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RAVEL/19 노르웨이-핀란드

아틀란틱 로드 계획 무산, 차 문제로 하루를 보낸 날 - 몰데 - 오슬로가는 길 (8.6 화)

by Anakii 2019. 8. 23.

8. 아틀란틱 로드 계획 무산, 차 문제로 하루를 보낸 날 - 몰데 - 오슬로가는 길 (8.6 )

 

아침 6시 반에 일어난다. 우선 뽕잎차를 끓이고 대구 핑거스틱과 어묵을 구워 놓는다. 야채들을 썰어서 꽃새우와 족발을 넣어 짜장을 만들었다. 옥수수 2개를 삶아 하나를 먹었다. 남편이 7시 반에 일어나 짜장밥을 먹는다. 나머지는 다 도시락으로 싸고 과일도 한통 깎았다. 먹을 것이 충분하여 더 이상 장을 볼 필요가 없다. 정리하고 9시에 떠난다. 안타깝게 비포장 도로여서 약간의 턱을 넘어 나가다가 아래가 드르륵 긁히는 소리가 났다. 확인하니 작은 돌 2개가 빠져서 튀어 나갔다. 다행히 아래를 살펴보니 닿을 부분은 철로 된 보호대라 별 문제는 없었다. 잠깐 차가 나가다가 엔진 사인이 들어온다. 밟아도 안나가는 상태여서 브레이크를 잡고 섰다. 우리와 같이 밤을 새운 이웃인 캠핑카에서 일어난 듯한 인기척이 나서 도와달라고 청했다. 아저씨가 스타터에 문제가 있어서 모든 기능이 연결되지 못한다고 하신다. 한참 검색하여 카센터를 찾아주신다. 빌린 캠핑카라 오피스에 연락을 할까 여쭸더니 당연히 차의 결함이니까 그렇게 하라고 하신다. 우리 차인줄 알고 열심히 카센터를 검색해 주셨던거다.

감사 인사를 드리고 오피스에 전화했다. 계약서에 나와 있는 기계적 차 결함 시 연락하라는 전화로도 걸어 본다. 다행히 2번 만에 연결이 되었다. 기사가 알려준대로 4번 시동을 켰다 끄고 출발하여 겨우 도로로 나왔다. 남편이 도와주셨던 이웃 캠핑카 아저씨에게 달려가서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왔다. 다시 500미터 쯤 가다가 엔진 불이 들어오고 기어가 들어가지 않는다. 버스 정류장의 자전거 도로에 세우고 삼각대를 세워 두었다. 가우스타드 도로의 정류장이다. 기사에게 문자로 차의 문제와 우리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이 분이 그래도 천천히 친절하게 말을 해주어서 다행이다. 전화가 와서 문자받았다고 하면서 출발하라고 한다. 남편이 기어가 안들어가서 갈 수가 없다고 하자 다시 상황 파악해서 연락을 준다고 한다. 아마 엔진 불 만 켜지는 문제인 줄 알았나보다. 이제 무한정 대기하는 수 밖에 없다. 몰데 쪽에 업체가 있다고 하니 알아서 해결할거다. 산악 지형 내리막길에서 기어가 안들어가는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벌써 1040분이다. 앞으로 무서워서 캠핑카를 빌릴 수 없을 것 같다. 누워있다가 머리감고 샤워를 한다.

