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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독서일기

2025~2026 독서일기

by Anakii 2026. 4. 11.

26년 4월

경우 없는 세계  (2023/03, 백온유)

30대 인수는 한여름을 제외하고는 항상 귀신을 느끼고 한기에 떠는데 어느날 자해공갈을 하는 가출청소년 이호를 보고 그를 집에 들이면서 자신을 괴롭히던 한기가 느껴지지 않게 된다. 이호와 그의 친구들을 집에 들이면서 자신 역시 가출청소년이었던 때를 떠올린다. 과거의 회상과 현재를 오가는 내용 전개. 귀신이 보내는 한기는 인수의 가출시절 죽음을 목도했던 A에 대한 인수의 죄책감이었을까. 경우는 가출청소년이었던 시절 같은 가출소년이지만 엄마와 함께 살거라는 희망을 갖고 긍정적인 태도로 살던 친구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항상 올곧은 태도로 사회를 대하며 사회로부터도 어느 정도 인정을 받는 경우를 인수는 흠모하며 시기하며 거부하며 존경했다. 그런 경우가 없어진 세계에서 인수는 스스로를 극복한다.

가출팸들의 실상, 어른에게 이용당하거나, 도둑질하거나, 성실히 알바를 뛰거나, 조건만남을 빌미로 협박을 하거나, 자해공갈을 하며 생활비를 버는 현실. 그들에 대해 동조도, 비판도, 훈계도 않고 담담하게 생활을 그려나가는 온유 작가의 태도가 대단하다. 나는 읽는 동안 그들의 갑갑하고  미래가 없는 어려운 상황을 보기 힘들어 몇 번이나 책을 덮기도 했다. 

페퍼민트 (2022/07, 백온유)

가족처럼 가깝게 지내던 시안과 해원의 가족은 바이러스의 대유행으로 헤어지게 된 지 오래다. 시안과 아버지는 바이러스 후유증으로 식물인간이 된 어머니를 6년 동안 기약없는 간병중이다. 한계에 다달아 가는 시기. 아버지에게 날선 말을 퍼붓기도 하고 자신의 미래가 그려지지 않아 암울해진다. 우연히 해원의 오빠 해일을 만나게 된 시안, 더불어 지원으로 개명하고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는 해원과도 상봉한다. 바이러스전파 때문에 사회적인 조리돌림을 당하고 돌연 잠적했던 해원의 가족이라 시안과의 재회가 반갑지만은 않은 해원. 
슈퍼전파자로 지목되어 엄청난 비난과 사회적 불이익을 받았던 과거가 트라우마가 된 해원과 해원의 엄마, 어쩌면 해원의 가족이 시안의 엄마가 식물인간이 되는 데 주요 원인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들의 만남과 긴장감은 모두 이해가 된다. 시안의 불안정한 행동과 말, 해원의 깊은 불안감과 죄의식. 해원 엄마의 자기합리화. 모두가 있음직 한 답답한 현실이라 가슴아프게 보게 된다.
과거의 트라우마 없이 밝은 해원의 오빠 해의 행동이 무거운 내용 중 긴장을 살짝 풀어주었고, 시안이 6년간의 간병을 이어갈 수 버틸 수 있게 실질적으로 지지해 주었던 전문 간병인 최선희선생님을 보며 감동을 받았다. 답답한 현실이지만 각자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짠한 느낌으로 계속 지켜보게 되었고 어차피 결론은 없더라도 시안과 해원이 한 걸음씩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안도가 되었다. 

백온유, 반의반의 반 (2025 제16회 젊은작가상 수상)
멋장이이며 수그리지 않는 자신감의 할머니. 사고뭉치 엄마, 그리고 손녀. 각자는 모두 치열하게 살았고 최선을 다한다. 3인칭 손녀는 가장 평이한 삶을 산 만큼 가장 이성적이며 할머니는 풍파를 헤쳐오며 존재를 지켜온 만큼 더 단호하다. 엄마는 풍파의 세월 속 단호하게 스스로를 지키며 살아가는 할머니 아래에서 방황하면서도 자기 자리를 만들며 살아왔다. 이야기는 몰랐던 할머니의 돈 오천. 할아버지  죽음값이 사라지며 시작된다. 

산으로 가는 이야기 (2024/12, 성혜령)

1) 귀환 - 교통사고 후 코마에 빠진 아이가 어느날 문득 깨어나서 보지도 못했던 고모가 자신을 줄곧 지켜주었다 한다. 고모는 아버지 집안의 숨겨진 존재. 고모는 계속 아이와 함께 한다.
2) 꿈속의 살인 - 꿈속에서 사람을 죽이면 실제로 사람이 같은 이유로 죽는 인물. 꿈에서 이번엔 엄마를 죽였다. 아빠의 불륜으로 이혼당한 엄마가 사라진 곳은 내연녀가 운영하는 산장. 주인공과 엄마는 내연녀를 만나 아무렇지 않은 듯 이야기를 나눈다. 내연녀의 방 깊숙한 서랍에서 찾은 반지를 낀 손가락. 주인공은 손가락을 산에 묻는다. 
3) 원경 - 갑작스런 암 판정을 받은 신오. 옛날 자신과 잘 맞았던 애인 원경이 유방암을 앓을 유전적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헤어진 과거가 있다. 자신의 미래가 불투명해진 신오, 원경과 연락하고 자신은 잘 지낸다고 거짓말한다. 원경이 산에 있는 이모의 집에 있다고 하자 무조건 원경을 찾아간다. 원경은 신오의 근황을 듣고 알았다면 헤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며 사실 신오와 함께 하는 게 심적 부담이 커서 헤어졌다고 말한다. 신오는 내심 환자인 자신을 돌보는 원경을 꿈꾼다.

