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엉 - 정방폭포 - 강정마을 - (국수바다-나쁘지않아) - 유니콘펜션 - 수용횟집 배낚시 - 홍성방
숙소 마당이 무척 예뻐 사진 몇 방 박은 뒤 첫 코스로 큰엉을 다시 산책했다.
큰엉
큰 그늘, 또는 큰 동굴이란 뜻이다. 해안에 펼쳐진 주상절리와 찰진 떡을 붙여 놓은 것 같은 화산암 지형이 기괴하다. 거대한 해식동굴도 군데 군데 보인다. 올레길과 연결된 큰엉 산책로는 길 양쪽에 관목들이 가지를 뻗어 마치 터널처럼 아늑한 구간, 시원한 바다 풍경을 즐기는 구간, 해안절벽의 비경을 즐길 수 있는 구간 등등 다양한 맛을 볼 수 있다. 절벽 아래로는 낚시꾼 몇몇이 낚시를 하고 있기도 한다.
오늘은 경나와 합류하는 날이다. 11시 10분 경 서귀포에 도착한다고 하니 시간이 좀 남길래 정방폭포에 들렀다.
정방폭포
폭포가 해안에 맞닿아 있다. 곧바로 바다로 떨어지는 폭포물. 우리 나라에서 유일한 해안 폭포. 힘차게 내리꽂히는 물줄기가 바위 위에서 부서지고 연못을 이루다가 바다로 곧바로 흘러간다. 주변에는 예쁜 포즈로 사진 찍는 사람들. 사람들이 잠깐 없어진 틈을 타서 폭포도 찍고 우리도 찍었다.
폭포 아래서 위로 바라보는 폭포의 모습, 가슴이 탁 트인다.
폭포에서 나와 서귀포 매일올레 시장에 잠깐 들러 봤다. 비록 아침 시간이라 해도 명색이 시장인데 이렇게 한산할 수가. 시장 중심길엔 인공 물길을 조성해 두었다. 산뜻해 보이긴 해도 재래시장의 분위기완 살짝 엇나간다는 생각이다.
공항리무진 정류소인 뉴경남 호텔 앞에서 경나와 합류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 중인 강정마을. 주민들과 시민사회의 강한 반대여론에도 아랑곳 없이 공사가 진행 중이다. 강정마을 초입부터 각종 시민사회단체, 정당에서 내 건 현수막과 주민들이 세운 깃발들이 잔뜩 보였다. 공사현장이 전혀 보이지 않도록 높은 벽을 만들었고 공사현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길목들은 철조망으로 막거나 경찰 버스로 막아 두고 있다. 4대강 죽이기와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는 해군기지 건설현장.
풍광 아름답기로 유명한 제주올레 7코스가 이곳을 지나가게 되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이 파괴의 현장을 속속들이 느낄 수 있겠지. 풍림콘도 쪽을 통해 도순천을 가로지르니 공사현장이 멀리 보이는 해안가에 다다른다. 해안가 현무암들은 마치 진득진득한 엿을 쩍쩍 붙여놓은 듯 기괴하다. 이런 아름다운 바위들을 깨뜨리고 거기에 콘크리트 구조물들을 만드는 중이겠지.
국수바다
여행책자에 소개 되어 있길래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갔는데 우리가 시킨 메뉴 모두 만족스러웠다.
몸국(육천) - 우거지 대신 해초를 넣은 돼지 해장국. 짙은 풍미의 돼지탕, 깔끔한 해초.
고기국수 온면(오천) - 돼지 국밥 같은 국물에 국수를 말아 넣고 풍미 훌륭하고 식감 좋은 수육을 얹었다.
고기국수 냉면 - 시원한 고기 육수에 식감 좋은 수육을 얹었다. 고기국수 두 가지 면은 약간 부드러운 쫄면 감촉이라 내 취향에는 안 맞지만 경아, 경나 모두 만족한다.
