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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흥진(04-05)

2004-02-24 교육의 문제?

by Anakii 2004. 2. 24.

장기간의 시간동안 제 화두는 우리사회에서 교육의 문제는 왜 풀어지지 않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교육에 문제가 많다.. 라고 하시는 분은 빗자루로 쓸어버릴 만큼 많습니다. 하지만, 그 문제의 본질을 핵심적으로 파 들어가는 분은 참... 손가락으로 꼽기가 어렵군요.

거의, 전라도 속담에 나오는 것처럼 교육이 홍어X 이 되어 버렸습니다. 
아무나 무시해도, 씹어도 좋은 그런 문제로요.

하지만, 정말 교육의 문제는 아무나 씹어도 되는 것일까요?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한채로 문제가 있다. 느니, 학교가 붕괴한다. 느니 교육이 죽었다. 느니 이런 말들을 해도 좋은 걸까요?

과연 사회 구성원이 모두 그렇게 인식하면 교육은 바로 서는 것일까요? 
아니면 더욱 황폐해 지는 것일까요? 


1. 교육이 황폐화 되었다... 하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일단 이 말을 하려면 그 '교육' 의 주체가 무엇이냐? 라는 말부터 답이 나와야겠지요. 
'교육의 주체' 는 누구입니까? 학생입니까? 교사입니까? 학부모입니까? 사회입니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교육' 을 시키는 자는 누구일까요?

  • 학생 : 스스로 배우는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시키는 자는 아니지요.
  • 교사 : 직업적으로 교육을 시키는 자입니다. 정규적이며 시간적으로 한정적인 스승이 됩니다.
  • 학부모 : 자신의 아이를 "만들" 책임이 있으니, 정규교육 전단계 까지는 가장 중요한 "교사" 입니다. 물론 정규교육 후에도 집으로 돌아온 아이에게 좋던 싫던 가르침을 베풀게 됩니다. 행동을 통해. 비정규적이며 무한정인 스승입니다.
  • 사회 : 시도 때도 없이 아이를 가르칩니다. 
    매스컴을 통해, 사회의 논리를 통해, 어른들의 행동을 통해 아이는 배웁니다. 역시나 비정규적이며 무한정인 스승입니다.

결국 교육의 주체는 학부모, 사회, 교사 라는 말이 됩니다. 
다시말하면 학부모, 사회, 교사가 행하는 일로 교육이 황폐화 되었다. 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렇다면 무슨 짓을 했길래 교육이 황폐화 된 것일까요? 각 주체별로 가장 나쁜 예를 통해 황폐화 시켰을 만한 요인을 알아보겠습니다.

교사(또는 학교)

  • 촌지를 받고 그 아이들을 편애합니다.
  • 학생들에게 비민주적으로 대하며 학생의 인권을 인정하지 않으며 학생을 성적이나 생활환경에 따라 차별대우합니다.
  • 담당교과를 성실하게 가르치지 않으며 신분이 보장된 안정된 현실에 안주합니다.
  • 그 다음은...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잘 모르겠군요. 혹시 아시는 분 계시면 아래에 댓글 부탁드려요

사회(또는 매스컴)

  • 매스컴 :::

    * 작은 불의는 크게 처벌받지만, 큰 불의는 처벌을 작게 받음을 거의 매일 주입합니다.
    * 책임은 적으면서 무한한 권리를 누리는 사람들을 매일 보도하며 그들을 지도층 인사라고 가르칩니다.
    * 유명 대학을 나와야 인간대접을 받을 수 있고, 출세할 수 있음을 가르칩니다.
    * 주어진 조건에서 일탈해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비판하는 것처럼 포장하여 많은 청소년들에게 알려줍니다.
    * 사회의 좋지 않은 부분을 집중 보도함으로서 청소년에게 절망을 줍니다. (그 사람들은 "교육"을 위해 해야할 말, 안해야 할 말들이 무언지 모르니까요.)
    * 사기를 치는 사람 (예를 들면 붕어가수들) 이 오히려 성공할 수 있음을 온몸으로 보여줍니다. 또 그런 사람들을 매번 매스컴에 출연시킴으로서 "나라도 그렇게 할 수 있다" 라는 환상을 심어줍니다.

  • 사회 (또는 일반 주변환경들) :::

    * 수단과 방법에 문제없이 일단 성공이 장땡이라고 가르칩니다. (예:: 비리를 저지르는 국회의원도 매번 당선이 됩니다)
    * "자기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이런 논리를 당연하다고 주입시킵니다. (자기가 하면 투자, 남이 하면 투기!)

학부모

  • 자신이 못 이룬 인생의 목표를 대리만족 하기 위해 자기 아이를 닥달합니다.
  • 자신의 아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아이는 희생되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 자신의 아이가 생활하고 있는 환경인 학교와 교사를 아이 앞에서 자신의 생각으로 맘껏 비판합니다. 
    (아이는 이런 때 스스로가 다니는 학교와 스스로가 배우는 교사에 대해 비판하게 됩니다. 배우는 자가 가르치는 자에 대해 비판하는 것을 먼저 배운다면, 그는 어떤 스승에게도 가르쳐 질 수 없다는 것.. 아시나요? 비판은 배운 다음에 그 자신이 스스로 해야 쓸모가 있는 것이지요. 배우는 과정에서는 비판보다는 오히려 "일단 수용" 이 필요합니다. 
    ("교육"의 넌센스가 여기에 있습니다.)


