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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둔대2기(06-08)

2006-04-08 생태산행. 그리고 잔인한 인간들

by Anakii 2006. 4. 8.
청계산으로의 2006년 첫 생태산행. 창밖을 보니 가공할(!) 만한 황사가 지역을 뒤덮고 있다.
저정도 급이라면 숨쉬기도 힘들 텐데...
차봉준부의장께 전화하니 다 와서 기다린다고 빨리 오랜다. (이런..거짓말!! -_-;;)

인덕원 역에 도착해 보니 역쉬! 우리가 거의 일차도착팀이다.

이번 산행에는 사진 소모임에 같이 하기로 한 임혁이도 같이 하니 더 의미가 있다.
사진도 사진이지만, 나는 둔대로 녀석은 교육청으로 각기 다른 곳에 발령을 받은 상태라 보기 쉽지 않을 텐데  소모임을 핑계로 더 자주 보게 되었다는 데에.
 
하늘을 꽉 메운 황사..
대낮인데도 침침할 정도다. 내 생각으로는 이런 황사는 거의 최초가 아닌가 싶다.
안 그래도 매년 사막이 넓어지는 중국 고비사막인데,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그 사막화가 가중되고 있어, 매년 황사의 힘이 더해진다.
시나(Cina)인들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사막화. 그에 따른 우리나라에서의 황사현상. 사실 욕이 나온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라고 예외일까. 도시 주변 산을 갉아 먹는 주말농장, 또는 텃밭들. 사람이 사는 주변의 산 기슭은 이미 초토화된지 오래다.
산기슭에 만든 밭에 주변 나무가 그늘을 드리우니 위쪽의 나무를 베어 내고 농사지어 먹다가
다시 얼마후 그 자리까지 밭을 만들고, 또 위쪽의 나무를 베어내고 하는 악순환.

분명 불법이건만, 우리나라의 현행법 상으로는 불법이라도 이미 심어진 작물이 있는 밭을 갈아 엎을 수는 없다나?
그래서 꼭 해당인이 경작하는 현장을 잡아야 하는데 잠복근무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래 저래 힘든일이다.
게다가 기슭에서 농사짓는 인간들이 주로 지역에서 오래 살던 자들이라서 적발되어도 무마되기 일쑤다.
"그깟 밭 한뙈기 지어먹는다고 이리도 까다롭게 구느냐?" 하며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자들.

누가 밭 한뙈기 지어먹는 거 뭐라 하나. 그딴 짓을 하면서 산을 갉아 먹는 자들이 늘어나는 게 문제지.
게다가 밭뙈기 지어먹는다는 단순한 생각만으로, 아무 생각도 없이 다른 생명체에 까지 피해를 주는 악업을 쌓고 있는 어리석은 자들.

오늘 생태산행의 목적은 꽃 관찰 이외에 한 가지가 더 있다 한다. 처음엔 뭔지 몰랐지만 막상 올라가 보니 경악.

나무에 굵은 철사줄을 동여 매고 그것을 지지대로 하여 물 호스를 설치하여 아래 밭에 물을 끌어다 쓰다가,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방치해 둔 폐물들.
이미 오래되었지 싶다. 

나무에 묶어둔 철사는 녹이 다 슬었고 철사줄에 매인 나무는 그 부분을 어찌 하지 못하고 성장함에 따라 철사줄이 나무 깊숙히 박히게 되었다.
주변엔 비닐 호스 폐물들로 어지러웠으며 일부 나무들은 철사줄의 압력을 이기지 못해 고사하기도 했다.

잔인한 인간들.
짐승을 철사줄로 묶어 놓고 키운다고 생각해 보라. 몸은 크는데 철사줄은 그대로여서 몸 안으로 파고 드는 그런 상상을 해 보면 끔찍하다.
인간은 왜 이리도 잔인한가. 아니면 아무 생각이 없는 건가. 눈앞의 자신의 이익에는 눈에 불을 켜면서, 자기가 저지른 일로 인해 다른 생물이 고통받는 것엔 무관심한 자들.

그 악업을 어찌하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