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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둔대2기(06-08)

2007-11-11 리눅스가 PC환경으로 안착하기 위해...

by Anakii 2007. 11. 11.
리눅스를 포함한 오픈소스 진영의 프로그램을 지금 사용하고 있는 상용시스템의 독점 프로그램과 비교하면서 느낀 내용을 씁니다. 이 내용은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계속 수정되어야 할 내용입니다

1. 양날의 검으로 다가온 불법복제

윈도 95가 독점 운영체제의 대세였던 시절이 있었다. 이때는 IBM 의 OS/2, 리눅스 등이 Pc의 운영체제로서 동시에 존재하고 있었고 이 두 운영체제는 윈도95에 비해 월등한 성능을 자랑했지만 자주 쓰는 프로그램 호환성의 벽에 부딪혀 윈도95에 최강자의 자리를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악화가 양화를 몰아낸다는 명언처럼, 다른 두 운영체제에 비해 월등히 떨어지는 성능을 가졌지만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윈도95가 OS/2와 리눅스에게 승리를 거두었던 그땐 변화의 여지가 충분했다. 

윈도가 98버전과 OSR2버전으로 업데이트 되면서도 여전히 많은 취약점을 가지고 있었고 아직 윈도NT가 대중적으로 확산되기 전이었을때 조차도 리눅스에게 반전의 기회는 있었고 그에 맞추어 한국에서도 많은 리눅스 커뮤니티가 생겨나고 많은 배포판이 만들어졌다. 게다가 학내망의 도입과 더불어 많은 학교에서 리눅스가 보급되었고 저 역시 그 때 리눅스를 처음 접했다. 
하지만 윈도NT를 개량하여 제작한 윈도2000이 매우 안정적인 컴퓨터 환경을 구축하였고 초고속 인터넷의 등장으로 한층 쉬워진 불법복제로 인해 급속하게 윈도2000이 보급되면서 개인 사용자 환경에서 비로소 리눅스는 더 이상 대안이 될 수 없었다. 그 뒤를 이어 등장한 윈도XP에 와서는 운영체제 자체의 보안 결함에 따른 해킹 시도는 많을 지언정 운영체제 자체가 컴퓨터를 먹통으로 만드는 일이 거의 없다시피 한 데다 개인용 Pc에서 멀티미디어 환경에 대한 요구가 확산되면서 윈도에 비해 불편하지만 안정적이었던 리눅스가 개인용PC시장에서 완전히 설 자리를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아마 이 모든 상황이 이리도 빨리 진행될 수 있었던 데는 불법복제라는 양날의 검이 나를 베어버린 듯 하다.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크래커들이 운영하는 와레즈 사이트에서 배포된 해킹된 프로그램을 쉽게 구할 수 있게 된 것. 이 일은 미시적으로는 내게 더 편리하게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는 순기능을 했다 해도, 거시적으로 독점 프로그램에 대항할 수 있는 오픈 소스 커뮤니티를 더욱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겠나. 

독점 프로그램 업체들은 개인의 다운로드는 크게 문제삼지 않으면서 공공기관이나 교육기관에 압력을 가해 라이센스비용을 충당했고 개인 사용자들은 쉽게 독점 프로그램들을 다운로드하여 계속 사용하였기에  결과적으로는 해당 프로그램에 스스로를 종속시켜 버리는 어리석은 일을 범한 것이 아닐까.  저부터라도 독점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하거나 설치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면 그에 따른 대안을 찾아 보았을 것이지만 쉽게 찾을 수 있는 안정적인 프로그램들의 맛에 길들여져 오픈 소스에 대한 대안을 찾길 게을리 한 것에 대해 크게 반성하게 된다. 
그런 마음으로 이번 교사동호회의 오픈소스 비교분석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것이 반갑게 다가온다.  과연 리눅스는 새로운 대안으로 우리나라의 공공기관과 교육기관에 안착할 수 있을까?

2. 표준이 확보되어야 한다

부요가 한국형 표준을 제창했다고는 하지만 현재 부요를 기반으로 한 아이겟 리눅스에서 어떤 일을 새로이 하려고 프로그램을 설치한다는 건 쉽지 않다. 
새로운 프로그램 하나를 설치하려고 소스포지(http://souceforge.net)에 가 보면 각 프로그램에 따라 레드햇이나 데비안 우분투, 만드라비아 등등의 기존 배포판에 맞게 설계된 설치파일이 제공되는데  부요가 레드햇의 fedora2 코어를 기반으로 구성되었다고는 하지만 fedora2 에 맞춘 설치파일이 그대로 동작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소스코드를 가져다 컴파일하여 설치하고자 해 보면 그도 쉬운 일이 아니다. 컴파일의 과정 자체는 단순하여 어렵지 않다고 해도 그대로 시행하여 다 잘 되는 것이 아니며 필요에 따라 설치 환경 파일을 수정해야 하는데 컴파일의 환경 설정 파일이 누구나 쉽게 만질 수 있는 파일은 절대 아니다. 

해외의 리눅스 응용프로그램 개발자들이나 소스포지가 부요를 하나의 표준으로 인식하고 거기에 맞는 형태의 설치파일을 내 놓는다는 건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초보자는 말할 것도 없고 어느 정도 파워유저라 하는 이들도 리눅스로 옮겨가는 게 쉽지 않다. 