유니콘펜션
오늘의 숙소는 유니콘 펜션. 산방산 아래 화순포구에 있다. 저 멀리 산방산과 한라산이 동시에 보이는 탁월한 전망. 일반적인 모텔식의 방 한 켠에 씽크대 냉장고 전자레인지 전기밥솥이 있다. 유틸리티로는 매우 우수. 방은 깨끗하나 어제 묵었던 통나무 펜션에 비해서는 좀 답답하다.
수용횟집 배낚시
2시 경 펜션을 나서며 전화하니 네시 배가 막배라 한다. 천천히 오라네. 먼저 대정에 있는 알뜨르 비행장에 들렀다 가자 싶어 그쪽으로 가는데 전화가 왔다.
"세시까지 오실 수 있으시면 오세요"
급히 경로 변경. 2시 40분쯤 도착했다.
횟집에서 만든 배낚시 이벤트가 주효했는지 세시 배에도 열명 이상의 사람이 모였다. 겨울 휴어기에 두세시간 운행으로 수익을 올리는 아이템, 좋을 것 같다. 우린 인당 만오천원이니 비싸지 않아 좋고, 어민들은 수익을 올릴 수 있으니.
배를 타고 바람찬 바다로 나가 기암괴석이 널린 섬들 사이에서 두시간 동안 추위에 떨며 낚시를 한다. 미끼는 새우. 낚시릴과 미끼는 준비되어 있고 잡은 고기를 회쳐줄 준비도 되어 있지만 초고추장과 젓가락은 준비해야 한다.
경아는 생전처음으로 하는 낚시라 허둥지둥했지만 가장 잘 낚았다.
두시간의 작황.
나는 멸치 한 마리.
처제 경나는 멸치 두 마리.
경아는 멸치 두 마리와 전갱이, 이름 모를 붉은 고기 한 마리.
고기 잡이를 마감하고 선장님이 준비한 횟감과 우리들이 잡은 (극히 미미한)전갱어로 만든 회로 잠깐 간식시간을 가졌다.
전갱이 맛은 약간 방어 같지만, 워낙에 싱싱하여 깔끔한 맛이 났다.
추위에 얼어 온 몸이 꽁꽁.
홍성방
대정읍 모슬포항에 있는 홍성방. 매우 유명한 곳이라 한다. 우리가 도착한 건 5시 25분. 쇼윈도에는 오전 오후로 영업시간이 나뉘어 있고 저녁 영업시간이 5시 30분부터다. 기막히게 시간을 맞추어 도착하자마자 입장했다.
사람들이 속속 밀려 들어 곧 홀이 가득 찬다.
사람들은 대부분 짜장면이나 짬뽕을 먹는다. 우린 깐풍육 小(만이천), 볶음우동(칠천), 매운 우동(칠천)을 시켰다.
처음으로 나온 깐풍육. 돼지고기를 녹말에 씌워 튀기고 간장 양념에 무친 것. 파를 주재료로 한 향이 코를 매혹시키고, 촉촉하면서 깔끔한 식감이 입을 만족시킨다. 최고다. 술을 부르는 메뉴. 한라산 소주 하나 시켰다.
두번째는 볶음우동. 유니크한 맛. 외국식으로 말하자면, '갈릭페퍼시푸드스파게티' 느낌이 이탈리아식인데? 면맛도 훌륭하다.
한참 있다 마지막으로 매운 우동이 홍합 그득한 그릇 위에 게를 얹은 채로 등장했다.
첫술의 느낌. 맵다! 풍부하다, 해산물이 싱싱하다!
두번째 느낌, 깔끔하다. 게나 새우, 홍합 등 부재료의 맛이 아직 살아 있다!
세번째 느낌, 이건 매운 해물칼국수다... 재료의 맛이 싱싱,국물의 맛이 깔끔,담백,칼칼. 면의 맛이 구수. 이게 칼국수지 짬뽕이냐.
경나는
'정신이 혼미해지는 맛'
이란다. 내 생각엔 '정신이 번쩍 드는 맛' 이다.
배 두드리며 먹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대정항엔 방어탕수육을 만든다고 현수막 건 집도 있었지만 막상 들어 가 보니 아저씨들 여럿이 모여 투전인지 뭔지 놀이판을 벌이는 중이다. 관광객 드문 항구 도시의 주말 풍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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