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금요일에 또 반차를 내고 내쳐 달립니다. 주말에 비 오지 않는 유일한 지역이 전라도라 합니다. 1박은 신안 섬의 어느 곳에서 하고 2박때는 광주에 사는 딸 집에서 잡니다. 2박 연속 차박하는 건 아무래도 무리입니다. 금요일 오후 1시에 출발했으니 도로가 막힐 일이 없습니다. 서해안고속도로는 역시 상행이 막힙니다. 이상하게도.
군산 이성당에 들렀습니다. 옆에 별관이 생겼네요. 별관은 한산하지만 본관은 구름손님입니다. 오늘 이정도가 적은거라 합니다. 유명한 야채빵 좀 사고 쌀 바게트 사서 나옵니다. 바게드를 샀더니 크림 한 통을 챙겨 주네요. 크림 발라먹는 쌀 바게뜨의 맛은 상상 초월입니다.
잠깐 옛 정취 물씬 풍기는 구 도심을 걷다가 모둠 해물장으로 유명한 째보식당에서 점저를 먹었습니다. 브레이크 타임이 있어 4시부터 오후 식사네요. 모둠장은 꽃게,전복,연어,새우,소라장 모음인데 (33,000원/2인) 두 명이 먹기 딱 좋은 분량으로 나옵니다. 아내가 속이 불편하여 내가 1인분 이상을 먹었는데 밥도둑이란 말이 실감이 납니다. 크게 과식하지 않는 제가 어느새 밥을 한 그릇반을 싹 비웠더군요. 여기, 식성 좋으신 분은 부족할 수 있겠네요. 맛은 놀랍습니다. 전복,소라장,새우장도 맛있고 연어장은 한 입 메 물면 고소함이 온 입에 퍼지지만 압권은 꽃게장. 이렇게 깨끗하고 적절한 맛의 꽃게장은 처음 먹어 봅니다.
증도로
다시 차를 타고 영광군과 무안군을 잇는 칠산대교에서 영광칠산타워에 올랐습니다. 마침 오늘 바다의 날 행사라서 입장이 무룝니다. 원래는 2000원. 무안과 신안군 다도해 전경이 350도로 펼쳐집니다.
칠산대교를 지나니 곧바로 송계어촌체험마을(차박지)이 나옵니다. 송림에 캠퍼들과 캠퍼밴들이 많습니다. 화장실도 있고 송림에 캠핑을 하므로 유료가 아닐까 합니다. 해수욕 할 정도는 아니지만 다도해 풍광이 아름답고 맑은 날엔 낙조가 환상일 것 같습니다.
오늘의 목적지는 증도 짱뚱어 해수욕장(차박지)입니다. 가는 길 지도읍 그린마트에서 막걸리 (이름이 지도막걸리 딱 한잔!) 와 오돌뼈 부위 발라낸 것 300g을 샀습니다. 삼겹 부위지만 오돌뼈가 많아 1100원/100g 입니다. 더 가다 하나로마트에도 갔지만 별 다른 것은 없습니다. 막걸리 너댓 병과 고기 사들고 증도 짱뚱어 해수욕장으로 향합니다. 도착한 건 어둑해 진 8시. 1주차장은 짱둥어다리 앞, 2주차장은 백사장 앞, 3주차장은 역시 해변 앞이지만 콘크리트로 마감되어 있고 해변은 바위로 연결됩니다. 주차장들은 광활하네요. 수백대를 세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주차장이 화장실 있고 물 받는 곳도 있어서 차박하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묵네요. 이 드넓은 주차장에 저희 포함 겨우 3팀 입니다. 평탄화 하고 있으니 마을 주민으로 보이는 분이 와서 텐트 칠거냐고 묻습니다. 아니라고 하니 무사 패스.
캠핑카는 3주차장으로 가라고 합니다. 우리는 일반 차박이기에 해변가 붙어 있는 2주차장에 세웠습니다. 3주차장은 해변 앞까지 시멘트 포장 되어 있고 무료로 캠핑, 취사가 가능해, 차는 2주차장에 세우고 버너랑 프라이팬 들고 3주차장 해변가에 앉아서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손바닥만한 프라이팬에 얇게 저며진 오돌뼈를 굽습니다. 가위로 반 잘라야 겨우 들어갑니다. 질감은 닭똥집 같은데 너무나 고소합니다. 주변은 캠퍼들로 약간 소란스럽습니다. 음악도 틀어 놓고 시동도 걸어 놓고. 음악은 몰라도 캠핑카 시동을 걸고 있는 것은 눈살이 찌푸려집니다.
