장보기 가방에 담아 주었다. 예쁘고 좋다. 아주 재밌는 곳이다. 시가 이런 걸 운영하는 것이 보기 좋다.

로운 트리를 보러 간다. 날아갈 듯 바람이 분다. 거친 바람과 파도를 견디며 물속에서 버티고 서 있는 버드나무는 정말 특이했다.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많다. 남편 생일인데 이 버드나무가 참 상징적이다. 바람 부는 강가의 미류나무 그늘에서 차에 들어가 점심을 먹는다. 밖에 있기 힘들 정도로 바람이 부는 데도 물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240분 무료 주차하는 곳에 차를 세우고 ‘파타고니아’에서 아이스크림과 에스프레소 롱 블랙을 마신다. 둘 다 아주 좋았다. 사람들이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이 재미있다. 아기들도 큰 것 하나씩 잡고 먹는다. 우리에게는 두 쿱도 너무 많았다. 페밀리 스토어 라는 중고점에 간다. 꽃무늬의 오래된 앤틱 접시 4개를 보았다. 아무래도 가져갈 부담에 남편은 사지 말자고 한다. 다시 다른 중고점에 가 본다. 남편이 신을 신발을 고르다 나온다. 결국 내 소원대로 다시 가서 접시를 산다. 뉴 월드 마트에서 장 보고 주차장에 온다.

테카포 호수로 향한다. 가는 길에 라벤더 농장에 들른다. 그런데 6시가 다 되어서 영업이 끝났다고 한다. 라벤더 꽃더미 앞에서 사진 만 찍었다. 냄새가 참 좋다. 테카포로 가려다가 남은 날짜를 계산해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별로 없다. 그냥 더니든으로 가기로 한다.

달리다가 앞에 견인하며 슬슬 가는 차량이 있다. 바로 앞의 차가 추월을 하기에 따라갔다. 모퉁이를 돌아오는 건너편 차량이 온다. 앞차는 넉넉히 들어갔는데 나는 어쩔 줄을 모르다가 상대 차량이 약간 옆으로 비끼는 사이 들어갔다. 정말 정신도 없고 완전히 죽을 뻔했다. 그 차가 운전을 잘 못했더라면 죽었을지도 모른다. 좀 달리다가 남편이 운전한다고 해서 세웠다. 따라오던 뒷 차도 선다. 남편이 내리니까 얼마나 위험했는지 아냐고 막 뭐라고 했단다. 혹시 술을 먹었는지 물어보더라고 한다. 크게 야단맞은 셈이다. 남편이 그냥 실수한 거라고 대답한다. 약간 넋이 나가서 정신이 없었다. 중요한 순간에 잘 대처하지 못하니까 운전이 겁이 난다. 남편이 운전한다. 크롬웰에서 주유하고 출발한다. 척박하고 초지가 펼쳐진 지형이 계속된다. 풀도 말라 누렇다. 높은 산지 지형으로 올랐다가 내려가는 길을 반복하다 초지를 지나기도 한다. 후룻랜즈에서 록스바 가는 길 사이에는 직접 딴 과수원 과일을 파는 가게들이 있다. 들른 과수원은 돈을 직접 넣고 가져가게 되어 있는데 잔돈이 없어 나왔다. 건너편 가게에서 체리 1킬로를 7달러에 사고 잔돈을 만들어 건너편 가게에 다시 간다. 상품 가치가 없으나 아주 달게 보이는 살구 한 상자를 10에 산다. 여기서는 세컨드 과일이라고 한다. 돈 통에 넣고 나온다. 작은 마을들을 지난다. 옛날 방식으로 지어져서 지금까지의 도시들과 다르다. 고풍스럽다. 모두 금을 캐던 곳과 관련이 있다. 서부 개척시대와 비슷한 마을도 있었다. 잠시 내가 운전을 했으나 뒤차가 바짝 붙으면 잘 대처하지 못하는 듯하여 남편이 한다. 3시간 이상 운전을 해서 더니든 지역에 들어온다. 갑자기 가파른 산지 지형으로 차가 오른다. 깜짝 놀랄 정도로 고도가 가파르다. 벌써 10시 가까이 되었고 해가 넘어갔는데도 길이 다닐 만하게 훤하다. 이곳을 넘어서면 동해안이 보인다. 작은 길을 구불거리며 내려온다.

