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1-03 방학..그런데도 학원에 나가는 아이들

LOG/둔대1기(00-03) 2001. 1. 3. 01:49    Print Friendly Version of this pagePrint Get a PDF version of this webpagePDF
방학이다. 모처럼의 한가한 시간이다. 이것저것 해야 하는 일에 덜 얽매일수 있는 시간이고, 맘껏 게으름을 필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학원에 간다. 모자라는 공부를 보충하기 위해. 너무 춥거나 덥다고 조용히 집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뭔가 새로운 일을 찾아보라고 준 황금같은 시간에 또 학원에 간다.
그래서 아이들에겐 학교에만 나오지 않는다 뿐이지 방학은 완전한 방학이 아니다.

누가 이런 상황을 만들었을까. 15년 전, 아이들은 방학을 올바로 이용할 줄 알았었다. 방학엔 평소 느끼지 못하던 느긋함도 느끼고 게으름도 한껏 피웠다. 그러다가 개학일이 다가와서 밀린 숙제 하느라 고역도 했었지만, 그건 그 동안의 느긋함에 대한 보상아니었던가.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라"

이건 지난 세기 동안의 집단최면문구다. "노력만이 더 나은 삶을!" 이건 북한의 천리마 구호와도 비슷한 뉘앙스이며 사람을 끝간데 없이 몰아가는 자본주의 지배자들의 구호다.
그 노력뒤엔 무엇이 남는가. 100명이 노력한다고 100명이 성공할 수는 없다. 100명이 열심히 노력해서 10명이 성공한다면 나머지 90명의 허탈감과 90명의 빼앗긴 휴식은 누가 보상하는가.
사회 구조가 모두가 성공할 수 있는 윈-윈 구조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이 자본주의 사회는  누가 큰 성공을 하면 꼭 반대쪽에서는 누군가 큰 손해를 보아야 하는 제로섬 사회다.

비근한 예로 주식은 시장경제(=자본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그 꽃을 보자. 주식투자에 순수하게 접근하는 이가 몇이나 될까? 순수하게 성장가능성이 있는 회사에 투자하고 그 배당을 받아 이득을 챙기는 자가 몇이나 될까?
결국 많은 투자가들이 투기꾼이 되고 그 중 많은 소액투기자들은 깡통주를 만든다. 항상 작은 죄엔 엄하고 큰 죄는 단죄하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속성과도 같다.

신문에 보니 이재용씨가 46억원으로 4조원의 재산을 만들었다고 한다. 물론 이건희 회장의 변칙증여와 비상장 주식 증여로 인해 얻은 수익이다.
다른 불법을 다 빼고 나서 한번 생각해 보자.

1000배의 이익이다.

10000원으로 천배의 이익을 얻으면 천만원이 된다. 곧 그는 999만원의 이익을 얻은 것이다. 하지만 100000원으로 1000배의 이익을 내면 일억원이 된다. 이 때 그는 9999만원의 이득을 낸다.
이재용씨는 적게 잡아서 3조 9950억원의 수익을 냈다. 백만원으로 출발하나 천만원으로 출발하나 초기엔 구백만원의 차이밖에 나지 않지만 만약 10배의 이익만 냈다고 해도 그 차이는 구천만원으로 늘어난다.

이게 자본주의다. 얼핏 보기엔 종잣돈이 10배니 수익도 열배 아닌가 하고 쉽게 볼 수 있지만, 실 금액의 차이는 단지 10배라고 말하기엔 너무 크다. 아무리 공정하게 게임을 한다 해도 빈익빈 부익부가 규정되어 있는 것이 자본주의다.

언제까지나 "노력만이 살길!"이라는 슬로건에 집단최면이 걸려 아이들까지 끝간데 없는 노력의 전장으로 몰아내는가.

자동차를 타고 가는 자는 원하는 곳까지 빨리 도달할 수 있지만, 길 옆 좌판에서 파는 떡볶이의 맛을 알지 못한다. 언제까지 인간이길 거부하고 공허한 기계가 되기를 찬양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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