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는 우리집 애마(아토스)를 부르는 애칭입니다.
97년식. 이제 만으로 14살 접어들고, 같이한 햇수로는 15년입니다.
97년이면, 제가 교사 5년차에 2300만원짜리 반지하 전세방에 살 때네요. 저와 마눌님 둘 다 키는 큰데 티코 타고다니는 모습이 안쓰러워서 어머니께서 사주신 차입니다. 해안이가 95년생이니까 찰스는 우리집 둘째죠.
찰스란 이름은 2007년에 아나키가 지었습니다. 대야미 건양아파트 살 때, 지하주차장에서 출구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매번 꼭 같은 자리를 지키는 모습을 보고서, 무작정 지어서 불렀어요. 그때 당시, 같이 산 지 11년이나 되었으니 이녀석도 영혼이 깃들었을 지라 이름이 있어야겠더라구요. 처음엔 마눌님이 이상하다고 하더니만 언제부턴가 찰스라는 호칭이 자연스러워졌다니까요. (뭐, 찰스는 차일쎄~ 의 준말이기도 합니다~ ^^)
더구나 우리가 어렵게 살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 역사를 같이 해 왔기에 이젠 그냥 생명 없는 차로 볼 수가 없더라구요. "말" 같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지금은 퇴근하면 언덕배기에 있는 집 앞으로 올라오지도 않습니다. 그냥 언덕 밑에 마련된 빌라용 주차장에 고이 모시죠. 우린 그곳을 마굿간이라 부릅니다만.
주차장엔 지붕도 있어서 눈비를 막는데도 아주 효과적이랍니다. 옛 사람들이 이동수단인 말을 소중히 여기며 잘 관리해 주고 대우했듯이 우린 찰스를 그렇게 대우하고 있죠. 그 아이도 기대에 부응하면서 튼튼하게 살아 주네요.
2006년에 한번 자꾸 시동이 꺼져서 자주 가던 블루핸즈에서 백방으로 고쳐보다가 안되어서 찰스를 포기할까도 했었지만 (그때 벌써 9살이었으니까요) 알고 보니 맵센서라는 작은 센서 이상이란 걸 알아내곤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있었어요. 그때 그걸 알려주신 분이 대야미에서 카센터 하시는 털보아저씬데, 그분의 애마는 포니픽업이라죠? 그녀석이 지하주차장에 서 있는 모습이란!
간지 줄줄 흐릅니다~
2009년에 우리가 통진의 전원주택으로 이사온 뒤, 근무연차가 딸려 김포로 전근하지 못한 마눌님의 군포-김포간 롱롱~~한 출근길을 책임지느라 주행거리가 엄청 늘었지만 (1년만에 5만킬로가 늘었습니다!) 그때문에 심장은 더욱 튼튼해졌죠. 그렇게 다니기 위해 보험요율상의 차값을 훌쩍 ^O^ 넘는 돈(130만원ㅋㅋㅋ, 보험용 차값은 80만원 -_-;;) 을 들여 심장헤드도 교체했고 그 외에도 뭐 문제가 생길 만 하면 부품을 갈아대서 지금도 성능은 짱짱하답니다.
아, 14년이나 되다 보니 부품 자체의 노쇠현상은 나오더군요. 클러치 케이블이 늘어져서 기어가 안들어가는 사태가 오기도 했고 (교체비는 3만원이었어요) 스파크플러그 있는 배선이 노후해 시동이 안걸리기에 교체하기도 했죠. 덕분에 견인 프로미서비스를 두번 불렀습니다만.
이렇게 나이든 친구를 데리고 살려면 어느 정도 손 볼 줄은 알아야겠더군요. 일전에 통진 사거리에서 갑자기 클러치가 안들어가길래 급히 본넷 열고 클러치 케이블을 살짝 돌려서 임시방편한 적이 있었거든요. 근데, 이런 찰스. 전 오히려 그 부분을 장점으로 생각합니다. 아날로그란 거죠. 비록 최첨단 장치는 없지만 그 때문에 사람이 개입할 여지가 생긴다는 것.
