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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TO/전통주

10/9~17일 빚고 24일 생애 첫 술 살리기(비정제 설탕 활용)

by Anakii 2013. 10. 24.

1. 쌀과 누룩의 비율?

가양주 만들기 (참고하자) :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furnsolai&logNo=80152264289 

재료비율잡기 : [wine 2080 사이트의 자료]

‘당화력(糖化力)’ : 전분 1g에 효소 1g이 작용하여 포도당으로 쪼갤 수 있는 힘 (단위 sp)
쌀 1kg을 당화하는 데 27000sp 정도 필요. 현재 판매되는 재래누룩은 300sp/g, 개량누룩은 1,200sp/g 정도 이므로 쌀 1kg당 재래누룩은 100g (3만sp), 개량누룩은 23g만 사용을 해도 충분히 당화가 되는 것이다.

즉 쌀 1kg 기준으로 재래누룩 100~200g, 개량누룩은 20~40g 내에서 개인의 기호에 따라 양을 조절하면 된다.

하지만 진주곡자에서는 쌀:누룩을 3:1로 하라시네. 거기에 따를 수 밖에.

2. 만들기 2013/10/09

[준비물]

찹쌀 4kg / 누룩 1kg / 들통 (찜통) / 베보자기 / 다라 / 항아리 (항아리는 이웃 한의사 가정인 영희씨네서, 들통과 다라는 어머니집에서)

비용 : 찹쌀 4kg 13500원, 앉은뱅이 밀 누룩 1kg 8천원

[과정]

1) 집 : 찹쌀 4kg을 씻어 따스한 물에 불렸다. (3시간. 8시간 이상 불리면 좋다고 한다.)

2) 어머니댁 : 들통(찜통) 아래에 물 담고 찜판을 올리고 베 보자기로 덮은 뒤 불린 찹쌀을 안친다. 4kg은 꽤 많구나.
30여분 찌고 뜸을 들여 속속들이 익도록 했다. 이 동안 누룩을 곱게 빻아 팔팔 끓였다 식힌 물 1L를 넣어 불렸다. 그런데 너무 잠깐 불렸나 봐.

3) 다 된 밥을 다라에 옮겨 담고 선풍기로 식혔다. 얼만 큼 식은 뒤 불린 누룩을 섞어 고르게 섞이도록 손으로 파헤쳤다.  어마뜨거라. 아직 안 식은 밥이 있네.  너무 뜨거우면 효모균이 죽을 텐데.

4) 집 : 항아리를 깨끗이 씻고 말린 후 신문지 세 장을 구겨 넣어 태웠다. 활활 잘 타고 있을 때 뚜껑을 닫았다. 좀 있다 보니 항아리 안이 연기로 자욱.

'항이리 소독은 열이 아니라 연기로 하는 거랍니다' 영희씨의 말. 약용 식초와 된장 등등을 담는 전문가 말이니 믿어야지.

항이리 속 그을음을 닦아내기 위해 뜨거운 수도물 샤워기로 뿌려서 닦았다. (팔팔끓인 물로 하라던데, 그렇게는 못했다)

5) 항아리에 찹쌀과 누룩 섞은 것 (술덧 이라고 하네요)을 넣고 물을 8L넣었다. 누룩제조장인 진주곡자에서는 쌀 : 누룩 : 물을 3 :1 : 8 로 하라 했지만, 쌀 양이 4kg으로 늘어났으니 물을 좀 더 부어도 될 테지.

6) 항아리 입구를 베보자기로 덮어 끈으로 봉하고 뚜껑을 덮고 이불로 감쌌다. 바닥엔 두꺼운 책을 미리 놓고 그 위에 이불을 놓았다.

토속 찹쌀 막걸리

찹쌀 4kg, 토종앉은뱅이밀 누룩 1kg, 물 9L

담은 날 : 2013/10/9 예상 1차 발효일 : 2013/10/11일.

 


1일 후 (10/10)

마치 빵 부풀어오르듯 부푼다.

 혹시 막걸리 대신에 빵이 만들어지는 걸까? (^^)

 


2일 후 (10/11)

조금 더 부풀어올랐다. 독 뚜껑과 독 몸체가 따끈해졌다. 아, 온도를 내려야 할 때로구나. 독 뚜껑을 열고 향을 맡아 보니 강렬하게 찌르는 냄새가 올라온다. 이산화탄소를 함유한 공기.

