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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제주여행

12/01/04 제주 (2) 에코랜드,메이즈랜드,비자림,갈치구이

by Anakii 2012. 1. 10.

BEST : 에코랜드-메이즈랜드-비자림, 갈치구이



새벽부터 강풍에 창문이 마구 흔들리더니 아침부터 눈보라가 엄청났다. 숙소는 의외로 바다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어서 놀랐다.

아침 식사로 간단한 김치찜과 밥을 먹고 에코랜드로 출발. 아침 내내 온 눈보라 때문에 에코랜드 가는 중산간 도로가 결빙된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렌터카 업체에서도 사고 상황을 계속 문자로 알려주는 중. 쥔장께 물어 보아 중산간 도로가 최소한 굴곡 도로는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일단 진행하기로 했다.

에코랜드 (곶자왈)
에코랜드 가는 중산간 도로 초입은 괜찮았지만 중턱으로 갈 수록 점점 눈이 많아지면서 바닥이 빙판으로 변한다. 기어를 저단으로 놓고 20킬로 정도로 천천히 올라갔다. 중턱에 오를 즈음 살짝 미끌어지는 느낌도 들어 긴장, 에코랜드에 가까워지면서 제설작업이 잘 되어 있어서 안도했다.

첫 역 에코브릿지에 내려 에코브릿지를 이용해 연못을 가로질러 걸었다. 짧은 시간 간간이 햇빛도 비치고 눈보라도 몰아치고 날씨가 신출귀몰이다. 에코랜드 열차에 비닐을 둘러 주었지만 무척 춥다. 추울 때일 수록 아이스크림?

두번째, 레이크사이드역에서 열차를 타고 세번째 역인 피크닉가든에 내렸다. 이 역은 50여분에 걸친 에코로드를 걷는 산책 코스다. 원시림 곶자왈을 산책하는 빼 놓을 수 없는 귀중한 코스. 춥고 눈보라는 여전했지만 길은 예쁘다. 눈이 없는 계절에는 좀 더 원시림스러운 면을 많이 볼 수 있었겠지만 눈 덮인 모습도 또 다른 맛이 있다. 간간이 햇볕을 쪼이면서 몸을 녹이며 걸었다. 통풍 잘 되는 내 트레킹화는 겨울 산행에는 완전 무기력. 발가락이 엄청 시렸다.
열차를 타니 이번 열차는 객실이 있는 모습이다. 에코랜드를 운행하는 열차 형태가 여러 가지인가 보다. 눈보라가 날리는 날씨라 객실이 있는 열차가 반갑다.

주차장에서 스노체인을 감아 보려고 했다. 그러나 고작 바퀴 하나에 체인을 까는 것도 난관이다. 체인을 바닥에 깔고 바퀴에 붙이는데 잘 맞지 않아 엄청 고생했고 추위에 손도 점점 굳어 간다. 그런데 체인을 간신히 끼우고 나니 고무줄을 이용해 고정해야 하는데 그게 도통 안된다. 손이 완전히 곱아 고통이 극심하여 힘이 하나도 안 간다. 결국 포기.
그러나,
체인을 빼는 게 또 난관. 안 빠진다. 눈바닥에 무릎 꿇고 차 밑에 얼굴을 박고 끙끙거리길 5분 정도. 죽겠다. 간신히 체인을 빼고 차 안으로 쏙 들어 와 손을 녹였다. 아, 체인 끼우는 것은 완전히 포기해야 할까봐.

체인 끼우기를 포기하고 길을 나섰는데 막상 길은 깔끔하다..... 체인 끼웠으면 낭패를 볼 뻔 했다.

너무 추워 산굼부리는 포기하고 비자림으로 향했다.  비자림 가는 길 가의 가로수가 무척 아름답다. 가는 길에 산굼부리가 있었는데 입장료가 무려 8000원. 역시 포기.
가는 길에 가려고 생각지 않던 메이즈랜드(미로공원)가 보여서 들어갔다.

메이즈랜드
두 개의 거대한 미로와 퍼즐박물관이 있었는데 우린 우선 미로부터 시작했다,.
미로에 들어가기 전 미로 종이를 미리 준다. 두 미로 중 여인 미로를 들어 가며 일단 종이를 무시하고 들어갔다가 이윽고 난감한 상태까지 갔다. 미로, 장난이 아니다. 여인 미로는 건너편이 보이는 관목으로 된 미로였는데도.
호주머니에서 미로 종이를 펴서 중간 중간 분기점 표시를 해 가며 1단계 여인 미로를 헤쳐 나갔다. 
2단계는 돌벽 미로. (하루방 모양)  이 미로는 아예 건너편이 보이지 않도록 돌벽이 높다. 처음부터 미로 용지를 가지고 꼼꼼히 살피는 데도 쉽지 않다. 미로 종이 없이 들어 왔다가는 조난신고를 해야 할 판. 종이에 표시해 가며 겨우겨우 미로를 빠져 나오니 몸도 꽁껑 얼고 손도 꽁꽁 얼었다. 급히 퍼즐 박물관에 들어가 몸을 녹였다.
박물관은 미로, 퍼즐, 착시에 관한 수많은 자료를 전시해 두고 있다.  신기한 고금의 퍼즐 자료가 가득이고 착시에 관한 내용도 풍부하여 눈이 즐겁다.

비자림
나무의 모양이 한자의 非 모양이라 비자나무라고 한다. 이곳 비자림엔 수령 500-800년의 나무들로 숲을 이루고 있어 원시림같은 분위기를 낸다. 산책 길은 1시간 정도 소요되며 나무들이 짙은 향을 뿜어내는 여름이 아니어도, 나무의 신령스런 풍경 만으로 충분한 산책길이다.

비자림을 나오니 세시 반 정도. 이미 늦은 시간이라 일단 다음 숙소인 성산의 보물섬펜션에 가서 준비한 갈치를 넣어 라면을 끓여 먹기로 했다. 큰 길을 통해 가다가 마을로 접어들어 해안도로에 이르니 풍광이 확 달라진다. 청초한 물색과 옅은 갈색의 모래, 짙은 흑색의 현무암. 이 같은 풍광을 따라 성산 일출봉의 바로 아래 있는 숙소 (보물섬)에 도착했다.

여장을 풀고 갈치라면을 해 먹으려고 보니, 갈치와 옥돔을 첫 숙소에 두고 왔다. 전화해 보니 고맙게도 보관하고 있으시다고. 서둘러 라면에 밥 말아 먹고 첫 숙소로 다시 갔다 왔다. 뭐 어때? 드라이브라 생각하면.

보물섬 펜션은 취사도구가 베란다에 있어서 냄새 문제가 좀 덜한게 장점이다. 저녁으로 갈치랑 쥐치 한마리를 밀가루 묻혀 굽고 집에서 준비해 온 김치와 밀가루로 김치전을 준비했다.
어젠 갈치찜과 옥돔찜, 오늘은 갈치와 쥐치구이. 싱싱한 제주 갈치를 구우니 말도 안되게 깔끔하면서도 고소하다. 손으로 뼈 바르고 휴지로 쓱 닦고 나니 괜찮을 정도. 취치는 싱싱했지만 구워 놓으니 퍽퍽하다. 무지 깔끔하기는 하나. 생전 처음 생물 쥐치구이를 먹은 데  만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