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찍 인세라믹에 들렀다. 아침인데도 지게차가 활발하게 움직인다. 석재 두박스를 환불받고 나오면서도 여전히 아쉽다. 자르기 전에 생각했으면 이런 손해는 없었을 텐데. 하고.
하지만, 그걸 잘라 봐서 자신감이 붙었기에 과감하게 벽돌쌓기에 도전하는 거잖아! ㅋㅋㅋ
퇴근을 조금 일찍 하고 벽돌 구하기에 나섰다. 사우동의 클레이코리아는 우리처럼 소규모로 구하는 사람을 상대하려 하지 않는 것 같다.
또 누산리에 있는 벽돌가게는 사람이 없다. 왜 그럴까?
오라, 벽돌은 주로 공사판에서 가져가니 오후엔 장사할 일이 없겠구나!! 에 까지 생각이 미치니, 전혀 다른 세계를 알게된 것 같다.
하성 마곡에 있는 벽돌판매장에는 바닥용 벽돌만 있단다. 벽난로 뒤에 놓으면 깨질 거라서 안된단다. 잠시 차를 멈추고 구글에서 황토벽돌을 찾으니 강화도에 아담황토벽돌이란 곳을 알려준다. 그러나 이곳 역시 전화불통.
다행히, 강화대교를 지나니 멋진 벽돌 전시장이 하나 나왔다. 가격은 가장 싼 적벽돌이 300원 그 외 포인트용 벽돌이 500원 700원 1000원 등등 다양한데 우리는 700원짜리 재색 벽돌로 130장을 할인받아 8만원에 구입했다. 원래 생각은 벽돌을 모로 놓고 쌓는거였는데, 모든 적벽돌이 옆면에 구멍이 나 있으니 그건 포기. 공사비는 올라갔지만 직원분들은 모두 친절하셔서 감동이다.
벽돌을 아토스 트렁크에 쌓으니 제법 높이 올라왔다. 불안불안... 강화 그린마트에 가서 박스를 얻고자 하니 흔쾌하게 내 주셨다. 역시나 고마운 분. 박스에 벽돌을 최대한 담은 뒤, 트렁크에 깔린 벽돌 위에 턱 놓고, 나머지 박스는 펴서 트렁크 문을 보호하니 완벽하다.
강화읍내 들러 형제타일에서 에폭시 사놓은 것을 반납하고 (이곳 역시 무지 친절하다. 강화도 사람들 다 이렇게 친절한가?)
그길로 강화읍내에 들어가 비빔국수 이인분. 언제 먹어도 맛있고 저렴한 비빔국수집~~
강화에서 우리집 까지 비상등 켜고 40-50킬로 속도로 기어왔다. 그러나 우리집 진입하는 높은 언덕은 걱정꺼리였는데 막상 올라가서 하역을 해 보니 별 문제 없다. 벽돌 하나 망가진 데 없게 무사히 돌아왔다.
벽돌을 쌓기 위해 바닥에 박스를 깔았다. 숯을 넣었는지 벽돌에서 검댕이 많이 떨어진다. 마루가 한마디로 공사판.
압착시멘트를 되직~~하게 개서 타일에 바르는 것으로 작업 시작이다. 사실, 많이 서툴다. 잘 안붙는다. 시멘트가 마를까봐 난 걱정을 많이 하고 안절부절했는데 경아씨는 의연하게 일한다.
"이거 붙일 동안 시멘트 안 굳어. 걱정 마." (시멘트 굳는 시간, 사실 모르면서!)
난 마당에서 벽돌 여덟 개를 잘랐다. 어두워서 안보였지만 검댕 먼지가 엄청 날렸을테지.
그라인더로 벽돌 절반 정도를 미리 자르고 고무 망치로 탁탁 두드리니 짝 갈라진다. 하지만 비스듬하다. 초짜니까. 동영상 보면 잘 자르던데.
1단을 쌓고 나서 2단을 쌓는데 이상했다. 원래 단 사이에 1cm정도의 공간을 두고 싶었는데 아무리 압착시멘트를 발라도 구멍에 쏙쏙 들어가고 당최 쌓이지를 않네. 압착 시멘트의 문제인가... 도리없이 흰줄 넣기 위한 1cm공간은 포기했다.
벽돌뒷면과 벽에 시멘트 바르고 아래벽돌에 시멘트 바른 뒤 붙이고 고무 망치로 톡톡 쳐서 자리를 잡아 나가면서 작업을 하니 조금만에 손이 빨라진다. 5층 정도(50개 정도) 쌓으니 시멘트가 떨어져 다시 반죽해 왔다. 25kg시멘트로 며칠 전 타일 공사하고, 이번에 벽돌까지 쌓으니 일석이조네.
벽돌을 다 쌓고 나니 아뿔싸. 생각했던 것보다 높이가 안나와서 벽지 잘라 놓은 것이 그대로 보여 흉하다. 이 때 경아씨의 아이디어.
"어차피 잘라놓은 돌판 써 보자! 30cm니까 세우면 되잖아?" "오, 좋은 아이디어"
맨 위판 한판 정도인데다, 아래 벽돌이 있으니 버티는 건 문제 없다 보고, 맨 위 벽돌을 살짝 앞으로 나오게 한 뒤 그 뒤에 돌판을 붙이기로 했다. 급히 집안의 모든 에폭시를 징발했다. 믹스앤 픽스 두종류, 주사기형 에폭시 하나. 잡동사니 내 성격이 이럴 때 장점을 발휘하네.
에폭시를 혼합하는데 냄새가 장난이 아니다. 독극물의 냄새. 사용설명서에는 손으로 혼합하라는데.... 이걸 어찌 손으로?
에폭시를 콩알 크기로 잘라 돌판 뒤 다섯 군데 정도에 붙여 벽에 부착했다. 믹스앤 픽스 형 에폭시는 돌판에 붙이고 2-3분 지나니 효과를 발휘했고, 주시기행(액체형)은 좀 더 시간이 걸렸다.
마지막 마무리는 역시 경아씨다. 한번 발동걸리면 여지없이 발휘되는 엄청 꼼꼼한 뒷마무리. 명품을 만드는 장인의 손길. 집 칠할 때 실내를 보라색으로 칠하는 기술이 예술이어서 칠 장인들도 놀랐고, 타일 마무리에도 예술성을 보이더니 벽돌쌓기에도 여지없이 발휘된다.
모두 끝나니, 새벽 1시 20분...
전생에 환쟁이 였거나 미장공? 공구 다루는 덴 류제열이 낫지만, 미장 작업과 과감한 진행엔 박경아다! 우리 둘 합치면 괜찮은 목수 하나 나오겠네.
총 시공 비용은 19만원이었다. 인건비는? 글쎄... 타일설치에 1일, 벽돌쌓기,줄눈치기에 2일이니 얼말까?
슬레이트 판넬 1제곱미터용 54000원
벽돌 (전돌색 고급) 700*130장 = 할인하여 80000원 (원 91000원)
바닥타일 1제곱미터용 공짜. 원래는 14000원
타일용 압착 백시멘트 1포(25kg) 4500원
줄눈용 백시멘트 3포 6000원
석재용 그라인더 날 10000원, 고무헤라, 빗살헤라 합쳐 3000원, 조적 미장기구 13000원
석재 접착용 에폭시 본드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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