원경과 이모는 신오와 불타버린 암자의 유일한 신자인 보살과 함께 죽은 주지가 묻어두었다고 생각되는 보물을 찾아 파헤친다. 보물은?... 결국 신오는 이 여성들의 커뮤니티에 자신이 낄 자리가 없음을 자각한다. 

26년 3월

곰탕 (2018/03) 김영탁

2067년의 부산은 쓰나미로 파괴되고 해안선은 훨씬 멀리 밀려났으며 해안선 앞에는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구멍이 나 있다. 이곳은 과거로 여행하는 홀. 시간여행은 무척 위험해서 목숨을 내걸어야 하며 성공하면 꽤 큰 보수가 예정되어 있다. 사장의 명으로 곰탕을 배우러 과거로 가는 우환. 그는 영혼없는 삶을 사는 자. 초기 설정에 비해  실제 진행은 비장하다. 과거에 남은 자는 과거에 대한 선지식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바꿔보려 하고 그 결과 수많은 피해자를 낳는다. 우환 역시 과거에서 노스탤지어를 발견하고 남은 자에게 동참했다. 그러나 그는 온전히 자신만의 논리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에 객관적 입장으로는 악당이다. 악당의 조력자이며 해체자다. 선악의 평가를  빼고 이야기의 흐름에 의식을 맡기다보면 서사가 이해되는 책. 

영수와 0수 (2025/09) 김영탁

AI가 모든 인간의 노동을 대신해 준 미래. 인간은 여가를 즐기다 결국 무료해져서 자살한 결과로 사회는 인간에게 필요노동을 부과한다. 그리고 자살금지법. 자살한 자의 일가나 친척이 페널티를 받아 노동일수가 늘어난다. 영수는 자살을 꿈꾼다. '해볼만한 나무'라는 건 영수가 목을 달 만한 나무다. 영수는 대타로 복제인간 0수를 만들고 자신은 자살을 꿈꾼다. 복제인간을 만드는 비용은 왜인가 영수의 계좌에 충분히 있었다. 영수가 두 개의 기억을 판 대가라고 한다. 기억을 팔고 나면 보관되었다가 적절한 편집과정을 거쳐 타인에게 이식된다. 영수가 하는 일이 그 일이다. 회사의 오한은 이미 베테랑편집자이며 영수에게 관심이 있다. 

0수가 자살을 시도한다. 0수가 시도한 자살 때문에 먼 친척인 기특이 찾아온다. 영수는 자신이 판 기억을 찾아 기특과 0수, 오한과 함께 기억을 구입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러 여행을 떠났다....

침대맡에서 보는 책으로 두고 한참 보다 보니 흡인력이 있다. 인물의 이름, 귀신놀이를 하는 부분 등등 이해가 어렵거나 장난스러운 부분이 보이지만 재미있게 읽을 만했다. 특히 해도연이야기부터 좀 더 흡인력이 느껴진다. 

수브다니의 여름휴가 (김초엽)

신체의 모든 부분을 배양하고 대체할 수 있는 시대. 성수동 피부관리샵에서는 다양한 피부를 원하는 사람에게 피부를 만들어준다
고객 수브다니는 금속피부를 원하고 녹술고 싶어힌다. 남상아와 함께 2인조 설치미술가였던 수브다니, 수안최 남상아와 결별 후 작품소유관련 소송에 수배자가 되었다.
수브다니는 변화의 실행 이라는 작품 속 개체들과 함께 녹슬며 소멸하고 싶어 한다. 작품 속다른 금속 개체들과의 동질성을 추구한 것일까 인간성을 외치기 위해 소멸을 추구한 것일까.

레가토 (2012/05) 권여선

국회의원 인하는 386세대. 아마 80년대 초 학번일테지. 딱 내 위에 위 선배 계열. 박통말기에 학생운동권이었고 옥살이도 좀 했고, 지금은 노회한 정치인이 되어 있는. 인하와 주변 인물은 학교에서 학생운동동아리활동을 함께 하던 추억이 있는 이들이다, 지금은 각종 분야에서 제 자리를 잡고 있는 인물들. 정연은 인하가 회장인 동아리의 신입생. 정연이 실종되었고 정연이 실종된 날 태어난 동생인 하연이 이야기를 전개한다. 난, 인하와 그 주변 인물들의 말,행동거지들이 불쾌하다. 기껏해야 학생운동시절의 훈장으로 평생을 우려먹는 자들. 변화 없이 그때의 공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자들.

시민은 젊었을 때 60대가 되면 모든 자리를 내려놓아야 한다 말했다. 그 나이가 된 그는 여전히 운동권 대부의 자리를 즐기며 훈수를 둔다. (훈수만이면 다행이겠다) 유가나 문가, 그리고 그들을 중심으로 한 운동권 물 먹은 노회한 자들의 탐욕이 지금 사회에 드러나고 있으니 난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이 더 재수없게 느껴졌다. 이건 선입견이다. 물론 소설의 진행은 그렇게 재수없는 내용은 아니다. 약간 통쾌한 부분이 있을지도?

26년 2월

고양이 만화: 마지막은 집에서 (2024/03)

찾아가는 의사 단포포 이야기. 재택의료라는 개념과 집에서 마지막까지 링거 대신 식사를 하며 존엄한 죽음을 준비하도록 도와주는 의료에 대한 이야기다. 전적으로 동의하는 내용. 실제 이야기를 만화로 차분하게 전개하며 중간에 설명을 삽입한다. 