마치 컴퓨터로 말하면 도스운영체제 같단 겁니다.
마치 컴퓨터로 말하면 도스운영체제 같단 겁니다.
찰스를 아끼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경제적인 것이죠.
이녀석 연비가 시내주행 13-14km, 고속도주행 14-15km를 왔다갔다합니다. 14살된 아이의 연비가 그렇습니다. 연비의 기복이 없어요. 다른분들의 아토스 이야길 들어보면 연비가 10-12정도밖에 안나오던데, 찰스는 특별하죠? 찰스 예전 애마였던 티코(1994-1997)가 시내연비 12, 고속도로에서 가까스로 14 나왔었는데 말이죠.
찰스와 함께 한 14년을 경제적으로 비교해 보니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옵니다.
14년간 찰스를 이용한 결과, 액센트(소형차)를 이용했을때 보다 천2백만원, 소나타(중형차)를 이용했을 때 보다 2천8백만원이 절약되었군요. 물론 위 내용은 유지비 (통행료,주차료, 고장시의 수리비 등등)를 제외한 것입니다.
통행료와 주차료에서 비용의 절반이 절약되며, 수리비의 경우 중형차 대비 평균 30% 정도의 비용으로 가능하다는 것으로 가정해 보면 아무리 거칠게 잡아도 찰스를 이용함으로서 3~4천만원 이상 버는 효과를 가져온 것입니다.
찰스를 아끼는 이유, 또또 있습니다.
이녀석, 너무 잘 나갑니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여행다녔던 노고단, 한계령, 오대산 등등 유명한 익스트림 등산국도에서 3,4단으로 가뿐합니다. 이때도 엔진에는 노킹이 전혀 없다니까요. 오히려 2004-2005년에는 오르막을 올라갈 때 노킹 현상이 있었는데 지금은 시내의 웬만한 오르막이면 4단에서 힘 안들이고 오릅니다. 뭔일 인지.
고속도로에선 가끔씩 졸음을 쫓으려 칼질(^^)도 할 정돕니다. 잽싸게 깜빡이 넣으면서 샥샥 차선 변경하는 거죠. 치고 나가는 힘도 아직 팔팔합니다. 120km 정도가 고속도로의 정속주행속도니까요.
솔직히, 아나키는 다른 차에도 관심이 있긴 합니다.
BMW의 스포츠카 Z3, 낡았지만 간지나는 폰티악 파이어버드, 기아가 잠시 외도했었던 영국 로터스의 엘란. 아나키가 어릴 때부터 멋져하던 차들이라 살 것처럼 시간 두고 찾기도 했습니다.
멋진 차 K5, 마눌님이 좋아하는 쏘울, 무식하지만 듬직한 레토나, 엘피지 엔진의 친환경차 포르테 하이브리드는 구체적인 물망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경차의 지존급인 마크리, 2011년식 모닝도 마구 마음을 끕니다. 찰스를 살 때 한국 경차에 대해 아쉬웠던 "그 모~~~든 문제"가 모조리 해소된 멋진 경차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단지 검색만 합니다.
차가 장난감도 아니고, 뻔히 튼튼한 찰스를 두고 새 아이를 들일 수는 없으니까요.
올해, 부산 아버지의 무식한 무쏘트럭이 우리집으로 입양되어 오긴 합니다만 그녀석은 마당쇠입니다. 나무할 때, 농사지을 때만 일 시키는.
아마 우리 찰스는 20살까지도 살아 있겠지요. 지금 주행거리가 18만이니 그때쯤 되면 30만쯤 될려나..ㅋㅋㅋ
한강하구 전류리 포구 앞에서. 2009년
노고단, 정령치 휴게소. 2010년
청송.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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