9시 40분에 더니든에서 관리하는 브라이튼 캠핑장에 온다. 무료다. 자리가 다 차서 측면으로 겨우 차를 세운다. 넓은 잔디밭 바로 앞이다. 밥을 해서 훈제 연어, 훈제 홍합, 훈연 양다리 햄과 먹는다. 맛난 살구와 맥주도 먹고 정리한다. 별을 구경한다. 오리온이 북반구와 반대쪽으로 보인다. 달이 떠오르자 산책간다. 달빛 비치는 바다가 아주 멋지다. 사진을 찍고 벼랑 있는 곳까지 구경 간다. 다시 모래 해변으로 내려간다. 바람이 불지 않는 곳이고 모래가 단단해서 걷기 좋다. 달을 보며 여러 장 사진을 찍는다. 

하천이 바다로 내려가는 곳에 물고기가 퍼덕거린다. 얕아서 들어가면 잡을 것 같다. 여기는 일정 크기가 아니면 불법이니 잡아도 소용이 없다. 바다로 밀려가지 않으려고 애쓰며 버둥거린다. 제법 큰 놈인 듯하다. 산책하고 들어와 일기를 치고 잔다. 오늘이 남편의 50번째 생일인데 죽을 뻔하다니 정말 파란만장한 날이다. 벌써 1시가 되었다.

 

퍼즐링 월드 18*2=36, 와나카 운영 웨이스트 버스터즈 티, 웃옷 2개, 빗, 차 내림 도자기, 머리띠, 싹싹이 총 10, 파타고니아 아이스크림 7.5, 롱 블랙 4 = 11.5, 패밀리 스토어 중고점 앤틱 접시 2*4=8, 뉴 월드 마트 88, 수세미 3, 브라이튼 캠핑장 더니든 운영(무료), 기름 61.5, 체리 1kg 7, 살구 한 상자 10

2019. 1.23(수) 더니든 – 인버카길 – 블러프

아침 8시가 다 되어 일어난다. 간밤에 달도 환하고 조용한 데다가 날도 포근했다. 정말 좋은 캠핑장이다. 비가 내린다. 화장실에 다녀온다. 무료인데도 청결히 쓰고 잘 관리해 주는 것이 신기하다. 모래 해변으로 내려가는 길을 따라 내려가 본다. 어제보다 하천이 약간 넓어지고 밀물은 많이 올라오지 않았다. 아침은 어제 남은 밥을 끓여서 훈제 연어, 홍합과 먹는다. 설거지는 간단히 적은 물로 씻고 저장한 물을 틀어 살구를 많이 씻어 두었다. 편하게 잘 쉬고 어젯밤 달밤 구경도 잘했다.

9시에 출발한다. 더니든까지는 금방 왔다. 꽤 큰 도시다. 건축 양식이 좀 다르다. 창이 튀어나와 있거나 나무를 레이스 장식처럼 만들었다. 작은 마당에서 장미나 꽃들을 잘 가꾼다. 시내는 역시 복잡하고 차를 세울 곳이 마땅치 않았다. 먼저 시그널 힐에 올라간다. 시 전체와 멀리 바다가 보인다. 내려와서 볼드윈 스트리트에 간다. 세상에서 가장 가파른 길이라고 기네스에 올려 유명해졌다. 사람들이 많이 가서 사진을 찍는다. 막상 그리 가파르지는 않았지만 주민 차가 한 대 올라가는 모습이 대단했다. 위까지 차를 다 주차하고 산다. 정원을 예쁘게 가꾸어 두고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지나가며 소란스럽게 하니 귀찮을 것 같다.

