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독서일기

Book Review

Anakii 2025. 12. 6.

캐리커처 (단요작가. 25.12.04) by 제열

143쪽 요한과 이야기를 마치고 나서

그새 해가 져 있었다. 길고 진지한 대화가 이런 식으로 마무리되다니 신기했다. 마음에 얹힌 것 하나가 스르륵 내려간 느낌에 홀가분하기도 했다. 세상은 가끔 우리에게 너무하다. 그래서 세상을 상대로 협상하는 일은 어렵고 참을 때와 참지 않을 때를 결정하는 것도 어렵다. 내 잘못과 상대의 잘못이 동시에 있는데 맞교환이 안 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미움과 고마움이 얽혀져 그대로 살아가게 되는 경우도 있다. 원래 그렇다. 그 당연한 사실들을 남에게서 다시 듣는 일은 위안이 되고 또 나만큼은 남에게 너무하게 굴지 않으리라는 다짐을 세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

160쪽 승윤에게 사과하고 나서

승윤은 내게 아직도 그 일을 기억하느냐고 물었지만 사실은 승윤이야말로 더 오래 기억했을 것이다. 기억은 정말로 이상한 작업이다. 현재의 시선으로 과거를 곧장 바라보고 거기에서 본 것들로 다시 미래를 만들어 나간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래서인가 긴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내가 아직 닿지 못한 자리에서 지금 이 순간을 돌아보고 싶어졌다. 내가 이정엽 사장님처럼 나이 들었을 때, 그래서 별것 아닌 존재들의 불평이 거슬리치조차 않는 소음으로 전락할 때, 또한 그래서 무사태평한 만큼의 너그러움도 베풀 수 있게 되었을 때, 나는 이 모든 일을 어떻게 기억할까? 그리고 그렇게 된 미래와 지금 사이에 세월들은 어떤 기억들로 채워져 있을까?

Yes24 작가 란에 글 썼다. 

캐리커처로 단요작가님의 글을 처음 접했는데, 공감가는 태도에 작가들 흔히 쓰는 말장난이 아닌데도 재미있고 정곡을 찌르는 표현들이 많아서 쏙 빠져서 읽었습니다. 제 생각과 꼭 같고 게다가 더욱 깊은 통찰이 있으니 빠질 수 밖에요. 2022년부터 활동이신데 작품이 많네요.. 이제부터 하나하나 정독해 봐야겠습니다.

12/10에 추가. 단요 작가님 책을 마눌님에게도 추천했습니다. 표현의 아름다음에 쏙 빠져서 보네요. "빛은 검은 테두리 속에서 보라색으로 연두색으로 파란색으로 변해 반들거렸다. 소녀의 눈도 그랬다. 그 뒤편에 웅크려 있을 금속제 뇌를, 거기에 담긴 마음을 생각했다. 눈을 반쯤 덮은 속눈썹이 물속에 잠긴 나뭇잎의 그물맥처럼 섬세해 보였다" 등등의. 저도 이렇게 섬세한 문장을 써 보고 싶어졌습니다. 55세의 나이에.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25.8.30) by 경아

슈호프는 영하 20도가 넘는 추운 겨울 외부 노동을 나간다. 모르타르로 벽돌을 쌓다 해가 저문다. 반장은 많이 남은 모르타르를 후미진 곳에 몰래 버리고 돌아가자고 한다. 빨리 인원 점검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는 반원들을 먼저 보내고 어둑해진 곳에서 귀머거리와 둘이 빠르게 벽돌을 쌓아 모르타르를 다 쓴다. 그는 그런 지랄맞은 성품으로 8년간 수용소에 있었다. 그 성격은 전혀 고칠 수가 없다. 하찮은 것도 마구 버리지 못하는 성미이다. 일을 마치고 그들은 죽어라 달린다. 기다리고 있던 반원들에게 온갖 욕을 먹는다.
하늘에 달이 떴다. 슈호프는 사람이 매일 태어나듯 매월 달이 새로 뜬다고 말한다. 신은 헌 달로 별을 만든다. 떨어지는 낡은 별을 보충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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