토마토로 만들어줘 (2025/05) 치즈이야기 (2025/07) 조예은

조예은 작가의 상상력. 사람을 이상체로 만드는 일. 뉴서울파크젤리장수대학살(젤리), 토마토로 만들어줘(토마토, 갈아 마시고 나면 도로 돌아오지만 Wow), 치즈이야기는치즈로 만든다. 그것도 아주 잘 발효되어 천상의 맛을 지닌. 예은 작가의 문체는 잘 읽히지만 상상은 그로테스크하네. 보증금돌려받기에선 전세보증금이 전부인 사람의 절박함이 느껴지고, 수선화에 스치는 바람에선 쌍둥이인 나와 내가 조종한다고 여겼던 동생 선희간 관계의 위태로움이 보였고, 반쪽 머리의 천사에선 영화주인공이 영화를 빠져나오면서 실제 배우와 삶을 교차한다는 기발한 상상이 흥미로웠다. 소라는 영원히는 절단된 손가락에서 온 싸이코메트리 능력, 폭발적으로 전해져오는 타인의 정보를 못견뎌 손목을 절단하고 나중에는 몸의 이곳저곳을 다른 이가 사용했던 기계부품으로 대체해 여러 사람의 인생을 경험하게 된다는 이야기. 두번째 해연은 딸 해연의 기억을 심은 더미 해연과 치매가 진행되는 행성언어학자 아버지 백연이 멸망한 문명성 적황성에서 생존하며 백연의 기억을 집대성해 더미 해연이 진짜 해연으로 거듭나는 이야기. 
치즈 이야기는 쉽게 읽히는 예은 작가의 다른 작품에 비해 조금 더 생각을 하게 한다. 작품 해설을 내 최애 작가인 단요가 했는데 이 소설에서 단요 느낌도 좀 난달까. 

각각의 계절 (2023/05. 권여선)

대학신입생 때 하숙에서 만난 준희,정원,경애,부영. 삼십년 뒤 현재. 
방충망이 있는데 어떻게 들어와? 어디로든 들어와. 의젓한 사슴벌레식 문답법.
이게 들어오면 들어오는 거지, 어디로든 들어왔다 어쩔래? 하는 식의 무서운 강요와 칼 같은 차단이 숨어 있었다. '든'한 글자 속에 어떤 필연이든 직면하고 수용하게 만드는 잔악함이 있다(p29)
어디로든 들어는 왔는데 어떻게 들어왔는지 특정할 수 없고 빠져나갈 길도 없다는 막막함 절망의 표현인지도 (p37)

쉽게만 읽을 수 없는 진지한 문체다.  

2/27 테디베어는 죽지 않아 (2023/06. 조예은)

테디베어의 몸에 빙의된 주인공, 도하. 도하의 몸을 아들의 영혼의 집으로 만드려는 정혁. 탐욕으로 떼무덤 위에 세워진 정혁의 아파트. 정혁의 집 가정부였던 엄마가 독극물 사고로 죽은 뒤 청부살인을 의뢰하기 위해 2천만원을 어떻게든 모으려는 화영, 그녀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을 팔아넘기는 영진, 도하의 몸에 빙의한 도현. 화영과 함께 문제의 핵심에 접근하는 도하. 이 테디베어는 집착령의 중간기착지다. 원귀와 빙의 킬러와 인신매매 등 오컬트적이며 범죄의 장면이 범벅된. 끝장을 보는 조예은 식의 느와르. 화영과 도하의 연대는 아름답지만. 

2/15 만조를 기다리며 (2023/05, 조예은)

갯벌 한 가운데 거북바위에 웅크린 12살 정해가 느꼈을  죽음에 대한 공포를 온전히 느꼈다. 정말로 영산교의 영산 심야기도회에 참여한 사람들은 만나기를 열망하는 자의 혼령을 보았을까? 영산교는 사이비였을까? 우영이는 정해에게 정말 나타났던 것일까? 이 소설은 판타지일까. 결말은 정해의 가슴 밑바닥에 자리잡고 있어서 작품에 쌍둥이로 등장했던 존재 우영에 대한 진혼이 되었겠지. 책이 두어 시간 안에 읽혔다. 조예은의 소설은 단숨에 읽혀서 좋다. 

2/13 신라공주해적전 (2020/07, 곽재식), 우모리 하늘신발 (2020/04, 송경아)

장보고집단 일원이었던 장희, 마을에서 성실히 농사 짓다가 흉년이 들어 놀고 먹던 마을사람들에게 생명을 위협을 받게 된 한수생. 무작정 서해로 도망쳐 나와 최강 해적도 만나고 백제를 부활시키겠다는 해적단에 들어가  신라관군의 공물을 합의 하에 빼돌리며 명성(?)을 쌓아가는 이야기, 장난처럼 보이는 스토리인데 나름 역사적 고증도 되어 있는 킬링타임용 작품. 


우모리에 사는 예지의 할머니 마리의 이야기. 일제강점기에 삶의 끝에서 허우적대는 자들을 구원하여  우모리라는 도피처를 만든 드란댁 . 이곳은 외부에서는 알 수 없는 결계 속 장소. 사람들은 드란댁이 다녀오는 마을 밖 세상을 통해 외부를 인식한다. 어느 날 마을에 닥친 외계의 위협, 그녀가 특히 사랑했던 마리와 무당할머니, 동해의 신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함께 위협을 막아낸다. 마을이 점차 현대화되며 신화는 희석되고 사람들은 외;부에 적응하게 되며 드란댁은 마리의 기억 외에서는 자연스럽게 잊혀진다. 

