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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영농일기

영농단 감자심기, 집 자주감자와 잎채소 심기

by Anakii 2013. 3. 31.

3/30 (토) 맑음. 저녁에 잠깐 비. 영농단 모임과 감자심기

10시에 맞춰 가니, 우퍼 세명(소냐, 세냐, 나느) 건수, 동은이가 교장샘, 황구샘과 함께 밭을 갈고 있다.  장흥서 만났던 송호삼 대목도 같이 있다.

황구샘이 간이 관리기를 갖고 오셔서 밭을 가는데, 제법 무거운 관리기지만 밭 갈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듯하다. 기껏해 봐야 10cm정도 높이의 두둑만 만들어지네... 샘이 관리기로 밭 갈고 나면 모두들 달라붙어 작은 두둑을 만든다.

영농지 위쪽엔 자주감자를 심었고, 아래쪽엔 그냥 감자를 10kg심었다. 11:45분에 업무종료.

"이렇게 간단하게 끝나는 거 참 좋아!"

황구샘, 교장샘, 송호삼님은 함께 점심식사 겸 모임을 맞아 떠나고 언니랑 우리는 언니집에 모였다. 반장님이랑 말론다님도 온다고 한다. 일하러 학교갔던 정재랑 놀러왔던 민정이도 같이 식사를 할 거다.

곱창 볶고, 순대 찌고, 언니가 준비한 코다리찜, 냉이된장국 등등등으로 푸짐하게 점심이 차려졌다.

반장님은 푸념이시다. 땅을 학교측에 빌려 준 이사장의 대리로 있는 것이라 아무래도 땅 활용이 잘 되어야 흐뭇할텐데 다른 곳에 빌려주는 것의 거의 1/3 지대를 받고도 제대로 농사짓는 모습이 잘 안보이니.

나는 언니 집 난롯가에서 한 잠 자고 경아랑 언니는 학교로 냉이를 따러 갔다.


경아는 홍현정선생님 결혼식 참여하러 인천 가고, 나는 작년에 콩 심었던 밭을 갈았다. 괭이와 쇠갈퀴로 어쭙잖게 갈았는데, 나중에 책에 보니 쇠스랑이나 삽괭이로 가는 거란다.

작은 두둑을 만들고 자주감자를 심었다. 나뭇가지로 구멍 쏙 내어 감자 씨눈이 위로 가게끔 심고 덮었다.  언니네서 가져온 감자가 남길래 영희씨네도 줬다. 

3/31 (일) 맑음. 잎채소 심기와 마을청소

9시에 일어나 밭에 나갔다. 고추 심었던 북동쪽 두둑 등 밭 몇 군데를 갈아 보려고. 고추 두둑은 살살 펴서 평두둑을 만들고 양배추, 적상추, 청상추를 씨 뿌렸다. 25cm정도 간격을 두고 1cm깊이 정도로 골을 파서 종잇장같은 상추, 양배추 씨앗 두세개 씩 넣고 살포시 덮었다. 이러고 나서 물을 주라는 건데 귀농운동본부에서 나온 텃밭가이드에선 씨앗이 물기를 스스로 찾아 가게 물을 주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어서 그렇게 했다.

감자 심었던 북동쪽 긴 두둑 네 곳의 밭은 길 쪽으로 두둑 길이를 조금 더 늘리고 남쪽 밭 구역 중 콩을 심었던 길쪽 공간을 올려 두둑을 연결했다.

가지 심었던 곳은 두둑을 좁게 만들어 열무를 두 줄씩 심었다. 취나물 심었던 밭은 평평하니 만들고 가장자리에 상추를 심었다. 그늘에서 길렀던 고추를 심었던 곳은 도라지와 잡풀이 섞여 복잡하여 일단 정리만 했다. 감자 심은 작은 두둑 세 곳 옆에 작은 두둑을 하나 더 만들어 열무를 심었다. 

잡풀 정리와 남은 공간을 밭으로 만드는 일에 꼬박 3시간이 걸렸다. 힘들다. 

김치 넣어 비빔라면 소스 만들어 점심으로 먹었다. 

언니네서 빌려온 지젝 읽기 지침서. 실재계와 상징계와 상상계로 나뉘는 세계. 사회의 지배층들은 이 모든 개념과 논리를들 자신의 권력 확장에 효과적으로 이용해 두겠지. 모르는 사람 또는 모르려고 애쓰는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착취를 당하는 거고. 반야심경의 생각과 영화 매트릭스의 생각들이 겹친다. 

조금 있다 보니 1시반. 두시부터 마을청손데 너무나 피곤하여 잠깐 눈을 붙였다. 그 잠깐 동안 머리가 덜컥 덜컥 하는 느낌을 받았다. 꿈인데 뭔지 모르겠다. 

마을청소는 몇 팀으로 나뉘어 진행했다. 마을 길 가 낙엽 정리팀, 마을 우수관 낙엽 정리팀, 폐허로 변한 놀이터 정리팀. 난 놀이터 정리팀으로 가서 예초기를 들고 미리 풀을 쳤다. 조금 있으니 예초기가 불편해진다. 풀이 왕성하다기보다 눕고 말라서 어지럽게 된 상태이기 때문. 몇몇은 낫을 들고 어지러운 잡풀을 베고, 몇몇은 갈퀴로 낙엽과 잡풀들을 긁어 모으고, 몇은 놀이터 한가운데 불을 놓았다. 버럼아 좀 세고 낙엽이나 검불들의 양이 어마어마하여 불이 다른 곳으로 옮겨 붙지 않도록 하는 데 신경이 많이 쓰인 것 같다. 

놀이터에서 불로 낙엽을 없애기를 무려 한시간 반. 검불은 아직 좀 남아 있지만 그나마 놀이터 꼴이 조금은 된 상태다.

작업을 대강 끝낸 게 4시 반이다. 

저녁, 자리에 누워 있다가 불쑥 그런다.

"여보, 어제 감자 심을 때 재 뭍혔어?"

"아니. 재 뭍히는 게 습관이 안들어 있었나봐"

"그럼 화요일 쯤에 한의원 가지 말고 이게 재 뭍혀서 다시 심자."

그러더니 20분쯤 뒤에 경아가 채비를 하고 묻는다.

"여보, 헤드랜턴 어디 있어? 지금 재 뭍히고 뒀다가 내일 심게."

'아아아~~. 정말 피곤한데'

 경아 보내고 좀 있다 나도 나가서 심었던 감자 파헤쳐 재 뭍히고 다시 심었다. 간격을 좁혀 심는 거라서 어제 영희씨주었던 감자를 다시 받아 와서 심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