손을 넣어 휘휘 저어 보니 엊그제 꽉꽉 들어찼던 쌀과 누룩이 어디로 갔나? 겉만 거품이 찼고 속은 액체상태다.

바닥까지 손을 넣었다. 과연 바닥엔 전분이 좀 쌓여 있다.  이러면 술이 신다는데. (박록담 선생님의 '다시쓰는 주방문' 참고) 잘 섞는다. 섞는 내내 쏴~ 하는 탄산음이 들린다.

다 섞고 나서 베 보자기를 씌워 시원한 마루에 두었다.  술이 익는 보글보글 소리가 들린다. 좀 있다 뚜껑을 덮었다. 이 대로 한 여남은 일 있어야 할까나.

2.3일 후 (10/11일 12시)

시원해지라고 마루 구석에 둔 항아리가 계속 따스해진다.
베보자기를 여니 향긋하지만 강하고 따끔한 향이 올라온다.
손으로 저어 보니 항아리 아래 앙금이 많이 쌓였다. 맛은 시어지려고 한다.
전분을 고루 섞었다. 전체 양은 아까보다 5cm정도 줄었다.

항아리를 일단 바깥 데크에 두었다. 데크 온도는 대략 잡아도 15~6도. 두 시간 쯤 있다가 들여와야지.

두 시 반 쯤 마루에 들였다.

2.5일 후 (10/12일 7시)

아침, 항아리가 너무 차다. 술 익는 소리도 나지 않는다. 다시 섞어 보니 아래에 전분 앙금이 꽤 두껍다. 이런.. 전체적으로 쌀 기운은 사라진 듯 하고 점성이 많이 약해졌다. 방에 들여 놓고 좀 있으니 뽀골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3일 후 (10/12일 19시)

방에 들여 놓고 이불로 싼 뒤 뚜껑을 덮었다. 저녁에 열어 저어 주었다. 전분 앙금의 두께는 아침에 비해 무척 얇아 한시름 놓인다. 손으로 저어 뒤집어 주었는데도 팔뚝에는 밥풀이 네다섯개만 붙었다. 물성으로 보자면 이미 막걸리.

4일 후 (10/13일 23시)

이불 제끼고 술독 뚜껑을 열어 면보 틈새로 냄새를 맡아 보니, 헉. 탄산의 톡 쏘는 냄새. 계속 발효는 되는 중이군. 면보를 열어 확인해 보니 어제랑 비슷하다. 뚜껑을 덮어 놓아서인지 변화가 별로 없네.

술 익는 소리 계속 들리고  술 향 좋은데.

5일 후 (10/14일 19시)

이불을 걷었다. 술독 뚜껑을 열어 면보 틈새로 냄새를 맡아 보니, 향긋하다. 이제 5일차. 지금부터는 뚜껑만 덮어서 둬야겠다.

6일 후 (10/15일 20시)

퇴근하니 방 안에 향긋한 술냄새가 풍긴다. 술독 뚜껑을 열어 보니 맑은 술이 괴는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술익는 향 그윽해라.

하루만 더 익히자.

 

7일 후 (10/16일 20시) 야호, 맛있다.

술 익는 향이 배 향기와 같다는 걸 오늘 알았다. 우리 집 옆 농장의 배 중 새들이 쪼아 놓은 배를 싸게 샀는데 그 쪼은 부분의 향기가 딱 이렇다. 술 익는 향이 과일향이 나는 거라니.

 

술이 많이 괴었기에 막걸리잔을 살짝 넣어 조금 떴다. 밥알이 동동, 누룩 찌게미도 조금 들어왔다. 조심스레 본 술의 첫 맛은?

경주법주다! 쓴 맛 전혀 없고 살짝 새콤하면서도 알코올기가 확 느껴진다. 16~18도쯤 되는가보다. 동동 뜬 밥알은 먹는데 전혀 문제 없고 누룩 찌게미조차 잘근잘근 씹으니 '먹을 만' 하다!

거르는 게 아까울 정도다.

8일 후 (10/17일 20시) 오노... 이럴 수가

술 거를 채비를 다 하고 면보를 벗겼다. 어제보다 술이 많이 괴었다.

그러나.

