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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둔대2기(06-08)

2008-02-18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by Anakii 2008. 2. 18.
모든 생물에 대해서 폭력을 쓰지 말고 어느 것이나 괴롭히지 말며, 
또 자녀를 갖고자 하지도 말라. 하물며 친구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서로 사귄 사람에게는 사랑과 그리움이 생긴다. 
사랑과 그리움에는 괴로움이 따르는 법. 
연정에서 우환이 생기는 것임을 알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묶여 있지 않은 사슴이 먹이를 찾아 여기 저기 다니듯이, 
지혜로운 이는 독립과 자유를 찾아
무소의 뿔처럼 홀로 가라.

동반자들 속에 끼면 쉬거나 머무르거나
또는 여행하는 데도 항상 간섭을 받게 된다.
그러니 남들이 원치 않는 독립과 자유를 찾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그대가 현명하고 일에 협조하고 예절바르고 지혜로운 동반자를 얻는다면 
어떠한 난관도 극복하리니, 
기쁜 마음으로 생각을 가다듬고 그와 함께 가라. 
그러나 그런 동반자를 얻지 못했거든, 마치 왕이 정복했던 나라를 버리고 가듯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세상의 유희나 오락이나 쾌락에 물들지 말고 관심도 갖지 말라. 
꾸밈없이 진실을 말하면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흙탕물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사람들은 자기의 이익을 위해 벗을 사귀고 또한 남에게 봉사한다. 
오늘 당장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는 벗은 드물다. 
자신의 이익만을 아는 사람은 추하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숫다니파아타-


혼자서 가는 길은 너무나 어렵다. 
저 말씀을 마음 속 깊이 새기지만 난 도저히 혼자서 갈 수 없는 외로운 존재다.
2500년 전의 스승께서 남기신 말을 2500년 후의 제자는 도저히 따를 수 없다. 

설핏, 아는 게 재앙이라 했던가. 이럴 거면 아예 모르는 게 나을 뻔 했다. 
세상의 이치를 설핏 안 결과 도통 알 수 없는 미망에 빠지게 된다. 

사실, 아직도 난 모르겠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가끔씩 아무생각 없이 살아가는 이들이 부럽다. 전생에 나보다 더 큰 고민을 이미 하고나서 그 결과로 이렇게 아무생각없이 사는 것 같기도 하다.

나 : "나, 여기로 다시 안오고 싶어"
마누라님 : "웃기지마, 자동으로 오게 되어 있어!"

이 말이 정답이라는 걸 "알기"에, 그런 걸 알면서 괴로워하는 게 다시 이곳으로 오는 직행 티켓이란 걸 역시 알기에 괴로워하면 안된다는 사실까지 알기에, 괴로워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알지만 내가 그럴 수 없기에,

고 가 찾아온다.

다만 한 가지. 마누라님은 내겐 "현명하고 일에 협조하고 예절바르고 지혜로운 동반자" 다. 그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이번 생의 즐거움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