12시가 넘어 대형차 견인 기사가 왔다. 시동을 켜보더니 별 문제가 없다고 운전할 수 있다고 한다. 문제가 있다는 신호인 엔진 불이 켜지지 않았다. 그러니 시동도 잘 걸리고 문제가 없다고 본 거다. 남편이 운전할 수 없다고 상황을 다시 설명했다. 곧 딸깍거리는 소리가 났다. 결국 차를 케이블에 연결하여 들어 올린다. 정비 쪽으로는 아는 것이 없어 보이고 이 분은 견인만 맡는 듯하다. 차를 들어 올리고 우리 차 안에 타고 정비소를 찾아간다. 어제 갔던 수퍼 근처이다. 그러나 정비기사들이 거의 휴가를 가서 봐 줄 수 없다고 한다. 그 옆의 정비소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피아트 정비소가 있는 곳까지 다시 간다. 시간이 하염없이 간다. 기다려서 차를 넣고 기사는 갔다. 그런데 벌써 2시 반이다. 직원이 4시면 퇴근한다고 한다. 만약 문제를 찾지 못하면 더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면서 일단 기다리라고 했다. 남편은 답답한 마음에 우리 업체 기사에게 전화를 한다. 피아트에 도착하여 차를 넣었다고 알린다. 밥도 제대로 못 먹은 상태로 자동차 판매장 안의 소파에서 마냥 기다린다. 뭘 먹지도 못한다. 꼼짝없이 앉아서 기다리며 오늘 하루가 간다. 아틀란틱 도로를 못본게 아쉽다기 보다는 살아있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 뿐이다. 남편은 이제 어떤 방식으로 돌아가서 내일 밤 비행기를 탈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아 긴장해 있다.

340분이 된다. 퇴근 시간이 코 앞이니 차의 상태를 확인을 해서 말을 해주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처럼 일처리가 신속하지 않다. 결국 차 안에서 먹을 것을 꺼내고 싶다고 했더니 밖에다 빼놓았다고 한다. 문제를 찾지 못해 내일도 봐야 한단다. ‘시리어스 프러블럼이 전기 쪽에 있다고. 우리 렌트카 기사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차에서 기다리며 먹을 것과 짐을 챙긴다.

기사에게 전화가 왔다. 버스로 몰데에 가서 밤 기차를 타고 오슬로 공항까지 밤새 오면 새벽에 데릴러 나간다고 한다. 난감해하고 있는데 다시 전화가 온다. 이번에는 다른 옵션이 있다고 한다. 아는 여성이 트론헤임에서 출발하여 우리를 몰데에서 픽업하면 밤새 운전하여 오슬로에 내려준다고 한다. 큰 짐을 들고 이동할 필요가 없으니 이게 더 낫다고 판단했다. 다만 3인용 차라 좀 불편할 수 있다고 한다. 저녁 8시 반에 몰데에서 만나기로 하여 시간이 좀 생겼다. 남편은 우선 샤워를 하고 당황하여 빠뜨리는 것이 없도록 열심히 짐을 챙긴다. 먹을 수 있는 것의 부피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볶거나 찔 수 있는 것은 다 정리하여 통에 담는다. 딸기와 다른 과일, 요플레도 막 먹는다. 물을 끓여 시럽을 넣고 음료도 만든다. 거의 1시간 넘게 깨끗이 정리하고 먹을 것을 담았다. 잘 정리하여 짐을 싸서 5시 반에 나온다. 차 문은 안 잠그고 열쇠는 차량 판매하는 딜러에게 맡겼다. 거의 생존을 위한 탈출같은 상황이다. 545분에 온다는 버스가 오지 않는다. 다행히 5분 후에 왔다. 차비는 100이다. 12분 걸려 몰데 정류장에 내려 분프리스까지 걸어 왔다. 마땅히 앉을 곳도 없어서 길 가 나무그늘 밑에 돗자리 대신 비옷을 폈다. 우선 분프리스에 가서 직원에게 화장실을 물어 위치를 확인했다. 교대로 다녀온다. 싸온 음식을 펼쳐서 빵과 먹는다. 완전히 난민 모드다. 남편이 사 온 맥주를 밖에서 먹고 있자니 혹시 누가 볼까봐 숨겨서 먹는다. 잔돈을 가지고 가서 남편이 초콜릿을 사 온다. 그래도 화장실이 가까이 있으니 좋다. 740분 경에 픽업하러 올거다.


