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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제주여행

14/2/24~25 오름행. 산굼부리, 동검은이,문석이,군산,송악산

by Anakii 2014. 3. 2.

 

동검은이오름에서

산굼부리

굼부리가 뭐냐고,  분화구인지 분화구 가장자리를 말하는지 숙소의 제주 청년에게 물어 봤다. 모른다. 블로그 등에 나와 있는 의미풀이로 추정할 때 아마도 분화구를 말하는갑다. 위키에는 "산이 구멍난 부리"라는 뜻이란다.

이곳은 입장료가 6천원이다. 전통적인 관광지라는 느낌이 들도록 제주 현무암으로 온통 장식된 탐방 사무소와 기념품점들이 보인다. 거의 평지인 산체에 비해 굼부리가 거대하여 볼 만 하다. 분화구 안의 식생이 다른 곳과 단절된 모습을 보이고 흔치 않은 Maar형 분화구여서 지질 생태적 가치가 높다고 한다. 산책로도 예쁘게 만들어져 있지만 Maar형 분화구의 가치를 모르는 우리에겐 아무래도 6천원은 아깝다.

※ Maar형 분화구 ~ 용암이나 화산재 분출 없이 지하 깊은 땅속의 가스 또는 증기가 지각의 틈을 따라 한 군데로 모여 한번에 폭발하여 생성된 분화구를 말한다. 지표면보다 낮게 형성된 화산체로, 산체의 크기에 비해 매우 큰 화구가 특징이다. (위키피디어)

산굼부리가 한국 유일의 Maar형 분화구라는 설명이 제주 공식 관광사이트 놀멍쉬멍에도 나와 있지만 위키피디어에는 서귀포의 하논 분화구가 Maar형이며 대한민국 최대 분화구라 한다.

동검은이오름,문석이오름

 

위치도

 

동거문오름, 동거무니오름 등으로 불린다. 동쪽의 검은오름이라는 뜻일텐데.  오름들은 모두 지역에서 부르는 이름, 한자이름, 요즘말로 바꾼이름 등이 조금씩 달라 검색이 쉽지 않은게 오름탐방에서 어려운점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 하나. 제주도 오름을 찾을 때 다음지도 앱을 쓰면 좋더라. '오름'으로 검색하면 리스트가 주르륵 나오고 여러 사람들의 리뷰도 나올 뿐 아니라 위치, 가는 방법 등등이 세세하다. 다른 지도에서는 전혀 나오지 않는 정보다.
내비에서 동검은이오름을 검색해 찾아갔다. 표선가는 도로에서 농사용 샛길로 빠져 막다른 곳에 다달았다. 마침 일하시는 아저씨 한 분 있기에 여쭈었다.

"동검은이오름 가는 길 맞나요? 어디 주차장이 있다던데..."

"동검은이오름은 잘 모르겠고 저 뒤에 백약이 오름이 있긴 해요."

백약이오름? 동검은이오름을 소개한 글에 맞은편 오름으로 언급된 오름이다. 그게 맞겠다 싶었지만, 등산 소로 입구에 동검은이오름이라는 작은 현수막이 있어서 이 길도 맞지 않나 싶어서 등산을 시작했다.

맞게 간 것 같긴 한데 정식 등산로는 아닌갑다.  10여분 걷다 보니 왼쪽으로 동검은이오름이 보이긴 하는데 길이 자꾸 오른쪽으로 흘러간다. 이건 아닌데? 도로 입구로 내려와 다음지도로 검색했더니 동검은이오름의 위치가 좀 다르다. 이번 여행 중 처음 써보는 다음지도앱.  다른 지도와 좀 다르네?

큰길로 나와 북쪽으로 조금 더 달렸더니 길 양쪽으로 주차장이 보이고  왼쪽으로 백약이오름의 안내판이 보인다. 오른쪽엔 쬐끄만 표지판으로 동검은이오름과 문석이오름의 표지판이 보인다. 표지판 크기로 보자면 백약이오름은 정식 지정 등산로, 동검은이오름은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인 곳으로 느껴진다. 인터넷 블로그글에서는 외려 백약이오름이 곁다린데, 이게 뭔 일?

