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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공부/제철음식

자생 나물찬 차리기

by Anakii 2011. 4. 13.
마당과 집 앞 텃밭에 자생하고 있는 몇 가지 나물들을 경아씨가 캐 왔다. 겨울을 난 시금치, 이제 막 잎을 틔운 원추리, 봄의 전령 꽃다지와 냉이, 여린 민들레잎, 쑥 등등 한 주머니 가득.

부산에서 가져온 맛난 초고추장을 베이스로 무쳐 보니 세상에 없는 맛이다. 특히 시금치, 입안에 넣자 마자 향긋한 향과 짙은 단맛. 아련히 떠오르는  옛 추억의 시금치나물 그대로다. 나 어릴 적, 김치나 다른 나물들은 지독히도 맛이 없었지만 시금치만은 좋아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바로 그 맛이다.
원추리 나물의 아삭함, 민들레의 배리~~한 쓴맛. 저녁상에는 한우불고기가 함께 올라가 있지만 내 젓가락은 나물에만 꽂혔다. 
지난 번 먹던 냉이된장국에 오늘 캔 쑥을 조금 넣었더니 된장국전체가 다른 맛이다. 개운하고 향긋하다.
 
학교에서 급식으로 나오는 나물, 사실 맛있다고 말하긴 힘들어. 생협에서 시켜먹는 유기농 나물들, 역시 최고라고 말하긴 힘들어.오늘 먹은 자생 나물들이 최고다.

이런 맛을 우리 반 아그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은데. 아그들에게 나물이란 게 원래 이런 맛이란 사실을 알려 주고 싶은데. 주변에서 쉽게 사 먹는 나물이 맛이 없을 뿐이지, 원래 나물은 이런 맛이란 걸 느끼게 해 주고 싶은데.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