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와서 저녁에 판소리 자료를 좀 찾아 봤다. 워낙 판소리에 관심이 많아 기존에 내가 저장해 둔 자료도 많았지만 올바른 가사를 찾을 수 없어 mp3로만 정리해 둔게 다다. 이번에 보니까 내가 가입한 디스크팟 클럽 중 판소리 자료를 모아 놓은 클럽이 있어서 새로운 노래들도 다운받다가 그 노래들의 가사를 찾아 보니 예전과는 달리 제법 찾게 된다.
(판소리 가사 찾기가 어려운 이유는, 판소리란게 정해진 가사가 있는 게 아니라 소리꾼에 따라 더해지고 빼지는 내용이 엄청나기 때문에 각 소리꾼에 맞는 가사를 찾기가 힘든 때문이다) 마침, 내 클럽에 있는 판소리 자료가 무척 기본에 충실한 분들의 것이었는지 가사가 인터넷으로 잘 나온다. 조금만 수정하면 되는 정도다. 특히 내가 참 좋아하는 조상현샘의 흥보가 중 박타는 대목에 대한 것도 찾을 수 있어서 냉큼 복사하고 텍스트 파일로 만들어 두었다.
오늘 아침엔 아침학습으로 판소리흥보가 중 가난타령을 들려주면서 가사내용을 프린트해서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드랬다. 거의 절반은 관심없어 했지만 나머지 절반은 가사를 쫓아가면서 잘 듣는다. 우리가 흥부전은 다들 알지만 사실 그 세부 내용은 모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나? 흥부의 가난한 사정을 잘 나타내 주는 가난 타령. 절반의 아이들이 듣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흥부 아이들이 몇이나 될까? 하는 내 질문에 동화책만 읽었던 아이들은 여서일곱? 이라고 답을 했지만 판소리를 주의깊게 들은 아이는 열일곱! 이라고 답한다. 판소리 중에 열일곱째 아이가 친구들에게 송편 얻어먹으려다가 봉변당하는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에. 하지만 흥부네 아이들은 스물아홉이다. 이건 내일 들려 줄 내용에 나오는 이야기.
판소리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유산 중 무형유산에 들어 있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소중한 유산이다, 우리나라것 중에 판소리와 강릉 단오제, 종묘제례악 단 세 개만이 세계무형유산에 등록되어 있을 뿐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판소리를 몰라도 너무나 모르고 있는 거다.
판소리가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음악이면서 문학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뭔가 독특한 점이 있다.
음악적으로도 대단히독특한 양식이지만서도 문학적으로도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이 독특하다. 작가가 한 번 쓰면 변치 않는 문학작품이 아니라 노래를 부르는 소리꾼에 따라, 사회 변화에 따라 내용이 첨삭되는, 말 그대로 펄펄 뛰며 살아있는 문학이란 거다. 계속 내용이 바뀌기 때문에 정해진 가사도 없다.
춘향전의 사랑가만 해도 원문에는 춘향이에게, "니가 무엇을 먹을랴느냐 외가지 단참외 먹을랴느냐?" 라고 묻지만, 소리꾼에 따라 요즘 상황을 빗대어 "니가 무엇을 먹을랴느냐 치킨하고 고소한 피자를 먹을랴느냐" 라고 할 수도 있단 말.
이것이야말로 세상 어디에도 없는 살아있는 문학이 아닌가?
오늘, 수업 마치고 아이들 보내려고 하는데 연구부장님이 메시지를 보내신다., 전통음악 연수 있는데 가야지? 라고. 의왕초에서 있다 한다.
갔더니, 무형문화재 5호 판소리 이수자 조동언님이 나오셨다. 다른 연수라면 조금 일찍 나왔겠지만 명창이 강의하는 걸 땡땡이 칠 순 없는 터. 맨 앞자리에 앉아서 강의를 열심히 들었다. 가장 가슴에 와 닿았던 것은 음악이란 언어다 라는 말씀. 평상시에 보통 사람들이 걸어가는 속도가 중머리 장단이며 조금 바삐 가는 걸음 속도가 중중모리로 된다 하신다. 중머리 장단이 기본이 되는 장단이라는 말씀인거지? 그리고 판소리는 목소리도 중요하지만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표현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사랑가 중 이리오너라 업고놀자 할 때 업 자를 높이 탁 치듯이 부르는데 이건 업을 때 한번 툭 쳐서 올리는 모습을 나타내는 거라고 하신다. 그러고 보니 판소리 성음을 찬찬히 분석해 보는 게 재밌겠다는 느낌이 든다.
소리를 따라 하기도 하고 재담섞인 강의도 들으면서 후딱 시간이 흘렀다. 세상에 강의도 판소리 공연처럼 저리 재미있게 하시다니. 저분 판소리 공연이라면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시간이었다.
강의 말미에는 그분과 관계된 악단인 국악나라 사람들이 악기를 챙겨 와서 짧은 공연까지! 해안이랑 경아씨더러 마중오라고 해서 끝 부분은 같이 봤다. 역시 우리의 판소리! 국악!
연수마저도 이리 흥겹게 만들어 버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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