<라이브>
Hello, I"m Rhyu jeyeol. Car is ZH50689 Vantana k60ft. We are on road 64 at Gaustad nesvegen bus station on the way to atlantic road. 핀 고정함 6494 Gaustad, 노르웨이 주변 https://maps.app.goo.gl/UyvXnbdVvwmfZFWN8
어제 저녁부터 배터리 불이 깜빡깜빡 들어오고 째깍째깍 소리가 들렸다. 점점 심해졌다. 오늘 아침 엔진체크 불이 나왔다. 기어를 넣어도 앞으로 나가지 않는다.  옆 캐러밴의 독일인 아저씨가 보더니 째깍소리는 스타터 문제라고 하셨다. 엔진 체크 불은 잘 모르시는 것 같다. 우리차 아니라 렌탈이라고 하니 렌탈오피스에 전화해야 한다고 한다. 오피스에 전화하니 메커닉에게 알려주어 전화하도록 하겠다고 하나 금방전화가 안 온다. 렌찰서류에 보니 기술지원 전화번호가 있어서 전화했다.
째깍거리는 소리와 엔지불 점등에 대해. 
엔진불 점등은 작운 문제일 수 있으니 4번 앤진온오프한 후 다섯번째 다시 해 보라고 한다. 해 보니 과연 엔진시동이 된다. 그러나 500여m 를 지난 뒤 푸르륵하는 느낌(연료없을때처럼)이 들고 뉴트럴 상태로 돌아간다.  
조김히 갓길에 세우고 메카닉에게 전화했다. 메카닉아저씨의 번호로 내 이름 등록번호 구글맵핀을 알려달라 하여 문자로 보내드렸다. 아저씨는 조금 있다가 전화를 해서 주변의 정비공장에 연락한다고 했다.
"얼마나 기다려야 하나요?"  ▶ "기다릴 필요 없이 크리스티안순이나 몰데로 천천히 이동하세요."
"차가 움직이지 않아요. 차를 모는 중에 엔진 사인이 들어오고 미션이 작동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천천히 차를 멈추었어요. "
"움직일 수 없나요?"
"시동 걸면 몇 미터는 가지만 또 섭니다." ▶ "예예 그러면 거기서 기다리세요. "
10:55 전화가 왔다.
"로드시스템에 연락해서 견인하고 가까운 리페어샵에 갈 테니까 2시간 정도 기다리세요. 기다리는 동안 편히 쉬시구요." 
12.15분쯤 스카니아 트럭이 왔고 그분에게 증상을 말했다. 시동을 걸어보더니 
"별 문제 없어보이는데요"  "운전 도중에 엔진불 들어오고 노약샐되어 천천히 세운거예요. "
하는데 예의 그 째깍 소리가 나면서 배터리 불이 깜빡인다. 아저씨가 투어링카 메카닉 전화번호를 물어 이야기를 좀 했다. 우리에게 견인할거냐 묻기에 그러라고 했다. 스카니아 트럭 짐칸이 내려오고 토잉 고리가 없어 앞 바퀴 차대에 고리를 묶고 투럭위로 올린 뒤  한참동안 꼼꼼히 네 바퀴를 고정했다. 
트럭위에 놓인 차 위에 타고 10여분 에이드의 수리샵에 왔다.Mekonomen 공장과 Nissan 공장에 갔지만 기술자들이 휴가중으로 남아 있지 않았다. 견인기사님은 어디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고 공장들을 수소문하기만 하고 있다. 기사님이 오더니 피아트워크샵에 맡겨야겠다고 한다. 트럭위에 얹혀서 피아트 워크샵으로 가는 중.
피아트워크샵이라고 간 곳은 Nerland Autosalg AS Tømmervegen 2, 6445 Malmefjorden, 노르웨이
우리 차를 트럭에 내리고 카운터에서 기사님이 상담하셨다. 기사님은 2시 경 떠났고 카운터보던 기술자가 말했다.
"언제쯤 다 될 지 잘 알 수는 없습니다. 오늘 다 될지. 4시까지 근무하거든요."
"저희는 내일 차를 반납하고 핀란드로 비행해야 하거든요. 어떻게 하나요?"
" 오늘 만일 다 안되면 렌탈 서비스 오피스에 이야기하여 댜체 교통편을 구하도록 이야기하겠습니다."
렌탈오피스에 무슨 이야기를 하면 좋을지 전전긍긍하는 중이다. 경아는 편안히 눈 감고 있으라지만... 이분들은 자기 일이 아니다. 급한 건 우리다.  
30여분 지난 2시 40분.  시간이 닥쳐오자 점점 마움이 급해진다. 다시 카운터의 기술자께로 갔다. 
"만일 오늘 수리되지 않으면 오슬로의 오피스에 연락해서 교통편을 마련해 주실 수 있나요?"
"물론입니다. 내일 핀란드로 가신다고 했지요. 오피스에 연락드릴 겁니다."
그러나 여기서 오슬로는 빨라도 차로 8시간 거리다. 그렇게 효과적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 너무 멀리 왔나 하는 생각도 들고....