몇 번의 차박을 생각하니 차박러들과 캠퍼들은 성향이 다른가 봅니다. 스텔스 차박러들은 조용하게 감상을 즐기는 편이라면 캠퍼들은 떡 하니 좌악 펼쳐 놓고 왁자하게 즐기는 데 중점을 두는 것 같네요.
돗자리 깔고 소꿉장난처럼 고기 구워 먹다가 누워서 달 보며 음악을 살짝 틀었습니다. 옆이 시끄러우니 부담이 덜 됩니다. :) 바깥 기온은 완전히 덥지는 않아요. 26도 정도입니다. 꿉꿉하지도 않고.
경찰차가 두 시간에 두 번 정도 캠핑장을 돕니다. 안심이 되는 느낌?
차 안에서 잘 때는 조금 더웠습니다. 주차장을 돌아 다니며 가장 바람 잘 통하는 곳에 세우고 테일 게이트 열고 모기장 쳐 놓고도 10cm 크기의 팬을 충전기에 끼워 얼굴에 바람불며 겨우겨우 잤네요. 더워서 잠 안 오기에 막걸리 들고 컴컴한 주차장 바닥에 앉아 시원한 바람 맞으며 막걸리 마시며 듀오링고앱으로 언어공부를 합니다. 최고군요.
증도여행
다음날 목표는 천사대교입니다.
코앞에 붙어 있는 자은도까지 다리가 없어서 무안으로 거쳐 천사대교로 들어가야 합니다. 8/1일자 소식엔 증도-자은도간 공영페리가 운영된다는 이야기. 사람은 1천원, 차는 2천원입니다. 군민이든 아니든 동일 가격. 시간표는 여기에.
배는 신안군청에서 운영하는 슬로시티 호 입니다. 증도-자은도를 매일 4회 왕복합니다. 4.5km의 항로를 가기 위해 75km를 돌아갔는데, 정보가 있었다면 그 배를 이용했겠지요?
증도를 한 바퀴 둘러보고 천사대교로 가려 합니다.
중학 사회책에도 나오는 짱둥어 다리와 증도-화도 바닷길에 가 봅니다. 증도는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 인증을 받은 곳입니다. 섬 전체가 갯벌 도립공원이고, 거대한 태평염전이 있고, 사람들은 옛날 방식을 존중하며 살아가는 곳이라고 합니다.
짱둥어 다리를 걸으며 갯벌을 보니 말도못하게 많은 수의 칠게와 오른팔만 거대한 농게가 열심히 먹이활동을 합니다. 게들이 집게발로 갯벌흙에 있는 유기물을 냠냠한다는 것도 처음 봅니다. 사람이 손으로 먹는 것 같습니다.
짱뚱어는 망둥어 비슷한 종이지만 더 작고 지느러미가 아름답습니다. 이들은 물 속에서는 아기미호흡, 물 밖에서는 피부호흡하는 진보된 생명체입니다. 물 속보다 개흙 속을 더 좋아한다고 하는군요. 개흙위를 미끄러져 나가는 모습이 활기찹니다. 다리 위에서 그들의 공간을 건드리지 않으니 그들의 생생한 활동을 엿볼 수 있네요.
다음으로 짱뚱어 해수욕장과 붙어있는 드넓은 우전해수욕장에 들었습니다. 가족 단위의 캠퍼들이 많습니다. 짱뚱어해수욕장과는 달리 주차장은 작고 해변은 광활합니다. 이른 시간이라 바다에 들어 가 있는 사람은 거의 없네요. 송림에서 캠핑을 하고 비용은 1만원을 냅니다.
다음은 태평염전. 줄곧 비가 왔기 때문에 태평염전은 개점 휴업이고 체험장도 운영하지 않습니다. 염전이란 곳이, 검은 비닐을 깔아 놓은 얕은 풀(?)에 수로를 다라 들어온 해수를 펌프로 퍼 담아 햇빛에 말려 소금을 수확한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 실감했습니다. 직접 와 보지 않으면 와 닿지 않는가 봅니다. 이곳 매점에서 천일염을 뿌린 아이스크림 먹었는데, 그 맛이 환상입니다. 소금과 아이스크림이 이리도 궁합이 잘 맞다니.
역시 중학 사회책에 나오는 화도 바닷길은 제부도를 가지고 잇는 경기도민에게는 신기하지 않습니다. 원래 밀물 때 잠기는 길인데 가운데를 봉긋하니 높게 포장해 버려 아무래도 물에 안 잠기지 싶습니다.
