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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공부

판소리 배우고 있습니다...

by Anakii 2008. 11. 13.

제전 주에 산세타령 배우고 나서 주말, 김포가는 차안에서 열심히 연습을 했답니다....만. (연습 할 데가 없잖아요. 넘 시끄러우니... 어디 가는 차 안에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거지요)
글쎄, 집사람과 딸내미가 이내 못참고 경악하는 겁니다. 차 안 그 좁은 공간에서 쇳소리 내 가면서 질러 대니까요.
근데 어쩝니까, 연습할 데라고는 차 안 밖에 없는데. 연습을 할 수록 더해가는 눈총.... 딸내미는 정확하게 제 문제를 짚어 내더군요.
"아빠 노래는 진짜 판소리 같은 느낌이 나긴 하는데, 목소리가 판소리에 어울리지는 않아요."
집사람은 이래 말하네요.
"명창들 소리는 거칠어도 맛이 있는데 당신 소리는 단지 쇳소리만 나고, 귀에 거슬려."
이런 말 듣고 더 이상 할 수 없더라구요.
사실, 차 안 연습은 이게 처음이 아닙니다.몇 번 째 한 것인데 예전에는 그냥그냥 참을 만 했나 봅니다. 그런데 전 주엔, 제가  다른 일로 힘이 들었는지 특히 째지는 소리와 쇳소리가 심했었나 봐요. 아주 대 놓고 면박을 주는데 더 이상 할 수가 없더군요.
딸녀석에게  한 마디 하긴 했습니다.
"두고 봐, 연습해서 더 좋은 소리를 낼 테니까."

그리고한 주가 지난 이번 주.

한 주 동안 한번도 연습을 안했지만, 김포로 가는 차 안에서 슬쩍 소리를 냈습니다.
물론, 거슬리지 않도록 서양의 벨칸토 창법을 약간 섞어서 배로부터 나오는 소리로 해 봤죠.  자고 있던 딸내미는 반응이 없고, 집사람은 그나마 낫다고 합니다.  다만 소리에 힘이 좀 없다고 하네요.  

그리고 오늘, 돌아 오는 길에 노래를 다시 했습니다.  산세타령을요.

 근데 느낌이 좋더라구요.
특히 샘이 하시던 "삼각산이 떨~~어져" 할 때 그 지르는 느낌을 비슷하게나마 했거든요.
그 부분 느낌은 잡은 것 같습니다.  정말 기분 좋던데요.
한참 그렇게 노래 하다가 춘향가의 정짜 노래를 부를 때, 집사람이 잠깐 따라 하더군요. 마눌님은 그 노래를 잘 모르긴 하지만, 마침 그 노래 배울 때 저를 태우러 왔다가 우리 연습 하는 걸 잠깐 봤기에, 따라 하는 거겠죠.

그런데, 딸아이가 이런 말을 하네요.
"엄마, 엄마가 아빠 노래 따라 할 때 당혹스러웠어요."

아마, 한 동안 엄마랑 둘이 같이 내 노래를 이상하다고 욕하다가, 이번엔 엄마가 따라 하니 당황했나 봅니다.
그 태도에 오늘은 덜컥 화가 나더군요. 그래서 이렇게 말했죠.

"네가 하는 말이 듣는 사람에게 기분 나쁘도록 느껴진다는 거 아는 거니? 너, 아빠 노래를 애정으로 평가하는 거냐, 아니면 무시하는 거냐?"

"한 때 노래를 10여년 동안 죽어라 연습해 왔던 사람에게, 얼마 노력도 안 하고 대강 노랠불러서 남들에게 잘 부른다고 쬐끔 인정 받는 사람이 그렇게 쉽게 잘 하니 못하니 할 수 있는 거냐? 네게 그런 자격이 있는 거냐?"

이렇게요.

 그렇게 시작한 아빠의 하소연. 또는 아이에 대한 질타. 또는 아내의 행동에 대해 섭섭하다는 내 마음의 표현 등등....
오늘은 이래 흘러 갔네요.
마눌님이랑 딸내미는 이제 진짜로 미안하다 하더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메가폰을 사야될 것 같아요. 축구 응원할 때 쓰는 것. 그거 거꾸로 들고 소리 내면 좀 주변에 덜 민폐를 끼치지 않을까 합니다.

저도 제 소리가 시끄러운데, 남들은 어떻겠어요. 저도 노력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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