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민네순드 투어링카 사무실 - 헬싱키 (8.7 수)
아침 10시 반에 일어나 먹을 것을 챙겨 먹고 11시에 사무실로 간다. 오후 3시가 되어야 피아트에서 결과를 알려주니 그때까지 얘기를 할 수 없다고 한다. 게다가 주차 벌금도 우리가 우리나라의 은행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한다. 현금을 주고 대신 내주면 안되냐고 하니까 안된단다. 남편이 여러 방법을 써보다 안되어 노르웨이 대사관에 문의한다. 우리나라에 가서 내라는 답변을 받고 그제야 둘 다 안심을 한다. 작은 것 하나도 해주는 것이 없어서 어렵다. 잤던 차를 이용해도 좋다고 하지만 남편은 더 운전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냥 주변을 다니겠다고 하고 어디에 가면 되냐고 물으니 가까운 랑셋에 가라고 한다. 민네순드는 산단이다. 공간들이 널찍하게 펼쳐져 있고 사람이 적어 우리나라 같은 복잡한 느낌은 없다. 중간 중간 나무와 녹지가 많다. 걸어서 나간다. 랑셋 마을 입구에 작은 공원이 있다. 바이킹들이 1년을 여름과 겨울로 나누고 인디언 문양같은 매 시기를 상징하는 그림 글씨를 새겨 놓은 탑이 있다. 하지에는 태양을 상징하는 동그라미, 겨울에는 마른가지를 그린다. 다리를 건너 마을에 간다. 날씨가 밝고 좋다. 키위에서 라즈베리를 사먹는다. 여기에서는 브링곤 베리라고 부르는데 영어로 라즈베리였다. 벨벳 감촉에 맛은 보드랍다. 마을 길을 따라 집들을 구경한다. 산 위로 이어지는 길은 찾을 수 없었다. 길 가에서 산딸기도 따먹고 교회를 본 뒤 아래로 내려온다. 다시 그 공원에 와서 의자에 누워서 쉰다. 비가 약간 흩뿌리더니 오지는 않았다. 구름이 많아졌다. 2시 반에 사무실로 돌아와 바깥 의자에 앉아 간단하게 빵과 음식을 먹는다.
남편이 결과가 어떻게 되었냐고 물어도 회의 중이라고만 한다. 전화했던 기사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기사는 아직 피아트에서 결과가 오지 않아 누구 과실인지 모르니 나중에 이메일을 주고 받고 정산을 하겠다고 한다. 3백만원이 넘는 돈을 데포짓으로 두고 그냥 가라니 뭔 소린가 싶다. 그쪽 피아트 공장에서 단계적으로 맨 위의 전문가까지 다 판단한 후에도 3주 후에 이곳으로 차가 온 후 자기들도 판단을 해보아야 결과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뭔 일처리가 이렇게 늦으며 대기하라고만 하더니만 이제는 그냥 일단 떠나라고 한다. 우리가 무리하게 기어를 썼거나 무리한 운행의 결과로 생긴 잘못일 경우 그 돈에서 차감한다고 한다. 만일 자기들 차의 문제라면 2일 치 비용을 되돌려 준다고 한다. 그래서 이건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의 문제라고 하니 기사는 이해를 하는 듯하다. 2일 간 여행도 못했지만 만약 산에서 사고가 났다면 얼마나 위험한 상황이 되었겠냐고 했더니 옆에 있던 젊은 직원에 높은 곳에서 문제가 생겨도 브레이크나 사이드 브레이크가 있으니 괜찮다고 한다. 남편이 갑자기 그런 일이 생기면 사람이 당황해서 알고도 빨리 대처하지 못해 사고가 나는거 아니냐고 하니 그제야 가만 있는다. 참 얄미운 청년이다. 그리고 만약 내리막길 위에 서버리면 차는 어떻게 옯긴단 말인가. 한동안 우리의 상황을 설명할 때마다 기사는 반복해서 자기들이 아직 차를 보지 못했으니 판단을 미룰 수 밖에 없다고만 한다. 그래서 차의 외관을 보면 사고가 없었다는 증거아니냐고 했다. 사고가 없어도 우리의 잘못으로 내부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한다. 차를 못봐서 외관을 서로 체크할 수 없어 사진으로 찍어 놨다고 하니 이미 피아트에서 외관의 문제는 없다고 들었단다. 더 이상 할 말도 없어서 기사와 우르술라에게는 정말 고맙다고 하고 나왔다. 친절했던 기사 이름은 이보였다. 어려울 때 계속 전화로 연락하면서 얘기해주고 우르술라와 연결해 준 것이 참 감사하다. 