증도 나가기 전에 식사를 하려고 식객에 나온 안성식당에 찾아갔습니다. 유명한 짱뚱어탕. (1만원) 완전히 갈려나오기 때문에 추어탕과 비슷하지만 양식으로 키우는 미꾸라지와 달리 갯벌에 사는 그 작고 날쌘 짱뚱어들을 일일이 훌치기 낚시로 잡아 끓이기 때문에 더욱 각별합니다. 바닥까지 싹싹 비웟습니다. 마눌님은 황석어생젓갈이 맛있어서 부탁하여 7마리나 먹었습니다. 검지만한 작은 생선이지만 두툼~하니 맛은 진했습니다. 마눌님은 황석어정식(^^) 드시고 나는 짱뚱어탕을 먹었네요.
식당 바로 앞은 증도 하나로마트인데 주류코너가 없고 한 구석 냉장고에 신안 쌀 막걸리를 2종 팝니다. 전라남도쌀로 만들고 쌀 함량 16%의 프리미엄 막걸립니다. 가격이 두 병에 2600원이라 놀랍습니다. 유명한 지평막걸리가 쌀이 12%, 일반적인 일동 막걸리류는 쌀이 8%인데. 막걸리들의 맛은 둘 다 크게 달지 않고 청량합니다. 전라도 막걸리들이 대개 청량하더군요.
볼 것 없는 천사대교.
천사대교로 가는 길은 툐요일 오후라 그런지 대교 가기 10km전 부터 막힙니다. 천사대교 건너 곧바로 우회전하면 암태도 오도선착장(차박지)이 나오는데, 이곳이 또 천사대교 야경을 즐기는 차박지로 유명하다고 하는군요.
대교 지나 유명한 할머니할부지 벽화있는 곳에서 섬 아래쪽 부터 가 보기로 합니다. 벽화 앞은 삼거리인데 다들 차를 세우고 사진찍기에 열심입니다. 난데없이 차도에 차랑 사람이랑 섞여 북적이는데 푸근한 벽화를 사진에 담는 사람들 마음이 푸근한지 서로서로 잘들 양보하면서 다닙니다.
다리로 연결된 가장 아래쪽 안좌도까지 33분 걸립니다. 퍼플교라고 하는 명소가 있다네요. 안좌면 마을 초입부터 지붕이 보라색이고 배다 위에 놓인 퍼플교는 단지 보라색으로 칠해진 다립니다. 짱뚱어다리는 갯벌이라도 볼 것이 있지 여기는 개흙으로 탁해진 물 위를 걷는 다리라서 그냥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무~척 많네요. 주차장이 넓은데 만차입니다.
다시 30여분 걸려 벽화 삼거리 와서 북쪽으로 15분 정도 자은도로 갑니다. 이곳이 증도와 여객선이 연결되는 곳입니다. 유명한 분계해변, 백길해변 모두 주차를 못할 정도로 붐빕니다. 잠이 나무 쏟아져 해변 송림에 차 대고 잠 좀 자려는데 힘들군요. 해변들 몇 군데 접근하려다가 길이 없어 실패하고 북쪽에 있는 두모체육공원에 세웠습니다. 역시, 해변이라는 말은 없지만 실제 해변에 접해 있고 송림 등 그늘이 있네요. 해변이 차로 막혀서 못가는 분들이 이곳에 제법 오나 봅니다.
좀 자다가 자은면의 불고기 백반이 유명한 명가밥상에 가 봅니다. 닭볶음탕과 생선구이가 반찬으로 나오는 맛집. 캄보디아에서 오신 사장님은 한국남자와 캄보디아에서 만나 결혼해 한국 오신지 10년이라는데 손맛이 아주 좋대서 기대하고 갔더니, 어머나, 3시 경인데 반찬이 다 떨어졌다고 미안해 하십니다. 아쉽지만 또다른 저녁 옵션, 목포의 자유시장 한샘이네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요즘은 하모(갯장어)와 병어, 민어철이라고 하네요. 하모,병어는 한 상에 6만원, 민어는 8만원입니다. 푸짐한 하모회를 먹다먹다 속이 대로워져서 2/3정도 남겨 싸 와서 딸에게 갖다 주니 너무 잘 먹네요. :) 갯장어 회 떠 놓으면 1kg떠도 너무 양이 적어 애걔~ 하는데 실상 먹다 보면 그마저 다 못먹는답니다. 요즘 말로 느끼하다 하고, 우리 세대 말로는 대롭다는 표현을 쓰죠.
차박지 : 황락계곡
다음날 광주에서 일찍 출발, 서산의 황락 계곡(차박지)을 구경갔다가 올라왔습니다. 황락계곡은 작지만 지역민들만 알고 있을 만한 예쁘고 깊은 계곡입니다. 주차장도 좋고, 화장실, 음수대 다 있네요. 매점도 있어 컵라면 같은 것 먹기에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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