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홀을 광고하는 광고판엔 어김없이 드넓은 평원에 수없이 봉긋한 초콜렛힐의 모습과 귀여운 타셔가 나온다. 우린 보홀의 신비라고 하는 초콜렛힐, 타셔연구소 겸 보호구역, 라자 시까뚜르 국립공원 이렇게 세 곳을 둘러보기로 했다.
하지만 보홀, 이곳은 있을수록 매력이 더해지는 곳이다. 숙소도 훌륭하고 사람들도 친절하며 숨겨진 예쁜 곳들이 많다. 이번에 우린 유명하다는 몇 곳만 가 봤지만, 버스를 타고 지나치는 마을들 하나하나가 편안하고 아름답다. 전반적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보이지 않아서 우리가 식당이나 가게에서 뭘 하든 관심의 초점이 된다.
그래서인가 보다. 둘째날, 딱빌라란으로 귀환할 때 버스가 터미널에 가지 않고 우리를 전혀 모르는 곳에 떨구어 준 일이 있었는데도 걱정이 하나도 안되었다. 그냥 사람들에게 어디로 가면 되냐고 물어보고 트라이시클로 돌아 오면 그 뿐. 사람들이 다들 여유로와서 나도 덩달아 여유로와졌다.
3일째 쯤 되니까 딱빌라란에서 멀티캡이나 지프니를 타는 게 좀 쉬워진다. 지프니는 주로 운행하는 지역의 명칭을 밖에 써 놓기 때문에 지역 이름만 알고 나면 그 저렴한 지프니를 무척 쉽게 탈 수 있는 거다. 다음에 오게 될지 기약할 수 없지만, 다음에 이곳에 오게 된다면 한 열흘 정도 한적한 해변도시나 산 중에 박혀서 한가하게 노닐게 될 것 같다. 말 그대로 '휴식'을 위해.
가. 초콜렛 힐 Chocolate Hills
드넓은 평원에 40m-120m의 다양한 1200여개의 언덕들이 건기인 12월에서 5월 사이에는 마치 판에 옹기종기 달라 붙은 초콜렛처럼 갈색으로 변한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고대 산호초의 융기로 인해 생겨났다고 하며, 역시나 언덕을 구성하고 있는 것은 석회질 암석이었다. 황혼이나 동틀 녘에 최고의 환상적인 경치를 보여 준다 한다. 전망대로 쓰이는 콤플렉스 힐 Complex Hill에만 올라가 볼 수 있다.
나. 라자 시까뚜나 국립공원 (막사이사이 파크)
이곳은 간단히 열대 숲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초콜렛 힐에서 딱빌라란 가는 메인 도로에서 로가리따 온천 가는 표지판을 따라 약 2.5km를 한가로이 걷고 나면 국립공원 입구가 나온다. 입장료 100을 내고 들어가면 광대한 900㎢의 자연림과 목초지, 산책로와 동굴이 있는 국립공원이 시작된다. 워낙 넓기 때문에 단독으로 입장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국립공원 레인저들에게 산책로를 물으면 같이 산 너머 로가리따 온천까지 동행하며 트레킹을 도와 준다. 비가 오는 열대림에서의 산책은 멋지다! 축축한 이끼와 얼핏 징그러워 보이지만 토양을 기름지게 만드는 열대의 지렁이 밀리핏(다리가 수백개다), 마치 원령공주의 어머니 숲을 연상시키는 우거진 덩굴의 포근함. 아직 개발되지 않은 동굴에서 휴식을 취하는 작은 박쥐들을 만나기까지.
다. 타셔 보호구역 및 연구소 Tarsier Sanctuary
일반적으로 안경원숭이로 불리지만 연구소에서는 원숭이류가 전혀 아니라고 한다. 원숭이보다 앞선, 4천5백만년 전부터 생존해 온 종이며 박쥐의 얼굴과 몸, 개구리같은 손가락, 눈알 하나가 자신의 뇌 크기보다 크고, 몸집은 손바닥보다 작은 크기의 앙증맞은 생명체이지만 5m높이까지 뛰어오르는 놀라운 운동력을 보인다. 타셔연구소는 이 타셔를 보호하고 불법적인 포획을 막아 멸종위기의 이 생물을 지키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1. 들고 나기
세부 항 부두에서 보홀의 딱빌라란까지는 고속정으로 110분, 일반 배로 250분 걸린다. 고속정 중에서는 Weesam Express가 편도 500, 왕복 800으로 저렴하다. SuperCAT이나 OceanJET은 편도 800정도.
