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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고창(09-12)

2010/10/03 마을일

by Anakii 2010. 10. 4.

언덕위에 시멘트를 깔고 만든 우리 마을. 오늘, 대대적인 시멘트 보수공사를 시작했다. 우린, 처음 하는 일이라 눈치껏 참여했는데 한의원 원장들인 우리 마을 사람들 일하는 품새가 새마을운동 4H클럽 회원같은 분위기다. 마을 길 군데 군데, 사이사이 시멘크가 떨어져 나간 부분에 쌓인 흙과 낙엽을 제거하고, 시멘트를 반죽하여 발라 나간다.
마을에서 가장 어른이며 중국교포인 어머니('라오슈' 라고 부른다. 선생님이란 뜻)께서 가장 열심이시고, 아주머니들 누구 하나 몸 사리지 않고 열심히 치워 나간다. 마을 남자들은 시멘트 반죽이 익숙한 듯 능숙하게 삽을 놀려댄다. 생전 처음 해 보는 일. 눈치껏 따라 하다 보니 시멘트 자루 여는 것조차 서툴렀던 나도 어느샌가 한 몫을 하고 있었다. 경아씨는 아주머니들과 함께 반죽된 시멘트를 마을 길의 구멍난 곳을 찾아 흙손으로 썩썩 비벼대고 있었고.

시멘트를 바르는데 쓰이는 게 흙손이지만, 못쓰는 장판 조각도 그에 못지 않게 우수한 도구다. 오히려 흙손보다 초보자가 쓰기엔 더 좋다. 구부러지기까지 하니 더 섬세하게 할 수 있기 때문.

요즘 미장용 시멘트는 미리 모래가 배합되어 있어 물만 붓고 반죽하면 된다. 이건 편리하다. 별 걱정 말고  시멘트 자루를 반동강 내어 땅에 붓고 부어 놓은 가운데에 공간을 만들면서 시멘트를 가장자리로 펴서 가운데에 물을 붓는다. 한 포대당 5-7리터의 물만 부으면 된단다. 물을 붓고 가장자리에서 안으로 섞어 나간다. 물이 모자라면 좀 더 붓고, 잘 반죽되면 떠다가 구멍을 때으면 그만.
생각보다 쉬운 편이다.

9시에 시작한 일이 1시가 넘어서야 대충 마무리되었다. 쓴 시멘트는 무려 30푸대. 처음엔 저걸 언제 다 하나... 했지만 익숙해 지다 보니 세명이서 세푸대를 한번에 풀어 놓고 서걱 서걱 반죽하면 금방이다. 힘은 무쟈게 들자만. 다음주에도 한번 더 한댄다. 시멘트 서너푸대로 라오슈네 뒷마당 토사가 유실된 부분을 메우기로 했다.

힘들게 시멘트를 섞다 보니, 공사현장에서 레미콘차가 하는 일이 와 닿는군..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