2/12  3차 면접에서 돌발 행동을 보인 MAN에 관하여 (2017/12, 박지리)

박지리 작가의 마지막 작품. 주인공 M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이거 미친놈 아냐? 하는 말이 나온다. 잘 보이고 싶어서 안달하면서 자기가 뭘 바라는지도 모르는 그런 존재. 난 이런 주인공과 이런 이야기를 정말 싫어한다. 보통 읽다가 덮는다.
그런데, 이상하게 계속 읽게 만드는 힘이 있다. 고인 박지리, 당신의 영향력이 바로 이런 것인가?
하지만 당신 생각의 얼개는 도저히 공감할 수 없어.

2/9 양춘단 대학 탐방기 (2014/02, 박지리)

남편 영일의 암을 치료하기 위해 서울 아들집에 온 양춘단여사. 석공의 딸로 학교에 못다닌 한을 가진 양여사는 대학의 청소부 일을 얻게 되고 대학에 다니게 되었다고 좋아한다. 영일은 닭을 한 마리 구해 닭터라는 이름을 붙이고 키우면서 신비롭게도 몸이 호전되고 있다.

아들 집 1층을 공유하는 의문의 하숙생, 대학 옥상에서 알게 된 강사와의 점심, 미화원에 대한 용역회사 소장의 폭언과 감봉에 맞서 다른 미화원들이 투쟁할 때도 양여사는 묵묵히 혼자 청소한다. 그리고 강제 해산되어 실직한 다른 청소부들. 그리고 세상을 떠난 강사. 양여사는 자신이 학교에서 겪는 일 하나하나를 자신만의 해석을 더하고 의미를 부여한다. 그리고 대학의 상징인 코끼리를 최후의 의미로 삼는다.

2/7 번외 (2018/09, 박지리)

외국에서 돌아온 K는 나와도 안면이 있고 나와 같은 영화감상부다. 소풍을 가지 않는 학생들이 학교에 남아 자율학습 하는 날. 우리는 DVD를 보기로 했다. 그, 자리에 K가 없어서 선생님 심부름으로 K를 찾으러 다니다 K가 교문을 나서는 걸 봤다. 그리고 돌아간 감상실. 교사 포함 모두가 총에 맞아 죽어 있다, K가 살인자다. 유일한 생존자가 된 나. K와 친분이 있던 나. 내가 있었으면 가장 먼저 죽었을까 아니면 살인을 막았을까?

트라우마를 걱정하는 주변에 의해 모든 행동에서 열외를 인정받는다. 나는 꿈꾸는 듯이 생활한다. 내 머릿 속에서는 그게 다 맞고 이해되지만 남이 보기에는 정신병자다. 그렇게 책 내내 지낸다. 마지막은?

2/1 맨홀 (2012/07, 박지리)

하루 만에 다 읽었다. 나약하고 생각 속으로만 선한, 외부로는 찌질하고 약자에게 폭력적인 주인공. 폭력 속에서 당사자를 증오하지만 폭력의 당사자와 비슷한 태도로 자라난 나. 증오하는 만큼 닮아간다는 비극적인 진실. 그는 마지막까지 현실 도피하며 끝남. 완전 열받는 내용이지만 작가의 글솜씨는 그 열받는 나조차 끝까지 읽게 만든다. 아래는 몇 문장에 대한 내 반응.

"나는 나 자신조차도 두 개로 쪼개어서 그 끔찍한 일을 저지른 건 나지만 동시에 내가 아니라는, 가짜 정신병자나 떠들어 댈 법한 지루한 변명"

"나는 내가 원할 때마다 기진이 자취방과 희주 다락방으로 들어갈 수 있었지만 내 방으로는 그 누구도, 희주조차도 쉽게 들이지 않았다. 자기 이야기를 잘 하지 않던 성제까지 친척들과 집에 얽힌 복잡한 얘기를 털어놓았지만, 나는 여전히 자랑스러운 소방관 아들 노릇을 하고 있었다. 나는 엄마나 누나에 대해서도 한 번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넌 자신을 성찰하는 듯 한 생각을 혼잣말처럼 아주 많이 하는구나. 하지만 이후 아무런 행동의 변화가 없지. 그건 자기를 올곧게 마주할 수 없는 보통의 나약하고 사악한 인간들의 흔한 변명이란다. 

"나는 편안해지고 싶었다. 엄마와 누나에게 화를 내고 욕을 하고 싶지 않았다. 집안을 그렇게 불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두 사람은 내가 아는 가장 불쌍한 여자들이었다. 둘을 기쁘고 즐겁게 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내 모든 기억을 지워야 했다."
아냐, 넌 실제로 그들과 이야기를 했어야 해. 네 머리속 생각은 위선. 네가 합리화하고싶은 마음 때문이지. 솔직하지 못한 자여.