여행 중 사람들과 엮이지 않으려고 하는데 어쩌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우르술라나 이보처럼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사무적이라 해야할까 이성적이라 할까 드라이하다고 표현할지 묘하게 섭섭함 느낌이 들게 하는 사람들도 만났다. 사무실 사람들이 그랬다. 남의 어려움이나 아픔에 공감해 주는 능력이 부족하달까. 그래서 사람에게 이것이 참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것을 배운다. 어려운 재난 급의 상황이 여행 때마나 몇 번 반복되고 있는데 꼭 친절하게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다. 감사한 일이다.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많이 배우게 된다. 이보는 남편과 메일로 계속 상황을 주고 받을거라고 한다. 남편도 완전히 지쳤다. 큰 배움을 얻고 떠나지만 노르웨이에 미련이 없어진다. 다음에 핀란드에서 차를 빌려 북쪽을 쭉 돌아 스웨덴, 노르웨이의 북부를 가 보자는 얘기도 했었는데 일단 차를 빌리는 것이 선뜻 내키지 않는다. 남편도 더 생각해 본단다. 나와서 3시 50분에 차를 타고 공항에 온다. 남은 버터는 빵 안에 발라 넣고 배와 천도는 다 먹었다. 7시 55분에 떠나야 할 비행기가 12시 넘어 떠난다고 한다. 4시간 이상 연착되니 저녁 쿠폰을 준단다. 큰 배낭을 하나 보낸다. 짐값이 8만원이다. 안에 들어와 일기를 친다. 새벽 3시에 헬싱키에 갈거다, 이제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저녁 쿠폰을 받으러 안내대에 갔으나 사람이 바뀌었다. 아예 밖으로 나가서 받아오라고 한다. 나는 짐을 가지고 있고 남편이 나갔다. 들어올 때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한다. 아내가 안에 있다고 하는데도 내 비행기표도 필요하다고 해서 절로 얼굴이 찡그려지더란다. 그러니까 얼른 그냥 주었다고. 마지막까지 체계가 없이 사람을 돌린다. 우리나라 같으면 처음에 짐 부칠 때 직원이 서서 집싸게 쿠폰을 나눠 주었을거다. 어쨌든 1인 2만원 상당의 쿠폰이지만 공항의 물가는 몇 배여서 먹을 게 없다. 4만원 넘는 돈을 주고 겨우 초밥 16개를 산다. 좌석에는 충전이 가능했다. 이 공항은 충전할 곳도 마땅치 않다. 초밥은 밥알이 딱딱해서 우리나라에서는 한참 전에 할인품으로 넘어갔을 정도의 질감과 맛이다. 그래도 밥을 먹었다. 다른 것보다 낫다. 충전도 할 수 있지만 자리권을 확보한 셈이어서 계속 편안한 자리에 앉아있을 수 있다는 것이 좋다. 나름 노르웨이 항공으로부터 선물을 받은 셈이다. 핀란드에서 어디를 어떻게 갈 지 의논한다. 도시들이 헬싱키 가까운 곳에 다 몰려 있어서 차를 빌리는 의미가 별로 없다. 그래서 헬싱키를 시작점으로 여행 책자에도 소개되지 않은 도시들을 가 보기로 한다, 지도에 이름 만 나온 곳들이다. 오른쪽 방향으로 돌아서 포르보, 사본린나, 쿠오피오, 위베스퀼라, 탐페레, 헤멘린나, 에스포를 거쳐 헬싱키로 돌아오려고 한다. 이번에는 한번 갔던 투르쿠는 뺄거다. 나의 목표는 소박하다. 숲에서 꾀꼬리 버섯을 따보는 것이다. 베리까지 딸 수 있으면 더 좋다. 도시의 주차는 항상 조심해야 한다. 포르보는 1300년대에 시작된 제 2의 도시이다. 제정러시아 시절 황제의 도시로 엥겔에 의해 계획되었다고 한다. 2월 5일만 핀란드 전역에서 먹을 수 있다는 민족시인인 루네베리를 기념하는 파이가 카페 헬미에는 1년 내내 있다고 한다. 여기를 거쳐 호수의 도시 사본린나에 가서 잘 예정이다. 헬싱키 왼쪽의 에스포에 있는 누크시오 국립공원에서 꾀꼬리 버섯과 야생 베리를 채취할 수 있다. 카모메 식당에서 나왔던 바로 그 숲이다. 4킬로에서 17킬로 까지 트래킹이 가능하다. 노르웨이에 대한 기억은 다 두고 핀란드에 집중해야 한다. 밤 12시가 넘어서 손님을 태운 항공편이 와서 예정보다 늦게 떠난다. 바로 들어가서 잔다.
라즈베리 27, 짐값 650, 재환전 3,000 - 280유로 + 14k, 초밥 + 12, 초콜릿 21+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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