뉴 월드 주차장에 차를 두고 더니든 뮤지엄에 간다. 딱히 볼 만한 것은 없었다. 전통적인 것, 박제, 역사적 유물 등이 섞여 있다. 마트에서 삼겹 훈제와 닭 다리를 펼쳐서 양념에 재운 것을 산다. 삼겹은 너무나 맛이 좋았다.다시 카운트 다운에 세우고 현대 미술관에 간다. 

약간의 현대 미술품과 특별 전시물이 있었다. 모네, 피카소의 그림도 있다. 빠르게 보고 수퍼에 온다. 주차 직원이 차마다 표시를 하고 다니고 있어서 얼른 빠져나온다. 90분이 넘으면 벌금 60달러다. 도심에서는 주차가 가장 문제이다. 그냥 돈을 내고 길가에 세우면 되지만 자리도 별로 없고 차가 커서 쉽지 않다.

비가 다시 내린다. 터널 비치에 가서 사진을 찍고 인버카길로 떠나기로 한다. 그러나 터널 비치에서 비가 많이 오기 시작해서 잠깐 나가서 걷다가 포기한다. 왕복 1시간 거리다. 인버카길을 거쳐서 땅끝마을인 블러프에 숙소를 정하기로 한다.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면 또 광활한 자연이 펼쳐진다. 양과 소들은 비가 와서 풀을 계속 뜯는다. 하루 종일 먹기만 한다. 음악을 들으며 계속 달린다. 비가 세지다 약해지기를 반복할 뿐 계속 온다. 인버카길에서 주유를 하고 바로 블러프에 간다. 여기는 춥다. 블러프는 조용한 바닷가 마을이다. 남위 46도에 왔다. 마치 목포에 온 듯한 느낌이다. 가게도 적고 한산했다. 여기서 스튜어트 섬에 가는 페리가 떠난다.

4시 약간 넘어서 캠핑장에 온다. 비가 많이 내려 관광은 포기해야 하나 싶다. 샤워하고 저녁거리를 챙겨 주방에 간다. 야채와 함께 닭 다리 펼쳐 양념된 것을 오븐에 굽고 밥을 했다. 맛있게 먹었다. 먹고 치우는 과정이 시간도 많이 걸리고 분주하다. 올 때 사 온 체리는 익어서 딴 것이라 아주 맛있다. 뒷마무리하고 스털링 포인트에 간다. 땅끝 표지가 있다. 

레스토랑 오이스터 코브에 가서 굴이라도 약간 먹을까 했다. 그런데 굴은 4, 5월에 시작된다. 비가 와서 약간의 산책을 하다가 포기한다. 마을을 빙빙 돌아보자 생각하고 간다. 

블러프 힐이 있다. 의외로 아주 가파른 길을 계속 올라간다. 위에는 몰 바람이 불어서 몹시 추웠다. 10도 미만이다. 오래 있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높은 곳에서 주변의 반도나 만을 조망해 볼 수 있어서 좋다. 목포의 유달산 같은 곳이다. 남편이 조심해서 몰고 내려온다. 바닷가에 간다. 뉴질랜드라면 아무 곳에나 전복이 널려 있을 줄 알았다. 크기가 문제가 되거나 많이 잡지만 않으면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홍합도 못 봤다. 당연히 전복 맛도 보지 못했다. 아예 전복이라는 걸 못 봤다. 바닷가에는 큰 미역 줄기나 따개비 종류가 약간 있을 뿐이다.

숙소에 와서 일기를 친다. 날씨는 변화무쌍해서 하루가 아니라 며칠을 있는 것 같다. 해가 나다 다시 비가 오고 먹구름이 몰려오다가 멀쩡해진다. 아름다운 쌍무지개가 떴다. 몽골에서도 보지 못한 선명하고 아름다운 반원에다가 바깥에 하나 더 떴다. 색깔의 방향이 서로 반대이다. 몇 시간 전에도 무지개는 보였지만 너무나 선명하고 아름다웠다. 남반구의 끝이어서인지 9시가 넘은 시간인데 해가 환하고 멋지다. 일기를 치다 보니 9시 반이 되었다. 아직도 밝다. 이 닦고 자야겠다.

뉴 월드 19, 카운트 다운 13, 기름 58.5, 블러프 캠핑장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