26년 1월

1/31 지구 끝의 온실 (2021/08, 김초엽)

0 프롤로그 - 1장 모스바나 - 2장 프림 빌리지 - 3장 지구 끝의 온실 (시간 순서는 0 - 2 - 1 - 3)

영화와 같은 전개다. 역시나 스튜디오드래곤에 의해 드라마화가 결정되었다니 기대 만빵이다. 더스트가 인류와 지구 생명체 전체를 절멸시키는 시대의 스토리와 그 더스트를 해소하고 재생한 시대의 스토리가 반복적으로 제시되며 식물과 사람들의 유기적인 역할을 조명한다.  더스트로 절멸 위기에 놓인 인류가 어떤 모습으로 황폐화하는지, 또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남으려 했는지,

그리고 과학의 힘으로 재생된 지구 세대의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진실을 은폐하려 하는지, 인류절멸의 위기를 만든 더스트는 무엇이었는지 더스트 생태학자인 주인공 아영이 하나씩 진실에 접근해 간다. 한국 해월시에 이상 번식하는 모스바나라는 식물체의 비밀은? 아영이 어릴 때 만난 신비로운 인물 희수는? 나오미와 아마라는 어떤 인물인지? 연결시키며 추리식으로 전개된다. 

종말에 맞서 세워지는 많은 공동체, 인간들은 그 안에서 어떤 대립을 하고 공동체는 어떻게 붕괴되는가, 그럼에도 희망은 있는가 등등 깊은 성찰을 하게 만드는 SF주제라서 만들어질 드라마가 정말 기대된다. 이 내용과 사상을 온전히 담게 되면 아바타 이상의 깊이를 가질 수 있을 텐데. 가능할지. 

1/25 행성어 서점 (2021/11. 김초엽단편집)

김초엽작가의 상상력은 대단하다. 그의 상상력을 따라해 보고 싶다는 느낌이 든다. 접촉민감자, 시력보조장치 사용자, 이계와 현계의 접촉, 청각 언어를 시각언어로 바꾸는 기계, 소멸되어가는 행성어, 과거인의 소망을 표상하는 AI, 사진 찍히지 않는다면 이렇게 하면 되지, 파견자들이라는 장편으로 승화된 몇 편의 단편들 그 아이디어의 편린들, 페르소나의 존재와 그 유용성 등등.

다원주의가 심하게 부족한 우리나라, 물론 이건 장단점이 있긴 하지만.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좀 더 다양한 시선에 대해 열려있기를 바라기에 김초엽 작가를 좋아하는 것 같다.

1/16~24 여러 단편들과 작가 (김혜윤,청예,김초엽,천선란)

오름의 말들 / 김혜윤

외계 생명체가 12m 높이에 거대한 달팽이 모양의 개체라면 그리고 그들과 소통해야 한다면. 처음엔 외계 생명체라 관심의 대상이 되었지만 그들이 아무런 피해도 끼치지 않고 시간에 100m 밖에 가지 못하며 그저 지구에 존재하기 때문에 서서히 관심을 잃어가고 예산 지원도 끊긴 시대. 그들과의 소통은 내 몸을 그들에게 맡기거나 그들의 몸에 난 돌기를 통해 전류를 느낌으로써 가능하다.

아모 에르고 숨 / 청예
인간 복제가 가능해진 시대 99% 원본과 같지만 1%의 불완전함을 가지고 태어난 복제는 언제든 처분에도 좋을 존재로 여겨진다. 이 복제는 원본에게 매우 충실한 개처럼 복종하며 원본을 사랑한다. 이 복제는 과연 처분되어도 되는 존재인가 아니면 원본에 요약함을 해소한 완전체인가. 

비구름을 따라서 / 김초엽
이 세상과 수많은 다른 저 세상은 막으로 분리되어 있다 하지만 삼투 현상이 일어나듯이 저 세계에서이 세계로 넘어오는 물건들이 존재한다이 물건들은 특종 관심을 받지 못한 수많은 것들 중에 하나 그런 것들만이 삼투 현상을 통해 막을 넘어올 수 있다. 주인공이 알아낸 것은 그 중 하나 녹색 세계.

우리를 아십니까 / 천선란
좀비 바이러스가 뒤덮은 지구 우수한 인자들은 새 땅을 찾아 이주선을 타고 떠났고 우리는 지구에 남았다 그리고 좀비가 되었다 좀비가 되었으나 원래의 습성을 가지고 있는 나와 아내 그리고 좀비가 되지 않은 거북 한 마리. 왜인지 모르지만 거북은 말을 한다. 시점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화자도 나와 아내를 오간다. 

은하환담단편집 (곽재식, 이경희, 소렐, 송경아, 이한, 문녹주, 전혜진)

토지정신 곽재식.
단군의 예법을 전하라는 명을 받은 남사 남쪽에 있는 서민 심혈성에 도달한다.심혈성 사람들은 온화하고 착하며 낯선 사람에게 베풀기를 좋아하고 서로 사랑하면서 항상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것을 즐긴다.
그러나 심혈성 사람들이 신봉하는 토지 정신. 세상을 만들고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준다는 토지 정신 남사의 눈에는 정상이 아닌 괴물로 보여진다.

파종선단 이경희 
선녀와 나무꾼을 모티브로 한다 외계에서 임무를 가지고 지구를 순회하는 여주인공 환. 나무꾼과 살며 세 아이를 가졌지 가졌고 온 마을 남자들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환. 
그녀의 정체는?

매구호텔 소렐
구한말 독일인 호텔주에게 입양된 두 남녀 아이. 흥미진진한 환감 이야기가이 아이와 호텔을 중심으로 이어진다 치밀하고 재미있는 문체를 쓰는 작가.

여우구슬 송경아
24억년 전부터 지구의 암약하며 지구를 관찰하고 지구인의 정보를 수집하는 두 생체형 안드로이드. 지구인의 생각을 경험해 보러 지구인으로 화한다. 