고속정은 각 회사 별 부두가 있으니 해당 부두로 가야 한다. 세부항의 항만세는 25페소. 왕복 티켓의 경우 7일 이내라면 언제든지 돌아 오는 배를 탈 수 있는 오픈 티켓이어서 매우 편리하다. (시간표는 각 회사의 홈페이지 참조)
딱빌라란 항구에서 시내까지는 걸어서 30분 정도 걸리며 트라이시클로는 기본 요금 정도의 거리다 (인당 7페소). 시내에서 다오 버스&지프니 터미널까지는 3Km정도이며 트라이시클 대당 30페소 정도 나온다. 아직 트라이시클(2인용)이 인당 요금인지 대당요금인지 잘 모르겠다. ^^
2. 초콜렛힐
초콜렛힐로 가려면 다오 버스터미널에서 카르멘행 버스를 타고 차장에게 초콜렛힐에 간다고 말해 두면 카르멘 도착하기 얼마 전 쯤에 있는 초콜렛힐 입구에 내려 준다. (50페소) 초콜렛힐 전망대까지는 날이 흐리고 시원하다면 입구에서 걸어가면 되는 거리다.
보홀 내륙으로 가는 카르멘행 버스의 노선에는 한적한 해변마을 BACLAYON , 인공숲 Manmade Forest, 나비공원Simply Butterflies, 국립공원 Raja Sikatuna Protected Landscape, 로가리타 온천(온천이라고 하지만 따뜻하지는 않다. 샘물을 모아 수영장을 만들어 놓은 곳), 초콜렛 힐등 가볼 곳이 모두 모여 있어서 편리했다. 표지판도 잘 되어 있는 데다 버스가 워낙 느려서 지나칠 염려가 없었다. 버스에 타서 차장에게 갈 곳을 말해 두면 된다. 딱빌라란으로 돌아오는 버스 시간은 초콜릿힐에서 5시경이다.
3. Nuts Huts 리조트
론리플래닛에서 추천한 곳, 숙박비 1000페소 미만으로 저렴하고 자연 환경 좋은 이곳은 로복 마을을 지나고 조금 있다 버스가 산 위로 올라가기 시작하는 즈음에 길 왼쪽에 있다. (큰 표지판이 보인다.) 이번에 못가 봐서 아쉬웠던 곳이다. 론리에 따르면 직원들이 라자 시까뚜나 국립공원 트레킹 코스를 안내해 준다 했는데.
4. 로가리따 수영장 & 열대우림 간단 트레킹
딱빌라란에서 카르멘 행 버스를 타고 갈 때, 빌라르 마을을 막 지나서 오른편으로 로가리따 스위밍 풀이라는 큰 표지판이 보인다. 차에서 내려 2.5Km정도 평화로운 필리핀의 시골마을 길을 걷다 보면 막사이사이 파크(라자 시까뚜나 국립공원)입장료를 내는 곳이 있다(100페소) 입장료를 내고 조금 걷다가 나오는 갈림길의 위쪽으로 올라가면 네이쳐 센터 건물이 나온다. 아래쪽으로 가면 로가리따 수영장(입장료 5페소)이다. 센터에서는 긴꼬리원숭이를 보호하고 있으며 갖가지 열대 조류관찰을 하기 위해 Bird Watcher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두 명의 레인저가 동행해 주는 1시간짜리 간단한 트레킹 강추. 멋진 열대우림 체험이 되기도 하고 트레킹 끝에 나오는 로가리따 샘물 수영장에서 땀에 절은 몸을 시원하게 마무리할 수 있기 때문. 레인저분들께는 200씩 드렸는데 많은지 적은지 모르겠다.
5. 타셔 보호구역 및 연구소 (Tarsier Sanctuary)
우리나라에 안경원숭이로 알려져 있는 멸종 위기의 타셔를 보호하는 곳이다. 다오 버스 터미널에서 코렐라/시카투나 방면의 버스를 타고 달려 코렐라 하이스쿨을 지나 얼마 정도 가면 도로변에 표지판이 있다. (30분 걸림) 이곳에서 자연 상태로 살고 있는 타셔를 관찰하는 특별한 경험을 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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