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입니다. TV가 없으니 국경일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게 흘러갑니다. 밀린 빨래 널고 잠깐 대명항으로 마실 나갔습니다.
대명항이 엄청나게 붐빕니다. 추석을 빙자한 휴일의 마지막이기도 하고, 화창하기도 하여 서울 사람들 모두 놀러 왔나 봅니다. 차 세울 데도 없어서 트럭과 세단 사이 절반 공간에 교묘하게 차 받쳐 놓고 뒷문 열고 나왔습니다. 옥이 뒷문이 슬라이딩도어라 편리하군요.
대명항 시장에 들어서니 사람들로 인산인해, 꽃게들로 게산게해. 간간이 생물 삼치도 있고, 거대한 농어도 보이지만 오늘의 주종은 꽃게입니다. 엄청난 꽃게들! ◆_◆ 사진기가 없어 찍어 놓지 못해 아쉬운데요.
좀 돌아다니다 보니 가격을 붙이는 원칙이 보이네요.
갓 껍질 벗은 물렁게는 kg에 5천원. 활꽃게는 크기에 따라 kg에 1만원~2만원입니다. 2만원 짜리는 꽤 큰 에이스급입니다. 살짝 맛이 가서 죽기 직전의 꽃게 중 큰 것은 3kg에 2만원, 완전히 가신 분은 3kg에 만원 짜리도 있습니다. 어느 것이든 쪄 먹기엔 이상 없겠지요.
가게 중 3kg에 2만원 짜리를 새로이 쏟아 부은 가게에서 큰 녀석들을 주로 골라 이만원어치 샀습니다. 게 담는 바구니 포함 3kg 800g 나오는데요, 아주머니가 게 한마리 빼 내니 3kg 500g 입니다. 바구니 빼면 이게 3kg랍니다. 게 한마리는 덤으로 추가한다고 생색을 내십니다. ^^
집에 와서 들통에 물 찰랑하게 담고 찝니다. 일단 쪄 놓아야 한다는군요. 며칠간 꽃게만으로 상차림 하겠군요.
[점심상에 차려진 꽃게. 엄청 많은 분량이어서 놀랐지만 실상을 알고 나서 실망.]
배딱지를 따는데 딱지 안에 살이 없네요. 등딱지에도 붙어 있는 살 하나 없이 물만 주르르. 이게 껍질 바꾼지 얼마 안 되는 물렁게라는 놈이네요. 암놈에도 알이나 게장 하나 없이 거의 살만 있습니다.
보통 둘이 네 마리 먹으면 질려서 그만 두는데, 이건 워낙 담백(...)하다 보니 8마리 정도를 먹었네요. 별로 게 먹은 것 같지도 않습니다. 꽃게를 자주 먹을 기회가 있는 우리같은 사람은 몰라도, 아까 시장에서처럼 멀리까지 와서 게를 사간 서울 분들은 무척 화나는 일이겠어요.
다음부터 게 살 땐 꼭 물어 봐야겠습니다. 물렁게가 아닌지. 아 참, 싱싱하긴 합니다. 게 살 맛이 엄청 보드랍고 향긋했어요. (그래 봐야 게 비린내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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