구서담 이한
이항복과 권율 그리고 장영실을 매개로 하는 환상 이야기

견우도 직녀도 아닌. 문녹주
이현우와 박견.현우는 아버지만 셋 저는 어머니만 셋 두 사람의 아버지들과 어머니들 모두 동성애 양성애자와 트랜스젠더. 아버지 어머니들은 돌아가시면서 현우에게 박견의 뒷바라지를 부탁한다. 
땅이 침수되어 땅에서 결실을 얻을 수 없게 되었을 무렵 인간은 식량 생산 공장을 하늘에 설치할 수 있었다. 인간이 지나치게 줄어들었고 철저한 인구 통제와 전문 인력 활용으로 굴러가는 도시. 생식 작용과 출산은 인간의 생산성을 심각하게 떨굼으로 불이익을 받는 세상.

내가 만난 신의 모습은 전혜진.
한국 전쟁. 학도병으로 입대한 주인공. 빨갱이를 색출하겠다는 친일파출신의 류중사이 이야기의 진정한 악인.
다자구 할머니의 모티브를 가지고 이야기가 전개된다.

1/13~14 다윈 영의 악의 기원 (박지리)

본문만 856쪽. 벽돌책이란 애칭을 가진 책. 그러나 사건이 긴박하게 전개되어 휙휙 읽혀 이틀만에 다 읽었다. 9층의 계급으로 나뉘어진 세계. 1층 계급 중에서도 최상위 지위로 올라설 수 있는 프라임학교에 다니는 주인공 다윈. 문화부 차관인 니스 영의 아들. 니스는 30년 전에 죽은 친구 제이의 추도식을 매년 진행하고 다윈은 추도식에서 마음에만 두었던 루미와 만난다. 그녀는 제이의 조카. 그녀는 삼촌의 죽음을 파헤치고 싶어한다. 여학생으로는 최고의 학교 프리마베라 학생임을 드러내기 위해 항상 교복을 입고다니는 루미. 

다윈이 소중하고 오래된 물건 나눔에 가져온 후드는 반란의 상징.

209p 루미는 종군사진기자였던 할아버지, 정의감에 불탔고 16세에 요절했던 제이 삼촌을 동경하고 법원7급서기인 아버지를 하찮게 여긴다. 아마 루미의 아버지는 할아버지와 동생의 삶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고 루미의 안정된 삶울 위해 체제순응적인 삶을 선택했을 거고 그 바탕 위에 안전하게 자라나 프리메베라 학교에 다니는 루미가 있는 것일 거다. 그러나 안정되게 자라서 비판적사고룰 가질 수 있게 된 루미는 아버지를 비판한다. 반대로 아버지마저 혁명의 길을 따랐다면 궁핍한 생활 속의 루미가 어떤 반동적인 생각을 할 지. 우리는 역사에서 잘 봐 왔다.

합체에 이어 읽은 박지리 작가의 소설. 요절한 박지리 작가, 단요작가가 박지리 문학상을 받은 게 우연이 아니다. 내 최애 단요작가가 이 작가의 시선과 일맥상통하는구나. 

1/11 합체 (박지리)

키가 작은 쌍둥이 합과 체. 난장이 예술가 아버지 유전으로 이들도 키가 작다. 신기한 노인을 만나고 노인의 조언대로 힘겹게 계룡산에서 수련을 하는 합과 체. 이 둘의 성장 이야기.

1/1~ 방금 떠나온 세계 (2021/10. 김초엽 소설집)

각 단편은 '다른 세계'를 표상한다. 그 다음 단편을 읽게 되면 이전 단편은 '방금 떠나온 세계'가 되는 건가? 
김초엽이 만드는 다양한 어나더월드를 즐기는 재미. 각 세계가 좀 더 길게 연장되어 장편소설이 된다면 좋겠다. 

1) 최후의 라이오니 - 멸망한 거주지를 탐사하는 종족 로몬. 복제를 통해 두려움 없는 성향을 가진다. 주인공 '나'는 두려움을 느끼는 불완전 로몬. 아무도 관심 없는 3420ED멸망거주지가 편안하게 느껴지는데 시스템은 '나' 를 그곳의 탐사대로 결정한다. 몇 번의 위기를 겪고 난 후 멸망지에서 생존하는 로봇들에 의해 나포된 나. 
2) 마리의 춤 - 선천적 시 지각 이상자를 '모그'라 부르는 세계. 모그인 마리가 주인공에게 춤을 배우러 온다. 플루이드라는 인지 보조장치를 사용하여 보지 않고 '느낀다'. 새로운 감각과 이상인들의 시선에 대한 이야기. 
3) 로라 - 인체의 설계도와 다른 감각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있는 기관이 없다고 느끼거나, 없는 기관이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 기관을 절단하려 하거나 새로 만들어 붙여서 불일치를 해소하려는 사람들. 너는 그 사람들을 온전히 인정하고 사랑할 수 있을까?
4) 숨그림자 - 먼 미래. 인간은 지하에서 살며 후각 입자를 통해 의사소통하는 '숨그림자'라는 세계다. 지표탐사선이 부서진 우주선에서 냉동된 원형 인류를 구해 왔고 원형 지구에 대한 연구용으로 사용함. 주인공은 전혀 다른 종으로 변이된 자신과 원형인류사이의 매개체가 된다. 
5) 오래된 협약 - 아름답고 오래된(하지만 누군가에겐 순간의 시간에 불과한)협약. 나약한 존재를 위해 행성의 시간을 나누어 준 존재. 그 행성 자체. 
6) 인지 공간 - 거대한 아카이브의 존재. 실제 구조물로 존재하는 격자 구조물. 인간은 이 지식의 아카이브에 연결함으로서 지식을 확장하지만 그 너머로는 갈 수 없다. 그 너머를 꿈꾼 사람이 있고 이제 출발한다. 이 소설집의 제목인 방금 떠나온 세계
7) 캐빈 방정식 - 울산에 실재하는 건물 위 관람차. 거기서 '국지적 시간 거품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을까요?

