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2-06 교육부에서 주창한 교사평가제에 대해

LOG/흥진(04-05) 2004. 2. 6. 15:31    Print Friendly Version of this pagePrint Get a PDF version of this webpagePDF
일단 전 원론적으로 반대임을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전 전교조 조합원이며 그에 따른 편견을 가지고 제 글을 읽으셔도 됩니다.


저도 초등교사입니다. 현재 평가제도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평가에 따라 근무성적을 매기고, 평가에 따라 교감,교장으로 승진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평가 문제가 왜 나오는 것일까요?
교장,교감으로 승진하는 평가가 완전하지 못한 탓입니다. 일정한 평가기준을 가지고 평가를 하긴 합니다만, 그 평가기준이라는 것이 연구점수, 벽지근무점수,부장교사점수,근속연수점수라는 점이 문제입니다. 그리고 막판에 가서 승진시점에는 윗사람의 근무평정점수도 큰 역할을 차지합니다.

모두들 행정적인 업무실적만을 가지고 평가를 하게 되어 있지요. 그래서 그 해당된 점수까지만을 따기 위해 정해진 일만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연구점수를 따기 위해 가뜩이나 없는 수업연구시간을 이용해 가며 일반화 되지도 않을 '연구' 를 하는가 하면 꼭 따야하는 벽지점수를 때문에 스스로의 마음에도 없는 벽지학교가 점수채우기를 바라는 사람들로 미어터져 정작 순수한 아이들을 가르쳐 보려는 교사들은 벽지근무는 꿈도 못꿉니다.  

부장교사점수를 따기위해 각종 부장을 하긴 합니다만, 일선 학교에서는 연구부장,교무부장이 되면 자기반 아이들 생활지도는 물건너갔다고 봐야 합니다. 학교장의 위신과 학교의 위신을 살리기 위한 각종 실적을 올리기 위해 불철주야 행정적인 일만 해도 모자랄 정도지요. 각종 연구학교나 시범학교의 연구,교무부장은 학부모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교육행사와 상급기관 평가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전시행정을 준비하느라 등이 휩니다. 
이 와중에 아이들에 대한 인성지도나 체계적인 학습지도를 기대한다는 것은  이미 슈퍼맨을 바라는 것이겠지요.

또한 승진을 앞둔 교무부장이나 교감의 경우 상관의 평가를 잘 받기 위해 눈에 나지 않는 행동을 만들며 전전긍긍합니다.

그런데, 왜 이런 방식으로 평가를 하는 것일까요? 

바로... 평가기준을 만들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교원에 대한 평가는 무척 어렵습니다. 상품을 만드는 공장은 불량률을 줄이고 최대한 판매하는 것이 우선적인 평가기준이 됩니다. 그리고 공장내 인화를 책임진다면 더할나위없겠지요. 


하지만, 교사는 아이들을 기릅니다. 그리고 교육의 효과는 결코 단기간에 나타날 수 없으며 가랑비에 옷 젖듯이 서서히 침투되는 것입니다. 만약 단기간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면 그건 '교육' 이 아니라 '훈련' 이겠지요. '훈련'방식이 유일하게 유용한 곳은 군대인데, 군대를 제외하고는, 훈련은 사람을 기르는 방법이 못됩니다. 교육을 하는 데 있어 '훈련'방식이 가져오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이미 잘 알고 계시겠지요.

그러면 어떻게 평가합니까? 어떤 교사가 정말로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헌신하는 교사인지 평가할 수 있는 "기준" 을 만들 수 있겠습니까?

당장, 아이들을 매로 다스린다고 나쁜 교사입니까?  아이들에게 엄하게 대하고 많은 규칙을 만드는 교사가 나쁜 교사입니까?  

또한 아이들에게 경어만을 쓴다고 우수한 교사입니까? 아이들의 성적을 잘 올리는 교사가 우수한 교사입니까? 매를 절대 들지 않는 교사라면 과연 우수한 교사입니까?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겠습니까?

교직은 가장 게으를 수도 있고, 가장 바쁠 수도 있는 직업입니다. 그리고 개인의 선택에 의해 가장 게을러도, 아니면 가장 바빠도 일정한 급여만을 받는 독특한 직업입니다. 


저도 몇 년 전에 이런 점을 깨달은 적이 있습니다. 단 두반이 한 학년이 되는 학교였는데요, 저는 항상 아이들에게 경어를 써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고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시험을 적게 치며, 매를 거의 들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저희 옆반 선생님은 작은 일에도 매를 드셨습니다. 그리고 말투도 거친 편이셨으며 화도 많이 내셨습니다. 시험도 매달 쳐서 제가 제발 시험 좀 적게 치시라는 부탁도 드렸답니다.