2. 그렇다면? ....... "썩은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 는 어디에 해결점이 있을까요? 

하나씩 생각해 봅시다.

1. 교사의 문제

단지 인적 구성원의 문제이기 때문에 해결 방법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분명히 예전에 비해 아래로부터의 혁명은 이미 태동했으며 현재 진행 중입니다. 변질된 부분이 없진 않지만 전교조는 교사의 문제를 자각하고 스스로 문제를 파헤치며 하나씩 인식의 변환을 이루어내고 있습니다. 구성원 중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해도 거대한 조직의 경우엔 구성원 개개인의 문제보다는 "집단의 지향점"을 가지고 옳고 그름을 판단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관리자들이나 장학관들에게서 신분상의, 감정상의 불이익을 받고 있음에도 조합원임을 지켜나가는 것은 신념의 문제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2. 학부모의 문제

학부모의 문제는 다분히 사회의 문제와 결부되어 있지만, 사회의 경우보다는 해결이 쉽습니다. 여전히 인적 구성원의 문제만이기 때문이지요. 학부모가 이기적으로 되는 것은 그것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책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학부모들도 예전에는 어린 학생일 때가 있었으며, 현재는 이기적인 모습을 보일지라도 이미 알고 있는 정의감을 올곧게 지켜나가지 못하는 데 대해 양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3. 가장 문제가 큰 교육주체인 "사회".

이거...... 해결됩니까?

사실, 사회의 문제는 어쩔 수 없이 돌아가는 수레바퀴입니다. 일종의 시스템인 것이지요. 시스템 안에서는 자신을 그 시스템에 맞추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것을 알기에 정의를 향한 개인적인 결단이 무척 힘들게 됩니다. 결국 그 시스템을 인정하기 싫지만 그 시스템 안에 동화되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이것이 인생' 이라는 자조의 결론을 내게 됩니다.

그 시스템은 바로 천민자본주의라 불리는 것입니다.

자본주의는 물론 돈을 본위로 하는 주의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윈윈 전략을 구상해 나가는 성숙한 자본주의가 있는가 하면 단기간의 노력을 통해 더 큰 부를 쟁취하려는 천민자본주의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를 보세요. 복권이나 로또, 단기적인 증권투기, 부동산 투기, 기업의 무리한 사업 확장 등등, 천민자본주의의 잣대가 되는 현상들이 만연하고 있습니다. 천민자본주의는 단기간의 이익은 얻을 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사회 전체를 병들게 하는 암과 같은 인식입니다. 항상 외국의 예를 많이 듭니다만, 이유는, 서구의 경우 오랜 기간동안 천민자본주의 단계를 거쳐 근세에 사회주의 혁명(전 유럽을 휩쓴 6.8 혁명을 말합니다) 을 겪은 뒤 윈윈 전략을 채택하는 성숙한 자본주의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은, 들인 노력보다 나오는 게 더 많아야 효율적인, 천민 자본주의 사회입니다. 자연에는 노력보다 많이 나오는 방법이란 어디에도 없습니다. 뿌린만큼 거두리라.. 하는 성경의 말 대로요. 하지만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결국 죽여 버린 예처럼 지금 우리 사회는 천민자본주의의 길을 가고 있으며 그건 우리의 선택이었습니다. 

곧, 사회의 문제는 예견되어 있었다고 봐도 됩니다. 그러니까 천민 자본주의 하에서 상식적인 교육이 실효성을 거둘 수 없다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모든 희망의 종착점이 '금' 일때, 오로지 돈을 바라보고 살아야 하는 사회에서는 대의는 오로지 '돈을 아니, 이득을 얼마나 더 벌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대의가 됩니다.

위에 든 가장 나쁜 예들의 원인도 바로 '돈으로 행복의 잣대를 마련하는 인식' 이 되겠지요.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을 참으로 쉽게 모두들 말합니다. 백년 계획이 있어야 한다고요. 하지만 이 말은 천민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한낱 쓰레기에 불과합니다. 일이년, 많아야 10년 이내에 교육으로 인한 효과를 보아야 하는 우리 사회에서 백년의 열매를 기다릴 여유를 누구도 가지고 있지 않지요.

하지만 정말로 교육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한다면, 이 말은 대단히 중요하며, 느리지만 유일한 해결책이 되는 열쇠입니다.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한발짝 한발짝 나가는 여유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비교육적인 방법으로 교육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마치 폭력으로써 폭력을 다스린다는 말도 안되는 결론을 가지고 오게 되지요.

절망하지는 마십시오. 단기적인 관점으로는 절망적입니다만, 한국의 근대사를 찬찬이 돌이켜 보면 분명, 교육 부문에는 발전이 서서히 전개되고 있습니다. 섣불리 판정하고 절망하는 것은 서서히 개선되는 문제들을 오히려 뒤로 돌리게 되는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결론은?

스스로 내리시지요. 저는 이미 스스로의 결론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자신의 문제는 자신이 풀어야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교육의 문제는 곧 자신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교육의 주체인 교사,학생,사회도 책임이 있겠으며, 교육을 받는 대상인 학생에게도 문제 해결의 책임은 있습니다. 문제가 있음을 논하는 자들은 '그 문제를 풀기 위해 바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야 비로소 문제를 제기할 자격이 있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