약간 떠먹어 보니 맛이 시어졌다. 오노... 어젠 향긋했는데. 하루 사이에 초산균이 침범했나 봐.

맑게 뜬 술 부분은 거르지 않기로 하고 750ml들이 병에 약 700ml만 넣어 봉했다. 6병 정도 나왔다.

나머지 부분은 김치냉장고용 김치통 하나를 열어(사용하지 않은 통) 위에 체를 대고 냄비로 퍼날랐다. 찌게미가 체에 쌓이면 주걱으로 훑어내기를 네 냄비쯤 하고 나서 독에 물 3.5리터 정도를 더 부어 걸렀다. 다 거르고 나니 김치통(딤채 생생용기 19.5L용량) 에 3/4 이상 찬다. 15리터 이상? 처음에 모아 놓은 게 대략 4리터정도니 모두 합해 19리터 정도다.

꽤 많은 양이다.

12일 후 (10/21일 20시) 설탕으로 긴급구조

동동주 모아둔 것을 새 술병에 고이 따랐더니 누룩이랑 전분이 밑바닥에서 따라오지 않는다. 깨끗한 술이 된다. 한 병(700ml)당 비정제 마스코바도 설탕 두 큰술 투척.

막걸리 9리터 정도에 마스코바도 설탕 두 국자를 잘 섞고 조심이 새 병에 따라 보니 바닥에 전분이 많이 쌓였다. 전분 따라 오지 않도록 조심히 걸렀다. 설탕이 전분에 깔려 마지막 걸쭉한 술이 나올 때가 가장 달다.

신맛은 단맛이 잡는 것이 요리의 기본이렸다. 막걸리에도 적용을 시켜 보는데 어떨지.

 

 

설탕 넣고 냉장고에 넣은 지 5시간.  술을 꺼내 먹어 보니 엄청 달아졌다. 신 맛은 그에 따라 줄고. 설탕을 너무 많이 넣었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술은,

맛있고 독하다!!!

설탕 넣은지 2일 후 (10/23일 20시)

사실 어제부터 먹고 있다. 먹을 만 한 걸 넘어 먹어 본 막걸리 중 최고다. 다음부턴 사먹을 수 없을 정도. 내 입맛에 딱이다. 조금 시긴 하지만.

약주

약주 한 병에 설탕 두 숟갈은 너무 과했다. 너무 달다. 처음엔 신맛 잡느라 그랬는데 시간이 지나니 점점 달아진다. 비슷한 상황이 오면 설탕 반숟갈로 마감해야겠다.  (생각해 보니 설탕이 충분해서 발효가 더 일어난 것 같다. 바로 먹지 않고 숙성시키기위해 설탕을 넣는 건 괜찮을 듯)

한 번 가라앉혀 새 병에 넣었지만 또 바닥에 깔린 게 있다.  약주들을 다 꺼내 위의 맑은 술만 따라 모아두었다. 아래쪽 찌게미들은 모아 한 병 만들고, 2차 막걸리를 부어 희석해 맛나게 먹었다.

막걸리

두 국자의 설탕이면 대략 100g정도 되지 않겠나?  1/90 의 농도. 대략 1.1%의 농도다. 그나마 대부분 밑에 가라앉았으니 대강 0.5%의 농도가 나오겠네.

탁주 부분을 가라앉혀 먹으면 신맛이 더하지만 잘 섞고 흔들어 먹으면 금정산성막걸리정도의 신맛이 된다. 시다 생각하면 신 맛, 아니라 생각하면 아닌 맛.

시판 막걸리를 몇 병 먹으면 제품에 따라 속이 쓰린 일이 있는데, 이건 그런 증상이 없다.

다음날 아침 숙취도 없다. 최고의 막걸리다.

설탕 넣은지 3일 후 (10/24일 20시)

약주

맑은 술을 모은 병의 맛을 봤다. 시판 약주처럼 살짝 새큼하고도 알콜향이 확 나온다. 이 정도면 차례주로 쓰기에도 손색 없다. 예쁘게 유리병에 담아 저온보관한다. 2리터 쯤 모았군. 

막걸리

신 맛이 점점 줄어드는 중이다. 막걸리는 줄곧 먹었기 때문에 네 병 뿐이다.

어제는 금정산성막걸리정도의 신맛이 된다 하였으나 점점 덜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