25년 12월

12/31 칵테일,러브,좀비 (조예은)

단편소설집. 초대.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그녀, 어릴 때의 가시가 심리적인 압박으로 남았다. 그리고 수상한 초대자, 습지의 사랑.물과 숲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어쩌면 기괴할 수도? 칵테일,러브,좀비. 바이러스와 오컬트적인 이유로 아빠가 좀비가 되었다. 오버랩 나이프,나이프. 스토킹을 당하는 여자 그리고 그를 지켜주었던 남자. 나만 없으면 엄마를 죽이려고 하는 아버지, 공허한 삶. 기적이 생겨도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초대와 칵테일 러브 좀비는 조금은 핍진성이 떨어지지만 습지의 사랑과 나이프는 접근이 신선하다. 

12/28 므레모사 (2021/12. 김초엽)

다리를 잃고 최첨단 신경 연결 의족을 찬 무용수 유안. 잘라버린 다리는 없어지지 않은 채 그림자가 되어 새 의족과 이질감을 준다. 그 순간 극심한 통증. 무용가로서 활동하면서도 신경 의족을 잘라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자꾸 하는 유안. 유안은 권위주의 정부 하에서 화학적 사고에 의해 오염되어 철저히 통제되던 땅 므레모사가 다크투어리즘으로 공개되었을 때 엄청난 확률을 뚫고 투어에 당첨된다.
오염된 땅, 그리고 그 땅에 돌아간 귀환자들. 그 땅의 비밀을 찾아, 희생자를 찾아 돌아온 레오. 므레모사를 다크투어리즘으로 공개한 진의는 무엇일까? 유안은 거기서 어떤 결정을 할까. 결말은 찜찜하고도 일면 타당했기에 암울하다. 

12/26 원통 안의 소녀 (2019/06. 김초엽)

동화책과 소설책 사이를 이어주는 용도의 책, 아마 초등학교 중학년용이겠지. 역시 김초엽 작가의 상상력은 재밌고 빨리 읽힌다. 외로움과 공감에 대한 이야기. 아련하고 짠하다. 

뉴서울파크젤리장수대학살(조예은)

여러 사람의 시점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형식은 신선하고 잘 읽히기는 한데,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이 뭔지는 모르겠다. 오컬트를 믿는 커뮤니티가 있고, 주인공은 아주 단순사고의 파크종업원, 음모를 찾아서 파헤치는 찐따 섭주, 메신저가 준 젤리를 먹은 인간이 젤리가 되는 대학살, 젤리인도 존재하고... 오래 산 고양이도 나오고...난장판이다. 일단 나는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12/24 파견자들 (2023/10. 김초엽)

지상이 우주에서 온 범람체들로 초토화되었다. 주인공들은 지하세상 라부바와에서 산다. 범람체들은 인간과 접촉하여 인간을 광증으로 만들고 그런 광증 인간을 자동 기계가 검거하여 격리하는 사회다.
유쾌하고 능력있는 아웃사이더 선오, 지상을 조사하는 파견자가 되고 싶어하는 태린, 유명한 파견자 이제프, 파견자였다가 환멸을 느낀 선오와 태린의 보호자 자스완.
태린은 범람체에 대해 압도적 저항성을 갖고 있으며 태린의 머리에 심은 뉴로브릭, 불량이어서 연결을 끊었지만 자아를 가진 독특한 존재. 태린이 만들어갈 스토리가 궁금해진다.


" 범람체는 이 행성 전체에 퍼져 있었다. 인간이 개체 중심적인 존재이기만 했을 때, 그들은 개인 혹은 작은 집단만을 생각했을 뿐, 행성 전체를 고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범람체와 결합된 인간은 연결망 속에서 사고하고, 그렇기에 자신이 행성 전체의 일부라는 점을 직관적으로 받아들였다. 지상의 일부를 인간의 터전으로 삼더라도, 지금 늪과 연결된 이들에게는 무작정 뻗어나가고 싶은 욕망이 없었다."

" 단지 불균형과 불완전함이 삶의 원리임을 받아들이는 것, 그럼에도 끊임없이 움직이며 변화하는 것,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것만이 가능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12/22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 (천선란)

1부 제 목소리가 들리십니까? 가정폭력의 과거를 갖고 있는 옥주와 묵호. 정체불명의 진균에 감염된 지구를 떠나 새로운 인류의 정착지 에르사로 가는 탐험대의 일원. 하지만 진균감염 좀비들에 의해 사고로 유사한 행성 카르노에 표류한다.

2부 제 숨소리를 기억하십니까? - (12/24) 며칠에 걸쳐 읽어보려고 시도했지만 진도가 도통 안 나간다. 내 두뇌는 이성적인 것만 인지하나보다.