자, 겉으로 보기에는 한 교사는 좋은 교사고 다른 사람은 나쁜 교사 같지요?

실상은 그 정 반대였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저는 아이들에게 대단히 정중하게 대했으되, 진정한 사랑이 없어 아이들을 혼란스럽게 한 반면 그분은 심한 말이라도 그 말 한마디마디에 어머니가 아이들에게 내리치는 사랑의 매가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그런 미묘한 느낌의 차이를 쉽게 감지하는 것 같더군요.

그때가 제 12년 교직 가운데 가장 실패한 1년이었습니다. 그 후로 저도 좀 더 아이들에게 솔직하려 애를 씁니다...


교사들은 일년에도 수십번씩 아이들을 평가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인성을 평가해서 점수를 매기지는 않습니다. 아니, 못합니다. 그 아이가 지금 어떻다 할지라도 그 아이의 인생길에 따라 어떤 변화가 주어질 지 알 수 없는 문제이니까요.  그래서 인성에 대한 부분은 평가가 아닌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서 아이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해당 아이를 예의 주시하는 것으로 끝냅니다. 

이 과정에서 많아야 한 반에 한 명 정도로 드물긴 하지만 어떤 아이의 경우엔 신중하게 폭력(!)을 행사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종의 충격요법이지요.

스트레스만 해도 그렇습니다. 보통 스트레스는 좋지 않은 것으로 알고 계시지만, 학습에 있어 스트레스는 필요악입니다. 적절한 긴장이 없이는 어떤 발전도 기대할 수 없으며 적절한 긴장은 다음 단계의 학습을 유발하기 위한 원동력이 됩니다. 다만, 그 스트레스가 일정 정도를 지나칠 때 
학습 의욕은 오히려 떨어지게 되며 아이는 학습 부적응 행동을 보입니다. 

만약 전혀 스트레스가 없이 진행할 수 있는 학습이라면 개그콘서트 정도가 되겠지요.
결과적으로 교사에게 있어서는 그 스트레스를 교육적 가치가 있는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방법을 항상 구안해야 합니다.

이렇듯 교사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행위는 섬세하고 계획적인 일종의 마인드 게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교사들은 아이들의 학습부분에 대한 평가는 전문성을 가지고 할 수 있습니다. 학습력이란 지적 능력으로서 개인차가 있다고 해도 얼마간은 측정할 수 있고 발전시킬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교직에 대한 천직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교사인 제 관점으로 본 교직의 특성은 이와 같습니다.


그럼 어떻게 교사를 평가해야 합니까? 

저 역시 주변에서 일반적인 관점으로서의 '미흡한 교사'들을 자주 봅니다. 그러나 지내다 보면 그 또한 제가 세운 기준에 있어 미흡한 교사일뿐, 나름대로의 확고한 교육적 철학을 가진 교사들이 대다수입니다. 물론 정말, 교직에 맞지 않는 교사들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전 생각해 봅니다. 그 또한 제가 아직 알지 못하는 그분의 다른 부분을 보지 못했음이 아닐까 하는 것을요.

인간에 대한 평가는 이리도 어려운 것입니다. 왜 이렇게 어렵게 기준을 정해야 하냐면, 바로 '인간을 기르는 교사' 에 대한 평가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교육부장관님. 당신은 한 인간을 '올바로'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거기에 대해 자신이 없다면 교사평가제 같은 사탕발림은 그만두시기 바랍니다. 인간을 가르치는 교사의 능력을 평가하려면, 먼저 한 인간에 대해 올바로 평가할 수 있는 혜안이 있어야 합니다. 

말은 좋지만 만약 그런 올바른 평가 기준을 세울 수 있다면 기존의 교장승진제 평가방식부터 그 방식으로 바꾸시지요. 좋은 교사가 교장이 되면 좋지 않습니까? 


교사평가제는 결국 눈에 보이는 실적을 우선할 수 밖엔 없습니다. 그러면 결국 또다른 방식의 기존 교장 승진평가가 되지 않겠습니까?

많지 않은 돌을 가려내기 위해 잘 보이지 않지만 사방에 존재하는 옥을 팽개쳐 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덧붙인다면, 교직사회에 많은 물의를 일으키는 교사들이 극소수이지만 분명 있다는 문제인데요. 
현재는 이런 교사들까지 전출이나 휴직등의 방식을 통해 계속 교직에 남아있게 하는데, 제 생각으로는 너무 과도한 보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이런 교사들로 인해 교원의 권위가 떨어지고 학부모-학교간의 불신의 골이 깊어진다면,  그런 경우 충분한 제도적 장치(학부모,교사,지역인사,학교 공동 징계위원회)를 통해 걸러내는 제도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tags : ,
Trackbacks 0 : Comments 0

Writ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