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간 피워 온 담배였다. 중간에 서너 번 '끊는다' 하면서 패치를 붙인다, 금연껌을 씹는다 난리를 치다 결국 그 때마다 두 배 이상씩 늘어나서 난감했었는데. 그래서 아예 '끊기'를 포기한 지 한 10여년 된다.
계기는 이빨 때문이다. 누구보다 망가져 있는 내 이빨. 40이라는 나이보다 한 20년은 더 늙었지 싶다. 치과원장님을 더 이상 고생시켜 드리기에도 너무나 미안할 지경까지 온 나.
자연에 거스르지 않으며 살거라고 핑계를 댔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없는 어금니하나도 없이 산다는 것 자체가 사실 '자연'스럽지 않다....답은?
임플란트다.
근데, 담배가 가장 치명적이라나. 술보다 훨씬 더. 드릴로 뼈 파헤치는 결심과 담배를 멀리하는 결심이 한 세트가 되었다.
이제 이별을 고한지 40여일이 되어 간다. 몸에 변한게 있나 살펴 보는 중. 대강 아래와 같군.
- 학년연구실에 비상용으로 두었던 컵라면, 1학기 때는 한개 먹었지만 2학기 땐 벌써 5개째다. 담배를 멀리하니, 몸에 나쁜 것도 얼마 정도는 내 몸 안에서 허용되나 보다.
- 담배를 멀리 하다가, 아예 완전히 안 만나기로 한지 16일째다. 요 며칠간, 현미밥에 넣은 콩이 너무나도 맛있다. 이빨치료 때문에 몸에서 당기는 것도 있겠지만, 단시간에 콩을 좋아하게 된 내 몸의 변화는 놀랍다. 솥 위를 뒤덮은 콩이 싫다고 긁으며 먹은 경험이 한달 전이었지? 아마.
-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담배가 피고 싶을 때가 있었다. 특히 저녁에 막걸리나 소주 한잔 걸칠 땐.
그런데, 안 피고 지내온 것이 대견한만큼 그걸 깨고 새로 담밸 피긴 싫다 느끼고 있었는데, 지금은 술 먹어도 습관으로만 땡길 뿐, 몸에서는 그리 심하게 부르지 않는다. - 아직 기분이 좋아지는지는 모르겠다. 잠이 더 많이 오고, 조금 더 민감해지기도 하고. 신경질이 좀 생겼댈까. 소리를 내 봐도 목도 필 때나 지금이나 그대로. 숨이 조금 덜 차나? 아, 하나 있다. 마눌님이 내 얼굴이 하애지고 있다고 하네. 앞으로 좀 더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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