 

분프리스 앞에 6시에 우르술라가 왔다. 씩씩하고 목소리가 밝은 아줌마다. 차는 큰데 밴이라 앞에 3자리가 있다. 뒤에 짐을 삳고 중간의 작은 자리에 앉았다. 다리를 남편 쪽으로 향하게 해야 해서 좁고 불편하지만 말을 할 처지가 아니다. 우리를 위해 트론헤임에서 일부러 몰데까지 왔다. 트론헤임의 투어링카 매니저인데 일을 마치고 오슬로의 집에 가는 길이라고 한다. 저녁 햇살에 거대한 산의 경치가 좋다. 아줌마는 연신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전화도 하고 네비로도 활용한다. 운전을 잘한다. 우리가 몰데 들어올 때 탔던 페리를 타고 건넌다. 달리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눈다. 기본적으로 낙천적인 분이다. 자기 차에 문제가 생겨서 전 남편의 차를 가지고 왔다. 오슬로에는 네 명의 자녀가 있는데 11살 짜리 부터 20세 까지다. 중간에 두 번 쉬며 간다. 음악을 듣기도 하고 어린 시절과 좋아했던 할머니 얘기도 한다. 앞으로 공부를 더 해서 간호사가 되고 싶다고 한다. 남편은 옆에서 졸고 있다. 우리의 하루가 정말 피곤했다. 우르술라가 사람이 죽은 뒤에 어떻게 된다고 생각하는가 묻기도 한다. 자신의 아이 한명이 죽어서 충격이 컸다고 한다. 죽음에 대해 말하다 보니 둘 다 환생을 믿고 있었다. 개신교를 믿다가 아이가 죽은 후로는 교회에 가지 않는다고 한다. 할머니를 좋아했고 과거와 현재를 꿰뚫는 지혜를 가진 분이었다고 한다. 생각이 불교와 가까워서 티벳 사지의 서를 추천해 주었다. 어릴 때 아버지가 돼지를 천 마리 이상 키우는 농장을 경영해서 오빠들 셋과 함께 무척 힘들어 했다고 한다. 그래서 동물 키우는 건 개와 고양이 빼고는 싫다고. 손님들과 있었던 재밌는 일화도 얘기해 준다. 밤 늦게까지 고객의 문의 전화가 끝이 없다. 차 문이 안잠긴다는 얘기까지. 남편도 똑같은 상황을 겪었기에 문을 다시 닫아보면 된다고 옆에서 중얼거린다. 우르술라 아이 중 한명은 죽은 사람을 본다고 한다. 처음엔 힘들어 했지만 지금은 적당히 타협하며 산다고. 그래서 그것도 하나의 능력이고 남편도 어떤 장면을 볼 때 꿈에서 봤었던 것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운전자가 졸지 않게, 덜 힘들게 하려고 이런 저런 얘기를 묻고 하다가 결국 1시가 넘어가니 나도 졸기 시작한다. 릴레함메르를 넘어가며 잔 듯 하다. 우르술라는 핫식스 같은 음료를 마시며 꾸준히 잘 간다. 2시 반에 민네순드에 왔다. 우르술라가 시트, 수건 등의 짐과 서류를 사무실에 다 정리한다. 우리는 화장실을 사용한다. 아시아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 맛있는 돈코츠 라면과 메일 라면, 레토르트 갈비찜을 선물로 주었다. 서로 껴안고 몸조심하라 하고 헤어진다. 정말 고마운 사람이다. 앞으로 100킬로를 더 가야 한다고 한다. 오슬로를 지나 외곽까지 가나 보다. 이미 같은 차종의 캠핑카 안에 잠자리를 만들어 놓고 전기를 연결하여 불을 밝혀 놓았다. 3시 쯤에 잔다.

 

분프리스 - 맥주 28, 초콜릿 등 과자 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