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마지막.

LOG/12~13 2012. 4. 3. 12:39    Print Friendly Version of this pagePrint Get a PDF version of this webpagePDF

2012년 4월 3일 완벽히 우리를 보호하고 절명한 찰스.

농로와 다리의 교차점. 평소처럼 좌우를 살피고 통과하려는 찰나, 눈 앞에 트럭이 돌진하는 것이 보인다. 급정거 그리고 와지끈. 

시동이 꺼지고 차가 내려앉았다. 동시에 내게 부딪힌 트럭은 휘청이다 다리 아래로 추락할 위험을 간신히 넘기고 저 멀리에 섰다.

앞 펜더까지 찌그러져 문이 잘 열리지도 않을 정도다. 멀리 섰던 차에서 운전자가 내린다. 다행히 별 문제는 없어 보인다. 서로 서로 다친 데 없냐고 이야기 하는데, 찰스의 상태가 너무나 처참하다. 

공장 책임자인 듯한 사람이 나와 연락처를 교환하고 사진을 찍었다.  눈보라가 거세게 불어 손이 아려온다. 급한 맘에 사진을 찍으려다 보니 마눌님의 휴대폰밖에 없는데, 눈비와 낮은 온도 때문에 계속 오동작. 손은 곱아가고 카메라 작동은 안되고... 

그 와중에 논두렁길 뒤에 차 몇 대가 섰다. 우리 차 망가진 것을 보고 치워 달란다. 아이들 학교 보내야 한다고. 사람들 몇 명이 들어 올리면 되잖냐고 한다. 점점 손은 곱아가고 그런 매몰찬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 앞에서도 아무 생각이 없다. 차를 옮겨 볼까 하다가 불가능하여 안된다고 이야기하니 자가용 주인 아낙네는 대뜸 짜증부터 낸다. 

농로 먼 길 뒤돌아가기 힘든 것 안다. 그 때문에 저 멀리 농로 입구에 그 차가 진입할 때 손을 흔들며 여기 오지 말라고 한참 미친듯이 흔들었는데.... 못 봤다니 할말은 없다. 그렇지만 해 줄 수 있는 일 역시 없다. 레카 차 부르고 기다릴 밖에. 

경아는 급히 영희씨에게 부탁하여 우렁이를 가지러 집으로 돌아갔다. 비는 계속 온다. 손은 점점 아려 와서 동상에 걸릴 것 같다.  작살난 차 문 열고 안에 들어가 손을 비볐다. 

동부화재에서 현장조사원이 오고, 레카차가 왔다. 상대편 운전자와 등승자는 병원으로 간다며 미리 자리를 떴다. 
조사원은 내 차 상태를 찍고, 상대방 차주에게 연락해 연락처를 받았다. 내게는 보험에서 처리할 것이라며 그냥 가도 된다고 한다. 

학교에 가니 동부화재 본사직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사고 상태를 보니 과실 비율이 7:3 정도로  될 것 같다고 한다. 내 잘못이 크다. 트럭 역시 교차로에서 전방주시 불이행 측면이 있지만 엄연히 큰 길의 도로 통행이 우선이고 내가 일시정지하여 조심했어야 하는 거다. 

이 경우, 피해 중 자기과실분을 제외한 나머지를 상대방 보험에서 처리해 준다고 한다. 나는 자차 보험이 없기에 우리 보험에서 받는 것은 없다. 상대의 인적 피해는 내 보험의 대물에서 보상한다. 마눌님이랑 나 둘 다 약간 삐끗한데, 일단 보험직원에게 연락하여 접수해 달라고 부탁했다.  


사고 후 4/30일까지 한의원에서 침을 맞았다. 후유증을 우려한 치료이지만 치료 중 크게 불편한 일 없이 정상생활을 했다. 사실 일주일 정도는 걱정될 정도로 뻐근하긴 했다. 그건 아마도 사고 당시의 무의식적 쇼크인 듯. 무의식은 꽤나 놀라고 충격을 받았을테니. 그 외 별다른 후유증은 없다.

만 15년을 함께 했던 우리집 둘째, 찰스(아토스). 가는 날 까지 완벽하게 우리를 보호하고 절명...... 정말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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