오름 가는 길 초입엔 부씨 가족묘가 거대하게 놓였다. 제주도 분묘는 묘 가장자리에 돌담을 쌓았는데, 이곳은 거대한 네모꼴로 돌담을 쌓고 그 안 공간에 작은 묘들을 넣었다. 차가 지나간 자국이 선명한 외길을 따라 걸으니 티 자형 갈림길에 표지판이 보인다. 왼쪽은 문석이, 오른쪽은 동검은이. 일단 문석이부터 올라 보기로 했다. 

문석이 가는 길의 토양을 보고 경아가,

"여기 봐, 흙이 까만데 촉감이 엄청 부드러워!"

검은 흙이 토양의 맨 위를 차지하고 있는 땅. 검은 흙을 만져 보니 생각 외로 부드럽고 손에서 잘 떨어진다. 알알이 낱낱이 알걍이져 있는 흙. 대신 검은 색 자체는 강력해서 손에 묻은 검은색이 잘 빠지지 않는다.

 

문석오름은 억새로 덮인 오름이지만 억새가 잘 정리되어 있다. 스포츠머리 깎은 모습 비슷하다. 오름이 낮고 완만하여 지프로 올라간 바퀴자국도 나 있다. 마치 몽골의 초원을 보는 것 같다. 문석오름은 두 개의 봉우리라 두 봉우리를 오르니 내려가는 길이 동검은이오름과 연결된다. 문석이오름 위에서는 동검이오름 오르는 길이 잘 보인다. 꽤 높은 것 같다.

 

동검은이오름 입구는 지그재그 방식의 나무 입구로 되어 있고 오르는 길 바닥은 삼 밧줄로 망을 엮거나 타이어로 망을 엮어 깔았기 때문에 미끄러지지 않고 편안히 오를 수 있다. 높아 보였지만 한 걸음 한 걸음 오르다보니 부쩍 높이 오른 자신을 발견한다.  본격적인 오르막에는 울타리를 만들고 굵은 밧줄을 마치 계단처럼 한 줄씩 놓은 뒤 철 고리로 고정시켰다. 간단한 아이디어로 계단이 만들어졌네? 

 꼭대기에 올랐다. 양 옆으로 절벽과 같은 급경사면이고 가운데 길은 0.5m정도 삼.밧줄 망이 깔려 있다. 오금이 저린다. 자칫하면 낙하다. 다리를 후들대며 길을 가니 양옆으로 나무가 있는 곳에 왔다. 나무로 절벽이 가리니 오금도 정상이 되네...

정상에는 주변 경관에 보이는.오름들의 소개판이 놓였다. 여기서 360도 파노라마로 사진을 좀 찍고 나니 고소공포증이 많아 완화된 듯 걷는 데 여유가 넘친다. 올라올 땐 내려갈 때를 걱정했었는데, 인간의 감각이란 게 그리도 쉽게 무뎌지는가보다.

오름을 내려와 주차장까지 꽤 멀다고 봤는데 생각보다 가깝다. 날이 흐려서 아련하게 보이는 것 때문에 더 멀어 보이는 건가?

군메(군산)

군산은 서귀포시 해안가의 멋진 오름이다. 정상 부근까지 도로가 놓여 있어 차로 올라갈 수도 있지만 오르는 도로가 외길이라 마주치는 차를 만날 각오는 되어 있어야 올라갈 수 있다. 초보자가 차량으로 올라가면 오도가도 못하고 민폐만 끼치는 난감한 상황이 될 수 있으니 시도 금지.

차에서 내려 계단을 따라 10여분 걸으면 오름의 꼭대기다. 서귀포와 산방산, 용머리등등 주변의 환상적인 풍광이 온전히 느껴진다. 날이 흐린 게 안타까울 뿐. 정상부근엔 작은 굴도 있다. 피난 용도 같은데 설명이 없어 뭔지는 모르겠다.  매우 적은 노력으로 큰 만족을 느낄 수 있는 곳. 내려 오는 길엔 유채꽃과 종려나무가 어우러진 매우 제주스러운 장소도 있네?

 

 

송악산

제주 남서 끝의 송악산은 이중분화구다. 분화구를 따라 걷는 풍경이 우리나라에서는 낯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