아이겟 리눅스를 설치하고 나서, 기본으로 제공되는 토템플레이어나 BMP오디오 플레이어에서 mp3가 읽어들여지지 않기에 간단한 미디어 플레이어인 xmms를 설치하고 rpm 설치방법과 컴파일의 두가지 방법을 다 써 봤지만 패키지의 의존성 문제로 설치가 되지 않았고, 한글2005 역시 라이브러리가 없어서 설치를 못했다. 윈도 응용프로그램을 실행해주는 wine역시 rpm방식으로 해 보니 라이브러리가 없어서 설치가 안되었는데다 컴파일 방식으로 설치하려 했으나 15분여간의 컴파일 과정과 make depend, make과정을 거친 뒤 make install까지 끝냈지만 정상적으로 실행되지 않았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데 최선으로는 응용프로그램마다 부요 기반에 맞는 설치파일이 제공되는 것이겠지만 그것이 안된다면 컴파일러와 라이브러리가 충분히 제공되어 컴파일만이라도 제대로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차차선으로는 기존에 많은 사용자를 가지고 있는 fedora 코어나 우분투를 완벽하게 한글화해서 제공하는 것이 오히려 새로운 표준인 부요를 기존 사용자에 적응시키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3. 신뢰성 확보의 문제

최근의 주요 관심사는 아마 악성코드 침입의 문제가 아닐까 한다. 윈도 운영체제가 가지고 있는 취약점을 바탕으로 많은 악성코드가 만들어지고 그에 대한 대응책으로 Ms에서 계속 패치나 업데이트를 제공하고 있다. 악성코드가 아니라고 해도 보안 업데이트나 프로그램 업데이트가 제공되고 있고 만약 이런 것이 제공되지 않는다면 아마 윈도 운영체제를 계속 쓰는 것은 어렵게 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사람들이 계속 윈도운영체제를 별 무리없이 쓰고 있는 이유는 내부적인 결함이 많음에도(사실 이건 초보자에겐 전혀 관심 밖의 이야기다) 신뢰성 있는 업체가 계속적으로 업데이트를 제공하고 있다는 믿음에서일것이다.  사실 이 믿음 자체가 옳은가 그른가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런 믿음이 존재한다는 것이 중요하며 그것이 윈도 운영체제를 계속 쓰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는 게 중요하다. 우리가 리눅스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첫번째로 든 표준 문제가 해결된다 해도 지속적인 지원이 가능한지에 대한 문제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는 기술적으로 어려운 게 아니지만 만약 리눅스를 무료라는 관점에서 정부가 바라본다면, 예산 절감의 차원에서 바라본다면, 어느 업체가 무료로 그것도 지속적으로 보안이나 업데이트를 지원할 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정부 예산으로 Ms나 한컴, 안철수연구소에 내고 있는 라이센스 비용을 대폭 줄여서라도 오픈소스 커뮤니티나 리눅스 컨소시엄 등에 지속적으로 지원을 해 준다면 상상은 현실로 바뀔 수 있다. 이것은 리처드 스톨만의 GNU선언에도 나와 있는 것 처럼 국가가 프로그래머에게 자유로이 개발하는 환경을 제공해 주고 세금의 일부를 프로그래머에게 제공하는 모양이 될 것이며 순전히 스스로의 헌신으로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있는 많은 프로그래머에게 더 나은 개발동기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국가 기관에서 사용하는 시스템의 운영에 있어서는 큰 예산을 절감하지 못한다 해도 개발이익만을 생각하는 독점 기업이 주도를 하는 현실이 지속되어서는 안될 것이라는 것도 또다른 이유이다. 

4. 범용성을 고려한 응용프로그램의 개발

배포판에 구애 받지 않는 범용성의 부분에서 오픈 오피스의 예를 들고 싶다. 상당히 거대한 어플리케이션인 오픈 오피스이지만 자바를 기반으로 해서인지 배포판에 크게 구애 받음이 없이 설치와 실행이 된다.  이번에 테스트용으로 설치한 아이겟리눅스와 아시아눅스, 우분투 세 배포판에서 작은 프로그램들은 배포판의 특성을 타서 설치와 실행이 되는 것이 들쭉날쭉했지만 거대한 프로그램인 오픈오피스는 세 배포판 모두에서 별 무리없이 설치와 실행이 되고 있었다. 간단한 그래픽 편집 프로그램인 Xnview역시 세 배포판에서 모두 별 무리없이 실행되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어떻게 표준이 정해진다고 해도 그 표준에 따라 제작되거나, 배포판의 특성을 타지 않는 범용성을 가진 프로그램들이 얼마나 있느냐가 중요하다. 윈도에서 리눅스로 갈아타려는 큰 마음을 먹고 리눅스를 설치하고 나서, 내게 필요한 프로그램들이 무리 없이 설치가 되고 사용이 가능하다면 설사 조금 불편하다 해도 리눅스를 쓸 동기는 충분하게 주어지는 셈이니까. 

국가의 지원 방향이 이런 쪽으로 나가야 하는 것이 아닌지. 사용자가 새로운 운영체제로 갈아타는데 필요한 교육지원은 일선 교사들이 맡는다고 해도, 사용자들에게 골라먹을 수 있도록 다양한 밥상을 차려주는 것은 오픈소스 진영에게만 맡기기에는 가혹한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