3부 우리를 아십니까? - 결국 1/24일 다른 단편집에서 읽게 됨. 지구에 남은 좀비 바이러스 감염자의 이야기

12/21 관내분실 (2018/03. 김초엽)

지긋지긋했던 어머니. 어머니 사후 마인드를 저장해 뒀던 도서관에서 어머니를 찾을 수 없다. 있지만 못찾아서 의도적으로 지웠기에 관내분실이다. 그를 특정할 수 있는 중요한 기억이 있어야 찾을 수 있다. 나와 동생은 어머니를 지우고 싶어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2018/03. 김초엽)

하이퍼 웜홀이 발견된 세계. 궤도 스테이션에서 하염 없이 남편과 자식이 떠난 행성으로 가는 우주선을 기다리는 전직 동면 기술 지휘 과학자 안나. 스테이션을 폐기하러 온 엔지니어. 둘과의 대화로 전개되는 연극적인 구성.

12/16 시프트 (조예은)

국중박 전시 다녀오는 길에 다 읽었다. 기대 안했는데 꽤 잘 읽힌다.
아픔을 옮기는 자, 그 초능력자이며 약자인 그를 중심으로 어떤 더러운 욕망들이 전개되고 사회적 약자들은 어떻게 희생되는가에 대한 이야기. 진정 그 초능력은 저주가 분명하다. 

12/14 이별하는 방법을 가르쳐줘 (이치조 미사키)

두 시간만에 후딱 읽었다. 아주 쉽게 읽힌다. 주인공의 심리적 아픔을 상상친구와 함께 나누고 해결하는 내용. |  이야기는 주인공들의 각자의 시점에서 챕터를 달리하며 전개됨. 

복수전자 (조경아) 

처음엔 몰랐는데 3인칭 관찰자 시점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다 나와서 알고 보니 후편 개념의 작품이더라. 사건 해결 후의 후일담, 테오와 요셉이 복수를 해 주는 전파상(ㅋㅋ)을 운영하고 국회의원 아버지를 둔 기성우가 아버지에 대해 복수를 하려 합류한다. 전편의 원한 관계도 유지되고 있다. 그냥 복수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합당한 복수를 추구하며 개인 감정에 따른 복수의 리스크를 그리는 등 '복수'라는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볼 시선을 가지고 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복수는 나의것'을 떠올리게 한다. 

12/8 집 보는 남자 (조경아)

조경아작가의 책은 흡인력이 있다. 이번엔 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그 주인의 삶의 방식, 심리 상태 등을 파악하는 주인공. 자폐인 주인공이 인싸인 동생을 자기 집에서 내보내기 위해 집을 보러 다니는 데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25년 11월

11/25 3인칭 관찰자 시점 (조경아)

조경아 작가의 2018 세계문학상 우수상 작품. 등장 인물 각자의 시점에서 사건을 조망한다. 주인공인 테오는 어떤 사람인가? 각자가 생각하는 시점 속에서 결말까지 물음표를 이어간다. 결말 부분에서 조금 무리한 진행이 있다 싶었지만 내가 독서를 잘 안했던 이유가 '책이 싫어서'가 아니라 '내 취향에 맞는 책을 못 찾아서' 라는 사실을 알게 해준 고마운 작가다. 나는 3일 걸쳐 읽었는데 마눌님은 2시간 만에 다 읽었더라.

25년 1월

1/26 나인 (천선란)

이것 역시 또 다른 세계를 창조한다. 휴머니즘(천개의 파랑) - 아포칼립스(부서진 다리) 뱀파이어(구원자) 에 이어 너무나도 현실적인 외계인이라. 천 작가가 만든 세상 속에서 영화 속 등장인물에게 감정 이입하듯 즐기면 된다.

하지만 부서진 다리는 너무 잦은 시점과 인물상황 변동에 따라가지 못하겠어서 결국 1/3 보고 포기함. 

1/22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천선란)

뱀파이어의 세계관. 재활병원 간호사 해수와 새로 부임한 의사 유안. 의문의 자살사건이 이어지는데 망자의 공통점은 지독한 외로움. 죽음의 현장에는 공통적으로 기묘한 꽃향기가 풍긴다. 자살은 살인인가 구원인가.

1/18 천개의 파랑 (천선란)

아픔을 가진 이들이 서로를 신뢰하며 연대하면서 아픔을 조금씩 치유하는 내용. 전형적인 악당이 없었고 문장이 수준 높아서 그 의미를 곱씹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콜리 우연히 학습칩이 장착된 경마기수휴머노이드. 인간이 꿈꾸는 이상적인(하지만 비현실적인) AI모습을 보여준다.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매개체.
민주 경마장의 말 매니저. 사랑으로 말을 대하고 편견 없이 콜리를 대해주는 사람
투데이 - 콜리와  교감을 나눴던 , 최고의 말이었지만 무리한 활용으로 안락사될 운명.
우연재 - 로봇에 재능. 콜리를 만나며 로봇에 대한 열정을 찾고, 지수와의 대회 참여준비로 점차 성장해 간다.
우은혜 - 연재의 언니. 소아마비로 휠체어 생활을 한다. 인조 다리를 갖고 싶지만 어려운 형편이라 말을 못하고 씩씩한 척한다. 투데이를 보며 동변상련 느낌.
보경 - 연재와 은혜의 엄마. 전 영화배우, 사고로 인한 절망에서 끌어올려준 소방관 남편, 그리고 그 남편의 급사로 마음의 깊은 상처를 받고 준비없는 육아의 짐으로 인해 인생을 돌볼 수 없었지만 씩씩하게 중심을 잡는다.
서지수 - 연재의 급우. 휴머노이드 부품회사 사장의 딸. 딱히 친구는 없다. 로봇 천재 연재를 알아보고 휴머노이드 설계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접근하지만 결국 연재와 베프가 된다.
복희 - 경마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수의사
우서진 - 연재와 은혜의 사촌오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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